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텃밭 ] 첫눈이 수북하게 내리던 날

재넘어아재 2015. 11. 28. 06:54


 


[ 죽향골 ] 첫 눈이 내리던 날

< 2015. 11. 23. ~11. 28. >

  

- 11. 23. 월요일 -


한동안 없는 줄 알고 인스탄트 커피를 마셔왔는데

냉동실에서 원두커피가 발견되었다.


오래돼서 인지 맛이 영 아니었다.

버리긴 아깝고 검색을 해보았더니 다시 볶아주었다는 글이 있었다.


옆지기가 출타했을 때 볶는 것을 시도했는데...

온도를 어느정도 높여야 연기를 내며 볶아지는 듯 했다.


결과는 냉장고 냄새도 다소 없어지고

거품도 조금 더 이는 것 같았다.



- 11. 24. 화요일 -


장맛비 처럼 연일 비가 내리는 늦가을,

여태까지는 텃밭이 영하로 내려간 적이 없는 기후였다.


오늘 밤부터 가온이 영하로 금강하 한다는 예보다.

아직 텃밭에는 된서리가 내리지도 않았지만..

수확하지 않은 조선무우와 알타리 무우가 얼 위험이 있다.


옆지기는 함께 가지 못할 처지여서 나혼자 텃밭을 찾았다.

지난 번에 수확해 쌓아진 서리태 옆 비닐하우스 한켠을 치웠고.



비닐을 깐 다음 무우를 뽑아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배추 키우는데 집중하는 주인 때문에

약간의 푸대접을 받아가면서도 넘칠 만큼 자라준 무우



처음엔 혼자해도 충분할 것 같아 가지런히 쌓기 시작했다.



그러나 묵직한 무우를 넣은 양동이 두개를

양팔에 들고 밭과 하우스를 수없이 왕복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알타리도 뽑아 보관해야 하는데 자리가 부족해서...

생강 일부를 뽑아낸 후 자리를 확보해야 했다.



조선무우도... 알타리 무우도...

한참만에 다 뽑아 옮기고 비닐까지 덮었다.



보관 방법을 잘 몰라 시골 큰형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고구마는 공기가 잘 통하게 두어야 하지만...


무우는 가마니 입구를 잘 틀어 막아야 좋다고 하셨다.

그래야 무우 속에 바람이 안든다는 뜻일까?


형님은 무우를 수확하면서 무청과 잎을 따로 잘라

줄에 걸어 공기 잘 통하는 그늘에 널어 시래기를 만들라고 권하셨다.



그렇지만 오늘은 날이 저물어 그럴 틈이 없다.

시래기는 며칠후 작업을 해도 될 것 같아 고추를 먼저 수확했다.



모레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간다니

비닐 하우스 내부라도 그냥 두면 얼을 수 있다.

작은 전기난로를 옆에 틀어 두었다.


그 문제는 며칠후 사전 대책을 더 세우기로 하고

옆지기의 전화대로 수확한 알타리 무우 일부를 싣고 귀가했다.



- 11. 24. 화요일 -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22일 새벽 서거 하셨다.

임기초 그분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바 있기에 더 애틋하기도 하지만...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누구보다 헌신하신 분이다.


그리고, 모시던 직장 상사의 장모상을 소식을 듣고

평소 존경하던 분들의 영면을 위해 조기를 내다 걸었다.



옆지기는 내가 문상을 다녀오는 동안

고추를 거실에 임시로 널었고 알타리 무우를 다듬어

소금에 절여 둔 것 같았다.




밭에서 수확해 온 생강을 까고 있는 옆지기 옆에 함께 앉아

난생 처음으로 생강을 깠다.


생강까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

공교롭게 생강 재배를 많이하는 전라도 봉동에 대한 방송이 나왔다.


생강은 지하 깊은 곳에 굴을 파서

섭시 17도 기온에 보관해야 상하지 않는단다.

그러구 보니 우리 집엔 보관이 어렵다.


나머지 수확 안한 것이 저기 분량의 두배가 넘을 텐데 ...

무엇을 한다지? 하며 옆지기에 물었더니

건조기에 넣어 말려 보관을 하자고 한다.


아이구 언제 그 많은 것을 다까냐?

쉽게까는 방법이 있을 듯 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물에 불린 생강을 잘 쪼게 분리해서

양파자루에 넣고 문지르면 껍데기를 쉽게 제거 할수 있단다. ㅎ




알타리 김치에 넣을 마늘도 까고

주말에 담글 김장에 쓸 마늘까지 준비해야 한단다.




여인들 할 일이 많은 것을 깨닫는 하루였다.


- 11. 25. 수요일 -


오늘은 가온이 금강하 한다는 날이다.

