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 ] 내생애 가장 긴 연휴 끝자락
< 2017. 10. 7. ~ 10. 17. >
내 생애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공식적인 긴 연휴의 종반을 지나고 있다.
- 10. 7. 토요일 -
어제는 원래 휴일이 아니었지만
정부의 대체휴일제도 시행으로 인해 휴일로 산입 되었고
오늘을 포함하면 휴일은 아직 3일이나 남았다.
배추밭 근처에 가을 냉이가 지천이다,
그렇지만 저 맛있는 나물을 채취하지 못할 만큼 나는 분주하다.
아내는 알밤은 보관할 곳이 없으니 이제 그만 줍고...
앞으로는 상수리를 줍자고 한다.
빈자루를 들고 큰 상수리 나무아래로 갔다.
물론 쌀푸대를 거의 채울정도로 묵직하게 주워 왔다.
상수리나 도토리는 다람쥐 먹이 일텐데
아직 작년에 떨어진 열매까지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이 숲속에는 도토리를 먹는 동물이 살지 않는 거야.
그러고 보니 죽향골 근처에서 다람쥐나 산토끼를 본 적 없다.
옆 집 들깨는 아들이며 사위들이 함께
벌써 베어냈고 건조 중이다.
그렇지만 우리 들깨는 늦게 심어 아직 잎이 파랗네..
이거 좋은 현상인가 나쁜 현상일까?
추석에 뜨는 밝은달 같이 커다란 해바라기
그리고 메뚜기가 저처럼 작게 보일 정도의
대형 맨드라미가 근사하게 보이는 토요일이다.
오늘은 아내와 목욕을 다녀오기로 했다.
죽향골이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온천이 비교적 가깝다.ㅎ
엊그제 처제네와 가려고 했으나
차량정체로 미뤘던 온천을 우리 만이라도 가기로 했던 것...
언제나 처럼 여자들은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까먹는다.
특히 목욕탕에 가면 특히 그렇다는 것을....
온천장 앞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국화를 살펴본다.
색깔이 잘 조화되게 가꾼 화단, 청색에 가까운 국화꽃이 귀해 보였다.
한참을 더 기다리다 죽향골로 돌아왔다는...
- 10. 8. 일요일 -
아침 7시 솔뫼,
매듭을 푸는 성모머리아 경당에 갔었나 보다.
익은 듯한 아마란스를 수확해 김장매트 위에 펼쳐 널었다.
아마란스 색상은 여러가지가 있던데...
우리가 얻어 온 모종은 저 노란색과 빨간색 뿐이고
빨간색은 키가 더 크지만 늦게 익는 것 같다.
하여튼 익으면 벼처럼 고개를 숙이고,
어떤 가지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부러진다.
햇볕이 좋아 상수리를 말리려 펼쳤다.
건조되면 껍질을 벚기고 알맹이는 물이 담가 둬야 하며
물을 몇 번 바꾸어야 쓴 맛이 제거된다고 아내는 강조한다.
나중에 방앗간에 가져가 빻아야 하며
다시 물에 담아 녹말(전분)만을 분리해 건조해 두었다가
굴밤묵을 만들어 먹겠단다.
주차장은 들깨, 도토리, 아마란스의 건조장이 되었다.
볕이 좋아 얼마 지나면 마르겠지....
- 10. 9. 월요일 -
연휴의 마지막 날, 원래 한글날(국경일),
아침 7시 맑은 하늘엔 달이 떠 있고 그 옆으로 철새가 날고 있다.
어디에서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 밭을 거닐는 시간이 나는 좋다.
재배하는 작물들이 자신을 반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어느 누가 행복하지 않을까
땅콩 수확할 시기가 지난 듯 싶다.
그옆의 생강은 더 두어도 되지 않을 런지....
주변에선 벌써부터 고구마 수확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무성한 잎을 보아 얼마쯤 더 기다리려 한다.
