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당진 ] 초보농부의 가뭄 이야기

재넘어아재 2017. 8. 12. 20:59



[ 초보농부 ] 가뭄 속에 지낸 6월

< 2017. 6. 24. ~ 6. 30. >


지난 6월 21일부터 6월 23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울릉도/ 독도 탐방을 다녀 왔고,


그 때의 일기는 죽향골에 인터넷이 공급되면

본격적으로 쓰기로 하되


그 후일의 얘기가 계속 밀리고 누적되는 것을

조금씩 풀어 부담을 덜고자 한다.


- 6. 24. 토요일 -


오랜 가뭄이 지속된다.

그렇지만 옥수수와 고구마에 이따끔 급수를 해 줄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우물과 먼 거리의 감나무는

뿌리가 깊을 텐데도 열매를 떨어 트려야 하는 아픔을 겪고있다.


설악초는 심을 때 그대로 더이상 자라지 못하고 있는 듯하고,

주위엔 잡초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매마르다.



그간 감자에도 이따끔 급수를 할수 있었다.

그래서 아쉬운데로 자라 주었고 수확기가 도래한 것 같네...



참깨 역시 충분하진 않지만 자라고 있다.

이젠 삽교천 물이 말라 농업용수를 공급할수 없다는 소식이다.

비가 내릴때까지 잘 견뎌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런 가뭄에도 숲속에 사는 고라니는

끊임 없이 밭으로 내려와 농작물을 해친다.



주변의 농가는 어떻게 가뭄을 이겨 내는지

초보 농부는 염탐을 시작했고, 먼저 꽈리고추 농원이 있는

마을 동쪽의 노선생댁을 찾았다.


이 댁은 몇년전 지하관정 시설을 했기에...

가뭄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인부를 사서 꽈리고추를 수확하신다.

고랑 마다 여인들이 엉덩이에 차는 의자 메달고 다니면서

고추를 수확해 자루에 모은다.


그리고 다시 선별하여 박스에 포장된 후

시들지 않게 냉장차에 싣고 가락동 경매장으로 보낸단다.



가뭄에 일손이 부족해서

자동급수장치가 돼 있지아니한 곳에 심겨진

수박이 목말라 하는 것 같다.



마을 서쪽으로 이동했다.

참외 넝쿨도 목이 타는 듯하다..



그렇지만 자귀나무 꽃이 이름답네....

짐승의 고운 털보다 더 예쁘게 생긴 자귀나무꽃


누구나 이꽃을 보면서

공작새의 펼쳐진 깃털을 연상할 것 같다.



어느 비닐하우스는 방치 된 듯 싶은데

그런 가운데 방울토마토가 열렸고 익어간다.


우리 비닐하우스의 토마토는

너무 애지중지 돌보았는지 벌써 시들어 버렸다.ㅜㅜ



이집도 수박 몇뿌리가 심겨 있었다.

그렇지만 시원 찮기는 우리와 마친가지라는....



땅 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매실 병하네요. ㅎ



그날 오후 풀베고 풀메고...

풀과의 사투를 벌이느라 땀을 많이 흘렸다.


- 6. 25. 일요일 -


피곤했는지 늦잠에서 깨어나니 아침 7시 30분,

옅은 안개가 낀 것으로 보아 오늘도 비가 내리기는 글렀다.



이번 주일은 합덕성당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좌측 빈자리를 간신히 앉긴 했는데...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든다.


전면을 보면서 좌측엔 주로 자매님들이 앉았고

우측에는 형제님들이 앉은 것이다.



미사후에도 신자들이 주차장쪽으로 가지 않고

옆쪽으로 대부분 이동하신다.


널판지 같은 돌틈 사이의 진디들,

오랜 가뭄으로 생기를 잃은듯 누렇게 보여 안타깝다.



어디 가는지 따라 가 보자.

아름다운나무 라고 이름 붙혀진 그 나무 그늘엔 쉼터가 있었고,

거기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더라는....



