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당진 ] 초보농부의 월동준비

재넘어아재 2017. 12. 22. 06:07




[ 당진 ] 마지막 월동준비

< 2017. 11. 24. ~ 12. 15. >


- 11. 24. 금요일 -


울 추위는 예전 보다 유난히 일찍 찾아 왔다.

죽향골에서 처음 겪는 눈 내리는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지만

이만한 눈에 적막강산이 될 줄은 몰랐다.


장화신고 눈가래를 사러 마트를 향하는 길이 너무 추웠다.

작년에는 12월 말 경에 강추위가 왔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내린 폭설과 물아치는 추위를 원망하다가

도중에 돌아서 비닐하우스로 방향을 틀었다.


뭐 한나절 쯤 기다리면 눈이 웬만큼 녹지 않을까?

그러면 차가 다닐수 있을 테니 그 때 사러가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고는 원래 비닐하우스 방향을 가려던 사람 처럼

태연하게 비닐 하우스 안에 들어선 나,


햇빛 덕분에 내부 온도가 오르고 있으나

여린 고추들이 간밤에 동해를 많이 입은 것을 직접 확인했다.


저 아이들을 그냥 두면

싱싱한 것들도 피해를 입을 것이 뻔하다.


하여 저 고추들은 더 늦기 전에

거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은 벌써 움직인다.



그냥 두면 그동안 히타를 무리하며

애써 틀어준 보람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옆지기는 더 추워지기 전에 고춧잎을 따두었다가

무우말랭이에 쓰고싶다 했었고,


또한, 푸른고추를 수확해면 일부는 삭히고 싶으며

부각까지 만들겠다는 말까지 했었다.


그런 그녀는 지금 죽향골에 없으며

며칠후 겨우 내려올 수 있는 형편이란다.


치~ 말로는 무슨 얘기를 못하나

실제 행동이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줘야지~ ㅜㅜ


별 수 없이 오늘 혼자라도 고추를 수확해야 한다.

눈쌓인 길을 찾아올 사람도 없는 고립상태의 죽향골....


나역시 특별한 약속도 없으며

기왕의 내 일이라는 생각에 부랴부랴 수확을 서둘렀다.


고추를 선별히 덜익어 붉은 기운이 있는 고추는 그냥 두고

붉은 것은 채취하여 건조기에 넣고


실한 푸른고추와 잎사귀를 겨우 다 수확하였는데

른 고추가 두 양동이를 훌쩍 넘었다.


푸른고추와 고추잎은 토굴로 이동시키면서

잠시는 보관 되겠지만 빨리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추운 몸을 녹히려 난로 앞에 섰고

눈에 젖은 장작을 말리려고 옆과 위에 놓았다.


보통 이쯤의 시간에는 기온이 올라가는데...

오늘은 갑자기 추어진데다 낮 기온조차 좀처럼 오르지 않아

장작을 연거푸 넣는다.



고추 삭히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음이 검색됐다.

그중에 소금물을 끓여 붓는 방식이 제일 나은 것 같아

적용시켜 보기로 하였다.


문제는 저 김치통을 이용할 때

물의 양을 얼마나 해야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


물의 양을 알아야 소금양도 알텐데...

결국 고추를 넣고 거기에 물을 부어 보기로 했다.


베킹소다를 넣고 씻던 고추를 삭힐 김칫통에 채우고

물을 부어 그양을 정확히 재기로 했다.



다시 싱크대에 쏟아 붓고 거품을 내어 주면서

아까 확인한 물만큼을 찜솥에 붓고


물의 1/10 부피 만큼의 소금을 투하하고서,

렌지 스위치를 작동시켰다.


물은 좀처럼 끓을 생각을 않지만

그동안 고추를 씻고 또 씻고... 하여간 여러번 씻어 주었다.

그리고 교본대로 꼭지는 1센티만 남겼다.



이제는 삭힌 고추를 먹을 때 물총 쏘지 않게

끝 부분에 구멍을 뚤어 줄 차례


인터넷에서는 이쑤시게나 포크로 뚫어 준다는 사람들이 있고

어떤 사람은 가위로 끝을 잘라 준다고 하지만...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고추 끝을

날카로운 뾰쪽칼로 찔러 주는 방법인데...

실제로 당연히 수월했다.




