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 ] 죽향골의 가을이야기
< 2017. 9. 17. ~ 9. 25. >
지난 9월 일상 둘째 모음
- 9. 17. 일요일 -
우리가족 벌초 행사가 있는 날,
하여 예초기와 낫 그리고 갈퀴를 차에 싣고 고향땅으로 향했다.
어느새 그리운 산하의 부모님 묘소에 올랐다.
약속시간이 지나는데도 나 혼자였다.
인사를 올린뒤 기다리다 묘지 앞 새로 지은 주택 옆에 섰다.
화단의 꽃을 볼 때 주인 마님께서 나오셨다.
주차하는 소리에 나왔다는 주인아주머니,
우리가 벌초하러 왔다는 것을 알고 커피 마시겠냐며 말을 걸어 오셨다.
도시사람이래서 뒷편에 산소가 있는 것을 싫어하기 십상이지만
이분은 산소가 오히려 친근하고 자기들을 지켜주는 느낌이 든단다.
산소가 있어 더 푸근하고 든든하단다.
어릴적 마을 주변 산소에서 많이 놀아 본 나 같은 감성 소유자 같당~...ㅎ
집주인은 우리 문중에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도와 준 덕택(부지 매각)에 이쁜 집을 지었다며... 매년 차를 내오신다.
인천에서 살다 아저씨 은퇴후 함께 귀촌하기로 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이곳을 찾아 정착했다고 하셨다.
지금의 시골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는 아주머니,
올해는 작년보다 화단이 더 풍성해진 듯하다.
마을 전체가 말끔히 정돈된 느낌이고...
산골이어서 가을이 더 빠른 것 같네...
그렇지만 저편 밤나무의 퍼런 잎과 밤송이를 보면
아직 익을 시기는 멀은 듯하다.
출발하면서 시험한 제초 기계들이 시동이 걸리지 않더란다.
불가피하게 농기계센터를 다녀오느라 늦었단다.
기계는 이따끔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실증하는 것 같다.
하여튼 모인 가족들이 작업을 개시했다.
동력 제초기와 예초기 3대 가 엔진음을 낸다.
서울 환이만 총각이고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가 기혼자다.
전주동 벌초를 끝내고 사당골로 이동하였다.
지천인 고마니를 휴대폰에 담았다.
농로에 주차해 두었는데 못에 찔러 펑크가 났다.
보험사에 연락해 정비차량이 왔으나 타이어 옆꾸리가 못에 찔려
수리가 불가한 생태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타이어를 교체하게 생겼네,
츠암 나~ 내년부터는 다른 차에 동승해야겠다. ㅜㅜ
왕대추를 실컷 따 먹었다.
- 9. 18. 월요일 -
지난주 주문한 미니 스프링쿨러 자재가 도착하였다.
지하관정에 임시 호스를 연결하고 스프링쿨러를 설치하였다.
쬐끄만 한 것이 안개처럼 물을 뿜는다.
- 9. 19. 화요일 -
저녁 때 찾은 탁구교실,
여성회원들이 만든 부추전은 맛이 그만이었다.ㅎ
- 9. 20. 수요일 -
한글서예반원들과 점심식사를하려 딸부잣집을 찾았다.
배추를 횡방향으로 써는 것이 신기했다.
농촌 주변을 다니다 보면 볼거리가 제법 많다.
밭에 심긴 작물을 살펴도 괜찮고 저수지옆의 억새를 봐도 좋다.
올해 고추 작황은 아주 좋지 않으며
탄저병이 발생하여 대부분 수확을 포기한 것 같다.
- 9. 21. 목요일 -
서산으로 한의원 진료가던 날,
한 무리의 라이더가 내 앞을 달려 추월해 간다.
여성의 날씬한 뒷 모습이 씩씩해 보였고,
뒤에서 차량을 저지하며 달리는 버펄로 사내도 폼이 난다.
타이어뱅크에 들어갔다.
펑크난(벌초 때) 타이어를 수리하려 왔다고 했다.
담당자 왈, 타이어가 차량무게를 견디지 못해 많이 닳았고
편마모까지 있어 발생한 펑크라 수리불가 입니다.
어찌 RV차량에 승용차용 타이어를 장착했는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한국타이어매장 담당자가 권해서 교환한 타이어,
어찌 1년도 못돼 닳고 펑크가 났다니..
나도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권하는 것으로 교환해야지 별 수 없다.ㅜㅜ
읍사무소 서예교실을 찾은 다음
5일장이 열리는 합덕전통시장 들러 죽향골로 들아왔다는...
- 9. 22. 금요일 -
고향에서 캐 온 정구지뿌리와 머위뿌리를
어제 뒷 밭을 일군 후 저녁 일부 심었다.
오늘 아침엔 미처 다하지 못한 엉겅퀴까지 마저 심었다.
엉겅퀴꽃술이 발렌타인 30년산 보다 훨 낫다던데 정말일까?
방아꽃에 흰나비와 갈색나비가 앉았다.
점심무렵 도착한 아내와 배나무를 찾았다.
