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캐고 들깨는 타작 준비`
< 2015. 10. 8.~ 10. 9. >
어제는 마을의 지인인 쌍둥이네 형님 내외와 함께
성상리 텃밭을 다녀왔었다.
혹여 모처럼 오신 그 분들께 누가 끼칠가 염려돼
차마 우리 부부가 해야만 하는 힘든 일은 꺼내지 못하고 남겨 두었기에
오늘 다시 텃밭을 찾았다.
건너편 아짐네 들깨 타작을 하는 것이 보여
추석때 남은 음식인 송편과 배를 깍아 접시에 담는 아내
오랜만에 찾아뵈 이얘기 저 얘기도 나누고
타작을 어찌하시는지 노하우를 전수 받을 참이다.
우선 그집 배추 작황부터 살폈다는...ㅎ
그 많은 들깨를 수확하고 펼쳐 건조를 시킨후
혼자서 타작까지 하신다.
큰 방수포를 밭에 깔고 커다란 나무토막을 놓은 뒤
거기다 들깨를 내려치는 것 같다.
그리고 작대기로 두두려
들깨를 알갱이를 털어 내는 것이다.
추석날 밤에 옆집 교감선생 댁에 불이 났었단다.
부부싸움이 원인이었는지...
아니면 오랜동안 몸 담았던 교직을 떠나와
시골에 내려와 있으면서 불관리를 잘못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날 밤 불이나 온 동네가 야단이었단다.
그날 우리도 추석연휴 귀경길에 텃밭에서
잤는데 그 난리를 알지 못하고 잡들어 있었나 보다.
예산 등 인근 지자체의 불자동차까지 총 출동됐고
불을 끄는 중에 무슨 귀한 것이 있었는지 불 구덩이에 들어 가려고까지 했던
교감선생은 소방대원이 제지했음에도
화상을 입어 구급차에 실려가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지금 그 가족들은 서울로 올라갔다는 것,
실로 어이없는 얘기를 우리가 전해 들은 것이다.
우리 보다 일찍 귀촌해 어느정도 정착단계에 있던 그 부부
앞으로 함께 어울려야할 가족으로 여겼는데 애석하기 짝이 없었다.
암튼, 들깨 타작을 하든 아짐은 고구마도 수확하셨다고 하며
하우스 안에 둔 고구마를 보러 가잰다.
수확한 고구마는 박스에 가지런히 담겨있었다.
우리고구마도 저 처럼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미 추수한 들깨...
흐미~ 지금 하고있는 것까지 합하면 두 가마 쯤 되겠다.
가뭄에 이 정도이면 아짐 네 들깨 농사는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ㅎ
꿩 피해는 없었나 봐요? 하고 물었더니
꿩 피해를 입은 고구마를 모은 것 만해도 한 박스란다.
조금이라도 꿩이 파먹은 자국이 있는 것은 따로 모아
먹던가 내년에 심을 고구마 줄기로 키울 때
씨로 쓰면 된다고 귀뜸 하신다.
옆집에서 수확한 고구마를 본 아내
슬며시 우리도 고구마를 시험적으로 수확해 보자고 보챈다.
네 이랑을 심었는데 한 이랑만이라도
캐 보자고 하는 거다.
저기 심겨진 저 고구마의 2/3는
처음 고구마 싹을 사서 심었을때 실패해 말라 죽었고
그후 일부는 자라난 줄기에서 떼 내어
심은 것이 1/3 정도이며
20여일 쯤 뒤에 아주머니네 고구마 줄기 남은 것을
얻은 것으로 추가해 심은 것이 1/3 정도이므로
계산상으론 다른 사람들보다 그만큼 수확이 늦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더 기다리자고 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사람들이 다 수확을 했는데도
우리 것만 남겨 두면 인근 꿩들이 우리밭으로 몰려들어
땅콩처럼 그냥 두지 않을 것 같다면서
한 이랑의 고구마 줄기를 베고 비닐까지 벗기는 막무가내 옆지기
그러면서 먼저 첫 머리 고구마 주변 땅을 파냈다.
요런 고구마 세개가 달렸다며 나를 부른다.
저렇게 싹이 난 것은 저장성이 떨어지고
맛이 덜하다고 동네 형님이 말씀하시더라는 아내...
호미로 땅이 잘 파지지 않는 다는 옆지기
괭이를 들고 내가 나섰다.
오잉? 의외인 걸? 많이 달린 것도 있었다.
일곱개가 달려 있었고 꿩새꺄가 쪼아댄 것은 하나뿐이다. ㅎ
맨 처음 100개 짜리 싹을 심었을 때 살아난 것이
가장 많이 달린 것으로 생각됐다.
그 때 살아난 것은 평균 다섯개 정도는 열렸고
나중에 심은 것은 아예 하나도 달리지 않은 것도 있었다.
대체로 비슷하게 달렸고 만족 스러웠다.