소금물이 끓는 소리를 낼 즈음

창 밖은 눈이 녹기는 커녕 더 내리고 있었다.



하여간 삭힐 고추를 완벽하게 준비하였고

용기까지 뜨거운 물로 소독한 다음 고추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무거운 돌을 대신해 대나무를 위에 얹어

식힐 고추가 뜨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노렸다.


대나무 색깔을 보면 눈치 챘겠지만

대밭에서 새로 잘라 온 뒤 살균을 위해 뜨거운 물에 담궜었다.


그 다음 뜨거운 소금물을 붓고서 뚜껑 닫아 토굴에 보관 했다.

이제 1주일 후에 열어 보면 된다.


그 때 소금물을 쏟아 다시 끓이고 식힌 다음 부어 주고

장기 보관하거나 동치미를 담으면 된단다.



- 11. 25. 토요일 -


같은 방법으로 작은 유리병 두 개에도 담았고,

2리터 패트병 두개에는 정상적인 고추를 그대로 넣는 방식을 적용했다.


물론 패트병에는

끓이지 않은 소금물을 부어 밀봉하였는데...


끓인 물 넣은 고추는 빨리 삭는데 비해

그렇지 않는 것은 늦게 삭는단다.


그런데도 파란 고추가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하여 일부 고추는 채썰어 냉동 보관하기로 하였다.


몇개의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로 직행시켰으니

내년 고추 생산될 때까지 쓸 수 있을 게다.



작업 중에 탁구회 회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탁구장 청소가 긴급히 필요하니 시간되면 나와 달라신다.

식사후 잠시 다녀 오기로 했다.


탁구회장님 덕분에 바깥 바람을 쐰다.

탁구대를 비롯한 실내와 입구의 복도와 계단까지 쓸고 닦았다.


회장님과 전임회장 그리고 몇분과 함께 열심히.....

가톨릭 신자이신 전임회장님으로부터


내일 순성성당 미사는 신규부임 신부님의 집전으로 봉헌된다는

소식을 내게 들려 주셨고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


청소후 두부사러 하나로마트에 갔었다.

면천농협 하나로마트 안에서 직접 우리콩두부를 만들기에...


내가 먹기도 하지만 외지의 가족이 오면 선물하기도한다.

암튼, 그 곳 매장에서 판매되는 고사리 봉지를 보았다.


면천 인근 정미면에서 생산된 마른 고사리로

200그램에 값은 19,000원 이라 표기되어 있다.


생고사리 2 키로 그램 쯤을 말려야

200그램 정도의 마른 고사리가 나오지 않을까


내년에 죽향골 고사리가 생산될 터인데

저 값과 현실을 감안하여 가격이 책정돼야 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고추 채써는 작업을 했으며

훑어 온 고추잎을 선별해 상한 잎과 억센가지를 골라냈다.

오늘은 여기까지...



- 11. 26. 일요일 -


어제 전임 탁구회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주일미사때 순성성당을 찾았고


새로오신 본당신부님과 교우들과의 첫인사가 있었다.

사목회장의 소개를 시작으로...웃는 모습으로 다가선 신부님




그리고 미사후엔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

마음 깊이 신부님 반갑습니다. ^^



주차장을 나올 때

축하하러 방문한 듯한 청솔모를 보았다는...ㅎ



죽향골로 가는 길,

순성면을 벗어나 면천 땅을 앞두고 우측 비닐하우스 옆에 섰다.


이길을 몇번 지날 때마다 궁금해 하던 비닐하우스,

그 안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우리와 비슷하게 고추를 재배하는데..

우리와는 다른 점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점을 확인하여 벤치마킹 하고 싶었다.

우선 다른 점은 우리는 홑겹인데 비해 이집은 두겹이고,


각각 창을 두고 여닫을 수 있는 구조여서

우리보다 이른 봄에 고추를 심을 수 있고 추위에도 강해

더 오랫동안 수확할 수 있지 싶다.



두번째는 급수 방식에 있어서도

우리는 가는 호수를 통해 이랑마다에 분배하였는데...


이곳은 굵은 호수를 이랑에 접근 시키고

거기에 나느다한 호수들을 직접 코크를 통해 연결하였다.


더불어 이랑은 넓은 비닐로 덮어 고랑까지 커버 하는 방식이어서

우리보다 한결 간결하고 편리해 보인다.



