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보농부 ] 7월 상순 이야기
< 2017. 7. 1. ~ 7. 9. >
가뭄속의 6월이 가고 7월이 오자마자
그간의 가물던 날씨와 정 반대로 툭하면 비가 내린다.
- 7. 1. 토요일 -
나무는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야 바람에 넘어가지 않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당연하겠다.
그러므로 참다운 육종가라면 나무묘목을 증식시키고자 할 때
삼목(꺽꽂이)방식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단다.
그 이유인 즉 유실수를 삼목하면
뿌리가 한 쪽으로 치우치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인데...
비바람 뿐만 아니라 과일 수확기에 이르러
무게로 인해 쓰러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키작은 나무나
관목류 이외엔 삼목 방법은 적합하지 않다던지....
이러한 문제로 꽃의 수분 작용을 이용해 교배하는데..
꽃에서 암술이 대게 키가 높지만
때에 따라서 반대의 경우기 있으며
이런경우 주두절단법으로 교배해야 하고,
씨방의 크기에 따라 3차 수분까지도 시도한다는....
뭐 그런 것들을 교수님께 배웠다.
육종연구회 수강후 다시 죽향골로 되돌아 왔다.
요즘은 일기예보에도 없는 폭우가 내리는가 하면...
돌풍까지 불어 초목과 농작물들은 물론
나 조차도 어리둥절이다.
- 7. 2. 일요일 -
7월 첫 주일, 오늘은 가족과
합덕근교 신리성지를 찾기로 했다.
병인박해 때인 1866년 순교한
조선교구 5대주교였던 다블뤼주교를 기념한 유적지란다.
충청도 내포지방의 중심부에 자리한 이곳 신리는
한국천주교회 초기부터 끊임없이 예비자, 신자, 순교자가 배출되었단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조형물이 한 눈에 보인다.
그런데 나무는 쉽게 썩지 않나?
조형물 앞쪽의 넓은 잔디광장 가운데 연못이 있고
수련 등 수생식물들이 심겨 있었다.
잔디 둘레엔 그늘막(차일, 遮日)이 설치돼 있어서
순례객들이 쉬어 가기 좋겠네...
딸과 아내는 앞서고 나는 뒤를 따른다.
죽향골 근처를 검색하다 찾아냈다는 신리성지
너른 평원의 잔디, 그리고 전통 초가집 한 채,
성지 내 초가집은 손자선(손도마, 1866 공주 황새바위에서 순교) 성인의 생가란다.
동시에 조선교구 제5대 교구장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의
주교관이자 조선 교구청이었다고 한다.
(다블뤼 주교는 1866 오천 갈매못에서 순교)
거기엔 야트막한 언덕이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촌락이 형성돼 있었는데 성지에 포함돼 있는 것인지
아니면 관계가 없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다블뤼주교 모습인 듯한 석상
병인박해 순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다블뤼 주교를 비롯한 다섯 분의 성인과 이름없이 생명을 바친
33인의 순교자를 기리기 위해
은인들의 도움으로 마련한 대지와 생가 성당과 사제관을
2006년 5월 6일 대전교구에서 봉헌했단다.
한국적인 성모상...ㅎ
브라질 리오데자이로에 세워진 코르도바도 예수상 처럼
양팔을 벌린 아기예수(구원의 예수)
참고로, 코르도바도 예수상은 1931년 브라질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리오데자이로 코르도바도 언덕(해발710미터)에 세워진
거대한 예수상으로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단다.
마치 다려오는 누군가를 감싸 안으려는 듯 보인다.
주변엔 바위솔이 있고...
부들과 수련이 뒤 섞여 있는 연못을 본다.
거기서 방문 기념으로 모녀를 촬영하였다.
아빠 저 배 좀 봐~... 살 좀 빼~
그러게 그게 맘대로 안된다.ㅜㅜ
죽향골로 돌아 가는 길
예당평야 들판이 사방으로 펼쳐 있었다.
그날 우린 귀경하였다.
- 7. 3. 월요일 -
언젠가 핸드폰에 만보기 앱을 받아 놓았다.
아내와 아침 운동삼아 별장산으로 산책 가는 길에 작동시켰다.
텃밭 일을 하면서 저녁때 만보기를 보면 통상 만보를 훌쩍 넘는다.
그래서 별도의 운동이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막상 짦은 구간을 뛰기라도 할 경우 힘들고 지치는 것을 보면...
일과 운동은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산책가는 그 길에...주차해 놓은 화물자동차의 짐 칸을 보였다.
어젯밤 내린 비의 양이 가늠되더라는...
그래서, 운동장 들레를 걸으면서도
당진 죽향골은 별 일 없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 7. 4 화요일 -
서울서 가족과 이틀을 보낸 뒤 죽향골을 갔다.
출입 현관 옆에 놓여있는 은행나무
집 안에 심으면 좋지 않다는 나무 중의 한 종류가
운행나무라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마도 은행나무는 수세가 특히 좋아
뿌리가 가옥 아래까지 뻗어나 훼방하거나,
가을엔 열매가 떨어져
고약한 냄새를 피우기 때문일 거라 생각된다.
