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 ] 초보농부의 지난 9월 일기
< 2017. 9. 3. ~ 9. 16. >
어느새 죽향골은 여름이 가고 가을로 접어들었다..
이제부터 그 가을의 9월을 기록한다.
- 9. 3. 일요일 -
어릴적 고향에서 본 가을을 기억해 본다.
가을에 접어들기 전엔 나무의 잎새와 열매는 온통 초록색,
내 고향 감고을이 그랬다.
여기저기 수많은 감나무들에게 에워싸인 고향마을
그렇지만 9월이 되면 초록색은 차츰 성숙해
파랗던 감 자채가 조금씩 커 가면서 어린티를 벗는다.
계속 파랄 것 같은 넒직한 이파리와 함께
열매가 9월 부터 점차 붉어지며 가을 깊숙히 다가선다는 것을
초등학교 다니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죽향골에 한그루 남은 저 감나무를 쳐다보니
가을 냄새는 전혀 나지 않고 아직 여름이다.
한 낮의 날씨가 얼마나 뜨거운지....
지난 주말 죽향골을 비우고 서울에 다녀오는 사이
애써 심고간 배추 모종 절반 가량이
열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말라 고사하였다. ㅜㅜ
아이고~ 이제 어떻하냐고?
어떻하긴, 모종 구입해 다시 심어야지 별 수 없다.
- 9. 4. 월요일 -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되어서 일까
누가 찾아 왔는지 아침부터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얼핏 현관이라고 생각 했으나.
잠시후 안방, 그다음은 주방 순으로 한바퀴를 돌더니
이제는 거실에서 나는 것이다.
거실로 가 보니 박새가 찾아 온 것이었다.
박새가 텃새가 아니라 철새였나?
먼저 번 후투티에 이어
이녀석도 우리집 창문이 신기하였던 게다.
저렇게 쬐끄만한 녀석의 주둥이가 그토록 강할까
사람이 두드리는 노크소리를 뺨칠 정도로 유리창을 쪼아댄다.
녀석의 부리가 아프지 않을까?
앞에 선 창문은 거울같이 비친다.
그래서 창 앞을 찾은 박새는 또하나의 자기를 발견할 것이고
그에 따라 거울을 처음 본 원숭이 처럼 별짓을 다 한다.
순서는 거실에서 안방창문...그 다음은 뒷켠으로
쪽문을 타고 날갯짓을 하며 다녔다.
그날 고추를 수확했다.
- 9. 5. 화요일 -
새벽 6시 10분, 그날도 아침부터 노크를 해 댄다.
엊그제 박새가 다시 찾아 온 것을 잠시 잊고 나는 또 한번 속았다.
그후에도 아침이면 수시로 찾아왔으며
나중에는 친구들을 이끌고 합께 방문하기도 한다는....
배추모종을 사러 합덕시장에 갔다.
옆집은 "불암3호"를 심는다고 하며 맛이 제일좋다고 했다.
같은 조합원이기에 매년 농협에서 배추모종을 무상으로 제공하지만
그를 마다하고 종묘상에서 구입해 심는데는 이유가 있다.
농협에서 제공하는 배추모종은 김장 맛이 덜해서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2년 동안 심었다.
그렇지만 김장을 같이한 우리나 처제들도
배추맛이 너무 좋다며 흡족해 했었다.
그런데 종묘상에서는 올해는 더 좋은 품종이 나왔다며
내게 소개를 하는 것이 아닌가
작년 것에서 더 진화한 불암플러스란 품종이 있고,
또 그보다 더 좋은 항암(암을 예방하는)배추 모종도 있다는 것,
그러나 항암은 검증도 안돤 것 같고 가격이 비싼 듯하다.
그래서 맛이 좋다는 불암플러스를 선택하였다.
하여 우리집 배추는 농협에서 준 배추와 불암플러스가 섞였는데..
나중에 김장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그런데 농사짓는 이들의 글을 보면
배추 모종은 시중에서 가장 비싼 품종을 구입해 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란 내용이 있다.
하여튼, 배추를 심기 일주일 전에
들깨를 수확한 이랑에 무우 씨앗을 파종하였고...
무사히 발아 해 주었다.
그 옆에서 자라고 있는 고구마 한뿌리를 시험 수확해 보았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열매가 들어있지 않다.
잎이 저처럼 무성해서 고구마는 풍년일 거라 짐작했는데..
전혀 아니올시다 였다.ㅜㅜ
고구마는 줄기가 뻗으면서 고랑에 뿌리를 내린곤 한다.
그렇게 되면 고구마 알이 잘 크지 않으므로
줄기를 가끔씩 들춰서 뿌리가 땅에서 분리되도록 하란 말이있다.
