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수확 ] 어느 것이 더 맛 있을까

재넘어아재 2017. 11. 20. 05:35



[ 당진 ] 초보농부 수확기를 맞다

< 2017. 10. 18. ~ 10. 31. >


내 생애 가장 긴 연휴가 어느새 지났다.

죽향골은 서리가 내리면서 본격적인 수확기로 접어 들고....


- 10. 18. 수요일 -

합덕읍사무소 서실,

지난 달 열렸던 당진시서예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동훈이의 상장이 도착했단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밖에 없는 동훈군,

우수상 받은 것을 기념하여 인증샷!!, 동훈선배 축하해~~

나 보다 몇년 앞선 서예반의 고참, ^^



- 10. 19. 목요일 -

날씨가 흐려진다더니 아침부터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비닐하우스 옆 감나무는 줄기만 남기고 잎을 다 떨어 뜨렸다.



- 10. 20. 금요일 -

일거리가 산적해 있는 가을,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지친 농부에게 잠시 쉬라는 뜻이자

비 온 후 더 추워지겠다는 신호다.


풋고추를 따온 김에 점심 반찬을 만들어야겠다.

혼자 밥을 먹을 땐 반찬이라도 맛있어야 쓸쓸함이 덜 하리라.


이참에 우리 고향집 고추볶음요리를 소개해 보자.

먼저 무우와 양파, 또한 호박을 썰었고


재료인 밀가루, 튀김유, 들기름, 간장, 버섯, 소금, 풋고추

그리고 언 죽순을 녹여 펼쳐 놓았다.




스위치 넣어 달군 렌지에 기름을 두르고

호박과 양파며 새송이까지 썰어 투척한 다음 가끔 저어 준다.



주 재료인 풋고추를 채 썰고 충분히 다진다.

너무 어린 것은 제외하고 약이 적당히 올라 매운 것이 좋은 고추


사실 메밀묵집 같은데서 삭힌 고추를 썰어 익혀 만든 반찬은

누구나 먹어 본 경험이 있겠지만


우리 고향집에서는 삭힌 고추가 아닌

고추밭에서 직접 딴 싱싱한 생고추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삭힌 것은 역한 군내가 나기 십상이지만....

그렇다고 버리긴 아까워 활용하려 반찬에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생고추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발전시킨 것이 이 반찬이지 싶다.

하여튼 어느날 식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나머지


결국 우리집 만의 별미 반찬으로 정착된 것 같은데...

나중에 형수께 여쭤봐야겠네...ㅎ


암튼. 이 요리를 다른데서는 먹어 보지 못한 것을 보면

우리집에서만 만들어 먹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짐작한다.


그런데, 이 요리 방법은 알고 보면 의외로 쉽고도 간단하다.

먼저 지금처럼 생고추를 잘게 써는 것이다.


그러려면 칼이 잘 들어야겠지?

다행히도 며칠전 칼 날을 새파랗게 세워 두었으니 걱정이 없다.


다지고 다지고...또 모아 다지고

사진의 것 보다 열 배 쯤 더 잘게 다져준다.


언젠가 썰기 싫어 믹서를 사용했더니 식감이 별로였다.

죽향골에 다지는 기계가 필요하구먼...



내가 생각엔 죽순이나 버섯은

고향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던 재료이지만


없는 것 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아

나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활용할 뿐이다.


시골의 형수는 멸치 가루를 넣는 것 같던데...

죽향골에 그런 것은 없고 통멸치만 있어서 생략키로 하자.

대신 더 나을 것 같은 재료가 있으니깐...



그 다음 볶고 있는 냄비에 소금과 간장을 넣어 간을 맞추고,

들기름을 추가한 뒤 채 썬 고추와 죽순을 넣어준다.


그리고 맛을 보아 어느정도 익었다 싶을 때

밀가루를 몇 스픈 넣고 잘 섞으며 간 마늘까지 넣어 주면 된다.



밀가루를 넣으면 냄비 안은 걸죽하게 되면서

바닥이 눌어 붙을 수 있으므로 온도를 낮추고 잘 저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파를 넣어 주면 끝,

매콤하면서 중독성 있는 나만의 특별한 고추요리 탄생이오.~


그대 만의 특별한 요리를 개발해 보시라.~

요즘 재료들이 무척 다양하듯이 맛 또한 그렇지 않겠는가.


