선자령 가는 길(상편)
2012. 3. 9.~3. 11.
절친들과 부부동반하여 2박 3일 일정을
속초에서 지냈다.
우리 네 가족은 매년 몇차례씩 만나면서도
함께 지내며 여행하는 것은
작년 남도여행 이후 처음인 듯하다.
그 중 두 가족은 금요일 오전에 미리 출발하였고,
태백산에 올라 이미 정상을 밟은 다음, 천천히 하산할 무렵
우리와 혜림이네는 겨우
서울과 분당에서 각자 출발할 준비를 갖췄다.
우린 외곽순환도로를 통해
경춘고속도로를 경유하고, 인제를 지났으며
지금 막, 용대리 어느 휴게소 부근에 정차해 있다.
곧 어둠이 깔려들 것 같은 오후시간,
잠시 졸음을 피하려 정차하고 스트레칭하다가 카메라를 들었다.
우리가 출발한 서울쪽을 뒤 돌아 본다.
얼어 있을 줄 알았던 흐르는 냇물과 주변의 모습이다.
다음은 우리가 가려는 반대편인 동쪽,
저 먼 미시령 방면은 눈으로 하얗다.
동쪽으로 가면 갈수록
흰 눈이 더 쌓여 있음을 느낀다.
미시령 옛길과 새로운 터널의 갈림 길,
아내에게 옛 길로 가면 더 운치가 있을 것 같다고 했지만...
쌓인 눈이 보이지 않느냐는 핀잔이 돌아온다.
나는 가지도 않을 옛길 얘길 왜 했는지..모르겠다. ㅎ
미시령 터널을 진입하기 직전,
도로공사의 제설차량이 보이는 듯
노면은 대부분 녹은 상태지만
노면의 눈이 녹지 않고 쌓인다.
그래서인지...
산맥의 긴 터널을 통과하자 눈 나라였다. ㅋ
소나무 가지가 휘어지도록 눈이 쌓였다.
벚나무 고목에 쌓인 흰 눈은
눈의 고장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우린 울산바위를 촬영하기 위해 전망대에 정차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왜 정차를 하는 것일까.
울산바위가 어디인지도 모르게 안개가 덮였다.
할수 없이 가지의 눈이나 찍는다.
약속된 속초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어둔 밤이었고, 이미 혜림이네가 도착해 체크인을 하였으며
성호네와 준호네는 태백산에서 하산하여
주문진항에서 시장을 보는 중이란다.
얼마후 우리모두는
주문진항에서 사온 횟감을 벌려놓고
식사와 건배를 반복하며 화기애애하게
밤 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 . . . . .
그리고 다음 날, 비내리는 아침,
숙소의 거실문을 열어 젖히자 파도소리로 가득했다.
어젯 밤 검은 바다 위로
멀리 조명등을 밝혔던 십수 척 배들의 흔적은 간데 없고
찌푸린 바다 수평선 부근에 흰 빛만 보였다.
그런 현상을 본 혜림이 엄니는 신기하였는지
사진 찍을 것을 주문한다. ㅋ
밤에 도착해 바다를 보지 못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거실 문밖을 보고서야
우리가 참 전망이 좋은 곳에 초대 됐음을 깨닫는다.
성호네, 고마워요~^^
사실 성호네와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어울리는 사람이 여럿 있지만...
이 처럼 초대하는 이는 성호네 뿐이다.
멀리 외롭게 떠 있는 어선
배 뒷편에 그물이 매달린 듯하다.
........
아침 식사하면서 오늘의 일정이 논의됐다.
하조대 방면으로 드라이브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선자령에 가자는 데 무게가 더 실렸다.
해변쪽은 비가와서 다니는데 불편하지만
산에는 눈이 내릴 것이기에 불편이 없을 것이고,
설경과 운치가 좋을 것이라는 환상으로...
차량 두대에 분승하여 선자령을 향한다.
선자령 등반은 영동고속도로 옛 대관령휴게소에서부터 시작하며
대관련휴게소와 근접하여 양떼목장도 있고
그 사잇길로 선자령을 등반이 시작된다.
따라서 구 대관령휴게소(선자령입구)를
각자 내비에 입력하구선, 출발을 했지만...
