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 ] 긴 연휴를 기다리는 농부
< 2017. 9. 26. ~ 10. 3. >
내 생애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긴 연휴를 앞두고 있다.
- 9. 26. 화요일 -
이곳 당진에 귀촌한 이래
'내포지역"이란 말을 심심치않게 듣는다.
대충 삽교천 지역을 그리 부른다고 어렴풋이 짐작은 했으나
오늘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검색해 봤고... 결과는 다음과 같다.
충남 서북부 지역인 서산 예산 홍성 태안 당진 전 지역과
아산 보령의 일부 등의 지역을 말한단다.
비슷한 문화와 의식을 공유한 지역으로 고려 시대에
내포라는 용어가 등장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충청도 서북지역을
지칭하는 일반화된 용어라는 것,
사람들이 일상적 생활을 통해
그 지역의 지형, 경관, 문화, 역사 등을 공유하면서
이 과정에서 함께 공감적으로 체험한 이해를 바탕으로 장소감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장소감으로 설정된 지역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단다.
우리 역사에서 이곳 내포지역은 바닷길이 개방되어 있을 때에는
바다를 통한 외국 문물 수용의 창구 역할을 해 왔고
바닷길이 폐쇄되어 있을 때에는 잦은 외국 세력의 침략이 있었기에
독특한 역사적 특징 등으로 인해 장소감이 형성될 수 있었단다.(펌)
하여튼 그 내포지역에 속한 예당평야 어느 구석,
벌써 벼배기가 한창인 그곳을 지나는 길이다.
나는 이곳 농촌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이
이지역 사람들은 농사를 참 편하게(쉽게) 짓는 다는 것이다.
경지정리된 벌판이어서 접근이 용이하고
삽교천 물이 공짜로 공급돼 필요할때 언제든지 쓸 수 있음을 본다.
그래서 어릴적 천수답 다랭이논 일색이었던
고향과 거기에서 힘들게 농사짓던 조상들을 생각나게 한다.
얼마전 농업기술센터 교육때 자료를 보니
1가구당 논농사 면적이 2만평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릴적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넓은 면적이다.
좁은 경지면적에 온가족이 매달리는 시대가 지나고
지금의 농부는 다방에서 김양과 차를 마시며
휴대폰으로 이일저일 전화로 주문하는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
기계와 농약과 비료 그리고 과학화하고
분업화한 영농기술이 가져온 결과가 아닐까
하여튼 갈고 씨뿌리며 심어 키우고 거둬들이는 것들을
직접하는 이가 거의 없다고 하는 시대다.
사실 나는 지금 염소를 보러 가는 길이다.
어떻게 기르는지 살펴 보고 죽향골에서 키우는데 문제가 없으면
당장 두 마리쯤을 풀어 놓고 싶었던 것...
수소문하여 방문했던 그 집에는 닭까지 기르고 있었다.
요즘 달걀도 문제가 많다는데 닭을 직접 기르면 해결이 되리라.
그러나 가축을 기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들이 기거할 우리(집)를 반드시 지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사람이 집을 비우더라도
가축이 굶지 읺도록 먹이(사료)를 줘야 한다는 것들 하며
사료는 축협에서 구입할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내 형편상 아직 어러가지 준비가 부족해
내년에 다시 검토하기로 하고 그냥 돌아와야 했다.
- 9. 27. 수요일 -
거실 앞 구절초에 나비가 앉아 있는 새벽,
싸늘한 저 꽃술에 앉아있는 것을 보면 저 나비는
저기에서 밤을 세운 것 같다.
근접촬영을 해볼까 싶어 가까이 접근하는 순간
나비는 날아가 버린 아쉬움..
배추잎에는 달팽이와 민달팽이가 진을 치고있다.
일일이 제거하기 힘든 달팽이는 일반 농약으로 듣지않는다.
달팽이 전용약을 사와야 겠네....
다행히도 무우는 먹지 않는 달팽이가 고맙네....
복분자 가지아래 꽃들이 한창이다.
까마중이 하나 둘 익어간다.
