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산책

[ 당진 ] 최고봉 아미산 다녀오기

재넘어아재 2018. 1. 19. 05:00



[ 당진 ] 몽산거쳐 아미산 다녀오기

< 2018. 1. 6. 토요일 >


온 세상이 동화처럼 고요히 잠들어 있다.

깨어나 향하는 창 밖은 새벽별 아래 멀리 가로등만 보일 뿐~,


어제 낮 눈이 녹아 질퍽하던 땅은

차가운 별빛 아래 지금 쯤 꽁꽁 얼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오늘은 하릴없이 빈둥거리기 보다는

아미산까지 산보를 다녀 와도 될 듯하다.


아침을 지어 먹고 설거지를 하는둥 마는둥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외투 큰 주머니에 찔러 넣고.. 출바알~


문을 나서자 감나무에 앉은 매(보라매? 조롱이?)가 보인다.

마을 쪽을 지키고 있는 듯한 녀석의 자태가 늠름하다.


그래! 니가 진짜 신사이고 멋쟁이라면 죽향골 잘 지켜~

맨날 치사하게 눈팅만 하지 말고~ 알았어? ^^



집을 뒤로하며 산길(몽산성마룻길)에 접어 들었다.

출발하며 장화를 신은지라 걸음이 약간 불편하고 어색하다.


잠시후 도착한 곳은 몽산여단 설명판 앞,

면천고을 원님이 매년 면천읍성 북문에서 3리(약1Km) 떨이진 이곳 여단에서

여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참고로 여귀신이란 제삿밥을 못 얻어 먹는 귀신이며

삶과 죽음의 과정이 정상적이지 못한 귀신을 뜻하는 것 같다.



몽산성마룻길은 대부분 능선에 나 있다.

참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아카시아 등이 길 양쪽에 우거져 있어

여름에는 그늘로 이루어진 길이다.



얼마전 내린 눈으로 땅이 질퍽해질까 싶어

장화를 신고 산에 오르고 있다.


얼마전 아내와 서산 동부전통시장을 갔다가

털장화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1만5천 원 거금에 선뜻 구입했었다.


이거 발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바닦을 흙에 밀착시켜 아주 좋네.~

산을 타니 꼭 코리아 헌터가 된 느낌여..ㅋ


어떤 곳은 참나무 잎들이 잔득 쌓여 가을 맛이 난다.

시몽 들리느냐 낙엽 밟는 소리가...




우리 죽향골은 보이지 않지만 그 남쪽 너머로

면천 저수지가 거울 면처럼 반짝인다.


면천초등학교62회 동창회에서 붙인 표찰.

개교100주년을 훌쩍 넘었던데 62회면 지금 50세 중년이겠다.



언젠가 봤고 소개했던 안내판...

산 정상을 중심으로 그 둘레를 감싸는 방식으로 축성하는 방식을

퇴뫼식 산성이라 한다고...



급경사길은 모두 나무계단을 만들었다.



만나는 것마다 헤어지는 것마다

노래 아닌 것이 없다.


쉿! 귀뚜라미가 우리집을

모두 포위해 버렸다.


하늘하늘 떠서 도는 하늘바람은 그대 잃은

이 내 몸의 넋들이외다.



성(城)의 역사



오늘 날까지 살면서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성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읽게 해 준 곳은 어 몽산성터가 유일한 것 같다.

기능과 조건 그리고 재료에 따라 성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이제 몽산 정상을 통과해 아미산 쪽으로 내려간다.

북쪽이어서 녹지 않은 눈이 아직 쌓여 있다.



이정표를 보니 몽산에서 900미터 지점이고

여기서 아미산까지는 이제 760미터 밖에 남지 않았단다.



저기 보이는 곳이 아미산 정상이 되겠다.



내포 문화숲길 종합안내

'내포지역"이란 말을 이지역 사람들이 아니면 처음 들을 듯,

나도 잘몰라 얼마전 알아봤는데


충남 서북부 지역인 서산 예산 홍성 태안 당진 전 지역과

아산 보령의 일부 등의 지역을 말하며.


