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 ] 솔뫼의 국화향기
< 2017. 10. 29. >
아내와 솔뫼에서 죽향골로 돌아 왔을 때
그곳엔 서율이 삼형제와 그의 엄마가 함께 도착해 있었다.
아내는 아이들이 온다는 소식을 알고
함께 아침 식사를 할 요량으로 미리 준비를 해 놓았나 보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아침상이 차려졌으며
나중에는 담돌군이 좋아하는 계란프라이까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나 보다 손주들을 더 귀하게 여기는 옆지기....
계란을 좋아하는 담돌이(둘째 재율의 태명) 덕분에 오늘은
계란 맛 볼 기회가 주어졌다.
< 회상/고향집 >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의 고향집,
당시 식구들은 안방에 모여 식사를 하였고 일꾼만 사랑채에서 따로 했다.
안방에는 면사무소 다니던 아버지와 내가 겸상을 했고
그옆에서 어머니와 대여섯 남자들이 한 상,
그리고 형수를 비롯한 여자 너덧이 한 상 하여
안방에는 세 개의 상을 놓고 식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계절에 따라 마루에서도 하기도 했고
어떤 때 형수는 누나와 여조카들과 부엌이 편하다며
그곳에 쪼그려 앉아 따로 식사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몽당 빗자루나 집단을 깔고 앉았던 모습이 회상된다.
< 회상/계란 반찬 >
하여튼 계란 반찬을 보면
어릴적 아버지와 겸상을 할 때 이따끔 놓였던
계란반찬이 생각난다.
탕기(작은대접?)에 계란 한 알을 깨 넣고 소금간을 한 뒤,
기름 몇방울과 잘게 썬 파를 띄워 두었다가...
밥이 끓어 뜸이 들 즈음 솥 뚜껑을 잠시 연 다음
밥 위에 탕끼를 얹혀서 익힌 것으로 일종의 계란찜이었다.
암튼, 근엄한 아버지 앞에서의 식사는 아주 조심스러웠는데...
아버지 보다 수저를 먼저 들어도 안되고
먹을 때 씹는 소리를 내도 안되며 맛있는 반찬을
함부로 먹어도 안된다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기에....
고소한 향기가 나는 계란찜을 앞에 두고도
어린 내가 자유롭게 먹지 못했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아버지가 남겨두고 출근을 서두르며 일어서야 내 차지...
그 계란찜의 향기를 잊을 수가 없다.
이따끔 어머니는 동생들과 나눠 먹도록 했었는데...
차버지와 겸상하던 나의 특혜는 나중에 막내 동생이 누렸었다.~
이제 그 맛있는 계란은 재율이 차지라는 것을 깨닫고
쓴 웃음을 질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아내는 내게 휴대폰을 건내며 한글서예선생님이란다.
서예선생님은 오랜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다 퇴직하신 분으로
다재다능을 넘어서 존경스럽다.
글씨와 그림에 소질이 있어 후학을 위해 가르치기도 하지만...
국화재배에도 일가견이 있으며 따르는 이들이 많다.
그 선생님을 매주 서예강습시간에도 뵙는데
국화전시회 개최사실을 알지 못 할까 싶어 전화를 거셨단다.
국향회(菊香會) 회원들이 김대건신부 생가 앞에서
정성껏 가꾼 국화를 전시하고 있으며 그냥 지나치긴 아까우니
방문해서 감상하라는 취지이셨다.
지난번에 선생님께 인사를 드린 바 있는 옆지기
기왕에 가려면 아이들과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자고 말한다.
하여, 온 가족이 솔뫼로 향해 출발하였고
우리는 20분 후 솔뫼성지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무슨 버스가 이리도 많이 온 거지? 행사가 있나?
새벽에는 아주 조용하더니만....
아내와 딸 그리고 아이들을 뒤따라 가며
성지 정문 양쪽에 놓인 소국들을 살펴 본다.
둘레가 하얗고 가운데는 노란 저 소국이 괜찮네~.
국향회에서 기른 것일까?
성지 내로 들어서자 인산인해....
명찰을 목에 걸고 있는 사람들은
관광객들이거나 순례자들이지 싶다.