사실 보름 전 시험 수확을 했을 때 알이 차지 않아
최대한 미뤄 둘 작정이었다.
어릴적 고향에선 서리가 내리면 수확했던 고구마...
그렇지만 방송에선 서리를 맞으면 저장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들깨는 익은 것부터 수확해 펼쳐둬서
마르는 데로 조금씩 탈곡 작업을 하려고 한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계단 양쪽에 피어나는국화
덕산 온천 앞 화단의 국화보다 더 예쁘다.
계단을 올라와 마당(주차장)을 본다.
저 들깨를 타작하면 우리 가족 먹을 만큼이 되려나..
구절초가 목이 마른 듯,... 물을 줘야겠네...
수도꼭지를 열어 물을 준다.
고향에서 가져온 정구지와 머위에도
물을 뿌려주고,
엉겅퀴에도 물을 뿌려 줘야지....
- 10. 10. 화요일 -
긴 연휴가 막을 내리고, 새 아침을 맞았다.
안개가 자욱한 저 대나무 숲을 구경하라며 구절초는 손짓한다.
오랜만에 비가 제법 내리겠다는 예보다.
비가 내린후 기온이 하강하면 서리가 내리겠단다.
얼고 말 것 같은 푸룬 호박을 땄다.
저 호박들을 썰어서 건조시켜야 겠네...
질길 듯한 호박 껍질을 벗겨 냈다.
칼이 무뎌 자르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속을 제거 하는게 낫겠어.~
호박 하나를 썰어 건조용 채반에 놓았다.
아직 몇개 더 썰어 두어야 하는데...
무뎌진 칼날은 호박껍질에서 미끌어져 칼질이 위험했다.
칼이 잘 들어야 손을 베지 않는다.
우선 무딘 칼을 숫돌에 갈아 잘 쌀어지도록 해야겠다.
킹숫돌 1000번과 6000번을 꺼냈고
여러가지 칼을 꺼내 정성껏 갈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칼을 갈았던 것 같다.
그 시절엔 쌀이 부족하여 분식을 장려하던 시기였지~
시골의 웬만한 집에선 저녁식사로 칼국수를 만들어 먹어야 했는데...
당시 부엌 일을 전담하던 형수(지금 82세)께서는
내게 칼을 갈아 달라하곤 하셨다.
50년 이상 된 얘기니 형수 나이는 20대 후반기에서
30초반 쯤 되었을 때 같네...ㅎ
형님에게 부탁하면 더 잘 갈 것 같은데도
그는 적당히 갈아 금세 날이 무뎌진다나? 하며 내게 부탁하곤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형수는 동갑인 형님께
그런 부탁 말 하기가 부끄러워 그랬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든다. ㅎ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나를 치켜 세우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수시로 갈았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고향을 떠난 뒤부턴
누가 칼을 갈았는지 모른다.
하여간 그때부터 익힌 칼갈이 실력을
오늘 유감없이 발휘했다.
킹숫돌 1000번에 날을 세운 뒤
6000번 숫돌으로 다시 정교하게 뒷 마무리를 하였다.
이젠 웬만한 호박껍질에서는
칼날이 미끌어지지 않겠지...
먼저 심었던 비닐하우스 옆 고구마 세 포기를
시험 수확한 결과 네 개 뿐이었으며,
못 생긴 것은 물론이고 벌레 구멍 투성이다.
우리 땅엔 고구마 농사가 잘 되지 않는듯.... ㅜㅜ
마당에 널어놓은 들깨에 비가 맞지 않도록
타프를 쳐 줘야 했다.
요즘 캠핑을 못하지만 며칠동안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야영장비를 엉뚱한데 사용한다는...ㅜㅜ
- 10. 13. 금요일 -
며칠동안 비가 내려 작물들이 좋아 했겠지만...
잡초들도 매우 반겼던 것 같다.
감 빛깔도 많이 고와 졌다.