비슷한 문화와 의식을 공유한 지역으로 고려 시대에

내포라는 용어가 등장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충청도 서북지역을 지칭하며

이 지역 나름의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

저기 시에 등장하는 꽃이 무슨 꽃일까 하고 궁금하기도 했는데..


어디선가 시인의 고향이 통영이며

그 지역에 많이 피는 동백일 것이라는 글을 읽은 것같다.



느슨한 경사길에도 어김없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 계단 위에 쌓인 가랑잎이 바스락 거린다.



부부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더니

영인산 천 계단을 연상시키는 계단이라며 웃는다.


내가 보기에는 백여개 남짓 될 것 같은데....ㅎ

무릎이 아픈사람들은 계단과 내리막 길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잠시후 당진의 최고봉 아미산에 올랐다.

탁트인 전망이 그만이네...


바로 아래는 면천면 죽동리 이고

한참 오른편에 보이는 도시가 당진 시내이다.


실제 방향은 북서쪽이며

그 너머 30키로 쯤의 바닷가에 왜목항이 있겠다.



먼저 파노라마로 동쪽부터 남쪽 방향을 담았다.

지난번에 안면도 다녀오면서 파노라마 작동법을 몰라 헤맸으나


귀가 후에 매뉴얼을 찾아보고 해결했었다.

알고보면 쉬운 것을 사소한 것을 알지 못해 난처했던 사례다.

아래사진은 아산과 천안, 내륙 쪽이다.



아미산(峨嵋山), 한자를 보고서

내가 예상했던 한자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


나는 불교의 아미타불(阿彌陀佛)의 앞쪽 단어인

아미(阿彌)에 산(山)자를 붙혀 지은 이름일 줄알았더니

사진에서와 같이 아니었다.


중국에도 아미산이란 이름의 유명한 산이 있는 것 같아.

검색해 봤더니 역시 불교와는 관계가 없었다.


그런 것을 보면 세상은 예상을 뛰어 넘는 것들이 많고

함부로 속단할 수 없음을 느끼게 한다.



아미산에 만들어진 정자여서 峨嵋亭이다.

분명히 기둥 여섯개인데 사람들은 육각정이라 부르지 않고

이상하게도 팔각정이라 부른다.



북쪽하늘은 검은 빛을 띤다.

그만큼 윗쪽 지역이 미세먼지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 아닐까.


요즘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초미세먼지로 야단들이다.

사실 그런 나쁜 공기는 옛부터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인데도


중국에는 제대로 말도 못하는 우리 정부와 정치인들

그게 우리의 국력이고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죽향골이 있는 남쪽은 덜하다.

그렇지만 오늘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많겠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저 서북쪽 방향에 서해대교가 보일만한데도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를 아무리 훑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직선거리로 15키로미터 정도 될 터인데...

멋진 다리의 모습은 커녕 그림자 조차 보이질 않는다. ㅜㅜ



서쪽의 서산, 남서쪽 태안, 남쪽 홍성,

동남쪽 예산, 동쪽 아산 그리고 동북쪽엔 평택,


또한 북쪽은 서해바다가 있을 텐데....

맑은 날 올라와야 사방의 지역들이 시원스레 보일 듯하다.



아미산, 해발 349.5미터



서쪽 서산방향을 조망해 보고



동쪽을 위로 둔 안내도를 본다.

붉은색 현위치에서 오린쪽 몽산을 거쳐 임도따라 죽향골로 출발,



아미산 정상에서 막 내려 갈 때

아래 계단 길로 백발의 노인처럼 보이는 어른이 보였다.


처음엔 한 분인 줄 알았더니

지나고 보니 또 한 분의 어르신(아내)가 지나셨다.

얼핏 한 분으로 중첩돼 보였던 게다.


너무 건강하게 정정하게 보였던 두 분 다음에 또 뵙기를...

사진을 찍느라 인사도 못했다는...



