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동 ] 고향과 가족
< 2017. 5. 3. ~ 5. 5. >
- 5. 3. 수요일 -
새벽녘에 찾은 나의 고향집
그 때 형수님은 큰 며누리와 사랑채 아궁이에서 떡 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젯밤 빚었다는 송편 상자가 부뚜막에 올려져 있고....
큰 형님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 내가 도착하지마자
장조카 차에 타라 했고 내가 차에 오르자 출발을 서두르셨다.
어느새 한곡리를 지나 천작리에 접어 든다.
그리고 멈춘 곳은 어느 정돈된 작은 묘지 옆,
그때서야 나는 왜 형님이 장조카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알았다.
당신 자신을 비롯한 우리 형제가 묻힐 묘소에
묘비를 미리 마련하려는데,
사전에 큰 아들과 나에게 실물을 보여 주고 싶거나
더 나아가 동의를 구하고 싶은 게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천작리 저수지 근처의 어느 납골당,
대가족일까 주차장에 쉼터까지 마련돼 있었다.
우리가 아는 납골당을 다르게 칭하는 이름이 봉령당인가 보다.
종중들이 조상 유해를 화장하여 모시기도 하고
후손들의 분골도 저곳에 안치하려 만들었지 싶다.
납골당은 묘소를 쉽게 관리하기 위해 한 때 유행했던 것 같은데..
나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머지않은 장래에... 현재 살고있는 세대가 지나면
기존의 매장문화와 제사가 없어질 것이라고 큰형님은 예상하시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많은 신경을 쓰신다는...장손의 특징?
살면서 느낀 건대 큰형님은 작은형님에 비해 어깨의 짐이
100배는 더 묵직한 것 같다.
뒷편에는 건립당시의 종중의 가계도(족보)가
비석에 새겨져 있었다.
며칠전, 죽향골에 있으면서 주일 저녁미사를 기지시에서 보았는데..
교황청의 지침을 전달하는 시간이 있었다.
가톨릭에서는 전통적으로 매장문화를 지켜 왔으나
근래 나라에 따라 무분별한 화장문화가 확산하는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었고,
특히 유골을 강이나 수목에 뿌리는 행위는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위배하는 것이니 절대 피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창조자가 주신 생명체를 땅에 묻어 자연으로 되돌려 주면 될 것을
태워서 흩는 것은 질서를 그르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암튼, 고향집에 돌아왔을 때는 송편이 쪄지고 난 후 였다.
솔 내음 향긋한 송편을 몇개 먹은 형님과 나,
여인들의 제사음식 준비하는 것을 보며
다시 차에 올랐다.
30여키로미터 떨어진 양산 호탄리로 향했다.
찾은 곳은 우리 팔남매 중 셋째인 큰 누님의 묘소였다.
누님, 묘소를 이장했다는 말을 들었기에 한 번 가 보자고 졸랐다.
평소에 찾지 못하고 이제사 방문한 이 동생을 용서하세요.
천작리를 다녀오던 길에 울산 매형 얘기가 나왔고
자연스레 누님의 묘소가 이장했다는 말로 이어졌었다.
이장한 곳을 알지 못하기에 한번 찾고 싶다고 형님께 말했는데..
큰 오빠인 형님도 다녀가고 싶었던 게다.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당 한켠에는 가족들에게 나누어 줄 미나리가 보였다.
분명히 형수님께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미나리깡에서 베어온 미나리다.
시간이 되자 작은형님 식구들을 제외한 가족들이 모였다.
작은형님댁 식구들은 가족들과 함께 국외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며
실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미리 다녀갔단다.
이번에는 더 엄숙한 분위기 였지만
어느해 보다 더 따뜻한 가족행사였던 것 같다.
제사 음식을 차리는 우리집 여인들,
현대사회에 있어 제사문화는 예전의 조상을 모시는 효의 의미보다...
뿔뿔이 떨어져 사는 가족들을 모이게 하고,
서로 화합하도록 작용하는 데 의미를 더 두어야 할 것 같다.
암튼 온 가족들이 둘러 앉아 음복하였다.
그 다음날 상주 육종연구회 회합 관계로 귀경하지 못하고
처제집에 유하였으며 상주 다녀오는 길에
아내와 함께 죽향골에 들러 귀가하기로 했다.
- 5. 4. 목요일 -
육종연구회 회합이 있는 날,
영동읍내에서 황간을 거쳐 상주로 향한고 있다.
공성면소재지를 지나 외남면 방향으로 도로에 접어 들었을 때,
돌탑들이 신기해서 잠시 멈췄다.
어느새 향긋한 냄새의 아카시아꽃이 피는 계절이다.
그렇지만 향기는 예전만 못한 듯..