이곳은 가장 유명한 가톨릭 성지이지만
교황방문으로 더욱 알려져 찾는 이들이 많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오늘 우리가족은 순례가 아니라 국화감상이 목적이다.
선생님의 지도하에 만들어진 국향회 회원들의 정성이 깃든 작품이기도 하지만...
나와 함께 배우는 동료 한글서예반원들의 작품이기도 하다.
서예반에 갓 들어온 나 이외의 모든 수강생들은 모두 국향회 회원이란다.
그렇기 때문에...선생님을 비롯한 서예수강생들 조차
당연히 나까지 국향회원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곳(합덕, 우강)에 살지 않는 사람인데다
남자가 국화를 기른다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다.
국화가꾸기 같은 일은 여성들의 몫이고 남성들이 참여하지 않기에
그래서 나는 국향회에 관심없다고 해왔다.
그렇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들이 국향회 회원으로 있으며
그들도 선생님의 농원에 모여서 재배 교육을 받고
국화를 손수 가꾼다 하니 요즘은 귀가 약간 솔깃해 졌고,
어떤 면에서는 약간의 매력을 느낀다고 할까... 하여튼 그렇다.
각자의 개성으로 가꾸어진 국화는 전시회에 출품하였다가
그후 각자의 가정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가을 꽃의 대명사 국화, 중국에선 그냥'국(菊)'이라 부르며,
이 국화의 원산지는 중국, 일본이라는데 오리나라도 포함되지 싶다.
중국에서 '국(菊)'은 '누룩'을 뜻한다는 데
누룩이 술의 기본이며 맛의 원천이라 하여 아주 귀하게 여겼다는 것,
우리 한국인이 가을철에 가장 좋아하는 '국화'는
ㅇ예전부터 한자로 '국(菊)'자에 '화(花)'자를 붙혀 불러왔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 생가터 앞에 만발해 있는 그 국화가 멀리서부터 보였고
한 눈에 국향회 전시코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국화는 주변에 향기풍겨 가을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여러가지 색의 국화가 있는가 하면 크기와 모양까지 다른 것이 매력적이다.
서율이도 재율이도 국화를 보더니 예쁘다고 한다.
이런 앙증맞은 꽃들을 작은 화분에 심어 실내 곳곳에 두고 보면
단조로운 실내는 금세 운치있는 가을로 변한다.
국화는 원래 가을에 피는 꽃이지만 지금은 개화 시기를 조절하여
지금은 일년내내 국화를 볼 수 있단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농부들의 수고가 있고
냉난방 비용을 많이 들여야 하는 문제까지 있다고 한다.
국화는 일반적으로 노지에서 겨울을 날 수 있는
숙근초(宿根草)라고 설명한다.
겨울이 되면 지상의 가지와 잎은 시들고 말라 죽지만
뿌리는 추위에 끝까지 살아남아 겨울을 이겨내며
그 다음 해 봄에는 새 순이 돋고
가을이는 결국 예쁜 꽃을 다시 피운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예쁘다 할지라도
국화는 한 곳에 심은채 그대로 두면
해마다 꽃이 점차 작아지고 볼품 없어지며
결국 도퇴돼 수명을 다 한단다.
그러고 보면 국화는 가련하고 애련하다.
예쁘고 향기로운 국화를 죽게 두지 않으려고...
국향회 회원님들이 가꾼 작품들...
소담스런 예쁜 꽃을 계속 보기 위해서...
저기 이상범 선생님을 비롯한 국향회 회원들이
새싹을 꺽꽂이(삼목)하고 애써 가꾸는 활동을 했다는.....
덕분에 우리가족이 김대건신부 탄생지에서
향긋한 국화향을 맡지 싶다.
국향회에서는 단순한 재배나 가꾸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형태의 분재로...
국화의 줄기와 싹 그리고 꽃을 유인하는
것에서도 커다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거라 느낄 때 쯤
찬율(담준)은 할머니 등에서 잠이 든 것 같다.
국화를 배우고 가꾸는 것을
취미 삼는 것이 국향회라고 회원들은 설명한다는....