어쩌다 보니 서로 헤어졌다.
잠간 졸고 있는 사이,
내가 탄 차는 영동고속도로 원주쪽을 향했는데
다른 한 대는 갈림 길에서
강릉 쪽(삼척방향)으로 직진했단다.
사실 그쪽으로 가는 게 더 가까울 듯 했기에
별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작년에 왔던 대관령이며 양떼목장을 아는
아내가 그 차에 있어서
쉽사리 찾아 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고도가 높아지자 예상대로 눈이 내린다.
선자령은 과거, 즉 구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에 주차를하고 등반을 했었지만
지금은 새로 건설된 영동고속도로
횡계IC로 진출해야 한다.
우린 내비가 안내한대로 횡계 IC로 진출하여
양떼목장 근처에 도착했지만...
우리 보다 먼저 와 있어야 할 혜림이네는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나보다.
대관령양떼목장을 목적지로 입력하라고 전화했건만
비슷한 양떼목장 중에서 한 곳은 선택하였는데
아마도 다른 곳이었나 보다.
다 같은 곳인 줄 알았지만 도착은 엉뚱한 곳일 수 있다.
저번에 왔을 때, 나 역시 경험하였는데..
상행위 차원인지는 몰라도
같은 명칭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컨데 원조, 할매 처럼...ㅎ
다시 알려준 곳은 신재생에너지관.
물론 영동고속도로 옛 대관령휴게소를 찾아야 한다.
아래에 보이는 곳은 하행선 옛 휴게소이므로
선자령 입구와 가까운 상행선 휴게소로 이동하는 게 낫다.
상행선 휴게소로 이동하려면
오버브릿지(고가도로) 이용하면 편리하다.^^
그 때 시각이 오전 11시 10분
하조대로 가자던 사람들을 꾀여
선자령을 오르자고 해서 였는지...
벌써 지쳤는지 숙소로 도로가고 싶데나 뭐래나..
그런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암튼, 선자령 입구가 가까운 상행선 휴게소로 이동하고 보니
흐미~ 주차장이 만원이다. ㅜㅜ
빈 구석을 찾아 주차를 간신히 한 다음
연신 도착하여 등산 준비를 하는 다른 이들을 쳐다본다.
화끈하게 새 장비를 갖추고
온 듯한 폼 나는 여인들.
안내도의 능선을 한번 타 보는거다..ㅎㅎ
그런 구경을 하면서
10분, 20분, 40분이 지난 뒤에야
우리 일행들이 겨우 도착했다.
그때의 시각이 정오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 했다.
우리가 갈 곳은 오른쪽 방향
저 노가리로 엉덩 짝을 맞아야 할 사람들...ㅋㅋ
오늘의 교훈은 뭉쳐야 산다. ㅎ
사실은 내비에도 문제가 있었을 게다.
메이커가 다르며 여러 개의 지명 중 선택을 잘못했을 수도 있겠고,
업그래이드가 부실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젠 등산로 입구서부터 의견이 엇 갈린다.
나와 준호네는 시계방향으로 정상까지 가자는 의견인 반면
성호네는 그 반대방향인 국사성황사를 거쳐
풍해조림지로 되돌오는 짧은 코스를 선택하자는 의견이었고
등산준비가 되지 아니한 혜림이네는
숙소로 다시 돌아가자는 주장이다. 에고고~~
암튼 각장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 판단엔 눈이 많이 왔을 경우는 시계방향으로...
즉, 양떼목장 옆으로 진입하는 게 낫다고 본다.
그러면 선자령 이외에도 눈내린 양떼 목장까지....
그야말로 일거양득,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이다.
반대편으로 돌아도 하산할 때 거치긴 하지만
심신이 지쳐있을 때 양떼목장을 둘러 본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 잠시가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성호네가 주장하는 코스로 되돌아 오는 것으로
의견을 정리하고 출발했다.
우리는 아래 등산로에 표시된 화살표와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는 셈이 되겠다.
도중에 돌아 나오더라도
최소한 1/3 지점인 풍해조림지까지는 갈 게다.
그러면 양떼목장도 지나는 것이고....
