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당진 ] 초보농부의 12월 일기

재넘어아재 2018. 1. 5. 11:46



[ 당진 ] 초보농부의 겨울일기

< 2017. 12. 8.~ 12. 30. >


- 12. 8. 금요일 -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농업정책과 이*란입니다.


12월 12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당진시6차산업(예비)경영체 워크숍을 개최하오니


참석 가능하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나는 가급적 참석하겠노라 답장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물까치가

까치밥을 넘보고 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힘있게 쪼아보지만 추위에 얼어서

좀처럼 떼 먹기가 어려울 정도로 딱딱한 게다.



그렇지만 얼마후 보니 조금만 남아 있더라는...




- 12. 12. 화요일 -


그런 연유로 찾은 당진시청 2층 중회의실,

마련된 좌석은 다 찼고 복도의 임시 좌석에 겨우 앉을 수 있었으니,


6차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갑다는 것을 느꼈다.

4차산업이라 하면 1, 2, 3차 산업에 IT기술을 더한...


즉, 제조업에 정보통신을 접목해

융합한다는 의미라는 것만 겨우 알까말까 한 내게..


5차도 아니고 6차산업이라니...

엉뚱하고 생소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하여간 회의장에 입실하며 받은 유인물을 펼쳤고

교육 일정표가 소개됐다.



그런데 6차산업에 대한 교육은 처음이 아니라

벌써 몇번을 거쳤나 보다.


강사 왈, '몇 번의 교육을 받으신 여러분들 이기에

6차산업의 의미는 생갹하기로 하겠습니다.' 라고 하는게 아닌가


하여 나는 5차산업과 6차산업에 대해 따로 공부해야 했다.ㅜㅜ

먼저 5차산업부터 검색했다는...


5차산업이란?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서비스업을 3차 산업만으로 분류할 수 없기 때문에

4차 산업과 같이 만들어진 개념이다.


아직 확정된 개념은 아니지만,

3차 산업을 금융, 보험, 상업, 수송 등으로 국한시키고

4차 산업은 정보, 교육, 의료 등의 산업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5차 산업은 취미나 여가 생활(오락, 패션 등)으로 분류한다는 것,

4, 5차 산업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그러면 6차산업이란 무엇일까?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여기에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융합・복합화한 산업을 의미한단다.


1+2+3=6이라는 의미에서 6차 산업이란 명칭이 생겼다는 것,

예를 들어 농업이라는 1차 산업과

이를 통해 얻어지는 특산물을 이용한 재화의 생산(2차 산업),


그리고 관광 프로그램과 같은 서비스 창출(3차 산업)을 통해

6차 산업이라는 복합산업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란다.


하여간 알 것도 같고 아리숭 하기도 한.

김정남 강사가 설명하는 6차산업에 대한 강의를 들었고,



백석올미영농조합 김금순 할머니로부터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영농조합의 성공사례를 배웠다.



그리고 세계 농산품시장의 인증제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강의도 들었다.



- 12. 15. 금요일 -


추위로 얼었다 풀렸다 하는 땅은

저번에 땅 속에 심은 마늘까지 영향을 끼쳤는데...

마늘씨의 상당수가 노출됐더라는 것...




어쩌면 좋을지... 어른들 말씀을 들어 봤더니

한파가 닥치면 땅이 얼게 마련이며,


마늘은 그런 조건하에서도 뿌리를 내리는데..

그때 마늘뿌리가 언 땅을 뚫지 못하고


오히려 마늘자체가 통채로

지표면 밖으로 솟아 올라 생기는 현상이란다.




그런 마늘은 나중에 힘없이 뽑히고,

결국 얼어 죽기 십상이기 때문에 수확량을 급감시킨다는 것,


평상시 같으면 땅이 얼기전에 뿌리가 정착하므로 문제가 없으나

올해는 추위가 일찍 찾아와서 그렇단다.



어르신들은 추위가 닥칠 것에 대비해

마늘밭을 비닐로 미리 덮어줘 피해를 이미 예방했다는 거다.


그러나, 초보농부인 재넘어는 비닐만 겨우 준비했고,

갑자기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덮어주는 작업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별수 없이 노출된 마늘을 뽑고

그 자리에 구멍을 다시 판 뒤 마늘을 심어야 했는데...

언 땅을 파기 위해 쇠말뚝에 망치까지 동원됐다.


