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귀촌 ] 첫 겨울, 눈 깜짝 새

재넘어아재 2018. 2. 2. 10:26



[ 당진 ] 눈 깜짝 새

< 2018년 겨울 >


- 2018. 1. 9. 화요일 -


예년에 비해 빠르게 시작한 죽향골의 겨울

`작년 11월 23일 첫 눈 내릴 때부터 기온은 급격히 내려갔다.


새해를 맞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날 즈음

전국의 눈 소식을 예보하더니 진짜 폭설로 이어졌고



한파까지 찾아와선 떠날 줄을 모른다.




천연기념물 면천은행나무를 비롯해




기미년(1910년) 독립을 외쳤던 만세터, 그옆 군자정에 쌓인 흰 눈,

부지런한 누군가가 벌써 발자국을 남겼다.




- 2018. 1. 12. 금요일 -


엊그제 내린 눈은 추위로 녹지 않고 있는데

어젯밤 그위에 더 뿌려 놓아 두텁게 덧칠을 해 놓은 듯하다.


바람으로 나붓끼는 대나무 잎새의 눈이 흩날리는 사이

태양은 어김없이 떠 올라 여명은 밀려났다,



눈이 가장 잘 녹는 곳이 비닐하우스가 아닐까

햇빛만 비추면 어느 곳 보다 비닐 표면이 잘 드러난다.


비닐 겉이 비끄러워서 인지 쌓였던 눈도

한 낮이 되면 어느 순간 갈라지면서 미끄러지듯 쏟아져 내리고,

밤이 되면 저렇게 쌓이기를 반복한다.



- 2018. 1. 13. 토요일 -


밤새 바람이 불었고 눈까지 내렸다.

오늘도 눈 쌓인 대나무 숲 위로 밝아오는 여명



눈 때문일까 요즘 유난히 새들이 찾아 온다.

큰 녀석은 개똥지빠귀 이고 작은 애들은 참새지 싶다.



가득 당겨보지만 긴가민가 하다는...



비닐하우스에서 대두를 털다가 추워서 나오는 길

서산에 기운 태양이 유난히 크다.



- 2018. 1. 14. 일요일 -


유난히 심한 안개는 차량 앞유리에 성애를 잔득 쌓았다.

겨우 긁어내고 서행하며 솔뫼를 찾았다.



겨울 안개가 얼마나 심하던지 비상등을 켜기도 했다.

차가운 안개는 사방을 뿌옇게 만들고


나뭇가지에 엉겨 붙어 만든 상고대,

무심코 지나 치려던 나를 문득 멈추게 한다.



잠시후 그 안개 너머로 골정지의 일출이 시작되고...




어느 때 보다 손이 시리지만

이 아침 풍경이 너무 좋아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짙은 안개 속에 해뜨는 동편




연못, 벚나무, 붉은 태양, 안개... 몽환스럽다.



반대편 몽산쪽에도 안개가 짙네...

볏뿌리가 많이 들어난 것을 보면 눈이 많이 녹은 게다.




군자정 옆 깊로 들어섰다.

감리교회 종탑 옆으로 해가 비껴 선다.



이런 풍경을 보이는 아침이 특별하다



- 2018. 1. 15. 월요일 -


며칠전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냈고

그 중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둘로 쪼개 쪽문 밖,

눈 위에 시험삼아 놓아 두었다.


그 곳은 고라니와 꿩의 발자국이 나 있던 곳,

재를 밭에 뿌리다 속을 알뜰하게 파 먹은 것이 보였고


다음 날엔 껍질까지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처음엔 새가 먹고 나머지는 고라니가 먹었지 싶네




오늘도 안개가 심하다.



비둘기보단 작고 참새보다는 훨씬 큰 새,

저 새 이름을 모르겠다.



- 2018. 1. 16. 화요일 -


오늘부터 당진농업기술센터의 농업인 실용교육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시설원예기술에 관해 강의를 들었다.


시설원예란 쉽게 설명하면

비닐하우스안에 채소를 재배하는 것이란다.


지금까지는 농민이 농약을 구입해 마음대로 살포했으나

올해부터는 각각의 작물에 허용된 것만 쓸 수 있단다.



그날 내 옆에 서울 송파에서 살다 귀촌한 부부를 만났는데

부부는 당진농업기술대학에 원서를 냈다며 함깨 다니자고 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내년에 농기계반이 개설된다니 그때 다녀 볼 작정이다.




교육후 저녁식사로 닭개장을 먹었다는...



재작년 들깨탈곡기를 빌리며 소개받은 식당이다.

