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당진 ] 초보농부의 지난 8월

재넘어아재 2017. 10. 20. 07:01



[ 당진 ] 지난 여름 이야기

< 2017. 7. 23. ~ 8. 19. >


지난 여름의 일상을 시나브로 사진찍어 두었는데...

조금 한가해진 이제사 정리를 시작한다.


- 2017. 7. 23. -


어제부터 이틀간에 걸쳐 "제1회 버그내 연호문화축제" 행사가

진행된다는 합덕제를 방문하였다.


담아 둔 사진이 많으므로 따로 모아 두었다가

더 한가할 때 소개하기로 한다.



- 2017. 7. 25. -


육종연구회로부터 과수 관리에 관한 강의가 있다는 전갈이 왔다.

그 강의를 듣고자 경기도 광주시농업기술센터에 가던 길,


강의 내용은 이미 소개했으나 사진을 정리하던 중에

발견된 추가 장면과 내용을 여기에 기록한다.


옛말에 "아내와 헤어지고 싶으면 춤을 배우게 하고,

남편과 헤어지고 싶으면 오토바이를 사 주라"라는 말이 있다.


얘기의 속 뜻을 분석하면 사교춤은 아내로 하여금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 품에 안기게 하는 지름길 이라는 설명,


춤은 가족과 가정을 버릴 가능성을 높인다거나,

바람난 여인이라는 구실을 씌우기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캬바레를 출입하던 어떤 지인의 말을 빌면

춤추러 오는 사람은 이성과의 불건전한 만남을 마음에 품고

있다고 보면 분명하단다.


하여 잘생기지도 않은 그가 그곳에 춤추러 온 여인 어느 누구든지

마음에 들면 2차까지 성사시킬 수 있었단다.


한편, 오토바이는 사고가 나기쉬운 흉물이어서 사망 가능성이 높아

남편과 자연스레 헤어질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잠시잠시 망각을 함으로써

해서는 안되는 일임을 알면서도 어떤 행위에 빠져 들기도 한다.


자신은 깊이 빠지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은 수렁에 갇히는 줄모르고 궤도를 이탈해

위험에 처하곤 하는 것이다.


개인의 가치관에 차이가 있고 운명적이 요소도 다분하다.

나름의 경계가 있고 그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사는 것이 인생,


그러나, 살다 보면 의도적으로 경계 이탈을 시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경계를 일탈한다.


그곳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사로잡히는 인생도 제법 있다.

모험하거나 위험을 즐기는 것도 그 경우인데


어찌보면 마약이나 도박보다 훨씬 건전해 보이는 저 스포츠도

아주 위험한 분야가 아닐까 싶다.


하여튼 멋진 폼으로 내 앞에 잘 가던 라이더가 갑자기 일어섰고,

의외의 기이한 행동을 포착하려 카메라를 들게 됐다.



용인 어디쯤 되는 도로....




자전거 배울 때 어느정도 몸에 익숙해 질 무렵

남들처럼 핸들에서 양 손을 떼고 타는 것을 시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 서기도 했던 기억이다.

아마도 오토바이는 자전거보다 훨씬 위험하지 싶다.


그러나 저 라이더는 그런 경지에서 자기만족을 갈구하는 것 같다.

위험한 만큼 스릴 만점 이겠네..



표지판을 보니 '문형교차로',

검색해 보니 광주시 오포읍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하여간 위험 정도에 따라

교감신경계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의 생성량은 차이가 있단다.


그로 인해 느끼는 흥분감을 저 라이더는 즐기지 싶은데...

보고 있는 나까지도 조마조마한 처지가 되었다.




나역시 조심한다고 하지만 한 손은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카메라를 잡고 있기에 짜릿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차량들의 속도가 늦춰져 이목을 의식했을까,

그가 앉고서야 나도 안도하게 되었다는...



- 2017. 8. 2. -


집과 가까운 삼성서비스센터에 갔었다.


2년 전 터키 여행 중, 트로이 유적지 인근 애게해 해변 어느 호텔,

체크인 후 해가 지려할 때 몇명의 일행들은 하나 둘 해변으로 나갔다.


