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당진 ] 텃밭 수확이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어요

재넘어아재 2015. 10. 26. 04:24




들깨를 고르고 세척 작업을 하다

< 2015. 10. 19.~ 10. 22. >


- 10. 19. 월요일 -


하루가 다르게 더 많이 피어나는

구절초 화분을 보며 텃밭으로 향한다.


몇해전 정읍구절초축제 현장에서 구입한

자그마한 구절초 화분이 저만큼이나 많이 자랐다.


구입할 때는 꽃이 없는 어린 것이였고

흰꽃이려니 했는데 더 예쁜 분홍빛 이란 사실을 알고 난 뒤

나는 더 애지중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년 꽃이 피기 전인 늦여름

왕성하게 자라던 구절초 싹이 모조리 잘려졌던것


알고보니 구절초 싹으로 전을 부치면

쌉싸름 한 향이 일품이고 맛이 그만이라는 방송을 보고선


아내가 저지른 만행이었다는..

결국 작년엔 꽃한송이도 보질 못했다.



죽향골, 며칠사이 더 알이 차오르는 배추

우리 배추는 지독한 가뭄 속에 풍년인 것 같다.


본격적으로 알이 차므로 이제부터는

자동급수 기능을 중단시키고 이슬에 의존하기로 했다.


물을 너무 주면 외형상 크기만 할뿐

김치가 쉬 무른다는 주부고수의 충고를 존중해서리...



아침에 일어나 창고를 샅샅히 뒤졌다.

예전 모 연구소에 근무할 때


순천이 고향인 선배님이 계셨는데

그 분은 화초에 관심이 많으셨다.


그 분의 영향으로 분갈이 등 화초가꾸는 것을 동냥하였는데..

분갈이를 할 때 흙을 채로 걸러 고운 것은 모두 버린다.


그럴 때 사용하는 눈 크기가 다양한 채 세트를

그 선배의 권유로 서초동 꽃시장에서 구입하고서


한번도 사용치 못한채 보관하던 것도 있고

그 것을 못찾아 작년에 타작할 때 쓰기 위해


할수 없이 얼기미 채를 또 샀으며 사용까지하였고,

창고 박스 어딘가에 들어 있을 텐데...쉽게 찾지 못했던것...


아내와 가끔 다투는 것 중에 하나가 성격차다.

나는 모든 물건을 금방찾기 쉽게 두어야 한다는 실용주의이고

아내는 깨끗하고 간결하게 두어야 한다는 것,


언제나 쓸 수 있도록 나는 두지만..

아내는 언제인가도 모르게 박스에 집어 넣었던 것...


그랬다면 어디에 넣었는지 기억해야 하는데 대부분 까먹는다.

찾기 귀찮아서 새로 산 것도 부지기수다.ㅜㅜ


암튼 그 눈이 성근 얼기미 채를 찾았고

방수포에 모아둔 들깨 타작후 부산물을 꺼내 펼쳐 놓았으며

그 채로 아내는 들깨 알갱이를 골라내고 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채로 친 들깨 부산물들 중에서

알곡 이외의 작고 가벼운 티끌들을

선풍기를 이용해 불어 내는 작업을 하였다.


그래도 저 속에는 모래나 흙가루와 먼지가 혼합돼 있으므로

물로 세척 작업까지 하여야 깨끗하단다.



텃밭에 심은 들깨를 간수하는 데...

어찌나 손길이 많이 가는지...


예전의 선조들은 정말 고생했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선풍기 작업을 하는 동안

아내는 마지막으로 추수한 들깨를 타작하고 있다.



그 동안 나는 남아있는 고구마를 수확하는 중...

첫번 째 포기의 고구마가 컸지만 꿩새꺄 피해가 있다.



두번 째 포기는 아예 달리지 않았고,

세번째 포기는 열매의 수는 많지만 사이즈가 아주 작다.

아마도 나중에 심은 것 같았다.



그러나 놀래라...어쩜 이토록 큰 것이...

그 둘레를 다치지 않게 파고 사진을 찍었다.



아까 빈약한 고구마와 비교를 마치며

아내를 불러 구경시켜 주었다는...



지난 번에 왔을 때 채취하고 씻기까지 하고선

싱크대 위에 그냥 두고 갔다는 냉이...


비닐에 담긴체 싱크대 위에 놓여 있었다.

그늘 이었지만...누렇게 변해 버려야 했는데

점차 기억이 까뭇까뭇해 진다.



키 질을 대신해 티끌과 먼지를 날려 버리는 일은 내 담당,

선풍기를 활용해 쉽게 마쳤다.


전기가 없던 시절에는 여인네의 키질에 의존했었다.

키 질하는 그 소리엔 리듬이 있었고 듣기에 참 좋았던 기억이다.


일을 마친 밤 중에 시엄니와 며누리가

다듬독 앞에 앉아 서로 장단을 마추며

새로 빤 이불 호청에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 만큼이나...



요즘은 마디호박 보다 늦게 심겨진

재래 호박넝쿨에 맺은 열매가 잘 자라고 있다.


머지 않아 호박죽용 늙은 호박이 탄생할 듯

며칠새 부쩍 자라 축구공만 하다.



이건 송구공만 한데 애호박용으로 따긴 늦었고

더 키우는 것도 아리숭 하다.



