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텃밭 ] 당진 죽향골의 4월
< 2017. 4. 15. ~ 4. 21. >
- 4. 15. 토요일 -
경상북도 상주로 가는 길,
당진-대전간 고속도로를 거치고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청주-상주간 고속도로에 올랐다.
앞으로도 육종연구회 성격상 이 길을 자주 이용할 것이다.
물론 꽃 피는 계절인 지금이 가장 빈번하겠지만...
행복, 그리고 자연을 이어주는 길
만물이 소생하는 봄,
모든 산하가 유록으로 물들어 어디를 보아도 좋다.
이계절에 많은 식물들이 서로 꽃을 피워서
산과 들에는 꽃이 지천이다.
조물주는 모든 생물들에게 생존 본능을 주입하고,
후세 번식에 필요한 방식의 하나로 자웅(암컷雌, 수컷雄)을 만들었나 보다.
물론 양념으로 자웅동체인 생물도 만들었지만 말이다.
조물주가 창조한 생존번식 방식을 조금씩 해독해 가는 인간들,
차츰 자연적인 교배방식의 틀에서 벗어나
인공적으로 우량한 품종을 개발하고 길러내기 시작했다.
그러한 육종기술을 배우고자 나는 이렇게 아침 길을 나섰고,
두 시간 쯤이 지날 무렵
상주 개운저수지 옆 지방도를 지나고 있다.
약속시각이 되자 회원들이 모여들 때
그 곳 도랑을 건너가는 작은 다리 앞쪽에 피어난
토종 민들레를 본다.
우리 땅에는 두 종류의 토종민들레가 있단다.
그 한 가지는 다음 사진에서 처럼 외곽의 꽃잎들이
엷은 노란색을 띠는 한 종류와...
그 다음 사진처럼 꽃둘레가 순수하게 백색인 것이 있단다.
토종민들레인지 아닌지 정확학게 구별하는 방법은
진노랑 꽃을 외래 민들레라고
단순히 색깔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꽃 받침이 꽃잎을 감싸며 붙어 있느냐
아니면 끝이 말려 분리되어 있는지를 살펴 보아야 한단다.
본론으로 들어가 오늘은 우리가 시험하고 가꿀
나무들은 철저한 보호가 필요하므로
사방에 노루망을 설치하는 작업부터 먼저 하기로 했다.
파이프 길이 2,5미터, 1개당 가격 2천7백 원씩에 구매하였다는데....
견고하여 죽향골에도 저런 것이 필요하겠다.
여태 비용을 좀 아낀답시고 대나무를 베어내
지지대로 사용해 보니 해가 지나면 밑둥이 썩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제성을 강조하면 오히려 애로가 발생하므로
개선이 필요한 때가 많은 것 같다.
오후에 작업할 농원을
회원들과 함께 한바퀴 돌아다 봤다.
난장이 복숭아, 상사화 그리고 바나나 나무까지 심겨있다.
나는 여태 바나나는 추위에 얼기 쉽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기를 때 겨울이 다가오기 전 미리 뿌리를 캐내어
실내에 보관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었다.
그러나 줄기를 자른 다음 뿌리 부위에 큰 함박,
또는 톱밥이나 왕겨로 덮어주면 안전하게 겨울을 난단다.
오늘도 면사무소 근처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식당 이름은 정이식당...주인의 이름이거나
따님 이름이 아니면 아들이름이 정이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식당이라 했다.
이번 매뉴는 지난번과 달랐다.
백반에다 두루치기를 추가한 것 같네...
반찬 하나하나가 정갈하고 맛있다.
모두가 그리 생각하고 흡족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식사후 커피를 마시면서 밖으로 나왔을때
옛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외남다방'과 '가보게이용소'라는 간판이 보였다.
다방 출입문은 굳게 잠겨있으나
그 옆 처마 아래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있다.
집을 짓고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지
연신 들랑거린다.
차량을 주차해 놓은 면사무소 현관 앞에 빨간 튜울립이 피었다.
튜울립도 동면이 안돼 다알리아 처럼 뿌리를 캐서
실내에 보관해야 하는줄 알았는데 얼마전 당진 성북리에서
땅에서 그대로 겨울을 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면사무소를 떠나는 회원 차량에 동승해 농장으로 가는 길,
길가에 복숭아 꽃과 배꽃이 보인다.
이곳 역시 연록이 시작되는 봄이다.
아무리 봐도 봄은 생명을 아름답게 하는 힘을 가진 것 같다.
사진에서 처럼 그날 사방으로 농원 주위를
노루망으로 모두 감쌌다.
그리고 복숭아 수분작업까지 마쳤고
사과나무 제웅작업을 하였다.
오늘 제웅작업을 한 사과나무는 며칠후
개화를 할 것이므로 그때 다시 수분작업을 할 예정이다.