다진 고기를 넣어도 좋고 후추를 치거나

취향에 따라 들깻잎을 썰어 넣어도 그만이더라는...


넉넉히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필요한 만큼 조금씩 덜어 먹을 예정이라는.. ^^



- 10. 21. 토요일 -

육종회 모임이 있어 상주로 가는 길,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그칠 성 싶지 않지만 그래도 가야한다.



출발 때 충청도에 내리던 비는

경상도를 도착해서는 쾌청한 날씨로 변해 있었다.



오전 교육후 점심시간...

면소재지 중국음식점으로 이동해 식사하기로 했다.


외남반점에서는 주문후 요리가 시작된단다.

그래서 기다려야 했으나 대신 맛은 상상을 초월했다.


짬뽕과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각자 골라 선택하는 자유,

맛있게 먹고 마시고...





후식은 강의장에서 대봉 홍시로 했다는....



잠시 쉬는 동안 시험농장 옆을 거닐며

붉게 물든 댑싸리를 보았고



바나나 나무 가까이 가 보았다.

저 나무는 일반 열대수종이지만 영하에도 견디는 바나나 나무가

세상에는 실제 존재 한다고 한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주어진 자연환경에 따라

적응하고 변이해 가며 살아가는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 10. 23. 월요일 -


아침에 채취한 무우를 찌게에 넣어 끓이고

상추 짬으로 늦은 식사를 하고서 일산 회사로 출근하였다.

회의를 마친 다음 오랜만에 서울집에 들렀다.



- 10. 24. 화요일 -

다시 죽향골로 돌아와 땅콩을 수확하였다.




꿩을 비롯한 까치 등의 공격 대상인 땅콩,

그물을 씌운 덕분에 피해 받지 않는 포기가 있어 다행이다.

그물 값도 건지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수확량이 돼 광주리를 찾아 꺼내 담았고,




세척 작업후 채반에 담은 뒤 볕에 널었다.



- 10. 25. 수요일 -

배추에는 본격적으로 알이 차기 시작한 것 같다.

무우와 쪽파 역시 잘도 자란다.




옆 집은 콩을 수확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조금 늦어지고 있다.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비닐 하우스안의 상추가 얼 것이다.


아까우니 그 전에 부지런히 뜯어다 먹으라며

아내는 죽향골에 올 때마다 내게 말을 한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그리 쉽게 되지 않는다.



익은 고추를 수확하였고 세척해 건조기에 넣었다.

낮에는 햇볕에 널어 두었다가


밤엔 다시 건조기로 넣는 방법으로

마를 때까지 반복하면 태양초와 다름없겠지~.



그날 오후 서실에 갔다가 한 어머니로부터

맛집을 소개 받았고 혼자 먹을 때는

툭배기에다 주는 뼈해장국이 좋다는 얘기까지 해 주셨다


그런데 그곳에 가 보니

그집은 에전에 우리가 갔던 음식점이아닌가?

http://blog.daum.net/baejery/872


하여튼 저녁식사를 마치며

이번 주말 죽향골에 오는 가족들을 생각해 감자탕을 포장 주문했다.



- 10. 27. 금요일 -


건조기의 고추를 꺼내 햇볕에 널어 두고서



낫과 괭이를 들고 집 뒷편으로 갔다.

집 앞의 비닐하우스를 이곳으로 이전하였으면 하는 장소,

올 해는 이장소에 마늘을 심어 볼 작정이다.


칡넝쿨이며 잡초들이 켜켜이 쌓여 불을 지르고 싶지만

화재염려로 그러지 못해 아쉽다.


농사용 트랙터를 불러 밭갈이를 할 때에

로타리 날에 칡 넝쿨이 감겨 작업이 힘들어 질 염려가 있단다.


하여, 미리 줄기들을 낫으로 걷어 내라는 우리마을 반장님

그의 훈수로 줄기를 걷어내는 중이다.