그 아랫편에는 잔디밭이 조성돼 있었고,

미사를 마친 성가대 봉사자 둘이서 어디로 가고 있다.

아마 그들의 사무실이 저편에 있나 보다.



충청도에서 가장 먼저 생긴 본당이라는 합덕성당

그만큼 유서 깊은 곳이었다.


나도 차 한 잔을 얻어 들고

잠시지만 썩 괜찮은 분위기에 젖었다.



미사후 성당 안이 다 정리 됐을까

수녀님은 마지막까지 살피고 나오시는 것 같다.



합덕 지역에 순교자가 많은 까닭은

빅헤 당시 이 지역에 신자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정권이던지 새로 탄생하면

과거와 단절을 위하여 차별화 정책을 펼치는가 하면

과거의 잘못을 들춰 내는 것이 역사다.


또한 자기 편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공동의 적을 만든다.

당시에는 그 대상을 천주교인으로 정했나 보다.


한편, 당시 지주(땅을 점유한 양반)들은 소작인들에게

소유 땅을 가꾸도록 도지를 주었는데...



소작인들의 몫이 매우적어 살기 힘들었단다.

그런데 당시 이 지역엔 외국(프랑스?)에서 선교사(신부)들이 파견됐는데...


신부들은 이러한 지주들의 횡포를 간파한 나머지

이지역 땅을 차츰 매입하였고

소작인들에게 저렴하게 빌려 주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신자들이 급증하였고

박해 당시의 보고서를 보면 이지역의 천주교인들이

90% 를 넘든다는 보고를 했단다.



이러한 지역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의 최초의 신부가 이지역에서 태어났고


그러한 긍지와 보수적인 종교의 특색이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잠시후 죽향골로 돌아가는 길에

지난 번 솔뫼성지 수녀님의 소개로 알게 된 길목식당을 찾았다.



좌석에 앉으려 들자 주인으로부터

아직 식사 때가 아니고 혼자에게는 식사제공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단체는 환영, 그러나 개인에겐 대놓고 홀대하는 것 아닌가.

별수 없이 나는 그 식당에서 나와 발길을 옮겨야 했다


이런 지방도시에서까지 혼밥이 힘든 세상이라며

한탄 스러운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순교자가 많이 나온 지역이지만 착하지 아니한

사람(고상을 봐서)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입구에 활짝핀 능소화가 주인대신

내게 미안하다고 하는 것 같아서 억지로 위안을 삼았다는....


그렇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 집 주인에게 그 때 고상이 부끄러웠다는 말을 하고 싶네....



죽향골로 가면서 향교 앞 골정지에 들렀다.




하나 둘 연꽃이 피어 난다.



핸드폰이라 근접에 한계가 있지만...

그런데로 쓸만한 것 같네....



연못 뚝방의 경사가 커서 발이 빠질라 조심스러웠다.



이리 저리 살피다가 꼬부라진 가지에

그늘아래서 수줍어하는 저 예쁜아이가 눈에 띤다.



요즘은 연밭을 여기저기 지방마다 조성하기에...



조금만 꼼꼼히 찾아 보면



쉽사리 연꽃을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이다.

360도 빙그르 돌아도 보고




멀리를 당겨도 본다.



머지않아 줌 성능이 더 나은 카메라가

핸드폰에 내장 되지 싶다.



그렇게 되면 무거운 카메라를 별도로 휴대할 필요가 없겠네



분위기 있고 보기도 좋은 면천 골정지...



낚시철이 지났나?

오늘은 낚시하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



새벽에 뿌린 빗방울이 잎 위에 고여 있는 듯...

50대 중반에 이르러 연꽃을 처음 볼 때까지는

토란 잎에만 물이 묻지 않는 줄 알았었다.