국향회의 작품전시회가 이번이 여섯번 째라 한다.
매년 한 번씩의 전시회를 가질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국향회가 결성된지
최소한 6년은 더 되었을 것으로 짐작 할 수 있다.
녀석들은 카메라를 들여 대면
갑자기 이상한 표정으로 변하는 청개구리 들이다.
큰 녀석 서율군에게
왜 갑자기 그런 이상스런 표정을 짓는지 물었더니
멋 쩍었던지 다시 표정을 바꾼다.
너는 일곱살이므로 국향회 나이 보다 1년 앞섰구나.
재율이는 2년 늦고...ㅎ
꽃의 모양과 색상이 특이해 가까이 접근하였다.
지키고 있는 선생님과 회원 몇 분께 인사를 드린후
우리 가족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후...
- 2017. 11. 1. 수요일 -
합덕읍사무소에서 오후 한글서예 강습이 있는날,
그날 오전 들꽃샘께서 내게 전화를 주셨다.
물론 그는 선생님으로부터
한글서예를 배우는 학생이면서 국향회의 일원이다.
하여튼 오늘 한글 서예수업은
선생님이 상주하고 계신 솔뫼의 김대건신부 생가 앞에서 한단다.
서예 도구 없이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국화를 감상하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설명을 해 주셨다.
물론 그는 며칠전 내가 전시회에 참석한 것을
모르고 연락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시간에 맞춰 솔뫼로 가는 길....
면천과 합덕 경계를 넘어설 때 쯤 싸이클 탄 두 여인이 보였다.
와우~ 멋있기도 하지만 위험해 보이기도 하다.
얼핏 체형을 보아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 여성들 같은데
근처에 미군부대가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때 아내와 MTB에 입문하여 취미를 붙일 무렵
처음에는 집 근처에서 시작해
수십키로 밖의 시외를 돌아오는 것을 예사로 했지만
어떤이는 훨씬 먼 장거리까지를 영역을 확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저들이 멀리에서 왔을수 있고 근처에 케어해 주는 ...
일행이 있을지도 모르나 강한 여인들 임은 틀림 없다.
여인들을 추월하여 성지로 들어가면서
그저께 봐 둔 꽃을 또 찍었다.
전시회가 끝나고 겨울이 되면 이꽃도 시들 터인데...
뿌리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중에 국향회 회원으로부터
솔뫼성지에 있다고 해서 국향회에서 모두 가꾼 것은 아니며
이번에 이곳에서 사제서품식이 열리는 관계로
조경업체를 통해 심겨진 국화가 많은데 그 꽃일 거라는 말을 들었다.
만 명이 넘은 인원이 참석하는 관계로
의자를 놓는 등 여기저기에서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와는 별도로 여기저기 순례객이 이어진다.
김대건 신부 생가터를 비롯해
국향회 회원들이 가꾼 국화 전시장에도 방문객이 이어진다.
국화 전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날은
대전교구 사제 서품식이 있는 11월 3일 이라한다.
그런데 국화는 기온이 내려가면 냉해를 입는다고 하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텐트로 감싸둬야 한단다.
날씨가 차가워지고
방문한 유치원생들도 퇴장 준비를 하지 싶다.
국향회 원원들도 마감준비를 하며
남은 다과를 처리하는 것 같다.
나도 여기저기를 다니며 회원들이
애지중기 가꿔 온 작품들을 살펴 봤다.
소국을 이용한 뱃노래란 제목의 작품이
너무 그럴듯해 보인다.
대국을 사용한 저 작품도 멋졌다.
시노드? 뭐지?
그래서 검색해 봤더니 시노드(synod)란
교회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모여 토론하고 결정하였던 회의의 명칭이며
라틴어로 시노두스(synodus)라고도 한다는 것을 보아.
아마도 대전교구의 행사중 하나인 것 같고,
그 보다도 며칠후 16명의 새 신부가 서품을 받은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가족을 떠나기 위한 결정에서..
그이후 신학원에서 신부로 길들여 질 때까지의 생활,
그리고 세속을 떠난 영성의 생활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는데 그런 일을 택한 분들의
사제 서품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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