한 수를 배웠으니 고려개국공신 복지겸 사당 앞을 향했다.

복지겸은 궁예가 흉폭해져 민심을 잃자




당시 신숭겸, 홍의, 배현경 등과 합세하여 궁예를 축출하고

왕건을 군주로 추대하여 고려를 세운 것이다.



그가 살던 이곳에 그의 묘와 사당이 있다고 하지만...

문이 잠겨있어 내부는 볼 수 없는 듯 하다.


그렇지만 그가 아플 때 심었다는

면천은행나무를 보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곤 한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그 나무에 대해 소개해 본다.

면천은행나무는 면천에 살고 있던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卜智謙)이 병으로 누워 있을 때...

백약이 무효하여 그의 딸 영랑(影浪)이 아미산에 올라

백일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마지막 날에 신선이 나타나

두견주를 빚어 100일 후에 마시고 그 곳에 은행나무를 심은 뒤


정성을 들여야 나을 수 있다고 하여

그대로 하였더니 병이 치유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충청남도 시도기념물 제82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9월 6일 천연기념물 제551호로 지정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풋고추를 다시 펼쳤고,

이젠 고추를 이용한 부각재료를 만들어 두기로 했다.

우선 깨끗하게 씻고 꼭지를 제거한 뒤,




2센티 정도의 길이로 토막을 내서

소금물을 가볍게 축여 놓고서 찜용 채반을 준비한다.



그 다음 약간이 간이 밴 고추 한줌을 집어

가루가 담긴 그릇에 투하하는 즉시 그릇 채 흔들어 준다.


고추에 흰가루가 잘 묻었으면 다시 한 줌을 넣는 방법으로

채반에 채울정도로 반복하였다.



그리고, 찜통에 넣어 흰가루가 반투명해 지도록 익혀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찜용채반을 꺼내 건조채반에 놓는다는....


이런 일은 여태 옆지기가 하던 것이어서

나는 하지 않던 작업이지만 내가 해서는 아니될 일은 아닌것 같다.


그렇지만 어릴적 고향에서 어머니나 형수께서 작업하던

그때의 조건 보다 지금이 나아 내가 작업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아니 모든게 운명적인 것도 같다.

하여튼, 이런 방식으로 세 채반을 작업했으며,


익는 정도를 같이 하기 위해 타이머까지 사용했으니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자화자찬해 본다.



이제는 고추 잎을 데쳐야 한다.

물을 끓여 소금 한줌을 뿌려준 다음 고추잎을 데쳤다.

이것도 양이 많아 몇 번을 반복했다.



밤이 늦어 오늘은 빈방에 깔아 두었으나

내일은 비닐하우스의 건조기에 넣을 예정이다.


평소 안 해 본 작업을 혼자 하구선

남자도 궁하면 여자들 하는 일도 거뜬히 해 낼 수 있을을 느꼈다.



- 11. 27. 월요일 -


며칠전 내린 눈 때문에 배달이 늦어진 장작이 도착했다.

원래 통나무를 사서 직접 자르고 쪼개 비용을 아끼려 하였으나


자칫 다칠 우려가 있고 귀찮음 때문에 구입을 결정하였다.

참나무장작 3톤 을 신고 온 차량은 1톤 봉고 트럭...


이라크 IS 대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가

한국의 소형 화물차량이라는 얘기가 떠오를 정도로 무지막지하다.


한국 차량만이 적재량에 비해 몇곱절을 더 실어도 되는

견고한 차량이어서 그놈들이 즐겨 쓴단다.



그나저나 저 장작은 너무 굵은 것 같네....

처음 설치후 시험용으로 제공됐던 장작보다 세곱절 크기는 될 듯하다.


- 12. 3. 일요일 -


정오무렵인데도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가려져 있다.

이따끔 구름사이로 내리는 찬란한 빛줄기



주말에 내려온 옆지기와 큰딸을 따라 덕산온천을 찾았다.

보물마트 사장 내외가 애용한다는 가야관광호텔,


덕산호텔과 다른점은 남녀탕의 위치(층)가 서로 반대라는

덕산의 경우 남탕이 지상에 위치하여 밝고 밖이 보여 전망이 괜찮지만....


여탕은 폐쇄된 지하에 위치하여 갑갑하였을까.

여자 입장에선 보면 가야호텔이 더 낫게 보였나 보다.