갈림길에서 임도로 들어섰고

그길엔 산수유 럼 생긴 붉은 열매 나무 몇 그루가 있었다.



아래 보이는 마을은 면천면 송학리,

마을 뒷편 소나무에 학이 많이 찾아 붙혀진 이름 같네...



요즘 산엔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 보다는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들이 많아지는 듯한 인상이다.


특히 참나무가 우거져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경우가 많아

소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그때 산악자전거를 탄 젊은이가

앞서서 오르막을 오르며 힙겹게 패달질을 한다.


맞아 나도 산악자전거를 아파트에 방치해 놓을게 아니라

죽향골로 가져와 이따끔 임도를 라이딩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전의 아미산 정상이 건너편에 보인다.

살면서 종종 지난 날을 돌이켜 보듯 올랐던 산을 되돌아 본다.

오랜만에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네...



아미산에서 벌써 2.1Km지점까지 왔고

몽산길 입구쪽 길로 가고 있는데 그곳까지는 1.5Km 란다.



임도 우측 아래에 유난히 구멍이 뚫린 나무가 보인다.

딱다구리 작품이겠지? 그렇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는 듯,



자전거 타면 시원스레 내려가기 좋을 길,

패달에서 발을 떼고 두다리를 펼쳐든 뒤 공짜로 질주하는 기분...


힘겹게 오르막을 오른 자에게 만

주는 자연의 선물 일 것 같은 그런 구간이 앞에 보인다.



이 추은 계절에도 초록을 유지하는 저 식물이 무엇일까

아무리 봐도 잎을 보면 으름나무 같은데...



혼자 터벅 터벅 내려가는 길

저 아래에서 다리를 절름 거리며 올라오는 어르신이 계셨다.


타고 온 전동차를 세워 두고 지팡이를 짚으며

한 발짝 한발짝 옮기는 모습이 측은했다.


운동나오셨어요? 하고 여쭈었더니

어르신은 그렇다면서 겸언 쩍은 듯 내개 웃음을 보여 주셨다.


그때 그에게서 강렬할 생의 애착 같은 것을 느꼈다.

헐관질환으로 근래 중풍을 앓으신 것 같은데

염원데로 나아지셨으면 좋겠다.



마을 끝부근에는 전원주택지를 조성하고 있다.

요즘 당진으로 귀촌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는 것 같다.



도중에 우리마을의 홍 반장님을 뵈었고

이내 백곡지를 지난다.


사진상으로 잔잔한 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얼음으로 덮여 있다.



아까 이정표에서 표기된 몽산길 입구,

이제 죽향골까지는 300미터 쯤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은 매번 다니던 포장된 마을 앞 길이 아니라

산길을 통해 언덕을 넘어 가련다.



소나무 숲을 지나



죽향골 인근 가랑잎 길을 접어 들었고



이내 성상리 죽향골에 도착하였다.

공사중이라 길은 진흙으로 무장되어 있다는...



따뜻한 오후... 간단히 식사를 하고서

비닐하우스로 들어가 콩타작을 하였다.



이렇게 조금씩 콩을 털면

새 봄이 오기 전에 다 마칠 수 있겠지



해가 지면 비닐하우스 안은 금세 추워진다.

무리할 것 없이 오늘은 작업 끝,



거실서 보이는 가야산의 노을 빛이 장관이다.

통신용 철탑의 파라볼릭 안테나들이 잘 보이는 것을 보면,

아까 많던 미세먼지가 적어졌나 보다.



우리가 살아 가면서

때때로 안 좋은 일도 어쩔 수 없이 만난다.


그렇지만 지난 날을 돌으켜 볼 때

내가 그때 지혜롭게 대처를 했더라면(준비를 했더라면)


나쁜 운명을 충분히 비껴갈 수 있었음을 깨닫는데

그중의 하나가 건강이지 싶다.


아까 그 어르신,

중풍 발병 전에 몸을 관리하셨더라면....

그런 생각을 해 본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