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당진 ] 초보 농부 마늘을 심다

재넘어아재 2017. 12. 5. 04:26




[ 당진 ] 농사일기 호박은 들이고 마늘을 심다

< 2017. 11. 2.~ 11. 14. >


- 11. 2. 목요일 -


아침부터 무우를 솎아 김치 담는 옆지기,

귀경하기 전에 김장 때까지 먹을 것을 담겠단다.



면사무소를 지나 합덕방향으로 가는 길,

어느 교회에 가수 해바라기의 공연이 있다는 현수막이 결렸다.



- 11. 3. 금요일 -


아내와 귀경하는 길에 마곡사를 들렸고,...



단풍 감상 뒤 마곡사에서 나와 식당가를 거쳤다.

물론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사찰 입구에 올갱이해장국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메뉴라는 느낌이 살짜기 들었다.



- 11. 4. 토요일 -


찌게 냄비를 렌지에 올려 놓은 것을 까맣게 잊고

잠시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마치고 왔더니...


온통 매케한 내음으로 뒤덮인 가운데 검게 피어나는 연기를 보는 나,

경악하며 치매증상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런 광경은 사진을 찍어 둬야 실감이 날텐데...

사진 같은 건 생각조차 못했다며 심각성에 또 놀랐다.ㅜㅜ


그럴 때 쓰라며 친구네가 선물로 가져 왔던 것을 생각해 냈고,

결국 싱크대 구석 어둠 속 보물상자가 빛을 본다.



인쇄한 사용법까지 친절하게 넣어 주신 제수씨~.

그 덕분에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로 말끔히 처리할 수 있었다는...

친구야 무자게 고맙다.^^



내일 아침엔 기온이 많이 내려 간다는 예보다.

김장 채소밭을 단도리 하려는데 갓 피어나는 도라지꽃이 퍽 애처롭다.


아무래도 너는 때를 잘못 선택한 것 같다.

무우나 배추 그리고 쪽파는 이번 취위정도에 문제가 없을 듯...



그렇지만 호박 만큼은 냉해가 염려돼 거둬 들여야 한다.

부지런히 수확한 호박을 손수레에 싣고 현관으로 이동시켰다.


몇 번이나 오르막길을 끙끙거리며 옮겨야 했는데...

시원 찮는 것들은 그냥 버릴까 망서리다 결국 다 싣고 왔다.



옮기고 보니 거실에서 호박들이 반상회를 한다.

재넘어 아저씨 우리를 어떻게 하실거유?


두고두고 생각해 봐야지...

아무래도 힘들겠지만 너희들 토굴에서 그때까지 지내거라.



비상 식량으로 먹어도 한동안 버틸 분량.

그럴 거면 뭐~, 팥 같은 다른재료가 필요하지 않나 싶네..

거기...호박 필요하신 분?



- 11. 5. 일요일 -


옆집 아주머니의 감작스런 입원소식에 문병을 갔고,

2인 병실 앞쪽 병상의 어르신 가족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 졌다.


서로 음료까지 나누다가 어디서 오셨는지 여쭈었다.

그분은 두산리에서 오셨단다,


두산리는 저번에 흑염소 보러 갔던 동네,

그때 얘기를 들던 어르신이 흑염소 농장과 기까운 친척이라며

나중에 흑염소를 사려면 꼭 연락하랍신다. ㅎ



- 11. 6. 월요일 -

비닐하우스에서 큐어링을 마친 고구마는 집으로 들였고,

다시 토굴의 호박 옆에 저장시켰다.



앞집은 벌써 마늘을 심는 듯하여 살피러 갔다.

그때 비닐하우스에서 콩타작을 하시더라는...


우린 수확도 하지 못했는데 언제 저처럼 타작을 할까?

마늘 심을 준비도 해야하는데....ㅜㅜ



집으로 돌아와 씨 마늘 준비를 서둘렀다.

작년에 수확해 보관한 마늘로 3천에서 5천 알 쯤을 준비해야 한다,


아내 주장에 따라 예전의 전통방식대로

뿌리째 뽑아 엮어 보관해 둔 마늘단이 내려지고,



다음으로 내 주장으로 세척하고

정리해 양파망에 넣은 둔 마늘들도 꺼내졌다.


마늘 한 통의 평균 쪽수가 6개 씩임을 환산하면

아홉 접 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며칠동안 틈이 날 때마다 쪼게야 했는데...

의외로 힘들고 손이 얼얼하도록 아팠다는...ㅜㅜ.


아~ 이때 확인 한 것을 공개하는데....

마늘 수확시 세척해 보관하는 것이 안한 것 보다 낫다라는 것,

보관 및 활용에 유익했음을 기록한다.



- 11. 8. 수요일 -


국향회에 전시되었다가 죽향골 양짓쪽으로 이사 온 국화,

제법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서늘한 곳에 둬야 오래 간다는 국화를 따뜻한 실내에 둬서

꽃이 더 활짝 피어났지 싶다.



면천탁구회 여성회원님들이 매생이전을 굽고 계신다.

열성적인 70대 누님들이 주축이라는...



- 11. 10. 목요일 -


한동안 맑던 날씨가 흐려졌고 소나기까지 내린다.

마늘을 심었더라면 단비였을 텐데....


이럴 때는 온천이나 이발하는게 상책,

아내는 초원미용실로 나는 성신이발관으로 향했다.


어르신들이 악속이나 한 것 처럼

벌써 이발관에 줄서 계셔서 나는 한참 기다려야 했다.