저 번에 봐 두었던 고사리 밭 둑의 머루를 수확하였다.
품질은 별루지만 머루주를 담가야겠다.
- 10. 14. 토요일 -
막네 처제 아들이 장가 들던 날...
우리 가족은 대전의 예식장으로 향했다.
변두리 신흥도시지역이래서 주변엔 농가도 있다.
예식장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어서 안내인들이 그곳서 떨어진 길가로
주차를 유도하고 있었다.
옆지기를 예식장 앞에 내려 준 뒤
한참 떨어진 길가로 이동해 주차하여야 했다.
주차후 예식장 방향으로 걷는 길,
그 길가에 몇 살 쯤 위로 보이는 한 부부가 고구마를 캐고 있었다.
나, 고구마 농사 참 잘 지으셨네요.
그런데 왜 고구마를 이처럼 펼쳐 놓고 계시데요?
캐낸 고구마는 햇볕에 말려야 좋아요.
나중에 박스에다 담을 겁니다.
마늘 심을 준비를 하는 부부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들 옆에는 이상하게 생긴 것이 펼쳐 있어서
나는 또 물어 봤다. 이 것은 뭐래요?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아~ 그거요? 그것을 봄에 심으면 가을쯤 굵어지는 마 입니다.
나는 어린 마를 처음 구경했다.
그들은 나에게 심을 곳 있으면 함 줌 가져 가랍신다.
하여 한 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주변에는 그들의 주말농장 같은게 자주 눈에 띄었다.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데 옆집 밭에 꽃이 보였다.
그곳에도 들러 귀한 고구마꽃을 찍었다.
처가 식구들을 만났고 예식을 마친후 죽향골로 돌아왔다.
남편이 된 광석아 결혼 축하해~ ^^
- 10. 16. 화요일 -
옆지기와 서산 원광한의원을 찾았다.
주차한 뒤 실내로 들어갈 때 원장님은 손님들과 담소 중이다.
마주한 우리는 침대에 누워 순번을 기다리다
문득 보물마트 김사장이 떠올라 임간호사에게 물었다.
김사장님부부 최근에 오신적 있었습니까?
아니요., 요즘 박물관 개관 준비를 하느라 못 오시는 같다.라는
그의 답을 듣게 되었고, 진료후 아내와 덕산 현장을 찾게 되었다.
외형은 저번에 본 것과 다름이 없었으나
새로 발견한 것이 있다면 개를 매둔 것을 자세하게 본 것이다.
긴 양쪽에 와이어로프를 고정시켜 늘어 뜨린 다음
거기에 개 목줄을 느슨하게 매어 주면
개는 그 넓은 주변을 운동하며 집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키울 염소에게 적용시켜야 겠다. ㅎ
- 10. 17. 수요일 -
현관 옆 화분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추석 때 이사 온 각시취가
이젠 뿌리를 내렸는지 연보라 빛깔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마란스 꽃잎도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죽향골의 가을은 꽃과 함께 깊어간다.
오후엔 옆지기와 남문떡방앗간을 찾았다.
그집은 방앗간도 하면서 농사까지 겹업한다고 한다.
작년도에 농사지은 들깨를 가져와 기름을 짜던 중에
새 건조기를 발견하고 참고표를 찍어 두었다.
우리 건조기와 메이커가 달랐고
품목이 더 많아진 것 같아 참고가 될성 싶네...
저번에 다녀 온 합덕제가 세계관개시설물유산에
등재 됐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김제 벽골제와 황해 연안 남대지와 더불어
조선시대 3대 제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합덕제가
세계관개시설물유산 등재가 확정됐단다.
세계관개시설물유산은 세계 96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가
세계에서 인류의 발전과 식량 증산에 기여한
저수지, 댐, 수로 등 관개시설물의 보호와 유지를 위해 지정한단다.
연휴가 지나고 10월 하고도 중반을 넘어 섰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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