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당진 ] 초보농부의 지난 7월

재넘어아재 2017. 8. 22. 07:22




[ 초보농부 ] 7월 중순 이야기

< 2017. 7. 10. ~ 7. 21. >


7월이 되면서 그간의 가뭄은 잊혀져 간다.

그러나 비교적 한가했던 것과 다르게 할 일이 많은데도

비 내리는 날이 많아 애로다.


- 7. 10. 월요일 -


아침부터 흐린 날씨,

언제 비가 쓷아질런지 모르도록 하늘이 검다.


어차피 땅이 질어 밭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오늘은

겉보리 소금을 만들어 봐야 겠다.


우선 저번에 수확한 겉보리를 꺼내

중간 냄비에 덜어 담았다.



보리에 섞인 티끌과 흙 등 물순물을 씻어 내는 작업,

이거 쉬울 것 같지만 예상한 것 보다 어려웠다는....


이후 만드는 과정은 따로 싣기로 하고

농부의 일기로 넘어 간다.



비틀어 꺽어서 삶아 먹고 싶었던 옥수수,,,,

옥수수 하면 옆지기와 서율이가 특히 좋아하기 때문에...

함께 오면 수확하려 하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 가꿔 온 옥수수에

도대체 어느 누가 저런 못된 짓을 한 것이란 말인가?



어린 대나무는 키가 크기 전에 자르자고 아내는 주장하지만....

나는 겨울철 난로의 땔감으로 사용할 참이다.




혹시 채취할 만한 죽순을 찾아 볼까나~

가슴팍 이상 자란 것들을 보니 진즉에 확인할 걸 그랬다.




그렇지만 저기 삐쭉하게 나오는 죽순 두 개,

조금 더 자라면 채취할 수 있겠다.




아안으로 더 들어가 찾아 볼까

그런데 대나무 밭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

아무래도 외꽃버섯 같다.



예전에 지리산 인월에 사는 친구가 소개했던 그 버섯,

의문이 들어 다시 검색까지 하였다.


맛과 식감이 뛰어나다고 극찬하는 외꽃버섯,

먹어 본 경험이 없지만 비슷한 것 같아 채취하기로

마음먹기에 이르렀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버섯이 삭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급히 채취해야겠다며 바쁘게 움직였다.


버섯의 분량도 만만치 않는데다

덥고 모기까지 덤비는 가운데 건조 채반까지 동원시켰다.



손으로 채취할 때 뿌리까지 뽑혀나오기도 해서

뿌리 부위의 불결한 것이 묻기도 한다.



그래서 약간의 허실을 감수하고

가위를 이용해 뿌리 윗쪽 만을 채취하기로 했다.



몇개의 채반에 올려 놓고



우산 펼친 것 처럼 고르게 펴서



표고버섯 온도(45도)보다 5도쯤 낮게 조절했다.



일단 33시간 건조시키기에 돌입,

건조되면서 풍기는 내음이 일단 근사했다.


먹는 것이면 다행이고

못먹는 것이라도 좋은 경험한 것으로 생각하련다.


며칠후 선녀낙엽버섯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버섯은 맛 좋은 식용버섯이자 피부미용, 항종양, 항균 작용 외에도

한방 관절약의 원료라고 하는데 발췌하였다.


Marasmius oreades(Bolt.) Fr. 영어속명 Fairy Ring Mushroom

Marasmius라는 속명(屬名)은 그리스어로 “말라죽은, 시든”상태를 뜻하는 말로

비 온 뒤 다시 살아나는 이 버섯의 능력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oreades라는 종명(種名)은 “산에서 돋는”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온 이름이지만,

실은 이 버섯이 산에서 돋는다고 하기보다 초지나 잔디, 골프장 등 풀밭 위에

둥그런 균환(菌環 fairy ring)을 이루며 돋기 때문에 정확하게 그 돋는 곳을 지적해 주지 못하는 이름이다.