호텔에는 숙박하는 이들이 쉽게 출입할 수 있는 측문이 있었던 것,

울타리를 지나 모래사장을 거쳐 수면에 설치된 야트막한 데크길에 접어들었다


포근한 저녁 날씨에 바람이 불어 대곤 했다.

갑자기 센 바람이 불 때 카메라에 매달린 렌즈캡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툭하고 떨어져 데크 위를 또르르 굴러 갔다.


어어~하는 사이에 렌즈캡은 바닷물로 빠졌다.

데크면과 수면사이는 50센티정도? 바닷물 무릎깊이 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물 위에 떠 있는 렌즈캡은 바람에 의해 이동한다는 것,

빨리 건지지 않으면 깊은 곳으로 이동할 것 같은 찰라


카메라를 데크에 두고 물에 들어가 건졌다.

그러나 허벅지까지 적셔야 했고 주머니의 휴대폰이 침수된 관계로

결국 귀국후에는 핻드폰을 바꿔야 했다.


그때 최신기종도 있었으나 방수가 되는 구 모델을 선택했었고,

그 후 2년 정도 사용한 것에 불과한데도


요즘 툭하면 저절로 전원이 꺼졌다가

다시 부팅(켜지는)하는 경우가 잦아서 불가피하게

서비스 센터를 찾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스마트폰이란 전화기능이 포함된 컴퓨터이기 때문에...

내부 두뇌를 가끔 청소(포멧) 하여야 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포맷과정에 그간 축적된 기록들이

일부 지워질 수밖에 없다는 서비스맨의 설명을 들어야 했다.


중요한 사진파일 등은 백업을 받아 활용할 수 있지만 제한적이고,

메모 등 일부 데이터는 사라질 수밖에 없단다.


최종 청소결정은 전화기 소유자인 내가 결정하라는 것,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고쳐야지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ㅜㅜ




- 2017. 8. 5. -


죽향골의 참깨는 수확기를 맞았다.

곧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고 옆 집에서 수확을 서두르니

나도 별 수 없이 따라 한다.




옆 집은 수확한 참깨 단을 비닐하우스 안에 세우지만.

우리 비닐하우스에는 작물이 심겨 있어 불가능...




하여, 방수포로 비를 맞지 않게 해야겠다.

우선 수확작업 중에 떨어지는 참깨 알이 아까워서

베어낸 참깨 단을 방수포에 쌓았다.



그렇지만 깨알 들이 숱하게 땅바닥에 떨어 지더라는...

아까우면 더 조심해서 수확하자공~



노린재가 많이 붙어 있어 냄새를 피운다.

녀석들은 보호색을 띠우고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대부분 두마리씩 붙어 짝짓기를 하는 모습이다.



방수포로는 부족하여 김장매트까지 동원,



- 2017. 8. 6. -


어제 다하지 못한 참깨 수확 작업,

익은 것은 얼추 마쳤으나 키 큰 저품종은 더 두었다가

다 익으면 수확해야겠네...



하여튼, 많은 소나기가 내리겠다는 예보에 대비하여

비를 맞지 않게 세운 참깨 단을 덮어 두었다.




구후 합덕장을 갔고 상추모종을 사왔으며,

비닐하우스 안에 심었다.


봄에 심은 상추는 무더위가 고조될 즈음 수명을 다하기에

어린 싹을 다시 심어야 한다.


한 번 심으면 일년내내 채취할 수 있는

그런 품종을 개발하면 대박 날 텐데...


도시의 종묘상에 가는 것에 비하여

시골 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고르기도 쉽고 값도 싸다.




호랑이 시집 가는 날처럼 일기가 불순하다.

소나기가 강하게 내리는가 하면 갑자기 햇빛이 쨍쨍...


죽향골에 도착하면서 리시안서스를 발견했다.

잎에 흙 범벅이 묻었을 지언정 잊지 않고 꽃을 피우는 식물들...