주차를 한 다음 시험농장에 들어섰다.
오늘 제웅작업과 수분은 지금까지처럼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아니다.
꽃을 육종하고 싶은 회원들을 위하여
장미 몇 종을 비롯한....
아이리스와 카나라는 꽃이란다.
솔직히 '카나'라는 꽃은 본 것 같지만 이름이 생소하였고,
천남성을 닮아 대롱처럼 생겼다.
아이리스라는 제목의 드라마도 방영된 적이 있었지만...
그 꽃은 프랑스 국화이기도 하다.
암튼, 아이리스는 동유럽(체코,항가리) 부다페스트 여행 때
이병헌이 요인을 암살하며 격투 하던 곳이라는 설명이 생각나게 하는 꽃이다.
그 꽃 너머로 펼쳐진 연구회의 실험 농장의 화분들,
회원들과 함께 그 농장 안으로 들어 섰다.
농장의 화분에도 가뭄피해가 있을수 밖에 없는 날씨,
하여 일일이 급수하는 장치를 설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시작됐다.
펌프를 거쳐 온 굵은 파이프에 여과용 필터를 설치해야
찌꺼기가 걸러저 작은 구멍들이 막히지 않는단다.
타프 아래에 의자들이 놓여지고,
이론 및 실기에 대한 교육이 있을 예정이란다.
호스로부터 각 화분으로 분기하는 가느다한
급수기구들도 화분 수만큼 만들어졌다.
분홍색과 노란색 장미화분이 가운데 놓여지고
꽃잎을 제거한 뒤 제웅작업과 수분 방법을 배웠는데...
노란 꽃의 암술에 분홍 꽃가루를 수분시켜
수정이 돼 결국 씨앗을 맺을 것이고 그 씨에서 나온 후손의
크기의 색상은 그 때서야 알수 있단다.
예전에는 수분 방법을 몰라
주로 꺾꽂이나 뿌리를 나누는 방법으로 번식을 했으나
수분방법을 터득하면 씨앗으로도 번식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고,
때로 세상에 없는 품종이 탄생할수 있다는....
가느다한 호수를 자르는 공구,
그냥 가위로도 일반 호스는 잘 잘라져 굳이 필요 없는 공구같다.
그러나 구멍뚫는 펀치는 필요하겠네...
암튼 빙 둘러 앉아서 저것을 만들었다.
말은 만든다고 표현했으나 세종류의 부품을 조립한 것이고,
화분 갯수 만큼은 만들어야 한다.
물이 공급되는 굵은 호수에
저 스프레더 또는 드롭스파이크가 연결된 가드다한 호스를 연결한다.
그러변 저 스프레더에서 물이 분출된다는....
굵은 메인호스(30미리?)에 15미리 중간호스를 연결하기 위한 부품
노란 손잡이는 여닫는 콕크,
호스의 끝부분을 막는 종단장치가 있으나
종단장치가 없을 때에는 저처럼 꺾어 놓으면 불이 새지 않는 단다.
작은 호스들을 연결하기 전에 호스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찌꺼기를 배출시키기 위해 잠시 개방시켜야 한단다.
각각의 화분 옆 호스에는
저처럼 물이 분출되는 구멍 뚫는 일을 담당하는 담당자가 있었다.
최종적으로 화분마다 스프레더가 설치된 모습
일정한 주기마다 저 처럼 펌프를 작동시며 급수를 하면 되겠다.
아무래도 우리집에도 설치해야겠네....ㅎ
회합을 마친후 아내와 기다리는 영동처제네로 향한다.
상주에서 황간 가는 길, 벌써 모내기를 마친 논의 모습을 본다.
옆지기와 함께 텃밭 일하러 당진으로 향한 길,
회덕 분기점에서 유성쪽으로 접어 들었을 때 이팝나무가 보였다.
죽향골에 도착하고 마늘밭에 급수를 하였으며
며칠전 사다 둔 고구마 싹
한 단(100포기)을 하우스 옆 두이랑에 심었다.
너무 큰 참죽나무, 너무 높아 대부분 채취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내년에는 더 높이 자라 채취가 더 어려울 듯 하다.
매마른 보리밭과 감자밭에 급수를 시켰고
땅콩 이랑 옆에 생강을 쪼게어 심었다.
그동안 아내는 뽕나무에서 어린 뽕잎을 채취하였고
귀경할 때 가지고 집으로 가져왔으며 딸아이를 불러 다듬는 중이다.
아내는 데친 뽕 잎을 건조기에 넣은 후에야
잡자리에 들었단다.
내일(금요일)은 처가식구들이 방문을 하겠다기에
우리는 죽향골로 갈 예정이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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