지난번에 따 먹어 보니 그야말로 꿀맛이 었던 그 배나무다.
얼른 따야지 농익으면 스폰지 같이 퍼석해 진다는 아내,
개을러 농약 몇번 치지도 못했는데 고맙게도 배들이 잘 나랐다.
한양동이는 따로담아 아내와 앞집 할머니네 나눠 드렸더니
놀라면서 너무 많다고 하시지만 받아주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 십여년간
전혀 배를 따먹지 못했다는 할머니께서 감동하신다.
나눔은 당연하고 어차피 우리가 다 먹지 못할 분량이다.
주변 집들도 다니며 나눠 드렸다.
급수 덕분일까 배추는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아내와 뒷산에 알밤 주으러 갔다.
알밤보다 버섯이 신기해 찰칵...무슨 버섯이지?
- 9. 23. 토요일 -
지하수 펌프에는 수량계가 달려 있는데...
이제 겨우 5톤을 사용했다.
24시간 동안 연속해서 작동시킨다 해도
목표수량이었던 30톤을 품어내지 못할 것 느낌이다.
주배관 굵기가 25미리지만 일부는 15미리에 지나지 않아서일까.
스프링쿨러의 수압이 부족한 듯 했다.
하여 배추밭까지의 거리 30미터 구간을
25미리 배관으로 교체하였으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어제 심은 정구지에 비닐멀칭을 해 주었다.
육종회 모임을 위하여 상주로 가는 길...
그 길은 크스모스가 한들한들 춤을 추는 길...
오전 강의를 들었으며
잠시 쉬는사이 방앗간 어르신을 찾아 뵈었다.
저 나무에 비닐하우스를 만들면 바나나가 열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면서 웃으셨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곶감공원으로 이동했다.
네이버 녹강카페로부터 교수님께
육종연구회와 함께 합동으로 정모를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단다.
녹강카페와 자매카페인 우리 육종연구회가 잘 운영되고
회원 단합이 잘된다는 것을 알고
우리가 주선해 줄 것을 부탁한 것이기에 수용했으나
그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고
장소 답사차 곶감농원으로 이동했단다.
강당과 숙소를 보았으며 식사문제 등 이런저런 토의를 하였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죽향골로 향했다.
아내는 내가 외출한 사이 알밤을 또 주어왔단다.
어제도 주었는데 냉장고에 넣을 곳이 마땅치 않을 것있데? 했더니
아직 주을 것이 많으며 그냥 버려 두긴 너무 아깝다며
서울 지인들에게 나눠 주겠단다.
나는 차에서 사과상자을 꺼내 왔다.
거창에서 과수 농장을 하시는 분이 회원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때 내 놓을 것이 없는 난 머슥했었다.
- 9. 24. 일요일 -
돼지감자 노랑꽃이 여기저기에서 피어나
더 눈 부신 주말 아침이다.
물을 듬북 주었는데 벌써 흙이 메말라 있다.
아이들이 잠자며 차낸 이불을 다시 덮어 주듯이 보살펴야 하는 식물들,
고향에서 공수돼 온 어린 식물들이니 귀한 손님들이다.
수시로 물을 뿌려 주어야 한다.
9월 종반에 들어서자 죽향골엔 꽃이 제법 피어난다.
화분의 국화도 기지개를 펴고...
구절초도 잠에서 깨어난 듯
며칠 후이면 꽃망울을 터트릴 듯하다.
계절 중에 꽃이 많아서 봄 가을이 좋은 듯.
아내가 오면 죽향골은 반찬이 풍성해진다는....
- 9. 25. 월요일 -
아내가 잠들어 있는사이 알밤을 주으러 갔다.
자욱한 새벽 안개, 송알송알 맻혀있는 물망울의 향연을 본다.
어릴적엔 알밤을 서로주으려 하여 개으르면 소득이 없지만
요즘은 줍는 사람이 별로 없어 마음껏 줍는다.
그런면에서는 참 풍족한 세상인 것 같다.
굵은 것들만 골라 담아도 바구니는 금세 묵직해진다.
주은 알밤을 그대로 두면 금세 벌레집이 된다.
그래서 줍지않고 벼려지는 알밤들을 아깝다는 옆지기
도토리처럼 묵을 만들수 있으면 좋겠단다.
안개를 머금고 쑥쑥자라는 쪽파와 배추
들깨 알이 통통해지고 무우도 실한 편이다.
대공이 내 팔뚝보다 굵더니 해바라기 꽃은 쟁반같이 크다.
돌계단 틈으로 자라난 까마중,
어릴 때부터 자주 봐온 하찮은 식물인데 급속히 자란다.
아내는 방송에서 버릴게 없는 식품이라 했다며
절대 뽑아내지 말라며 당부한다.
도대체 얼마나 자라려는 것인지
영역의 지름이 1미터를 벌써 넘어서 계단의 절반을 덮었다.
사실 어릴 때 먹어 본 까마중의 맛은 별로였다.
그렇게 깊어가는 죽향골의 가을은 기록한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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