맛이 괜찮아 단골이 되었다는...



- 2018. 1. 17. 수요일 -


요즘 날씨는 이상하게도 아침마다 흐리다.

햇빛이 없는 덕분에 거실 앞 편백에 앉은 새를 관찰한다.


색상이 의외로 잘 담겼다.

갈색 투구머리에 잿빛 몸체와 꼬리 그리고 하늘색 깃털이

오랜만에 선명히 보인다.



계절마다 찾아 오는 새들이 참 다양하다.



아침식사후 찾은 농업기술센터,

오늘은 단호박 교육이다.



재작년 시장에서 몇종류의 호박모종을 구입해

죽향골 텃밭에 심었었다.


죽향골을 방문할 때마다 호박을 수확해 이웃과 나눔을 하곤했는데....

아내가 어느날 요리를 하려고 잘라보니


하나같이 구더기가 바글바글 해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날 이웃에서 호박을 회수하는 일까지 있었다.


우리는 그런 경험이 처음 이었고

그 후부터는 호박을 나눔할 수 없었으며


호박에 과실파리가

알을 낳아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그 방제법을 배우고 싶었다.



농업기술센터의 공무원은 각각의 맡은 작물이 있어

그 분야의 전문가 답게 많은 것을 알려 준다.


과실파리는 심는 시기가 늦어지면 발생하므로 일찍 심어야 하고

만일 늦으면 꽃피는 시기에 방제를 해야 한단다.


사진은 외국 호박전시회의 한 장면

세상의 식물 중에 가장 큰 열매가 호박이란다.



작년 울릉도 여행시에는 울릉도 호박이 최고라던데...

우리나라에서는 당진 단호박이 최고라는 자랑이다.


처음엔 자화자찬이라 여겼는데....

통계자료를 보여 줘 빈말은 아니란 것을 알았다.



교육과 더불어 단호박연구회의 회합이 있었다.

나는 회원이 아니어서 식당으로 직행....



- 2018. 1. 19. 금요일 -


일산 회사 가는 길, 신축 중인 고층아파트

층수가 부쩍 높아졌다.



- 2018. 1. 20. 토요일 -


고사리에 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200여포를 다 뿌리려면 며칠은 걸릴거다.


고사리가 건강하게 그리고 맛있게 자라도록 하려면

완숙된 두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단다.



거름 포대를 쌓아둔 곳에서 2포씩을 풀어 외발수레에 붓고

사방으로 다니며 삽으로 흩어 뿌려야 하는 일,


그러나 능률적이지 못해 포대를 먼저 이동해 놓은 다음

나중에 풀어 뿌리려고 포대를 사방으로 나르는 방법으로 전환 했지만


이일 역시 만만치 않아서

나르는 작업에만 이틀은 걸릴 듯이 힘이 들었다.


결국 며칠후 다 옮겼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 다음날은 기온이 급강해 포대와 꽁꽁얼어 돌덩이같이 변했다.


추위가 계속돼 이글을 쓰는 2월이 되어서도 거름을 흩지 못하는

예측하지 못 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ㅜㅜ



- 2018. 1. 21. 일요일 -


작년에 수확해 토굴에 보관해 둔 호박들이 골치다.

그중 하나가 첫 외출을 했다.



호박죽인가 호박범벅인가 그런 것을 만들겠단다.

음~, 만드는 작업 과정이 만만치 않더라는...



햇빛이 따뜻해서 일까, 멧새 떼가 죽향골을 찾아와 찍찍거린다.

창밖을 보니 뒤안에 많은 날아 다닌다.


예전 겨울철에 가장 많은 새였는데

요즘은 그때 처럼 흔한 새가 아닌 것 같다.


어릴적 고향 마을 안에는 참새가 진을 치고

마을외곽 들판이나 산에는 저 멧새가 가장 많았던 기억이다.



서율이와 재율이 녀석들은

베이블레이드 라는 일종의 팽이놀이에 열중이다.


팽이 종류도 다양하고

경기까지 치루기도 하기에 기량을 갈고 닦는다고 난리통,


몇 번의 출전경험이 있으나 아직 입상은 못했단다.

녀석들이 눈 깜짝 새 저만큼 자랐다.




주말 저녁 아이들이 귀경했다.

막내 담준이가 벌써 보고 싶어 지네...ㅎ


- 2018. 1. 22. 월요일 -


아내는 어제 좋은 것을 골라 물에 불려두었던 콩을 삶았고

나는 삶아진 콩을 비닐자루에 넣어 밟아 으깼으며 각각 매주 4개씩을 만들었다.


