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 ] 죽향골의 소소한 이야기
< 2017. 6. 10. ~ 6. 13. >
노트북에 문제가 있어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답답한 나머지 컴퓨터를 집 근처 정비업체에 수리 의뢰 하였다.
주인은 현재의 하드를 포맷하더라도 문제가 있으니 외장시키고,
SSD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최선이란다.
어쩔수 없이 그의 권유를 따른 결과 비용은 들었으나 안정을 되찾았다.
이제부터 밀린 숙제를 해야한다.
- 6. 10. 토요일 -
농촌은 가뭄이 심한 실정이지만 바쁘기만 한 시기이다.
죽향골도 농촌이 아니던가.
아내는 작은 딸아이로부터
담준이(찬율)를 잠시 봐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면서
죽향골 가는 길에 담준이를 동행시켰다.
담준이는 제법 자라 쇼파에 앉혀 두어도
사진 찍는 잠시 동안은 떨어지지 않고 버텨 준다.
첫돌이 가까워서 그런지 담준이를 보행기에 앉혀 두어도
얼마간은 보채지 않고 노는 녀석이 신통하다.
엄마가 잠시 없어도 할머니와 잘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
할아버진 밭에 물주고 올게 잘 놀고 있어 알았지?.ㅎ
고사리밭에 나가 스프링쿨러를 옮겨가며 급수작업을 하는데...
어느 부부가 우리밭을 서성였다.
그들에 다가가 어찌 오셨는지 물었더니
산너머 마을에서 왔으며, 우리집을 구경하고 싶어
일부러 산보 삼아 찾았단다.
산너머 마을은 우리마을 앞도로를 지나 가야 하기에
매번 지나면서 짓고 있는 우리집을 봐 왔다고...
차를 대접하고 집안을 구경시키며 손님들의 얘기를 들었다.
인천에 살면서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윗 마을 터를 구입하였단다.
우리보다 몇살 아래 되는 부부는
전 주인이 살던 집을 포함해 부지까지 구입했으며...
우리처럼 자기들도
집을 새로 지을까 구상하고 있나 보다.
보채는 담준이를 달랠 겸 그들을 따라
호젓한 산길을 이용해 산보를 떠나기로 했다.
언덕을 넘어 잠시후 도착한 윗 마을...
제일 가까이 있는 그들의 이웃부터 안내되었다.
우리 마을은 몽산을 북쪽에 둔 남향이지만
이마을은 동편으로 산을 두고 있었으며 경관이 좋았다.
70대 부부인 그들의 이웃도 근래에 집을 지었단다.
집 둘레에 자갈을 까는 것도 좋은 방법같다.
장독대 옆에 미나리까지 기르고 계셨다.
담준를 업은 아내는 우리도 장독대가 있어냐 하는데
어디에 두지? 하고 의문이다.
애초 2층으로 집 짓고
옥상에 장독대를 두면 되겠다고 했었지만...
단층으로 지었으니
장독대는 뜰옆 양짓 쪽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이어 찾은 인천에서 온 부부네 집
굳이 새로 집을 지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집에는 연못까지 있어서 붕어들이 자랐는데....
가뭄으로 물이 줄자 오리와 학이 날아와 다 잡아 먹었다며
안타깝게 여기는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집 가운데는 대청처럼 통로가 있었고 지붕까지 씌워져 있었다.
그 지붕 아래 한 쪽엔 잘 생긴 황구가 메어 있었으며.
그 반대편엔 백구가 지키로 있었는데...
인천 집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두마리의 개가 집을 지킨단다.
뱃속에 새끼가 자라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키울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아내는 자신이 없다고 대답했다.
언덕 쪽에도 새집이 지어지고 있는게 보인다.
근래 귀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 집 옆에 돼지감자가 잔득 자라고 있었다.
저기에 꽃이 다 피면 대단하겠네....
아내는 우리 호박에도 저처럼
대나무를 베어다 깔아주면 좋겠다고 한마디 했다.
그런데도 여태까지 실행하지 못했다는...
다음 번에는 잊지 않고 대나무를 베기로 합시다.ㅎ
그렇게 그집을 나와 우리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뭄속에 송화가 지고 솔잎이 뾰쭉이 솟아나는 것이 보였다.
도롯가 꽃을 많이 키우는 집을 지나
먼저 불탄 교감선생댁 마당의 사과를 보며
어느새 우리 옆집까지 왔다.
참깨를 어찌 저토록 가지런히 심어 키우시는지...
우리 부부는 감탄스러워 할 뿐이다.
할머니는 비닐을 깔고 한 줄로 구멍을 낸 뒤
참깨 모종을 심으셨다.
며칠전 내린 소나기 덕분에
가을작물(콩, 들깨)을 키우기 위해 밭을 갈았다.