이직 작은 화분의 분재지만
조만간 어디로 옮겨 줘야 할 것 같다.
돌풍에 화분 하나가 넘어져 있다.
비에 화분 속 흙이 젖어 무거울 텐데도 저처럼 넘어갈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던 게다.
비닐하우스에 물을 주려고
하우스 밖 싱크대 수도꼭지를 틀어 보니 흙탕물이 나온다.
아무래도 지표수를 받는 우물이라서 그런 것 같다.
블루베리 두 그루는 주변 새들 차지다.
오늘은 물까치들이 그 화분에 찾아와 진을 치고 있다.
더 크면 채취 하려 했던 죽순
그렇지만 그 죽순은 이틀 만에 자라도 너무 크게 자랐다.
- 7. 5. 수요일 -
사진 정보를 보니 7월 5일 사진이고
옆집 할머니와 그의 손녀와 내가 승강기를 탔던 기억이다.
그날 왜 귀경했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진 않겠으나
아마도 귀촌 주택자금과 관련한 서류를 챙기려 한 것 같다.
- 7. 6. 목요일 -
이제 채취하려는 생각은 접어야 할 젇도로
죽순들이 높이 자랐다.
작년에는 대나무 밭 전체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죽순이 솟아
친지들을 불러 나눠 주기도 했으나....
올해는 심한 가뭄 때문인지 때가 지났는데도
죽순은 보일 생각이 없었다.
올해도 우리가 불러주길 기다려 왔을까
이상한 나머지 연락해 오기도 했다.
갑자기 많이 내리는 비를 애타게 기다려 온 수목들....
옥수수도 고구마도 "이때다"를 외치며 자라는 것 같다.
물론 고사리도 색깔이 변했고
그 옆 붉은 토양에도 파릇한 잡초들이 무수히 솟아난다.
- 7. 7. 금요일 -
시원치 않은 가운데 조금의 죽순이 채취돼
삶아졌으며 삶은 물과 함께 냉동실로 직행시켰다.
그리고, 귀경준비를 하고서 서산 원광한의원을 찾았다.
나와 함께 도침치료블 받는 아내는 나 보다 더 고통스러워 한다.
남녀의 차이일까 여인의 침을성이 더 크다고 하지만..
침 맞을 때는 예외적일까
사실 나도 체면상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아픔의 고통을 참느라 힘들지만....
아내가 귀경하고 해가 지면서
하늘의 구름은 더욱 어두워 지기 시작했다.
- 7. 8. 토요일 -
어젯밤 천둥치며 돌풍이 불었고 폭우가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또 하나의 화분이 넘어가 깨져 있다.
어제 내린 비...
애타도록 기다릴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만....
요즘은 내렸다 하면 100미리다. ㅜㅜ
측문을 너무 열어 두었나? 하우스 안이 논으로 변했다.
여기저기 어린 죽순이 보이는 것을 보면
목말라하던 대나무들이 세력확장을 할 만큼 건강해진 게다.
며칠 후 수확하려던 감자 밭과 콩심은 이랑까지
내린비에 적셔 지고 흐르는 물에 흉칙하게 패여 있으나
문제는 앞으로 계속 비가 내린다는 것,
하여 감자를 그대로 두면 썩기 쉽기에 수확하기로 했다.
아내가 수확하자는 말을 할 때 받아 들을 걸....
가뭄 속에 비를 좀 맞으면 감자들이 훌적 더 자랄 거라며
조금 더 둬 보자고 했었다.
그래서 이처럼 물찬 논에서 캐는 듯
힘은 들지만 감자는 제법 굵다.
마르길 잠시 두었으나 너무 젖어 인지 그대로다
오히려 햇빛에 파래 질까 걱정....
하여 저번의 마늘처럼 감자를 물로 세척하기로 했다.
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것 보다 낫겠지...
세척된 갑자를 건조기에 넣고 온도를 35도에 맞췄다.
낮은 온도지만 내일 아침이면 뽀송뽀송할 거다.
비닐하우스의 여름은 풍성하다.
수확시기를 훨씬 넘긴 양배추
- 7. 9. 일요일 -
비닐하우스 밖은 관리가 소홀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역시 새들의 반란이다. ㅜㅜ
오이와 참외꽃은 마치 노란 별 같다.
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려댄다.
옆집 할먼네는 400포기를 심었다는데
벌써 탄저병을 한다며 울상이다....
우리는 70포기에 불과하지만
비닐 하우스 안에서 아직까지 병없이 잘 자라는 듯하다.
합덕 다녀오는 길에 원동리를 거쳤다.
가뭄에 수위가 많이 내려갔던 면천저수지...벌써 가득 차 올랐다.
비는 이제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뽀송하게 마른 감자를 건조기에서 꺼냈다.
상한 부위는 삐져내고 성한 것들을 삶아 점심으로 먹어야 겠다.
벌써 7월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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