영어속명 Fairy Ring Mushroom이라는 이름은

이 버섯이 흔히 풀밭 위에 둥그런 균환을 이루며 돋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이 영어속명이나 한국어 이름 선녀낙엽버섯이라는 이름 속에는

신화나 전설 같은 내용이 담겨 있는 동화나 민담 때문인데


달밤에 난쟁이 요정들이 나와 둥글게 손잡고 춤을 춘다는 이야기를

상상해 보시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여러 낙엽버섯류는 솔잎에서 발견되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 토마토 등에서 발견되는 물질로

항암, 심장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짐)인 탁시폴린 배당체(配糖體)

(taxifolin glycoside) 의 영향으로 더 빨리 자라도록 자극을 준다고 한다.


선녀낙엽버섯은 초지를 좋아하여 여름이면 인가 근처 잔디 위에도 많이 돋기 때문에

잔디 관리하는 사람이 제거하려 하여도 쉽지 않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의 집 잔디 위에도 해마다 여름 소나기 온 뒤에 여기 저기 돋아

위의 사진들은 주로 집 주변 잔디 위에서 발견되는 것들을 촬영한 것이다.


맛있는 식용버섯이기 때문에 애써 제거하려하기 보다 잔디에 화학비료나 살충제 또는

제초제를 살포하지 않았다면 채취하여 식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과식하거나 생식하면 위장장애도 올 수 있어 주의하여야 한다.

신선한 것은 물론 말린 것도 그 맛이 좋아

버터로 조리하면 향기로운 참나무 냄새를 더해준다고 한다.


그 크기에 비하여 그 맛과 향이 좋아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과자를 굽거나 쑵을 끓일 때 넣어도 좋다고 한다.


선녀낙엽버섯에는 시안화 수소산(hydrocyanic acid)이 들어 있어서

아주 향기로운 알몬드 냄새를 낸다. 이 성분은 휘발성이 강한 성분으로

버섯을 조리할 때 발산하는 것을 흡입하여도 인체에 해롭지 않다.


그래서 이 버섯을 저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냉동하거나

 섭씨 70도 열로 건조하는 방법이 좋다. 말릴 때에는 실에 꿰어 말리거나

최근 등장한 건조기를 사용하여 말려도 좋을 것이다.


< 박완희, 이호득, 한국 약용버섯 도감, 서울: 교학사, 2003(재판), 204-205쪽. >



그리고, 옷 버린 김에

시원치 않지만 얼마간의 죽순도 채취했다.



억센 부분은 잘라 버리고 삶아 두었다.

급한 마음에 시식도 못하고 냉동실로 직행,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




고사리가 잘 자라지만...

잡초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며칠동안 내린 폭우는 콩밭도 헤집어 놓았다.



- 7. 11. 화요일 -


광주에서 공수된 아로니아, 맨드라미 닮은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내리는 비로인해 며칠새 저 처럼 키가 클 줄은 몰랐다.


모종을 제공한 분의 말씀에 따르면

사람 키 보다 더 크게 자라며 수확기에 이르러서는


씨앗(알곡)무게로 쓰러지기 십상이란다.

고추처럼 버팀목을 세월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시로 사용되는 진입로... 소나기에 성치 않다.



옥수수를 훔처 먹는 아이들이 새들이라 진단했다.

쥐일 수도 있으나 가능성이 적을 듯 해서


고라니를 방치하기 위해 구입해 둔 그물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물 눈이 좀 크긴 하지만 방해효과가 있으리라.




그물을 치면서 피해 옥수수를 땄다.

전체 60포기(50포기?) 모종 한 판을 심었던 것 같다.


그 중 7개를 저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비둘기, 개똥지바퀴, 물까지 그런 새들을 우짜면 좋지?



어제는 옥수수로 저녁식사를 했다.


- 7. 12. 수요일 -


어젯밤에도 비가 내렸다.

그 비를 마신 참깨들이 분홍꽃을 이쁘게 피웠다.



모종한 것이나 직파한 것 관계 없이

콩들이 정착한 듯하다.



두더지 굴 때문에 밭고랑에 강이 생겼네..ㅜㅜ



고사리도 연록색 새싹들이 덮어지고 있다.