또한 어떤 사람은 그럴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그래도 모를 일이라 생각돼 일일이 고랑을 다녔고
고구마가 주렁주렁 매달리라는 주문까지 외면서
줄기를 땅에서 분리해 주었다는....
- 9. 6. 수요일 -
지하수 개발업체가 죽향골에 왔다.
지하 깊숙히 뚫은 파이프 속으로 넣을 수중펌프와
그를 제어하는 콘트롤 박스를 입구에 설치한단다.
지하수는 가뭄에 대비한 농업용수 공급이 주 목적이지만...
식수 등 생활용수로도 사용할 것이다.
평상시 하루 10톤 정도면 충분하겠으나...
갈수기에서는 30톤 이상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라야 한단다.
하여 목표수량은 하루 30톤으로 정해졌다.
당초 계약 당시엔 지하100미터까지 뚫는 것으로 견적하였었다.
그런데 깊이는 실제 뚫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며
물이 잘 나오는 깊이까지 파야하기에
더 깊을 수도 있고 더 낮은 깊이 일 수 있다고 했었는데...
최종 샘의 깊이는 88미터로 수정돼었다.
60미터 쯤에서 수맥이 형성돼 있었던 것 같다.
그아래로 계속 20미터를 더 굴착해 80미터 지점에 이르자
사장님은 작업을 중지 하더니 내게로 왔다.
우물은 깊을수록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아니하고 지표수를 먹던 그 시절의 얘기란다.
일반적으로 깊은 곳이 오염이 적은 당연시 된다.
그렇지만 근래의 굴착 장비가 발전하여 깊게 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단다.
깊어야 좋다고 해서 무조건 깊은 곳까지 뚫는 경우
오히려 단점이 발생하는데...
지금 현재 대수층 아래 20미터까지 계속 암반층이 지속되고 있으며
더 깊게 뚫어도 암반일 것으로 경험상 판단된단다.
그리고 암질은 청암층이며 그 암반 구멍에 물이 고이게 되고
그 물을 수중펌프를 통해 지상으로 폼어 올리는 원리인데
그런 과정에서 석회 등 바위의 유해성분이 물에 녹아 포함되며
암반 구멍이 깊어 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로인해 물의 순수성이 떨어질 수 있는가 하면
모터가 깊은 곳에 위치해야 하기에 지상까지의 거리가 멀어져
결국 전력소비도 더 커지는 단점이 있다면서
여기서 중단할 것인지 아니면 더 팔 것인지를 결정해 달라는 거였다.
나는 즉시 결정을 짓지 못해 지인 둘에게 전화를 하였고
그들로부터 조언을 구해 참고하여야 했다.
그들은 업체 얘기가 맞을 수도 있고 또한 틀리 수도 있으니
그래도 조금만 더 파라는 조언해왔다.
결구 결국 8미터를 더하여 88미터로 결정하였는데...
아무래도 숫자 88은 행운을 가져다 줄 것 같았다는....
힘좋은 업체 직원의 모습이 보인다. ㅋ
- 9. 7. 목요일 -
건조실의 고추를 꺼내 꼭지를 분리하고서
건조기에서 고추채반을 꺼내 햇볕으로 이동해 널었다.
밤에는 건조실에서 인공으로 말리고
낮에는 태양빛을 쪼여 빛깔 좋고 맛도좋은 태양초로
변신을 도모하는 것이다.
- 9. 8. 금요일 -
엊그제 에초작업을 했던 집 뒷켠을 바라본다.
원래 지목이 전(밭)인데 각종 넝쿨들이 켜켜이 뻗어 쌓여있다.
몇년동안이나 방치하였을 저 곳도 집터로 그만이지만
나는 이곳에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집가까이에는
아내의 귀촌 조건인 찜질방을 어디쯤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올 가을에는 저 잡초들을 제거하고
마늘을 심을 작정이다.
마늘을 몇 접이나 팔아야 찔질방 지을 여유가 생길까.
아무래도 내훗년이 되서야 가능하지 싶네...
홀로 죽향골을 지킬 때이면 내 밥상의 반찬은 종류가 간단해 진다.
아내는 죽향골에 올 때마다 이것저것 준비해 주지만....
꺼내고 다시 집어 넗기가 왜 그리도 번거로운지...
실제 내가 요리를 하더라도 반찬 한 두 가지면 족하다.
아내는 오후 무렵 딸 아이와 함께 죽향골에 내려 오겠단다.
그들이 좋아하는 참외를 수확해 두었다.
일반참외, 사과참외, 밭둑에 자생한 사과참외(개똥참외?)
아내로부터 점심쯤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전화가 왔다.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딸부잣집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그 식당에서 나오며 본 커튼의 모습이 예쁘다.