이얘기 저 얘기 중에 가을비가 때 마침 잘 내린다고 하셔서 의아했는데

그들은 이미 마늘과 양파를 심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버스 시각표를 발견하고 찜해 두었다.

먼저 끝난 아내와 죽향골로 돌아가면서 짜장면이 먹고싶단다.


그날 처음으로 중국음식을 배달신청했는데...

첫 집은 얼마나 시킬지 묻더니... 둘 이라는 대답에


배달할 사람이 없다며 주문을 회피했고,

두번째 집에는 미리 탕수육까지 추가하여 겨우 주문할 수 있었는데....


그조차 시큰둥하며 겨우 배달해 주겠다는

반응이었으나 맛은 의외로 괜찮았다.



- 11. 11. 토요일 -


아내는 어제 남은 탕수육과

꽁치구이에 무채로 아침 반찬을 만들었나 보다.



며칠전 심은 보릿골 옆에 양파를 심었다.

합덕 흥농종묘에서 산 실양팟단을 풀어 비닐멀칭에 심었다.

모두 400 포기 였는데 며칠 후 찍은 사진이다,



세 종류(메주콩, 서리태,약콩)의 익은 콩을 거둬 옮겼고,

일부 여물지 않은 메주콩은 익을 때까지 그냥 두기로 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다 건조되면

그때 라디오를 들으며 토닥토닥 타작하리라.



마늘을 심을 곳에 비닐 멀칭 작업을 하여야 했는데.

아내가 도와준 덕분에 훨씬 수월했다.



경상도 땅 상주 모임에 가는 길..

육종회와 작목반의 합동정모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던 것...


서방님이 뭐하러 상주를 다니는지

아내라면 알 필요가 있는거 아녀? 하며 같이 가자고 꼬드겼다.


사실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이들의 비율이 20~30%나 되는데

매번 혼자만 참석했던 나는 그 길이 심심했다.



이번 강의는 인원이 많은 관계로 강의실을 빌렸단다.




육종과 작목반이 앞으로 나가야 방향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모두 경청했다.



그리고 일정에 맞춰 숙소로 이동하였다.



그곳은 곶감공원,

나무엔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이색적이다.


그룹져 룸이 배정되고 자기소개와 더불어

흥겨운 오락시간이 있었다.



각가지 요리가 현장에서 조리되었다는....



- 11. 12. 일요일 -


다른이들은 콘도형 숙발시설을 이용했으나

우린 근처에 텐트를 펼지고 오랜만의 한뎃잠을 잤다는....



나무엔 붉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이색적인 모습이었음은 당연....새벽하늘과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어젯밤에 둔 군 고구마옆에

서리가 뽀얗게 내렸다.



아침 식사후 다시 강의장으로 돌아왔다.



접도(접목용 칼)와 가위 그리고 접목테이프가 동원되고,

대목(뿌리쪽 접붙혀질 나무)과 접수(접목용 나무가지)까지 놓였다.



접목의 목적을 비롯해 그 방법을 배웠으며



각자 준비한 공구를 이용해 대목과 접수를

하나하나 자르고 쪼개어 조제하는 과정을 실습하였으며



성공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과



굵기나 형태가 각기 다른 여건에 맞는

다양한 접목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전국에서 모인 관계로 넉넉한 귀가시간이 필요하므로

정오무렵 모임은 끝이 났다.


이번 모임의 수확은 우리처럼 귀촌한 가족을 만나 것이다.

마침 우리 옆에 계신 형님벌 부부가 아산에 사신다는 것,

그 형님네를 조만간 찾을 예정이다.


하여튼 귀가 길에 그 형님이 소개해 준

맛집을 들러 가기로 했다.



남상주IC와 가까이 있다는 통나무집을 찾았다.



그들의 말대로 근사했다.



남들이 많이 찾는 정식을 주문하였고

식사후 죽향골로 돌아왔다.



- 11. 13. 월요일 -

지난 주말 나들이 여파로 밀린 농사 일,

우리는 다하지 못한 마늘밭의 비닐 멀칭을 마쳤고,



동방종합중기 사장님은 토굴작업 중,

집을 지어보니 미처 생각치 못한 일이 의외로 발생한다.


그래서 집은 세 채 쯤 지어봐야 제대로 안다는...

그런 말이 형성되는 것 같다.



모든 게 서투른 재넘어 가족...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육쪽 마늘을 심기 시작한다.



교본대로 살균제에 한시간 담구었던 씨마늘,

물기 빠진 마늘씨를 통에 담아 들고서 나와 아내는 이랑 양편에 섰다.


그리고 한알 한알 정성을 다해 심었다.

물론 필요 이상으로 운동을 해서 허리가 아프긴 하지만....



- 11. 14. 화요일 -


하여간 아내가 귀경하던 날까지 다 심지 못해

나는 남아 그후에도 마늘을 심었고


나중에는 스프링쿨러까지 설치해 물을 주었다.

이제 강추위에 대비하여 저 위에


한꺼플의 투명 비닐로 옷을 입혀 주어야

내년 봄까지 기다릴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아직 타작할 콩이 산더미다...ㅜㅜ



가을은 어느새 농익어 나뭇잎과 함께 시들고

풀벌레들도 겨울잠에 들었나 보다.


달 뜨면 유난히 크게 들리던 그들의 합창소리도

언제인지도 모르게 뚝 그쳤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죽향골,

이제 김장행사 라는 과제가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