이건 애호박용으로 따도 될듯...



여기저기 맺는 꽃이 제법 보였다.




20여 포기의 양배추 중에서

큰 것 하나를 뽑아 겉저리를 해 먹자해서 좋다고 했다.


작년엔 열포기도 안돼 아까워 아껴 두면서

제때 수확치 못해 벌레가 먹거나 썪어 버린 경험이 있다.


하여 더 크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는

오래 두지 않고 어느정도 자라면 나눔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어려서 한참은 더 클 듯...ㅎ


암튼, 저 푸르고 윤기나며 분이 뽀얗게 내린

양배추를 잠시라도 살펴보면 생명의 아름다움도..

야릇한 희열도 함께 느껴진다.




같은 고구마 씨앗 묶음에서 같은 밭에 함께 심은 것인데

어떤 것은 이쁘고 어떤 것은


어찌 저처럼 못생긴 녀석이 나오는 것 일까

사람이나 식물이나 비슷한 것 같다.


겉 모습은 못생겼을 지라도

훨씬 맛이 좋다던지...아니면 어떤 병에 특효가 있던지...

하는 주물주의 신비 일지도 모른다.


 


아내는 오늘 꿩새꺄가 파먹은 거란다.

그걸 어찌 아느냐고 반문했더니 색깔을 보니 그렇단다.

뽀쪽한 부리로 찍은 자국이 선명하다.



아까 내가 캐면서 사진을 찍는다고 마지막으로 나둔

고구마를 아내더러 캐라고 주문 했다.

제일 실한 고구마를 캐는 맛이 어떤지 보라며....ㅎ



그리고 수확물을 한번 들어 보이라고 주문....

정말 크다. 캐느라 수고하셨수...


오늘 일많이 했으니

이만마치고 준비해서 귀가 합시다. ^^





- 10. 20. 화요일 -



예전 직장 동료들의 모임에 나오란다.

모시던 선배의 당부를 외면할 수 없었고 나 역시

선배와 동료 및 후배들을 보고 싶었다.



하여 오찬 모임이 있는 용산역 부근으로 나가는 길,

오랜만에 찾는 용산역이 많이도 변했다.


 


푸짐한 오리로스가 올려진 우리테이블

예전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즐거웠다는...


 


버스에 올라 한강대교도 건넜다.




한경변이 스카이 라인이 이렇게 변화됐을 줄이야~




- 10. 22. 목요일 -


아침 산책을 나섰고



지역주민들의 텃밭도 보았다.



며칠새 구절초가 많이 피어났다.




들깨를 세척하려면 물이 잘빠지게 하는

커다란 소쿠리가 있어야 한다는 아내와 마트에 들렀다.


처음엔 대나무로 만든 소쿠리를 연상했는데

알고 보니 철망으로 만들어진 것 밖에 없었고


그 중에서 제일 큰 것을 구입한 후

죽향골로 향했다.



혹시나 하여 작은 채반까지 동원 됐다는....

하여튼, 아내는 들깨를 세척하기로 했고



나는 지난 번에 봐 둔 자리공 뿌리를 캐기로 했다.



나무가 실했지만 땅 속은 돌 무더기...

그렇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충분한 크기의 뿌리를 얻을 수 있었다.

다음에 오면 발효액을 담아야겠다.



비닐하우스로 오는 길에 배추밭에 들러 보니

배추가 정말 잘 자란다.


모종이 남아 솎아 주려고 포기 사이에

심은 것은 속아내서 나눔해라 일러도

옆지기는 말을 듣지 않고 조금 더 키우자고 한다.



지금 김장해도 될 듯한 사이즈인데...

서로 경쟁하여 못 자라는 것은 아닐지 조금 염려된다.



들깨 세척 작업이 쉬울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들깨를 세번에 걸쳐 심었는데...

그때마다 품종이 틀렸는지 알갱이의 사이즈도 다르다.


한동안 물을 뺀 들깨 건조를

컨테이너 바닦에 깔고 전기난방을 작동시켜

건조시키기로 하였다.



평평한 마당이 제격이지만 아직 그런 곳은 없고

곰곰히 생각해 낸 곳이 농막(컨테이너) 바닥이지만...

넓이가 부족해 일부는 비닐하우스에 펼쳐 널어야 했다.


바닥 전기패널에 전기를 넣어 가열하면 들깨는 잘 마를 테고,

자루에 담긴 고구마는 큐어링을 도모할 거다.



들깨는 품종 여러 종류 중에서

우리가 심었던 중에 검은색 나는 것이 회색빛 들깨 보다

더 고소한 것 같다.


다음에 할 일은 들깨를 거두고 붉은 고추를 따야 할 것 같고.

캐어낸 자리공 뿌리를 으깨서 효소를 담아야 하겠다.


그럴려면 담금통과 식초도 구입해야 하고

첨가할 은행잎과 계피도 구해서 분쇄기와함께 준비해야 한다.


이달 안에 마늘을 심고 서리태 수확하는 일

그리고 서리태 타작이지 싶다.


더불어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아랫다랭이 큰 밭에 고사리 뿌리를 심는 일과

윗다랭이 터 정리 일이다.

 

가급적 노동을 피해고 소일삼는 정도의 일 마저도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지만...

그 이상으로 보람도 느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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