그 구멍에 뽑혀진 마늘을 쏙 집어 넣고

뿌리가 흙에 닿게 눌러준 뒤




주위의 녹은 흙으로 덮고 자근자근 눌러줬다.

하여간 제 때 작업하지 못한 개으름으로 고생이 만땅이다.


손도 시리고.. 발은 더 시렵고..아이고야....ㅜㅜ

하여간 마늘이 춥지않도록


비닐 이불을 다 덮어주느라 아내와 내가 힘들었지만

나름 흡족했다는...ㅎ



그날 저녁 탁구반 회원 중의 한 분의 생일이어서

개임 중간에 축하파티가 있었다.


케익과 치맥에 소주까지...

ㅉㅉ 생일축하합니다. ^^



- 12. 16. 토요일 -


오전에 딴 울타리콩 껍질을 까는 아내



나는 창고에서 가져온 겉보리를 물에 씻고 볶음 작업을 했다.

지난번엔 주걱을 사용해 엉망이었는데


이번엔 전용 볶음 기구를 사용해서 훨씬 품질이 좋아졌다는..

그렇지만 다음에는 방앗간에 맡겨야겠다,ㅎ



오후시간에는 비닐하우스로 이동해 아내와 콩타작을 시작했다.

도리깨질을 할 때 어찌나 먼지가 많이 이는지....


결국 막대로 두드리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그날 겨우 10% 정도 하였을까?


이런식으로 하면

타작은 봄이 되어서야 끝 날 듯..ㅋㅋ



하여튼 먼지 땜시 둘이 동시에 작업을 할 수 없었다.

문을 열면 가능하겠지만 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그럴 수도 없다.


나는 다른편에서 아마란스를 두드렸다.

이것도 앞으로 손이 더 많이 가야할 듯하다.



- 12. 17. 일요일 -


처 고모의 외손주 결혼식이 있어 귀경했었고,



- 12. 18. 월요일 -


다시 죽향골로 내려와 저녁반찬으로

도루묵찌게를 끓였다.



- 12. 19. 화요일 -


문인화 강습이 끝난 뒤

초원식당을 찾아 점심식사를 했는데



추어탕 맛집으로 유명한 이유를 확인하였다.



- 12. 21. 목요일 -


2017년 마지막 이사회가 열렸고 송년만찬까지 이어졌다.

신장개업한 집이라는데 우거지국 맛이 일품이었다.



이날 임원 공모가 곧 있으리라는 소식을 들었고,

내년 초엔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



- 12. 22. 금요일 -


죽향골로 내려와 난로를 피웠다.

주말에 가족들이 내려온다해서 그을름이 묻은 유리를 닦았다.


뿌린 세척제가 흘려내려서인지 아랫문에 자국이 났고,

지워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난로 공급업체에 문의했더니

방문해 처리해 주겠다면서 주소를 알려달랜다.


앞으로 내열유리청소는 물을 뿌려 불려 준 뒤

재를 묻혀 닦는 방법을 권유하였다.



- 12. 23. 토요일 -


아내의 생일행사를 위해 아이들이 도착했다.

찬율이 방긋~^^




젓꼭지를 물고서 다니는 찬율이는

옛 만화프로 "둘리"에 나오는 희동이를 연상시킨다며

가족들과 배꼽을 잡았다.



아내는 한방오리집을 즐겨 찾는다.

하여 작년에 갔던 오리전문점인 당진 감나무집을 예약했다.



누릉지백숙팀과 수육팀으로 나눠 식사후 죽향골로 이동하였다.



- 12. 25. 월요일 -


솔뫼 매듭을푸는 성모님경당에서 성탄을 맞았다.

미사후 아기예수가 탄생을 재현한 구유를 차례로 살펴 보았다.



당시 아기 나을 장소로

구유가 선택된 운명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탄생의 이유를 알아야

삶이 의미롭다는 강론도 있었다.



- 12. 28. 목요일 -


합덕읍에 가던 중에 얼핏 스친 골정지 옆에 잠시 멈췄다.

물빠진 겨울 연못의 황량함이 보였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물은 얼음으로 변해 있고

여기저기 놓여있는 연밥들은 쓸쓸함 속에서도

또다른 풍요를 보여준다.



근처 유명한 중국집에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들렀다.