죽향골의 예상기온은 18시에 영하 4도라고 검색되었다.


영하 7도까지 내려간다는 서울에 비하면 별게 아니지만...

산과 가까운 텃밭의 온도를 예상키 어렵다.


고사리를 심어 주기로 한 문봉리 사장님께

고사리 심을 계획에 차질이 없는지 여쭙자, 좀 기다려 보자고 하신다.

날씨가 풀리면 가능할수 있다지만 역시 걱정하긴 마찬가지


암튼, 사정이 있어 오전에 텃밭으로 가지 못하는 옆지기는

오후 두 시에 가자고 나를 설득했으나 두시가 훨씬 넘어서도 소식이 없다.


가스난로도 싣고 가스 배달업체를 알아내 예약까지 마쳤을 때

겨우 도착한 옆지기와 세시 반을 넘어 출발했다.


서해안 고속도로에 접어들 때 약간씩 흩날리던 눈이

서울을 벗어나자 눈보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예보에선 서해안과 충청도지방에 내린 대설주의보를 방송한다.

서해대교를 건너는데 차가 요동을 칠 것처럼 강풍이 불었다.



눈꽃이 아름답긴 하지만...

차량들의 운행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도로에 내리는 눈은 녹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소나무에 쌓인 첫 눈은 장관이다.




당진분기점에 이르자 차럄들이 정체다.



아마도 앞쪽부터 정체가 되는 듯했다.




폭설에 눈이 쌓여 길이 미끄럽고,

시야까지 흐리므로 도로 정체가 발생되는 듯..

덕분에 눈 구경을 제대로 했다.



당진 대전간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눈보라가 더 심해졌다.

그래서 차량들이 엉금엉금 조심조심....



면천지역에 들어서자 눈은 더 많이 내리고




차량에 연료를 보충하고 하나로마트에 들렀다.

옆지기는 미처 식사준비를 못했다면서 몇가지 살게 있단다.

 

그리고 죽향골에 들어서는 길

아무도 다니지 아니한 텃밭 입구 하얀 눈 길에 섰다.



감나무야 눈을 실컷 맞으렴...



한뼘 쯤 내린 눈이 장관이지만...그만 왔으면 싶었다.

자칫 고립될 수도 있겠다 싶기에....

 


 


도착하면서 면천평화종합가스(041-357-6868)에

배달을 신청했다. 가격은(통 5만 + 가스 3만하여 합이 8만원 )


휘리릭 하우스 주변을 살피는데

야외싱크대 그늘막이 눈을 이기지 못하고 늘어져 있다.

털어 보지만 눈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대마무들도 눈의 무게에 축 늘어지고....



대파도 눈에 절반쯤은 파 묻혔다.



나는 이때까지 배추는 굳이 수확하려 하지 않았다.

영하 8도까지는 견딘다는 글을 읽었고


옆지기는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눈을 맞은 배추로

김장을 하면 더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방한복에 완전 무장을 하고 칼을 든 옆지기...

배추 뿌리를 자르기 시작하는 거였다.




이거~ 눈이 사람잡네...ㅜㅜ

그러는 사이 가스가 곧 배달 된다는 전화가 왔다.




오후 다섯시가 가까운 시각....

흐린 하늘에 컴컴하더니 구름이 약간 벗어지기 시작하는듯 하다.



온통 하얀 세상이다.




저 때 기온은 벌써 영하 2도 였으며

한시간 후에는 영하 4도라고 시간대별 예보에 검색됐다.


그러나 난로에 가스통이 연결되고

점화시키자 실내온도는 영상을 유지 하였기에 안심이다.


가스난로는 저 전기난로에 비해 10~15배의 열량을 낼수 있어

영하 6도로 내려가더라도 버틸수 있을거다.




하우스 내부 정리를 한후 옆지기가 수확한

배추를 나르기 시작했다.




큰 것은 한꺼번에 두 포기밖에 옮기기 힘든 무게,

조금 작은 것은 세 개까지 겨우 안아 옮길 수 있었다.


하여 둘이서 100여 포기를 수확했으니

배추밭과 비닐 하우스 눈길을 각자 20회씩 왕복했나 보다.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하며 저녁식사를 하였다.

면천 하나로마트 정육센타 육질이 아주 좋은 것 같았다. ^^




밤 중에 비닐하우스 온도를 살폈지만...

다행히도 온도는 영상 2도정도를 유지해서 안도했다.


작물들에는 그다지 피해가 일어나지 않을 듯해서

다소 안심되어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 11. 27. 금요일 -


어젯밤 깨어날 때마다 핸드폰으로 날씨를 검색해서

죽향골의 기온이 몇도인지 확인을 했다.