서로 만드는 방법을 주장하기에 번호를 매겨

나중에 결과를 보기로 하였다는....




- 2018. 1. 24. 수요일 -


당진농업기술센터 중강의실,

품질이 전국 최고라는 당진 호박고구마 재배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지난주 단호박이 전국최고라 하더니

당진고구마가 전국최고 라며 그 품질을 계속유지 하자고 격려한다.


가락시장 경매 통계자료는 당진에서 생산된 호박고구마의 가격이

다른 지역 것 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보여 줬다.



많이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심는 것도 수확하는 것도 기계화 되었단다.


당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어느 농가,

그 농가의 고구마 밭 넓이가 무려 27만 평이나 된단다.

우리의 만 배 쯤 될 듯한 넓이다.



오늘은 함께 강의를 들은 아내는 교육이 괜찮다는 평가다.

특히 심는 법이 여태 우리가 알고 있던 그런 방법이 아니었다.


고구마 모종을 대각선으로 비스듬이 심어야 하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그렇게 심으면 가장 깊은 위치의 잎새에 뿌리가 먼저 내리고,


그 다음으로 그 윗쪽 잎새에서

뿌리가 내리는 방법으로 자라게 되며...


먼저 자란 순서대로 열매의 크기는 제각각 이기에

결국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단다.


그러므로 모종은 줄기의 가장 끝 부분만을 골라 써야하며

줄기가 아깝다고 모종으로 쓰진 말랜다.


25센티의 줄기를 고랑에 수평으로 뉘어 십는데

3센티의 깊이로 흙을 덮고 투명 비닐 멀칭을 한 다음


며칠후 뿌리가 내린 다음 구멍을 뚫고

고구마 싹을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재배해야 한단다.




그래야 저처럼 고구마가 균일하게 열린다는 것,

하여간 우린 놀랍기만 했다.

이제부터 우리 밭 올 고구마가 저처럼 열리려나?..ㅎ



- 2018. 1. 25. 목요일 -


오늘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전기용점 교육,

그리고 오후에 양파교육과 표고버섯 교육이 중복돼 있다.

먼저 전기 용접에 대한 이론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점심 식사후

실습장으로 이동하여 실기에 앞선 안전교육을 듣고



번갈아 가며 용접 실습을 하였다.

이제 겨우 감을 잡은 것 같은데...연습을 더 해야겠다.


송파에서 귀촌한 형님이 내게 눈짓을 주신다

이제 양파교육장으로 가자며...



둘이서 실습장에서 나와 양파 강의실로 갔다.

강의 중에 작년에 심은 우리 양파는 이번 한파로 뿌리가 얼어


작황이 좋지 않을 거라는 얘길 들었다.

늦게 심었기에 뿌리가 깊게 내리지 못한 것이 이유란다.ㅜㅜ


- 2018. 1. 26. 금요일 -


당초 염소교육은 4월 19일과 20일에 걸쳐 실시될 에정이었으나...

오늘 사전 소집이 있다는 연락에 참석 했다.


지금까지는 염소 몇마리는 아무 조건없이 키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으며 제약사항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 2018. 1. 29. 월요일 -


오늘은 이달 끝으로 실시된 황토감자 재배법에 대해 배웠다.

감자는 철분이 많이 함유된 황토에서 자란 것이 맛이 좋단다.



감자의 경매가격은 5월 중순이 가장 높단다.

그러나 5월 중순에 수확하려면 당진에선 연료비가 많이 들어

현상황에서는 경제성이 없단다.



감자 씨앗은 가능한 무균처리된 것을 구입해 사용하라 하는데...

우리처럼 먹을 것만 심는 농가엔 씨앗값도 부담된다.



- 2018. 2. 2. 금요일 -


다음주 실시 예정이던 채소재배교육과 콩재배,

그리고 농기계 안전교육이 조류독감 확산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연기가 되었다는 연락이다.


2018년 첫날이 엊그제 였던 것 같은데...

벌써 1월이 지나고 2월로 접어 들었다.


엊그제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 같고,

그저께 은퇴한 느낌인데 눈 깜짝 새 몇년이 흘렀다.


어디선가 인간의 죽음 중의 가장 큰 원인이

은퇴라는 글을 읽은 적 있다.


소일거리가 없을 때 그런 결과를 가져온 다는 것 같은데....

주어진 삶을 건강하게 살아 가려면


기술을 터득해 할 일을 찾아 개발하고

스스로 그 일을 꾸준하게 하는 것 뿐이지 싶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