트랙터 주인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했으나

웬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의 입장에선 조그만 면적인 우리밭에는

별 관심이 가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만일 그가 우리 밭에 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다른 사람을 찾기 보다는


다소 힘이 들겠지만 관리기를 이용해

먼지 깊이 갈기를 한 다음 로타리 치는 방법으로 갈아 보려 한다.


그 이전에 저 무더기가 마르면 불을 태우고,

재를 거름으로 뿌려야 겠지....




- 10. 29. 일요일 -


국화사진을 보니

솔뫼에서 주일미사를 보았나 보다.



옆지기는 손주녀석들을 어찌 꼬였는지

서율군과 재율군은 내게 와서 텐트에서 자고 싶다며

텐트를 펼쳐 달랜다.


텐트에서 놀던 서율은 그대로 한뎃잠을 잤으나

재율군은 무서웠는지 엄마와 함께 자겠다고 야단이다.


낮에는 할머니와 지겠다고 타령하던 녀석이

밤이 되면 간난아이처럼 울어대는 재율군을 어쩐다지?



아내는 고구마를 몇뿌리 캐 본 뒤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고대하던 트랙터가 죽향골에 들어왔다.

애타게 기다리던 우리와 주변 세 농가가 밭을 연이어 갈 게 됐다.


미리 토양살충제와 두엄

그리고 마늘전용 복합비료를 서둘러 뿌려야 했다.


관리기로 저 곳을 갈고 로타리까지 치려면

최소한 이틀은 작업해야 할 거다.



트랙터 주인인 한선생은 2년 전에는 우리마을 이장님이셨다.

오늘은 그가 유독히 고마웠다.


그의 덕분에... 초보인 내가 하면 이틀 동안 죽어라 해야 했던 일을

저 트랙터를 가져와 20분 만에 완료했다는...


몇 백 명의 수작업 분량의 일을 대형트랙터 한 대가 할 수 있다.

하여튼, 이제 비닐 멀칭을 하고 마늘을 심으면 된다.




정리를 하고 집에 들어가니.. 화장실이 소란스럽다.

3형제가 단체로 목욕을 시작했다는...ㅎ



- 10. 30. 월요일 -

어제 손주들이 귀가했다.

녀석들이 오면 좋고 가면 더 좋다는 말이 있던데...맞는 말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잘 있는지 궁금해 하며

참깨와 들깨 그리고 겉보리까지 꺼내 선별하는 작업을 하였다.




어떤 것은 선풍기로 미흡하여 키 질을 해 보지만...

아내는 도통 해보지 않는 일이라 서투르고 당최 힘들다고 한다.


옛날 어른 들은 장단을 넣어가며 잘 하더라만....

계속 농사를 지으려면 풍구를 장만해야 하겠단다, ㅎ



그런대로 참깨가 예상보다 잘 됐다면서 흡족해 한다.




들깨도 우리 가족 먹을 것은 되겠다는...




캐다만 비닐하우스 옆 밭 고구마를 수확하였다.

시험 수확했던 것처럼 역시 구멍이 똟린데다 꼬부라지고...

보다시피 품질이 형편없다는..ㅜㅜ


그렇지만 처음으로 돼지감자가 열린 것을 보면서

마냥 신기하게 여겨지기만 했다.




갑자기 나를 부르는 아내,

예전에 본 깨벌레를 아주 오랜 만에 본다며

어떻게 처리할지 묻는다.


해충인데 살려두면 내년에 더 많아지지 않을까?

곡괭이에 올려진 깨벌레...우짜지?




고구마는 큐어링이 되라며 하우스 안에 펼쳐 놓았다.

며칠후 숙성이 된 다음 상태를 봐서


보관을 할 것인지 아니면 버릴 것인지 결정하자고 했다.

다른이와 나눔하기도 민망스러운 정도다.


어느날 블로그를 방문했던 분이

고구마를 캐 보고 싶다고 하여 나는 흔쾌히 받아들였는데...


그가 빈말을 하였는데 내가 과민하였거나

아니면 그의 말데로 그 나름의 사정이 있어 방문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우리끼리 수확을 하게 됐던 것이

다행스럽답고 여겨질 지경이다.