그 곳의 설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겠다. ㅋㅋ
정오 5분을 넘어설 무렵...아이젠을 나눠 신고,
지팡이도 나누어 하나씩 들고 걷는다.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이정표가 눈에 파 묻혔다.
믿기지 않아 눈 위를
스틱으로 찔러 보았더니 계속 들어 간다...
발자국들이 모여 다져진 눈 길를 조금만 벗어나면
허벅지까지 빠지는 곳이 많아 조심해야 했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나무가지들도 부지기수다.
언뜻 해가 나왔는지 나무 그림자가 생겼다.
전나무에 묻어 있는 눈이 신비롭다.
어떤 나뭇가지 위에는 눈이 쌓여 신비로움을 가져왔다.
어젯 밤에 눈이 많이 왔더라면 더 좋았을 걸....
사실 시계방향으로 돌고자 했던 이유는
양떼목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선자령 가는 길에서
잠시 양떼 목장을 볼수 있다는 것을
작년 가을 양떼 목장에 왔을 때
이미 알아 두었고,
양떼목장의 설경을 보고 싶었다.ㅎ
저런 발자국이 없이 눈만 있으면 나을텐데...
그렇지만 일부러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런 눈 밭을 어디서 본다는 말인가.
흔하지 않은 광경이다.
내가 자란 고향에서도... 내가 다녀본 어느 곳에도
나무가 없이 이렇게 넓은 곳은 유일한 것 같다.
눈이 많이 쌓이는 곳에선 더더옥...^^
그래서 사람들이 순백의 벌판을 보려고
이 곳을 많이 찾을 것이다.
눈이 많이 오면
나 역시 한번 오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어찌 그게 그리 쉬울까.
그래서 일행에서 뒤쳐져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 셧터를 눌렀다.
양떼가 넘지 못할 펜스지만
가볍게 넘을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많이 쌓였다.
얼추 찍었으니...
서둘러 일행에게 쫓아 간다.
길은 발자국으로 단단하게 다져졌다.
저기 모여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점심식사를 하는 가 보다.
우리일행은 풍해조림지 부근에 멈췄다.
아까 입구에서 처럼 다시 의견이 갈렸다.
결국 나와 준호아빠만 기왕에 왔으니... 정상까지 가기로 하고
나머지는 국사성황사를 거쳐 입구로 되돌아 가기로 한 것,
우리가 하산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차는 한대 두고 숙소로 돌아가기를 주 문했으나 차를 두고가긴 싫은가 보다.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숙소로 가라하고,
우린 알아서 교통편을 이용해 숙소로 가기로 하였다.
그때의 시각은 12시 55분
아내까지 하산팀으로 합류해 아쉬웠다.
주말에 상그릴라 여행할 사람이라 걷는 연습이 필요하지만...
저번 덕유대에 가서도 힘들어 하여
향적봉 등산을 포기했던 생각이 나서
아무 말을 하지 못했었다.
눈이 조금 더 내리면 이정표가 묻히겠네..
그러한 생각속에... 한 1키로쯤 왔을까
아주 큰 전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너무에 기대 앉은 커플 모습도....^^
앞쪽에 연신 하산객들이 내려오는데
우리와 반대로 등산하기 때문이다.
자작나무와 낙엽송이 섞인 숲
흑과 백의 조화랄까?
어느새 안개가 자욱하게 짙어 왔다.
활처럼 휘어진 나무줄기
골짜기 냇가에 쌓인 눈이 1미터는 될듯하다.
선자령까지 2.5키로....
바람에 풍차 회전하는 소리가 잠시잠시 들렸다.
언덕을 넘어서니 풍차가 보인다.
선자령과 삼양목장이 접근해 있는 것 같았다.
풍력 발전이 경제적이라면
왜 이렇게 띠엄띠엄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사이사이에도
얼마든지 더 설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쳤던 눈이 또 내린다.
암튼 아직 풍차를 설치한 공간은 많은 듯
땅만 많이 차지 하고 있는듯....
아마도 부동산 가치에도 염두를 두고 있는 듯했다.
머리가 좋은 부자가...ㅎㅎ
어떻든 세날개로 이루어진 바람개비 도는 모습은
동심을 불러 일으킨다.
저기 내려 오는 이들도
눈내린 선자령 길 참 잘왔다고 생각할 거다.