저 광고를 보고 전화번호를 알아두었고,

며칠후 확인전화를 하였는데.. 무상 설치는 과장된 표현이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에서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할 경우에...,


설치하기 전과 설치 후에 부과되는

전력요금은 당연히 설치후 부과되는 요금이 적으며


그 차액을 장기적으로 계산해 보면

태양광 시설비가 들지 않는 만큼의 효과가 있다는 말이었다.

하여튼, 무상설치는 절대로 아닌 것이다.



능소화 넝쿨에 앉은 저 새는 망을 보는 거다.



거실 앞 블루베리 훔쳐 먹는 동안 저런다는..

새대가리란 말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


주변의 새들...

얼마나 영약한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울릉도 여행에 앞서

콩모종을 부은 다음... 물을 너무 많이 적셔 준 듯하다.

싹 돋은 것이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네....



별수 없이 부족한 것은 직파할 수밖에 없겠네..




다른 집들은 마늘을 수확하던데....

우리도 준비해야 할 듯하다.



가뭄 속에 마늘쫑(주아)이 균일치 못하다.




마늘 수확 기구를 사용해 보았지만...

흙이 돌덩이처럼 딱딱해 수확이 너무 어렵다.


물을 주고 수확하는게 좋겠으나

그정도로 물이 충분하지 않으니 걱정이다.




그 날 밤 장욱진 화백의 그림 애기를 시청했다.



그의 그림을 소개해 보이면서

그림에 대한 해석과 제자들 또는 동료 들의 얘기를 들었다.




화백의 평소에 남긴 말이나 글도 소개 되었는데...

그림에 대한 문외한인 나로 하여금 채널을 고정케 하였고

화백의 그림과 언어들은 내 가슴을 헤집어 놓았다.




어쩌면 저렇게 쉽게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지...



친근하게 다가서는 그림을 그렸는지....




그림에 쏙 빠져 들고 말었다.




동심의 초등학교 학생의 감정에서

그린 것 같은가 하면




외계인이 그린 그림 같기도 하지만....

그림은 편안하고 간결스러운 감정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 6. 26. 월요일 -


오늘 많이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그간 수 많은 강우 예보가 있었으나 실제는 벗어 나기만 했었다.

이번엔 일기예보 대로 부디 비가 내리길 빈다.



간절한 기원이 통했을까

검은 구름이 끼고 천둥이 치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좀 내려야 밭에 모종을 이식할 수 있고

부족한 것은 씨앗을 직파 할 수 있다.



소나기는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대지를 적신 것이다.




비를 맞으면서 마늘을 뽑았다.

괭이로 한포기에 한번씩 내려 찍어내면서 수확을 마쳤다.




마늘에 묻은 흙을 살수기로 털어 내었다.

도중에 물이 끊어져 난감 했었지만....비닐하우스에 펴 널었다.



왜 물이 중단 됐는지

내일은 우물 뚜껑을 열어 봐야겠다.


- 6. 27. 화요일 -


펌프가 공회전만 할 뿐 물이 나오질 않는다.

별수 없이 우물을 열어 보았다.


2미터 깊이의 우물 물이 거의 바닥에 겨우 남이있다.

재작년 우물을 청소하면서


2톤가량을 퍼내도 끝이 보이지 않도록 물이 샘 솟던 그 우물이

올해는 가뭄으로 맥을 추지 못한다.



물이 고이길 기다렸다가

다시 펌프를 가동하여 물들 퍼 올렸고


통에 담은 물에 마늘 뿌리를 흔들어

흙을 털어낸 뒤 고추 고랑에 펼쳐 널었다.




아내는 예전사람들이 흙이 묻은체 보관하는 것을 보면

씻으면 무언가 불리하기 때문일 거란 주장이다.


나는 시장에서 파는 마늘은 겉이 깨끗한데 비해

우리 마늘은 흙이 묻어 옮길 때마다 먼지가 이는 문제가 있으니

씻어 말리자고 주장했었다.


한편, 당진 농업기술센터에 전화를 걸어

마늘을 씻어서 보관하는게 어떤지를 문의하였는데...