- 10. 31. 화요일 -


집을 지으면서 외벽 둘레엔 그냥 맨흙으로

두는 것이 자연스럽고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렇지만 비로 인해 흙이 튀어 벽을 더럽히는가 하면

잡초까지 자라 불편하므로 다시 콘크리트 마감을 하기로 하였다.


애초부터 감안하였어야 했던 일이지만...

경험이 없어 미처 고려치 못했고 돈이 더 들게 됐다.ㅜㅜ


하여튼 벽 바깥 쪽으로 콘크리트 포장 작업을 위하여

건축업체에서 작업을 하러 왔다.




작업공정상 내가 도와 줄 것은 없다.

간식을 주면서 식사는 업체에서 알아서 하기로 현장 소장과 상의했다.


그 뒤 아내와 난 계획 대로 외출하였다가

오후에 돌아오자며 집을 나섰다.



한의원 진료를 마치자 점심시간이다.

귀가 길에 '가미원나루터'라는 식당을 들렀다.


오가며 간판을 몇번 보았던 집

인적이 드믄 곳에 차들이 많이 정차해있어 호기심이 발동했다.

의외로 맛이 있어 애용할 것 같네...



죽향골에 도착하자 콘크리트 펌프카가 들어 와 있었고,



레미콘 차를 기다리며 작업을 서두르고 있었다.

저 곳을 다진 후 콘크리트를 부을 것이고


와이어 매쉬를 넣은 다음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해 다져 줄 것이란다.





내가 업체관계자와 작업 현장을 둘러 보는 사이

아내는 벌써 서리맞은 고구마 넝쿨을 걷고 수확을 시작했다.


엊그제 수확한 비닐하우스 옆 밭과는

환경이 조금 다른 곳이다.


위치뿐만 아니라 심은 시기며 품종까지 다른데..

결과가 어떨지 우린 궁금해 했다.



첫 이랑은 가장 늦게 심은 곳,

그 곳에서의 수확도 땅이 굳은 상태여서 괭이로 수확해야 했고

사진에서 처럼 그리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일찍 심은 이랑의 첫 포기를 수확하던 아내가

나에게 소리쳐 불러서 갔을 때의 모습이다.



지금까지의 흉작으로 이어져 실망했으나

엊제 그런 아쉬움이 있었느냐는 듯이 씻어 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 이랑이 체면을 살려 주었다.


만일 맛까지 괜찮다면 내년 봄에는 저 고구마에서

모종 싹을 길러서 심어 봐야 겠다.



잠시 비닐하우스에 두었다가 큐어링을 위해 건조기에 넣었다.

큐어링이란 고구마를 잘 보존하기 위한 작업인데


고구마를 땅에서 캐 낼 때 자연적으로 상처가 발생하며

이러한 상처는 보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흙에서 자라다 공기를 만난 고구마는 호흡을 열심히 하게 되는데

그때 표면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 썩기도 한단다.


문헌에 따르면 고구마를 수확후

섭시 32도(30~35도)로 3일 정도 둘 경우,


더많은 호흡을 유도함으로써 수확시 생긴 상처의 치유를 돕고

해로운 성분까지 제거 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구마는 인간처럼 평상시에도 호흡을 하므로

박스 보관시 구멍을 내 주어 공기의 흐름을 도모해야 썩지 않는 단다.


더불어 고구마는 숙성과정을 거쳐야 맛이 나며,

13도 이하에서는 냉해를 입으므로 그 이상인 14도 정도가

가장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온도란다.


우리 토굴 안의 기온이 그와 비슷하기에...

큐어링후 토굴로 이동시켜 보관할 에정이다.



우리가 고구마를 비닐하우스 안으로 옮길 무렵

공사도 마무리 됐고 그들이 돌아갔다.


그들은 나에게 며칠 동안 아침 저녁으로 콘크리트 위에 물을 뿌려 주라했다.

저 곳이 굳은 다음에는 잔자갈을 깔아볼 생각이다.



그렇게 죽향골의 10월이 지났다.

가수 이용의 10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노래도 듣지 못한채...


우리는 그날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언제 잠 들었는지도 모르도록 깊은 잠에 빠졌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