평상시와 다르게 어젯밤 초저녁의 기온이 가장 낮았으나

자정이되면서 기온이 더 오르기 시작했고 얼어 붙었던 눈이 녹기 시작했다.

난로도 고역에서 중간 단으로 하향시켰다.


그런데도 가스의 절반 가량이 소비된 상태

LPG 20키로에 3만 원이므로 일만 오천 원만큼 소비한 거다.


오늘을 저 가스로 버티겠지만..

앞으로의 가스요금 감당이 어려운 실정이다.

하여 전기 히타 보강을 검토 해야겠다.


가스는 청정연료인 것이 분명하나

우리사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도시 외의 서민들을 핍박한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부요한 도시민들은

저렴한 도시가스를 사용할 수 있어 유리한 반면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촌사람들은

오히려 비싼 가스나 석유로 난방을 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주어지는 농사용 전기가 자그마한 혜택이라면 혜택,

그래서 당분간 전기 이용을 떠 올렸다.




차량에 보관하던 돼지꼬리 히타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몇년 전에 1만 7천원 주고 구입한 것인데...말이다.


연속극을 시청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잠시 히터를 구입하려고 마트에 갔는데 3만 5천 원을 달랜다.


그래도 별수 있나 사야지..

아무래도 가스요금 보다 저렴하고 편리할 것 같았다.


다녀오는데 15문 정도밖에 안됐는데...

옆지기는 벌써 무우 싹을 많이도 잘랐다.


무청이 싹에 많이 포함되도록 자르라며 주문을 해도

도통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보면 고집이 대단하다.


여태 모두가 시래기는 무우 싹만 쓰는 것인데

왜 아까운 무우를 싹에 매달리게 두껍게 자르냐는 것이다.


옆지기 생각이 그렇더라도 지금 있는 무우의 양이 충분하므로

무조건 3셑티쯤 더 두껍게 하라며 큰소리를 친 효과가 상단 좌측 것,


왜 내 말을 그렇게 무시하냐고 하면서

방송에서 무시래기 만드는 것이 여러번 나왔었는데

그 사람들은 무우를 두껍게 봍혀 썰더라고 설명했다.


두껍게 붙은 무청이 옛 방식 보다 영양가도 높고 맛도 좋다 라는

설명을 애써 했지만 도통 믿으려 들지 않아 같잖다.



뿐만아니라 1톤 물탱크를 비닐하우스 안으로

함께 들어 옮기자고 했으나 듣지 않고 반대를 하는 옆지기...


전열기를 보강하면 작물들이 밖의 차가운 기온을

이겨내기가 더 수월할 텐데...말이다.



옆지기는 이 정도만 해도 저 배추와 무우가

주말까지 며칠은 충분히 견딘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나머지 작물은 어쩔수 없지 않냐는 생각이다.




그러지만 나는 저렇게 매달린 토마토와



맛있게 자라는 싱싱한 상추를 비롯해



쉴새없이 익어가는 고추들이 아깝다.



그리고 노랗게 피어난 꽃이 가여워



3키로짜리 전기히터를 설치하고 온도를 85도에 맞췄다.

스텐레스 물통에 물을 가득 부으며 김장 때까지 버텨 주기를 바랬다.


혹여 물이 다 증발하여 히타가 고장나더라도

나중에 작물들한테 덜 미안하고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35년동안 함께 살면서도 옆지기로부터 미안하다 라던가

또는 잘못했다 라는 말을 한번도 듣지 못한 나...


속으로 옆지기를 원망하며 말을 잃은채

밖으로 나가 눈 속에 비닐하우스 외관을 살폈다.


난로 덕분 하우스 위에 쌓였던 눈이 녹아 내리며

외벽에 고두름이 생기는 것이다.


햇빛이 없어 수정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고두름을 보면서 차량으로 향했다.



빨간 열매가 남아있는 감나무에도 흰 눈이 쌓여있다.



어제 수확한 배추밭 위로 흰 싸락눈이 내린다.

사 놓은 마늘 보온용 비닐은 저 눈이 다 녹아야 작업할 수 있겠다.



사그락 거리며 차창을 때리는 싸락눈

그런 소리를 들으며 귀가 하였다.



- 11. 28. 토요일 -


아침에 깨어나 어제 못다한 사진을 정리하고

토를 달면서 텃밭의 기상을 살피니 현재기온 섭시 0도,

잠시후 해뜰 무렵 영하 2도로 내려 간단다.


내일은 두 처제네가 김장을 하러 죽향골로 오기로 했으니

옆지기가 준비한 소금이며 양념을 싣고


미리 죽향골에 가서 배추를 절여야 하는 등

준비할 일이 많기에 하루전인 오늘 내려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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