뭐, 내 보기엔 비슷하다는....



더구나 어둑해 질무렴 가서 그런지 아내도

시설이나 수질이 서로 비슷해서 우열을 따질수 없다고 했는데...


내 입장에서는 덕산이 주차공간이 넓어 낫고

가야는 죽향골에 더 가까운 점에서 나은 것 뿐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수근수근...^^



- 12. 6. 수요일 -


따뜻해서 그럴까 국화에 벌레들이 발생해

화분아래 벌레(진딧물?)와 분비물이 많이 생긴다며

화분을 밖에 내 놓으면 좋겠단다.



추운 겨울날씨에 밖에 두면 얼어 죽을 텐데 말이다.

하여 홈키파를 좀 뿌렸으나 옆지기는 성에 차지 않나 보다.


화분을 잠시 눈 위에 내다 놓는 것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겠다 싶어 밖으로 내다 놓았다.

설중매라던데 설중국이라 하면 어떨까?



- 12. 7. 목요일 -


감나무에 커다란 독수리가 앉았다.

꿩을 잡으러 내려왔을까 닭을 물어가려 염탐을 하시나.


저번에 비둘기를 잡아 가던 것은 보았는데

공교로운 것인지는 몰라도 그 많던 비둘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까치는 독수리를 전혀 겁내하지 않는 듯...

바로 옆에서 수다를 떠는 듯...ㅎ




- 12. 9. 토요일 -


일주 전에 탁구반의 형님벌 회원부부께서

아피오스(인디언감자)를 수확했다며 맛을 보라고 가져왔는데...


맛이 좋아 몇알을 얻어 아내에게도 맛을 보여줬고

아피오스가 웰빙식품이란 것을 확인하고


우리도 내년에 재배를 해 보자며

씨앗용과 식용을 위해 아피오스를 인테넷 구매하였는데...

일부를 밥에 넣어 삶아 보았다.



아피오스는 감자, 밤, 인삼, 마, 콩, 감자 등의 다양한 맛을

섞어 놓은 듯이 야릇한 맛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가 구매한 아피오스는

탁구회에서 먹은 품종(토종?)이 아니고 신품종이어서


옛 종자보다 4배 정도로 수확량이 많은 장점이 있단다.

그렇지만 당도와 맛은 좀 떨어진는 것 같다.



- 12. 10. 일요일 -


설익은 고추를 비닐하우스 안에 그냥 두었더니 일부는 저처럼 익었다.

수확하여 건조기에 넣으려고 세척작업을 하였다.



두어도 붉어지지 않는 것은 더 두어도

붉지 않고 히나리가 되 것 같아 그냥 수확하였다.




푸른 고추는 썰어 튀각 만들 재료를 만들기로 했다.

저번에 만든 것을 본 아내가 다시 알려준 방법으로 자르기로 한다.




두 채반을 작업해 겨우 모든 고추를 소진 시켰다.



몇개 남은 붉은 고추는 난로 위에 놓아 두었다.



- 12. 12. 화요일 -


삭힌 고추를 점검하는 중이다.

병에 넣어 밀봉시킨 것은 아무 문제가 없어 그대로 둬야 겠다.


그렇지만 김칫통에 둔 것은 흰 곰팡이(갈가지?) 같은 것이

대나무에 끼기 시작해 물을


모두 따라 내 다시 끓였고 식힌 다음 다시 붓는 작업을 하였다.

물론 인터넷에 설명된 대로인데 맞겠지? .




다음은 고무통에 넣어 보관 중인 무우를 보완키로 했다.

무우 싹이 나면 그 무우는 바람이 든단다.



그러므로 무우의 윗쪽을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는 조언대로 하였고,



무우를 비닐 통에만 넣는 것으로는 부족하니

몇개의 비닐 봉투에 나누어 담고




입구를 밀폐시켜서

통안에 보관하는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했다.




- 12. 15. 금요일 -


설익어 붉은 빛이 도는 생고추를 난로 위에 놓아 둔 것인데

보는 것 처럼 근사하게 말랐다.



초보 농부는 모르는 것 투성이고

배워야 하는 것도 너무 많다는 것에 의문이 없다.


그래서 질문이 따르고 거기에 답을 거침없이 답해 주시는 이웃들

그들이 가까이 있어 초보농부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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