리시안셔스가 이번 비에 꽃을 피운 것이다.

조건이 좋지 않아서 그리 색깔은 곱지는 않지만

오랜 가뭄을 잘도 이겨냈다.



- 2017. 8. 7. -


옆지기는 오늘 지인 두 분을 모시고

서울서 오늘 죽향골에 내려 왔다.


밖이 너무 뜨거울 때는 치매예방훈련이 제격이라며,

그 일환으로 동양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서방님 서예할 때 쓰려고 새로 산 바닥판을

처음부터 저런 용도에 쓰다니 그 것 참...ㅜㅜ



어제 비 맞지 않게 덮어 둔 방수포를 벚기자

깻단 윗부분은 화상을 입은 상태다.


아무래도 깻단을 마당으로 옮겨줘야겠네....

깻단을 밭에서 손수레에 싣고 10여차례 마당으로 옮겨 쌓았다.


힘은 들었지만 밭에 둔 것 보다 건조도 더 잘 될 것이고

타작도 손 쉬울 것 같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떨어진 참깨알들....

내가 잘 옮긴 것인지 잘 못 옮긴 것인지 분간을 할수 없다.



귀찮지만 떨어진 참깨 알은 모으면 되겠지...

그럼에도 생긴 허실은 초보농부 수업료로 치면 그만이다.



갑자기 소나기가 몰아치면

저 깨 알들은 빗물에 휩쓸려 갈 우려가 있다.


하여 일일이 빗자루로 쓸어 모으고 챙겨야 했다는...

물론 마님들은 치매 예방훈련 중이었다.



지인 한 분은 서울에 올라가 단체 행사에 쓰겠다며

프라스틱 용기에 막걸리를 받아 가고 싶어 했다.


병에 담은 것과 내용물은 똑 같을진데...

꼭 저렇게 담아 단체에 기부해야 하는 것일까


하여간 병 막걸리를 담은 프라스틱 박스 보다

큰 용기에 담아 몇 말 마셨다고 해야 더욱 기분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미 있는 지론이었다.



쑥칼국수 집에가서 국수를 먹기로 했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던 중에 한창 피는 꽃을 찍는다.


꽃을 잘 가꾸는 주인께 이름을 물었더니 "프록스"란다.

우리집 화단에 분홍색 꽃은 있으나


이름은 몰랐었고 저처럼 흰색꽃은 없다.

나중에 꽃이 지면 분양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더니


당연히 분양하겠다고 했으며 잘 번식된다고 하셨는데...

에이스식당 사장님 과연 쿨하시다.^^



- 2017. 8. 10. -


아내를 비롯한 손님들이 어제 귀경하였고,

죽향골엔 나만이 남았다.


주차장에 세워둔 참깨 단이 얼추 건조되어 1차 털이를 한다음

비를 맞지 않게 비닐을 씌워 주었다.


참깨는 상태를 보아 2회 내지 3회 털면 거의

깨알이 다 빠진다고 한다.


깻단이(깨에..) 비를 맞으면 흰깨의 색깔이 검어지며

그렇게 되면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비를 맞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



합덕읍사무소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일주일에 두 번 운영하는 서예교습이 있다고 해서 나가기로 했다.


한글은 서울에서 쓰던 18호 붓을

그대로 이어 쓸 수 있는데 비해


한자선생님은 서울서 쓰던 20호 붓 사이즈가 작다며

24호로 바꾸라고 하셔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워낙 완고하게 말씀하셔서 새로 구입하기로 하였는데...

그 새 붓에 먹물 먹이는 방법부터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따금 막다른 길인 죽향골 우리집으로 차가 들어 오곤 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게 땅을 보러 다니는 사람이다.


집 짓기 전에 과분한 일부 땅을 매각하려

부동산에 내 놓았었다.


그러나 찾는 이들은 한결같이 사지는 않고

찔러만 보는것이 귀찮아 나는 결국 부동산에서 거둬 들였다.