여기서 제웅이란 하나의 꽃이
완전히 개화하기 전에 미리 꽃 봉오리 속을 열어
암 수술은 그대로 둔 채
수컷 수술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행위를 말하며
그 다음 암수술만 남은 꽃에 봉지를 씌워
자연적인 수분을 하지 못하게 처리하는 작업을 한다.
또한 수분할 품종의 나무들에서 꽃 봉오리를 선별하여
수컷 수술을 채취하여 보관해 두는데....
며칠후 봉지 씌운 꽃봉오리의 암수술에
수컷 수술의 꽃가루를 인위적으로 수분시키는 것이다.
그런 작업을 완료한 뒤 귀경길에 올랐다.
도중에 큰 나무가 보여 잠시 멈추고 우측 유리창을 내렸다.
잘 생긴 큰 버드나무, 뿌리가 깊을 것 같다.
잠시후에 개운저수지 옆에 또 정차했다.
오전에 이곳에서 예쁘게 핀 홍도화를 보고 지나치면서
돌아갈 때 잠시 차를 세워
사진을 찍어야 겠다고 생각했었던 곳이다.
작은 밭에는 벌써 옥수수를 심어 놓았다.
죽향골에도 옥수수를 좀 심어야겠네...ㅎ
그후 홍도화와 푸른하늘을 보며
죽향골로 출발했다.
어느새 200여키로미터를 달려
성상리에 도착했다.
하나로마트에 들러 국산콩두부를 사고 차량에 주유도 했다.
활짝핀 벚꽃으로 치장된 군자정을 거쳐
죽향골에 도착하자 해가 저문다.
그날은 면천진달래축제가 개시되던 날,
면천읍성 주변에서 시작된 불꽃놀이를 먼 발치에서 지만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 2017. 4. 16. 일요일 -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건물로 들어 갔다.
내일 설치하기로 했던 벽난로가 이미 설치돼 있어
가동을 시켜볼까 하고 설명서를 찾아 보았으나 없다.
아직 설치가 덜 되었는가?
가구류는 원래 내일부터부터 3일간 설치하기로 하였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내일(월요일)전국적인 비 예보가 내려져
부득히 가구를 당초예정보다 하루가 빠른 오늘
이른아침 가구들이 배송돼 놓여졌다.
가구업체의 작업이 이루어 지는 동안
옆집 아주머니네 밭에선 트렉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트렉터 주인을 찾아 아주머니네 작업후 우리 밭까지 갈기로 했다.
참깨와 콩, 땅콩 등을 심으면 되겠다.
그리고 비닐하우스 옆에도 세 이랑을 만들었다.
하우스 쪽엔 옥수수를 심고 바깥 두 이랑엔 고구마를 심어야 겠다.
비가 내릴 것을 대비해 비닐하우스 옆 고랑을
깊이 파고 물길을 만들어 줬다.
- 2017. 4. 17. 월요일 -
전기계량기의 사용전력이 벌써 29KWH 를 넘어선다.
전기 기구들을 며칠동안 테스트 하느라 사용량이 크지 싶다.
그간 비가 내린다던 일기예보가 여러번 틀렸었다.
오랜만에 맞는 것인지 제법 비 다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문화원 한자서예가 있는 날이지만...
가구업체의 설치작업이 예정돼 있어 결강이 불가피 하다.
마늘은 굵어지는 단계인 비대기이므로
가물 때에는 마늘에 급수를 하여야 한다고 한다.
하여 여태 틈틈히 물을 주었고 어제도 물을 주었지만
비가 더 내려도 성장에 더 나을 것이다.
마늘 밭에 이어 보리밭에도 어제 물을 주었다.
오늘은 감자밭에 물을 줄 계획이었는데 비가 내리니 생략한다.
사실 고사리 밭이 가장 가뭄이 심한 실정이다.
지하수 가지고 넓은 밭에 물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는데...
비가 와줘서 다행이다.
가구업체 담당자에게 작업후
철수할때 문을 잠가 달라는 부탁을 한 뒤 귀경하였다.
- 2017. 4. 18. 화요일 -
거실 창문을 열자 자스민 향이 방으로 스며든다.
캘리그라피 강좌가 있는 문화원,
전화를 받으며 복도로 나왔을 때 보이는 광경,
요즘 고등학생들 중에는
점심식사를 배달시킨다는 것을 목격한다.
학생들이 배달 오토바이를 기다렸다가
순차적으로 계산한 후 그자리에서 먹기도하고
학교로 가지고 들어가는 모습이다.
까짓 그리움 하나 삼키지 못할까...
같이 배우기 시작한 몇살 연배의 여인이 쓴 글씨다.
내면의 마음을 표현 한 것 같은데...^^
캘리그라피 강좌를 마친 다음 죽향골로 향했다.
내일은 상주를 가야하기에 가구설치가 제대로 되었는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
- 2017. 4. 19. 수요일 -
오늘은 며칠전 제웅작업을 한 사과 꽃을 열고
수분 작업을 해야 한다.