여태까지 마늘재배교육을 하였지만

수확후 씻어서 보관하면 좋다는 내용이 없었다면서

아내의 말과 같이 흙이 묻은 것을 보관하랜다.


왜 마늘에 흙이 묻어야 좋은지 이유를 질문했더니...

흙을 씻어내는 과정에서 물에 있는 세균의 침투가능성을 얘기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에는 물로 씻어 내면

오히려 마늘에 침투할 세균을 털어낼 것 같은 생각이 앞섰다.


기술센터 직원의 말을 역으로 분석하면

손을 씻으면 세균이 더 묻는다는 논리과 같지 않는가.


그렇지만 그와 아내의 주장도 일리가 있으니

마늘 일부 만은 흙이 묻은 그대로 보관을 하기로 했다.


암튼 늦어도 내년 봄,

이르면 올 가을 마늘 파종 때 어떤게 나은지 알 수 있을게다.


- 6. 28. 화요일 -


콩 모종은 더 자라면 하기로 하였고

모자라는 본량 만큼은 직파하기로 하였다.


콩을 심을 경우 비둘기 등 새들이 남겨주지 않는다고 하므로

농약사에서 사온 기피제를 콩에 묻혀 심었다.


우선 대두(메주콩)을 두 이랑 심었고

서리태와 약콩까지 심었다. 허리가 아프넹~~^^



콩순이 더 발아하지만...

정상적인 것은 50% 정도에 미치지 않는다.


내년부터 모종을 키을 때는

매일 물을 주는 방법으로 관리해야 할 것 같다.



- 6. 29. 수요일 -


아내는 부근 어르신(형님 교우)들에게

바람을 쪼여 주고 싶다는 얘기를 내게 여러번 했었다.


그래서 오늘 죽향골로 모시기로 하였으며

전임 지역장님과 신임 지역장님까지 동행키로 하였다.

죽향골에 도착하자마자 솔뫼성지로 향했다.



90대 연세인 두 어르신은

한 집에 각각 세들어 단독 생활을 하신다.


가족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있더라도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으신 것 같다.

다함께 기념사진을 남깁시다요~^^



점심으로 쑥 콩국수를 대접해 드리러 갔다.

그러나 오늘도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러는 동안 꽃을 본다.

들은 오랜만의 나들이가 참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남는 것이 시간이라며


앞으로도 종종 나들이를 희망 하셨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는 오랜만의 여정이 피곤했는지

힘들어 하셔서 귀경하기로 했다.



두 할머님은 미사때마다 우리를 보시면

손주들이 왔는지 찾으시곤 했는데...

아마 어르신들은 대리만족을 하시는 것 같다.




- 6. 30. 수요일 -


아내와 다시 죽향골로 내려왔다.

고라니들이 계속 내려와 비닐을 밞아 구멍을 뚫고

앞사귀들을 뜯어 먹는다.


아무래도 밭 둘레에 그믈망을 쳐야 할 것 같다.



서산의 원광한의원으로 향하면서

도중에 한의원 간호사에게 소개받은 재래식가든에 들렀다.



아내는 곤드레정식 나는 돌솥정식이다.



곤드레 정식은 양념(간장?)을 넣고 비벼서

반찬들과 함께 먹는 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돌솥정식이 나은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그래야 저 많은 반찬을 먹을 거 아녀~




저집도 나중에 가 볼만 하겠으나...게장이 있어 틀렸다.

그렇지만 그 옆집의 커피콩빵이 땡기는 구먼...




식사후 한의원에 들러 도침치료를 받았다.

아내가 일하는 것이 두렵다...아프다고 할 때가 잦으니깐...


특히 무릎이 문제여서

당문간 농사일을 절대로 하지 만라고 만류 하였지만...

서투른 초보 농부인 나는 이리저리 힘들다.



거실 밖 화분의 앵두가 멋진 6월이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