저 밭을 갈던 날 우리도 우리도 함께 작업하려 했으나
나의 개으름으로 시간을 내지 못했었다.
저녁 때 담준이는 엄마와 형들을 만났다.
- 6. 11. 일요일 -
소나기가 잠시 내렸다고 풀들이 급속히 자란다.
계단 돌틈 사이의 잡초들이 가관이다.
그나마 큰 옹벽돌 사이 잡초는
어제 아내가 뽑아 다소 깨끗하게 느껴진다는...
마늘은 수확시기가 다 된 듯하다.
저 밭에는 참깨, 고구마, 감자, 생강, 파, 도라지가 있다.
빈 곳엔 콩과 들깨를 심을 예정이며,
감자를 수확한 뒤 배추와 무우를 심을 예정이고
김장후엔 마늘을 심을까 한다.
그나 저나 다음 번부터는 고랑이 일직선이 되게
펴는 작업을 고민해야 한다.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수확해 놓은 보리는 잘 건조되고 있다.
갑자기 집으로 낯선 차가 들어 간다.
밭에 나가 있던 나는 택배 차가 왔는 줄 알고 접근했으나..,.
태안산 천일염을 판매하며 다니는 소금 아저씨였다.
한 포에 만3천 원씩 두 포대를 구입했다.
소금을 먹어보니 맛이 쓰다.
아무래도 간수를 빼려면 몇년 묵혀야 할 듯하다고
아내는 한마디를 거든다.
낮달맞이꽃과 구절초에 물을 줬고,
그리고 나리와 꽃들에게도 물을 줬다..
화분들에게 물론 물을 듬북 주었다.
뒷 뜰 뚱잔지 옆에 심은
오미자뿌리에도 한 바가지의 물을 주었다.
복분자까지도 물을 적셔주고 귀경하였다.
- 6. 12. 월요일 -
문화원 서예교실 가는 길...
어느집 이층 계단 난간에 공작선인장이 날개를 펼쳤다.
녹색의 장원 처럼 잘도 가꾸는 집이다.
- 6. 13. 화요일 -
아내는 죽향골에 가면서 몇몇 분들과 함께 다녀오자 한다.
그 중에 시간이 나는 동갑네 둘을 모시고 동행하셨다.
그들은 도착하지마자 뽕나무로 달려가
오디를 따겠다고 서두르는 여인들....
복문자 익은 것 몇개 우리 하나씩이라도 나눠 먹읍시다. ㅎ
전혀 나오지 않던 죽순 몇개가 삐죽이 나와
겨우 잎을 펼쳤다.
잠시 죽은 참깨모종을 가식하고 왔는데 손님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 있는지 다락을 올라 뒷편을 살펴 봤더니
뽕나무 아래에 포장을 깔고
나무를 흔들어 오디를 수확하였나 보다.
십여 년전 아내와 자월도 여행을 하면서
오디를 딸 때 써 먹던 방법을 재현해 보이는 것 같다.
첫해는 자월도를 갔을 때 뽕나무가 많은 곳을 알았고
그 다음해는 차를 가지고 가면서
수확할 도구는 물론 용기와 설탕까지 준비했었다.
잠시 동안에 밀폐용기를 가득 채웠으나
맛이 우리 입맛에는 별루였다.
그 후부터는 오디에 대한 애착이 가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하자며 에이스 식당을 찾았다.
그러나 손님이 줄지어 있어 번호를 받고 기다려야 했다.
잠시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천연기념물인 면천초등학교 교정의 은행나무를 찾았다.
공교롭게 시청에서 나무치료를 하는 중이었다.
나무 고목 사이에 벌집이 있어 위험하다며 접근을 막았다.
다소 떨어져 은행나무를 보았지만
1,200년된 나무의 위용은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아내와 나이가 같은 친구들이면서
나와는 같은 헬스장 저녁시간 요가반에서 운동을 해 오던 분들이다.
그래서 아내는 내게 함께 오자고 했지 싶다.
골정지(동문저수지), 조금 늦게 왔더라면
만개한 연꽃들을 볼 수 있었을 텐데...겨우 몇송이에 불과,
아쉽게도 연꽃은 너무 이르다.
그렇더라도 기념촬영을 남깁시다.
보름정도 지나면 연꽃이 필터이니 그때 신랑들 모시고
다시 찾아 오시면 어떨까요.
연꽃은 말만 들었지 실제 구경은 처음이라는 분이 계셨다.
아내는 그들에게 관곡지를 소개하였다.
건곤일초정에 들러 한참 동안 연밭을 감상하였다.
360도 파노라마를 남기고 그들을 집에 모셔놓고
나는 당진 등기소를 방문했었다.
이기록을 남기는 오늘이
7월 5일이니 벌써 20일이 지난 이야기 였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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