솔잎사이 보랏빛 도리지꽃이 이쁘지 아니한가



옆집 아주머니, 들깨를 이식하신다.



우리도 며칠후 이식할 예정...

올해는 우리 식구 먹을 만큼만 심기로 했다.


현관에 들어서려는데 벽에 웬 사슴벌레가 붙어 있다.

너 서율이 찾아왔나 아니면 재율이가 보고싶냐?

지금 없으니 나중에 다시 찾아 와~ ㅎ


요즘 보기 힘든 사슴벌레가 쉽게 보이는 것은

집 뒤 몽산에 느릅나무가 많기 자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참고로 사슴벌레는 느릅나무를 무척 좋아한다.

어릴적, 우리 밭둑의 느릅나무~ 아침 저녁 때 찾아가면

언제나 사슴벌레를 만날 수 있었다.


- 7. 13. 목요일 -


합덕읍사무소 주민교육센터에 서예과정이 있단다.

하여 시간을 맞춰 찾았다.



한문서예 시간이었다.

안진경 해서체를 계속 배우고 싶다며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을 이 지역에선 전통적으로

구양순체를 지도해 왔으며


안진경체는 잊고 새로 배우라고 하시면서

한일(一)자의 마제잠두(馬蹄蠶頭)를 설명하신다. ㅜ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틀린다는 것을 알고 계속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안진경과 구양순의 글씨는

한문 서예의 기본체이고...양립하는 현실이지만...


이곳 선생님은 오로지 구양순의 글씨만

강조하셔서 혼란스럽다.


- 7. 14. 금요일 -


건강을 위한 예방치료차 서산 원광한의원을 찾았다.

당신이 꽃이라면 언제 피어도 좋으리...



- 7. 15. 토요일 -


육종연구회 교육에 참석하였다.

접목방식의 하나인 사이드접에 대해 배웠다.



대목의 접목부위의 사이드에...칼집을 내고



대목을 준비하여 그 사이에 끼운후

해당 부위를 밀착시키는 동시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비닐테이프로 잘 감싸둔다는...등등...



- 7. 17. 월요일 -


주행거리 30만 키로를 넘은 우리 애마...

동네 샾에서 고치지 못한다하여 정비사업소를 찾았다.

요즘 자동자 정비사들 참 많이 변했다.



- 7. 18. 화요일 -


든든한 뿌리의 큰 나무를 나는 담고 싶다.

온갖 풍파를 꿋꿋이 이겨내는...



150번 버스에 오른 엄마와 아들...

방금 앉은 그 아이의 초롱초롱한 옆모습을 본다.


소년의 눈에 비치는 가족

그리고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생각한다.



- 7. 19. 수요일 -


거실창 앞 블루베리 화분에

물까지 세 마리가 앉아 열매를 따먹는다.


심심한 내게 찾아와 주는 것은 하염없이 고마우나...

왜 녀석들이 미워지는 걸까...ㅎㅎ



- 7. 20. 목요일 -


과일나무 묘목 주위에 심은 호박,

열매는 별로 맺지 않으면서 잎은 무성하다.



고라니는 체리나무 묘목을 남겨두지 않는다.

끝부분 한 잎새를 지주에 붙혀 감췄으나...다음날 낼름 따먹어 버렸다.

고라니도 밉긴 마찬가지...



나머지 남은 몇 이랑에 들깨를 마져 이식하였다.

아껴 먹으면 우리 식구 기름은 충당할거란 아내의 주장...



옥수수를 그물망으로 둘렀다.

훔쳐먹는 것이 큰 새들(비둘기, 까치 등)이라면

어느정도 효과가 있지 않겠나...



- 7. 21. 금요일 -


어제 귀경하여 삼각지(용산구)의 광주집을 찾았다.

옛직장 상사 두 분과 동료의 만남, 복날의 혼잡을 피해 날짜가 잡혔었다.



귀가 버스를 타려 황단보도를 건너려는 참이다.

아까 보이지 않던 활짝핀 배롱나무,



태극기 그리고 남산...



그날 참 더웠었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