- 9. 10. 일요일 -
막내 찬율을 안은 아내와 솔뫼로 주일미사를 갔다.
그런데 여느날 처럼 성당에서 미사를 열지 않고
야외무대에서 미사를 본다고 하는 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앉을 만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순례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날에는
그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담준을 안고 한참 서있던 아내가 겨우 앉았다.
옥련동?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동네다.
검색을 해 보니 인천 송도에 있단다.
미사를 마친뒤 주차장으로 나오는 길
주차장서 있는 수많은 버스들
그 앞으로 아이를 안고 가는 아내를 불렀다.
좌측의 코스모스 밭을 발견한 것이다.
가을꽃의 전령사 코스모스 동산이 있었다.
버스의 번호판을 보니 충북 차들이 열지어 있고,
그 다음 옥련동성당의 인천 버스들,
그리고 먼쪽에는 운교동성당의 강원도 버스들이 있었다.
아내는 오늘 점식식사는 외식하잡신다,
점심하기 귀찮다며 칼국수를 먹자는데 내가 별 수 있나.
하여 원동리 원산칼국수집을 찾았다.
- 9. 12. 화요일 -
어제 강남성심병원에서 정기혈액감사가 있는관계로
그저께 귀경했었고 오늘은 결과를 보러 가야 한다.
진료를 마친뒤 처방전을 받아 챙기고서
동대문시장으로 가는 중이다.
합덕읍사무소 서예반을 나간지 어언 한 달?
그 곳의 선배들은 무슨 전시회에 출품을 한다며 한참 연습 중이다.
그런데 출품작을 쓸 때는 글자를 보기좋게 정렬시켜야 한다.
서울 문화원에서는 화선지를 글자수에 맞춰 접었다 펼쳐서 사용하던데
이 곳에서는 화선지 아래에 하얀 헝겁을 두되
그 흰 헝겁에 글자수에 맞는 사이즈의 모눈을 그린다는 것이다.
하여튼 그 헝겹을 동대문시장에서 단체로 구입해 왔단다.
내가 서울에 갈 때 구입해 달라며 부탁을 하는데 내 어찌 거절할 수 있으리오.
그 동대문시장은 흥인지문(동대문)인근에 있다.
국보 제1호가 남대문이었으나 화재사고 이후에도
그 지위가 계속유지 되는 것인지 아니면 변동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흥인지문은 보물 제1호 라고 설명돼 있다.
신청자 7명이 5마씩 계 35마를 구입하였는데...
부피와 무게가 상당하였기에 택배비까지 계산하였다.
그날 저녁 죽향골로 돌아 왔다.
방송에서는 냉수를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단다.
하여 앞으로 따뜻한 보릿차를 끓여 먹기로 했다.
하여 보리를 볶기로 했는데...
이거 예상에 비해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일정하게 볶아지지 않더라며 아내에게 말했더니
기름집에 가서 볶으라며 귀뜸했다.
- 9. 13. 수요일 -
새벽녘이면 안개가 자욱하게 낀다.
그만큼 일교차가 크다는 얘기
흰색 리시안서스 5형제
그 날 오후 합덕읍사무소 서예 시간,
이곳 회원들은 매일 음식을 나눠 먹는 좋은 전통이 있다.
나눔의 미덕 같은 그런 풍습이지 싶네
어떤이는 밤을 삶아왔고 어떤 분은 떡을 만들어 왔으며
또 다른 어떤 분은 농장에서 포도를 따 오셨다고 한다.
이곳 문화는 대도시(서울)와 제법 다르다.
- 9. 14. 목요일 -
한문 서예 강습이 있는 날
면천에서 합덕으로 가는 길 중간의 코스모스 길을 지난다.
읍사무소현관에 그림반(수채화반?)의 작품들이 보였다.
아침 이슬 내리는 코스모스 풍경이 썩 괜찮네..ㅎ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구입한 천이 도착하였다.
그런데 헝겁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어 길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여 신청자 숫자데로 7등분 하는 것이 아리숭하다.
결국 회원들은 롤을 모두 풀어 길이를 확인하고 나누기에 이르렀다.
성가시긴 하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까지 좋단다.
다들 흡족해 해서 다행스럽다.
- 9. 15. 금요일
벌써 금요일, 자칫 한의원 진료를 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하여 오늘은 서산을 먼저 다녀 오기로 했다.
진료 중에 도침치료를 소개한 보물마트 이사장님 소식을 들었고
그가 짓고 있다는 박물관은 완공단계에 있음도 알게 됐다.
하여 치료후 죽향길로 나서는 길에
예산(덕산) 박물과 건축현장을 들러 가기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