그런데도 아직 찾는이가 이어지고 있지만

나는 팔지 않는다고 얘기 한다.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결국 내 이웃이 될 사람이니 때를 기다렸다가 좋은 사람과 인연이

닿기를 기다려 볼 참이다.



2차 고추수확을 하였다.

아내는 태양초가 좋다고 노래하지만...


내 경험상 순수한 태양초는 건조과정에 허실이 많고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여러 측면에서

실용적이지 못한 건조방법이다.


하여 초기에는 건조기를 사용하되

건조 중반 이후에는 태양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건조 시키기로 했다.


- 2017. 8. 12. -


어제 수확한 고추를 물에 씻고

다시 헹구어 낸 후 건조용 채반에 담는다.


그리고 다시 물을 뿌려 최종세척을 한 다음

물이 빠지길 기다렸다가 건조기에 넣어 1차 건조를 시킨다.


그후 낮에는 채반을 햇볕에 꺼내 놓았다가

밤에는 다시 건조기에 넣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아내 왈, 고추에서 꼭지를 따내야 여러가지 편리한데...

다 건조된 이후에는 작업이 어렵다며


상태를 보아 웬만큼 건조 되었을 때

꼭지를 꼭 제거해 달라고 내게 얘기를 했다.


꼭지를 따내면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전량 우리가족이 먹을 것이기에 그래도 좋겠네...



이른 아침 고추를 건조기에 넣고서

육종연구회 모임이 있는 상주로 차를 몰았다.


그 지역 농부들도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참깻 단을

비닐로 감싸둔 것 같다.



육종기술에 대한 야외 수업을 들었다.




회원들이 농원에서 수확한 토마도, 옥수수, 복숭아를

나누어 먹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이론 강의를 들은 뒤



실험 농장으로 이동했다.




육종학습에 필요해 심어 놓은 각종 식물들



심한 가뭄의 피해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비닐로 덮어 놓았던 참깨단을 해체하여

탈곡 준비를 하는 농부들...


이번 비는 장기적으로 내리겠다는 예보가 내려졌다며

아무래도 가족들이 모인 것을 보면 급히 탈곡하는게

낫겠다고 판단 한 듯 하다.




수강후 죽향골에 돌아왔더니

보고 싶기도 하고 장난꾸러기이기도 한 우리 외손주 삼형제가

이 할애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 2017. 8. 13. -


솔뫼에 백일홍이 예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노랑색에 이어 빨강 백일홍까지...



잘 가꾸어 놓았네...



옆지기는 점심으로 수제비를 끓였고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본다.



- 2017. 8. 16. -


분홍 프록스 옆에 피어난 맨드라미를 본다




이번 비는 그치지 않고 연일 계속 내린다,

깨를 털 틈을 주지 않네~.




깻단 비 맞은 부위는 이미 검게 변했다.


- 2017. 8. 13. -


합덕읍사무소 서예반엔 어린 학생들과

어른들이 함께 배운다.


그 어린이들 중 동훈이가

내 뒤에서 엄마와 함께 연습하던 중에 쓴 것을

내게 보여 주고 있다.


근래 서예작품을 이곳저곳 전시회에 출품하여

상을 받아 어깨가 들썩일 것 같네...


서예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좋은 분야 같다.

물론 동훈이는 서예가 끝나면 피아노 학원을 가야 한단다.

시골 어린이라고 한가한 것이 아닌듯...



- 2017. 8. 19. -


산너머에 사는 갑장님이 찾아오셨다.

장갑 도매업을 하는 그가 가져 온 실장갑,

나 같은 농부에게는 화장지보다 더 값진 선물이지 싶다.


면천면사무소에서 운영하는 탁구회 총무일을 하신단다.

가까운 시기에 탁구를 배우러 가기로 했다.



비내린 고사리밭을 둘러보던 중에

머루넝쿨을 발견하였다.



고사리도 많이 자랐지만 풀들은 더 기승이다.

열흘이 멀다하고 예초기를 돌리지만 그때뿐이다.

저 것들을 우짜지? ㅜㅜ



그렇게 여름이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초보농부는 덥고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즐겁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