어떤 이는 비탈 길에서
비료푸대를 타고 내려오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다.
탈 것을 휴대했던 등산 고수가 분명하다.
이제 1.7키로만 남았다.
사실은 아직 5.8키로 남은 거지만...
하산하는 이에게 물으니
저 풍차 넘어 뒷편이 정상이라한다.
네명의 등산객이 눈을 치다가 잠시 쉬고 있다.
노란 재킷은 여성,
비박을 위해 텐트를 세팅하려고
준비한 삽과 기구로 눈을 걷어 내는 모습인데
아직 더 치워야 하나보다.
거센 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려면
땅에다 팩을 박아 텐트를 고정시켜야 하니깐....
준호아빠 말씀이 오토캠핑 장비들보다
비박용 장비들이 가볍고 부피가 적어야 하기에 고가라고 했지만....
우린 체력의 한계로
이루기 힘든 영역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못할 것도 없겠다는...
저 건너 편 언덕에 텐트인지 바위인지가 보인다.
중간 아래에는 자동차도 보이는 것도 같지만...희미하다.
그럼 당겨 봐야지...
좌측에 젊은 커플이 식사 중인 듯,
여성은 컵라면을 먹구 있고, 남성은 캔맥주를 마시고 있다.
잠시후 양모모자를 쓴 여인의 손에
캔맥주가 들려 있는 모습이 멋있게 보여 순간 포착했다.
애인과 등산 후 흰 눈에 앉아 식사를 하고...
시원한 맥주까지...멋지지 아니한가?^^
구름이 잔득 끼었지만...
어느 곳은 푸른 빛이 감돈다.
동행한 준호아빠..
의지가 되는 든든한 친구다.
이정표가 자주 설치되 있었다.
눈이 많이 와 길이 보이지 않을 때를 대비해
촘촘히 시설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친구도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그 열정을 나는 존경한다.
짐승 발자국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변화 무쌍한 날씨,
뭉개구름이 보였다.
그 아래 눈 위 지평선에 늘어선
흰구슬 같은게 보였다.
짐작 하건데 저 곳은 삼양 목장이고.
목초를 베어 가지런히 묵어 보관을 한 듯하다.
새 풀이 돋을 때까지
양과 소의 먹이로 쓰이리라.
앞쪽에 가는 저 커풀에게 추월 당했듯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앞서갔다.
내 체력의 한계를 잘 아는 준호아빠는
서두르지 않고 나를 묵묵히 기다려 주고 있었다.
저 튼튼한 날개처럼
우직한 친구들을 둔 나는 행복하다.
삼양목장과 선자령의 풍차는 별개라 한다.
푸른 하늘이 제법 보였다.
하얀 언덕에 우뚝선 풍차가 보기에 좋았다.
저나무에 눈꽃이 없어도 멋지다.
기다리는 친구에게 서둘러 달려간다.
헥헥거리며...
그들을 따라 오르고
또 오른다.
더워서 지퍼를 다 열었지만 땀이 비오듯 한다.
이제 정상까지 800미터,
시각 14시 18분
일행과 헤어져 1시간 20분 쯤 지났다.
친구 가족들은
다음 달 중국황산 여행을 갈 계획이다.
나는 개인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대신 아내와 주말에 샹그릴라로 떠나기로 한것을 위안 삼는다.
정면에 보이는 몽우리가 선자령 정상,
정상엔 풍차가 없었다.
앞에 보이는 풍차 우측 길로 잠시 오르면 정상이란다.
목이 마르지만 눈을 한 주먹 뭉쳐 베어 물었다.
변화무쌍하게 안개가 피어올랐다.
친구들이 갈 계획인 황산도 안개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곳,
좋은 구경들 하고 오시길...
세상을 살다보면 때때로
안개가 자욱하기도 하리라.
영화의 한장면 같다...안개낀 남극
백두산에 가더라도 천지를 보지못하는 경우가 많단다.
에고~ 힘들게 올라 왔는데...
안개야 그만 다른데로 가거라~~
정상까지 300미터 눈을 또 한 움큼 움켜 쥐었다.
습한데도 목이 몹시 말랐다.
이후는 하편에....
http://blog.daum.net/baejery/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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