물론 한 두개만 달린 포기들도 있다는....
산이 더 가까운 윗밭은 꿩새꺄 들이
포기마다 피해를 주었지만...아랫쪽은 그 정도가 약했고.
꿩새꺄가 파헤쳐 놓은 것은 전체 중 30퍼센트 정도~,
그마져 일부 고구마만 쪼아댄 것을 확인했다.
땅콩보다 고구마 피해가 적은 것은
땅콩은 지표부근에 열매가 맺고 열매사이가 가까운데 비해
고구마는 깊은 곳에 자리를 잡는데다
땅 성분에 황토가 많아 더 딱딱하기 때문에
그 피해 정도가 덜한 것 같다.
고구마 한 이랑을 캐고난 아내는
신이 나서 더 캐자고 한다.
그렇지만 상품성이 떨이지는 고구마가 많으므로
내년부터는 방지망(그물)을 사방으로 쳐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들깨 타작을 하거나 마른 들깨들이
비를 맞지 않게 하우스 안으로 옮기려던 작업은 하지 못한 채
점심 시간이 되었다.
고구마를 캐고 나니 두 시가 훌쩍 넘었다.
소프트쿨러에 넣어 온 반찬을 꺼내고
냉장고에 넣어둔 달걀을 꺼내 계란찜을 만들었다는 아내
고추가루가 없어 넣치 못했단다.
추석 전쯤 냉장고 안에 둔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총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나와 마찬가지다.
마른 들깨를 만지면 들깨 알이 쏟아져 허실이 생기므로
이른 아침 이슬을 맞았을 때나
비를 조금 맞았을 때 옮겨야 한다는데
부득히 내일 아침에 그 작업을 하기로 했다.
식사후 고구마 반 이랑만 더 수확하고
나머지는 더 남겨 두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방문 때마다 고추에 농약치고 칼슘 영양제 도포하는 것은 기본이다.
온갖 작물들에 물을 흠벅 주는 일로 하루를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새날이 밝았다.
구름 한 점도 없이 오늘은 맑은 듯 보이지만...
어젯밤 번개와 천동을 동반하며
비가 조금 내렸단다.
그래서 벽오동 열매가
촉촉히 젖었는지 짙게 보이는 듯.
그래도 촉촉한 들깨를 다발로 묶어 하우스 안으로 들였다.
의외로 많아서 밖에도 두어야겠네...
축축한 것을 너무 많이 쌓으면 썪을 수 있는 것...
할수 없이 비닐하우스 밖에도 방수포를 깔고
들깨 묶음을 옮기고선 건조를 위해 풀어 두었다.
그 즈음 옆집 아짐은 들깨 타작을 시작하시는 듯,
암튼 대단히 부지런 하시다.
이틀전 쌍둥이네 형님 내외가 오셨을 때
점심식사후 하우스에 들어간 사람들이 갑자기 소리를 쳤다.
꿩이 하우스 안에 들어와 있다는 거다.
조용히 하고 문을 닫으라고 이른뒤 나는 반대편으로 가서
양쪽 측문을 내렸고 대문까지 닫았다.
그러면 하우스 안의 꿩새꺄는 갇힌 것이므로 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ㅎ
그러나 사진 속에 보다시피
하우스 측면의 환기구가 내부에서 밖으로 뻗은
울타리 콩 줄기의 방해로 남쪽 문이
다 닫히지 않았던 것은 그땐 몰랐었다.
나는 동서남북의 문이 모두 닫힌 줄 알고
이젠 꿩요리 법을 갬색해야겠다고 즐거워 했는데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외침 속에 놀란 꿩새꺄..
이쪽으로 날아 벽에 부딪히고 저쪽으로 날다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고
비닐을 뚫고 날아 갈 것 같은 염려까지 들었다.
아쉽게도 꿩새꺄는 몇번이나 날다 벽에 부딪혀
땅바닥에 떨어지곤 했는데 공교롭게 마지막으로 남쪽에 떨어져
덜 닫힌 측문 틈으로 빠져 나갔단다.
꿩새꺄( 숫꿩인줄 알았는데 까두리였단다)가 얼마나 놀랐을까
날아 다니는 것을 보니 크기가 만만치 않았단다.
장끼와 비슷한 크기였다는 거다.
옛부터 놓친 물고기가 더 크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렇게 큰 까투리는 처음 봤다고 말하는 아내...
우리 땅콩과 고구마로 살이 많이 쪘을 거란다. ㅎ
그러면서 내년부터는 줄기뻗는 식물은 문쪽에 심지 말자고...
내년에 들어오면 반드시 잡고 싶은 심사인 게다.
삭힐 고추를 따고 파를 몇뿌리 뽑았으며 호박을 따는 사이
나는 스피링쿨러 위치를 조정하면서 열무에 물을 주었다.