어느날 지인 중 한 분이 뚱단지(돼지감자)는
함부로 심지 않아야야 한다고.. 조언했다.
돼지감자는 생존력이 강해서 한 번 심으면
퇴치하고 싶어도 제거가 무척 어려운 식물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데 뚱단지를 절구에 넣고 빻은 다음 버리더라도
버려진 그곳에는 수많은 후손들이 다시 태어 날 정도라는 것,
나는 사실 꽃이 이쁜데다 건강식품이라 해서
심었는데...조심해야 겠다.ㅜㅜ
합덕읍사무소 서실...
회원들은 요즘 어디인가 출품한다고 연습이 한창이다.
나는 아직 실력이 미천하여 포기...ㅎ
스테피아 잎을 수확하였다.
작년 비닐하우스에 심었던 두 포기의 뿌리에서
올해 새싹이 돋아나 신기했던 스테피아
잎을 입에 넣고 물면 옛적 당원처럼 단맛이 우러난다.
사람들은 설탕초라고도 부르며 설탕대신 사용할 수 있다고....
잎을 응달에서 말려 가루를 내어 설탕처럼 사용한단다.
그날 나는 저녁으로 염소처럼 푸성귀를 반찬삼았다.
- 9. 28. 목요일 -
몇포기의 해바라기가 보름달 같은 꽃을 뽐낸다.
지름이 40센티 정도로 크다는....
아내와 귀경하여 홈플러스 윗층의 드마리스 시흥동 점을 갔다.
우리 담준(찬율)이 귀 빠진 날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사회적으로 보통 1~2명의 자식을 낳는
문화가 형성돼 있고 또 그런 생활에 젖어있다.
그리고 1~2명의 자식에게는 부모들이 장소를 빌어
손님을 초대해 거나한 잔치를 벌이지만
셋째 이상은 지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아쉽게도 담준의 돌잔치를 생략하기로 하되 그래도 서운하니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단다.
가족사진을 찍는데 둘째 담돌이(재율)의 표정이 이상하다.
세 번이나 시도하였으나 마찬가지....
아마도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사진을 찍을때 미소를 지으라는 교육을 받았나 본데
아직 어려서 따라하기가 서툰 것이다.
하여 찍은 사진을 담돌이게 보여주며서
더 클 때까지 그냥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자고 설득했는데
고집 센 담돌이가 그렇게 할지는 알수 없다.
- 9. 29. 금요일 -
어제 귀경후 하룻밤을 지낸다음 오전 이사회 참석하였다.
아내와 죽향골로 내려 왔으며 뒷산에 올랐다.
둘이 주은 알밤을 합치니 시장 바구니 한 가득,
아내 왈 알밤을 하루저녁 물에 담가 두면 벌레들이 익사하며
그후 냉장고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알밤에 벌레가 생기는 걱정을 덜수 있다고 TV방송에 나왔단다.
하여 욕조에 불을 받아 알밤을 잠수 시켜두었고,
- 9. 30. 토요일 -
그 다음 날도 밤을 주어 침수시켰다가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
이젠 냉장고가 비좁아 밤을 줍지 못할 지경. ㅋㅋ
- 10. 1. 일요일 -
새벽의 솔뫼성지,
매듭을 푸시는 성모마리아 경당에서 미사를 모셨다.
귀가 길에 면천저수지를 거쳐 왔다.
연휴가 계속되서 일까 낚시꾼이 제법 보였다는...
죽향골에서 첫 가을을 맞는 구절초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하고....
국화까지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며.
구절초 꽃잎엔 이슬 물방울이 맺혔다.
- 10. 2. 월요일 -
초록빛 일색이던 감이 한층 가을 빛깔을 내기 시작한다.
김장배추에 달팽이약을 놓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저처럼 놓아두면 달팽이들이 찾아와 먹으며
맛있게 먹은후 사망한다는...
진작에 보살펴 주지 못해 그저 미안할 뿐....
가뭄이 지속되던 시기에도 비닐하우스 내부의 작물에는
샘에 연결된 펌프를 가동해 물을 주었다.