메뉴 첫페이지의 옛날짜장을 주문하고 벽에 걸린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도착한 당진시남부노인복지관

그곳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들이 무엇인지 보러 갔었다.


60세 이상의 당진시민이면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요금은 과정별로 3개월에 1만 원이며 점식식사비는 1500원이라 했다.


- 12. 29. 금요일 -


서산 원광한의원에 도침을 맞으러 갔을 때

간호사들은 어머니와 오랜만에 동행하셨는데 함께 드라이브도 하고

식사도 할겸 수덕사를 다녀가랍신다.


임간호사는 "산촌"이라는 한식집을 소개해 주었으나

그 식당을 찾았더니 단체손님이 많아 한참 기다려야 할 판이다.




그래서 다시 찾은 집은

베로니카 형수부부로부터 소개받은 만희식당,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반찬들

쓸데 없이 가짓수가 많다고 여겼지만....

일어설 땐 거의 비워졌다는...




아내는 밖에 보이는 그네의자가 눈에 들었는지

죽향골에 놓았으면 좋겠단다.


아내는 분명히 서울이 삼형제들이

저기에 정겹게 앉아 있는 모습을 생각했을 거다.


식사비를 계산하며 주인에게 물었더니

코스트코에서 구입했단다.



죽향골에 선룸을 설치하려 견적을 받아보니

삼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옆지기는 무엇하려 집에 그렇게 투자를 하냐며

데크나 설치하자 한다.


그래서 지나는 길에 발견한 집을 찾었다.

정통 선룸은 아니지만 비슷한 용도에 저렴할 것 같아서리...


여름에 무척 더울 것도 같은데 문제가 없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 물어 보려 했으나 공교롭게 주인이 외출 중.



그래서 죽향골로 가는 길

우연히 "큰말의 향나무"라 표기된 우물을 발견했다.




향나무가 어찌나 큰지

세 개의 기둥을 세워 받쳐야 할 정도로 거대하다.


예전에는 이 마을사람들이

원형 우물에서 물을 길어 식수로 썼을 것이다.


아낙들이 모여 수다를 떨었을 테고

넘쳐 흐른 우물 물은 사각 둠벙에 모아 빨레를 한 듯하다.



- 12. 30. 토요일 -


한달전 죽향골 동편 첫집에 사는

할머니가 높은 곳에 오르다 넘어져 입원을 했다는 소식이 왔다.

하여 당진 성모병원으로 문병을 갔었는데...


그날 공교롭게도 우리집과 가장 가까운 이웃 아주머니가

갑자기 몸이 이상하다며 그의 아들에게 연락하고 곧 도착한 아들은

응급차를 불러 당진병원을 찾았더란다.


그러나 그 병원에선 뇌졸중이라며 큰 대학병원으로 급히가라는 바람에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재이송 됐으나


상태가 심하여 여태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있어 면회가 어려우니 의식이 돌아오면 그때 연락하겠다는

가족의 말만 듣고 기다려 왔었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의식이 희미하게 돌아왔고

곧 일반병실로 이동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려 왔으며,


오늘은 겨우 면회가 가능하다고 여겨져 아내와 출발을 했다.

말은 전혀하지 못하고 겨우 알아보는 정도였지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이제 천천히라도 회복하지 싶다 .


평소 고혈압이 있었다면서

본일과 가족들이 어찌 전조증상에 대해 무관심했는지

나는 애처롭기만 하고 안타까웠다.



갑자기 발생한 뇌졸증,

산 사람의 몸과 마음을 쉬 마비시키는 무서운 병이다.


그렇지만 빠른 쾌유를 간절히 빌었고,

완쾌되어 죽향골에서 뵙자며 인사드린후 헤어져야 했다.


신정연휴 죽향골에 모이기로 한 세자매,

처제들이 지금 출발한다며 연락에 그들의 도착시각을 맞추려 서둘렀다.


김장 때 만났던 세 자매가 죽향골에 다시 모였다.

나와 야내가 고향을 찾을 때마다 즐겨 먹는 올뱅이해장국,


이를 잘 아는 처제는 올뱅이(다슬기)를 가지고 왔고

그 덕분에 고향의 맛을 느꼈다.



내일은 올 마지막 날이고 그리고 모레면 신년 첫해다.

그렇게 중요한 이때 죽향골에서 의미있는 가족 모임이 이어졌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