수확한 고구마 자루가 묵직해서 아내는 들지 못한다.
비닐하우스에서 차량으로 옮겨 실었다.
호박과 냉이도 뒷자리에 넣고서...집을 향해 출발이다.
아내는 오후 약속이 있고
나는 단양모임에 참석키 위해 길을 떠나야 한다.
그래도 우리 텃밭과 백 몇십미터에 불과한
교감선생네를 다녀가기로 했다.
뒷편의 분홍색 집은 어느회사 속소로 쓰이는 다른 집이고
하얀집이 선생님댁 집인데 정말 불이 났었나 보다.
애써 심고 가꿨을 수십그루의 매실나무들...
집 밖 울타리에 심은 여러종류의 국화들...
하나하나 손 길이 간 꽃나무들을 두고서
서둘러 떠난 그들이 애처롭다.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린 차양막이 보였다.
마당에 놓인 장독대와 화분들과 수반들...
교육자가 어찌 화를 참지 못하고
불을 냈는지 모르겠다고 옆집 아짐은 말씀하셨었다.
집 밖에는 몇백평의 텃밭이 있었고
비닐하우스와 그 옆에 만든 닭장까지 보였으며
길섶에는 커다란 양은 솥까지 걸려있다.
정구지와 와송까지 길렀나 보다.
수확기에 있는 고구마 밭도 보였고
케일이며 당근과 콩과 고추가 자라고 있었다.
추석날 밤 불이 났고 추석이라며 와있던 그 집 식구들이
집을 떠난지 열흘이 된 것이라면...
저기 닭장 안의 닭들은 아마도 돌보지 못했을 듯 싶다.
꼼짝없이 굶고 있지는 않을까?
비닐 하우스 안에는 말리고 있는 것은 녹두나 팥이지 싶고
태양초까지 붉게 마르고 있었다.
닭장 옆에 다가섰더니
물통인 듯한 검은 그릇이 비어 있었다.
그 앞에 있던 청색 조루의 물을 철망 옆 그릇에 쏟아 부었더니
그곳에 있던 닭들이 서로 쫓아와 연신 물을 먹어댄다.
살이 토실토실 찐 것을 보니 잘 키웠는데...
그러나 남의 집 닭장에 함부로 들어가긴 뭔가 좀 그렇고
식구중 누군가 방문해서 모이를 주었으면 좋겠다.
불에 탄 슬라브 집과 비닐하우스 사이에
감나무가 심겨 있었으며 열려있는 감들이 실하다.
그 감나무 아래에 흰테이블이 놓여있다.
부부가 그늘에 앉아 차를 마시곤 했을 텐데...
빈 테이블이 허전해 보인다.
소담스럽게 큰 빨간 맨드라미
수돗가에는 돗나물(돌나물)이 무성히 자랐는데
심심하면 물을 뿌렸나 보다.
불이 난 집 안으로 들어가기가 그렇지만..
리모델링 하여 그들이 다시 내려 올수 있으려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집 안으로 들어 갈 때 쯤
차 안에서 기다리던 아내도 궁금한 나머지 접근하고...
집안에 들어서나 메케한 냄새가 나고 거실 내부가 온통 검다.
천장은 모두 검게 그을린 상태로 뼈대만 남아 있었고,
싱크대를 포함한 식탁과 의자
그리고 방문이 검게 터거나 그을렸다.
화재 현장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불과 가구가 모두 타지 않은 것을 보아 예상했던 것보다
심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아내는 청소하고 리모델링 하면 되겠는 걸 그런다.
그렇지만 불지른 사람이 어찌 다시 내려오겠냐고 했었다.
불타는 방 속으로 뛰어 들어가려고
했을 정도로 귀한 것이 불타 없어져 풀리려면 힘들게다.
그렇지만 그들이 다시 내려왔으면 좋겠다.
불탄 집은 더욱 융성해 진다는 말이 있던데...
그들이 아닌 마음착한 다른 사람이라도
저 집에 이사를 와서 우리와 이웃하였으면 좋겠다.
그건 저런 얘기를 하며 건물 밖으로 나와
마당에 서서 주인 없는 집을 지키고 있는 꽃들과...
장독과 조약돌을 보면서 한 숨을 쉬었다.
교감선생님네 부부과 빨리 화해하고
리모델링을 서둘러 저 배추로 김장을 담그면 좋겠다면서....
그집을 떠나 귀가길에 올랐다.
그곳에 2키로미터 떨어진 면천IC에 진입하고
상행선을 막 진입하려했을 때
우측편으로 보이는 마을과 펼쳐진 황금 들녘이 장관이다.
잠시내려 우울했던 생각을 떨치고 심호흡을 했다.
풍요로운 마음으로 바꾼 뒤 다시 출바알~.
교감선생 댁에 저 곳을 소개하셨다는
문봉리 고사리 농장 사장님께 전화를 해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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