그로인해 물이 하우스 밖에까지 스며들었을까
고구마도 뚱단지도 땅속의 열매는 어떨지 모르지만
잎만은 아주 무성하다.
장기간 연휴를 맞아 불가피하게 며칠간 비워야하는 죽향골
이것저것 무리가 없게 귀성 준비를 마쳤다.
죽향골을 출발해 고속도로에 접어든 것은 오후 다섯시,
너무 늦게 출발했는지 의외로 고속도로가 붐볐다.
영동읍내에는 식당영업이 끝날 무렵에 겨우 도착하였고
마지막 손님으로 올뱅이국밥을 먹을 수 있었다.
처제는 지기들 집으로 오라고 하지만
우리는 한뎃잠이 편하다.
숲 속이래도 물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
그래서 아내는 나를 월류봉으로 이끌었다.
월류봉은 과거 지역주민들만 찾던곳이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알려져 많은이 들이 찾는 유원지가 되었다.
그래서 근래 깨끗한 화장실과 세면장이 갖춰 졌기에
우리가 이따끔 고향을 찾을 때면 하룻밤 한뎃잠 장소로 이용하곤 한다.
그곳에 도착해 아내가 세면장에 갔다.
나는 그사이 저번의 그 장소에 텐트를 막 쳤을 때
떠 있던 달은 제1봉 위에 닿아 있었다.
월류정엔 지난번까지 없었던 조명시설이 갖춰지고....
그 아래 강물에는 견지 낚시하는 사람이 보인다.
달빛이 흐르는 강물에서 하는 낚시하는 풍경은 좋으나
물이 차가와 많이 추울 것 같네...
세면장에서 도착한 아내도 춥겠다고 한마디..
나도 씻고 깊은 잠에 빠졌다.
- 10. 3. 화요일 -
새벽녘이 되자 텐트 밖이 소란스럽다.
깨어나 보니 한 무리의 사진찍는 사람들이 었다는....
초보 사진가들인 것 같은데....
게중에는 고수도 있어서 포인트를 알려주는 듯했다.
그들 덕분에 나도 새벽풍경을 담는다.
우리가 한뎃잠을 자러 온 월류봉에
마침 운무가 내려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새로 꾸며진 듯한 월류봉 안내판,
구절초가 피어난 월류봉 풍경
시시각각 운무가 변화하고 있었다.
하류측의 미루나무에 노란 단풍이 들 무렵에 찾고 싶은데...
좀처럼 그 기회가 나와 닿지 않는다.
그 아침, 월류봉을 뒤로하고 우린 철수했다.
아내를 읍내 처제내 배웅해 주고서 내가 찾은 곳은 양강 지촌리 뒷산
작년의 그장소에 올해도 능이가 있는지 찾아가는 길
주차를 하고서 멋진 밤송이를 보았다.
다시찾은 작년의 그 장소,
능이를 기대하고 땀 흘리며 다녔으나 쓸모 없는 버섯만 눈에 띤다.
송이를 닮아 얼핏 송이인 줄 착각하게 했던 버섯
손으로 만지면 쉽게 으스러진다.
진짜 송이는 매우 단단해서
웬만큼의 충격에도 형태를 유지되고 결이 있다고 한다.
암튼 아쉽게도 능이버섯은 물론이고
밤버섯이나 싸리버섯 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촌리와 산막리의 경계인
800미터 능선에까지 올랐으나 허탕을 쳤다.
어느 짐승일까 굴을 판 흔적 앞에서
잠시 숨을 돌리다 하산하였다.
작년에는 못 보았던 예쁜 전원주택
읍내로 나가는 길,
그 길가 고구마를 수확하는 가족을 발견하고 멈췄다.
아낙에게 고구마가 잘 된 겁니까? 하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점심으로 처제내가 사준 얼큰칼국수를 먹었다.
처제네를 잠시 들렀을 때 똥그랑땡을 만드는 중이었다.
명절후 요양원 장인어른 찾을 때 드리려 한다는...
그후 그리운 고향 땅
보고픈 정든 가족들을 만났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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