바람이 심했는지 사과꽃을 감싼 봉지들이
없어진 것도 있었으나 회원들의 열정으로 무사히 작업을 마치고,
단골집 정이식당을 찾았다.
오늘 매뉴는 비빔밥....
안동 헛제사 밥처럼 고추장을 넣지 않았지만...
맛이 특별하였다는....
앞선 회원들이 배움터에 진입하며 담소할 때
입구에 토종민들레들이 보였다.
그리고, 도롯가에서 오손도손 작업하는
어르신들이 보여서 무엇을 하는지 물었더니
꽃밭의 김메기를 하신다고 하셨다.
마을 앞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지 싶다.
그 옆에 폐 무한궤도를 활용한 화분이 보였다.
백합 같아 사진을 찍는데...
아주머니께서 접근을 하시더니 어디서 왔는지 묻고는
몇뿌리 캐 줄까하고 물으신다.
그러면 고맙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집에 들어가 비닐주머니를 가지고 오시더니
거기에 몇뿌리의 백합을 담아주신다.
세가지 색깔이라는데 두가지는 분명히 담겼는데...
한가지는 구별되지 않는다고 하신다.
아주머니는 금당 떡 방앗간 주인이셨다.
나는 비닐봉지를 차에 가져다 놓으며 엊그제 산 사탕봉지를 가지고
아주머니를 찾았으나 계시지 않았다.
별수없이 전화를 걸었더니 남자가 받는다.
아주머니와 통화를 하며 사탕봉지를 계단없에 두었다고 했더니
그냥 가지말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셨고,
말씀대로 방앗간 안집에서 기다리며 정원을 구경을 하는 중이다.
참 오랫동안 멋지게 가꾼 집이라고 생각할 때
오토바이 한 대가 도착하였다.
주인 아저씨가 온 것이었고
그냥 보내긴 섭섭하니 꽃들을 더 자져가란다.
아저씨는 아내와 꽃을 가꾸기를 좋아하며
내집에 온 손님에겐 꽃을 선물하곤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고는 붉은색과 노란색 다알리아라며 두 뿌리를 주셨고
잠시 더 기다리라며 삽을 들고 오셔서
바나나 나무 겉 가지를 파고 계셨다.
오래된 바나나 나무로 그간 바나나를 따 먹지는 못했지만
작년에 꽃은 피우는 것은 보았단다.
이처럼 근래 우리에게
예기치 않게 꽃을 주시는 분이 생겨서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분은 매우 흡족하다.
집 앞에 작은 온실을 만들어야겠네...
나중에 매번 꽃을 보면서
그분들을 생각 할 것이고
이따끔은 연락하며 살지 않을까 싶다.
순성면 성북리 아저씨와 아주머니,
그리고 상주의 금당떡방앗간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께 ...
특히 순철이 어머님께
고마운 마음을 오랫동안 지니도록 가슴에 새깁니다.
그후 선생님 댁으로 이동해
육종연구회 회원들과 합류한 뒤
다양한 식물들을 보며 현장 강의를 들었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죽향골로 돌아왔다.
- 2017. 4. 20. 목요일 -
싱크대 등 가구 작업이 늦어진다.
싱크대 위에 놓이는 대리석 색상이 의외여서 실망스럽다.
아일랜드식 조리대 식탁도 요구했던 것보다 커서
아내의 실망스런 표정이 그려지지만 이미 설치돼
어쩔수가 없는 아쉬움이 있다.
상주 금당떡방앗간에서 주신 백합이며
다알리아 그리고 바나나 뿌리를 비닐하우스 안에 정성스레 심었다.
올해는 따뜻한 곳에서 지내다가
내년 봄 밖으로 옮겨 심으면 될 것 같다.
감자 밭을 보니 일부 싹이 텃다.
엊그제 약간의 비가 왔으나 비닐로 덮여 있어 매마르다.
하여 보리밭에 설치했던 점적호스를 감자가 있는
이랑으로 이동시켜 펌프를 가동시키고
그동안 그 아래에 넓직한 이랑을 만들었으며
아내의 친구가 준 도라지 씨앗을 파종하고 물을 뿌려주었다.
울가을 보라색 예쁜 꽃을 볼 수 있을까.
- 2017. 4. 21. 금요일 -
삼금회가 있는 날이다 그렇지만...
문화원 한글서예 강좌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친교도 좋고 점심식사도 좋지만...
매주 한번의 강좌에 두번이나 연거푸 빠질수 없어 나갔다.
사진은 흐릿하지만
부채에 넣을 글을 연습하라며 선생은 체본을 써 주셨다.
다음달은 어머이날이 있는 달,
팔순 나이의 선생님도 엄마 생각이 나시나 보다.
나도 우리 어머이가 더욱 보고 싶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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