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님네와 함께한 텃밭
< 2015. 10. 6. >
여느날 처럼 마을 뒷산 아침 운동겸 나선 산책길.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조석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
반팔 셔츠와 바지를 입고 건강을 뽐내는 사람도 있지만
긴팔 옷과 긴바지를 입은 사람이 많아졌다.
까치들도 양지쪽을 좋아하는지 햇볕을 좇는 듯
아침식사를 마치고서 하나둘 모이는 어르신들...
동양화 감상팀이 결성되는 듯
운동장을 돌면서 보이던 가랑잎
남들보다 먼저 지쳤나 벌써부터 파란 잔디 위에서 쉬고 있니?
여러 색상의 남천들이 기다리고 있는 듯
며칠새 감빛이 더 붉어져 보인다.
우리집과 왕래가 많은 쌍둥이네 형님
그 형님네는 콘크리트 펌프카 영업을 하시는데
오늘 마침 일이 없다며 밭에 함께 가자고 한다는 것
특히나 밭에 냉이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보챈단다.
아주머니는 벌써 다녀오셨지만
아저씨는 여태 말만 들었을뿐 가 보지 않았기에
여행삼아 모시고 가기로 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이웃이므로...
공사를 했다는 얘길 듣고 먼저 찾은 우물,
가뭄 속에 매일 작물에 물을 퍼내기에
물은 만수위의 절반에 불과하다.
내부의 스텐레스를 통해 빛이 입사돼 바닥이 다 보인다.
샘을 오가는 길에 질경이와 냉이가 많이 난 것을 본 쌍둥이네
캐도 되는지 묻던데 당근 이라 했음은 물론이다.
민들레의 경우 봄에 꽃을 볼 때는 좋았지만...
텃밭을 가꾸는 입장이 되고보니 작물을 헤치는 잡초인 거다.
암튼 먼저 며칠새 익은 것들을 함께 수확하기 시작 했다.
붉은 고추를 빼놓고 그들께 모두 드릴 작정이다.
우린 주체 할 수 없을 정도 넘치는 것이라 해도
어떤 사람들은 필요하고 긴요하게 쓰일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텃밭의 농작물들이 그런 것 같다.
우리 주변에 그 처럼 줄 수 있는 지인들이 있어서
한편으로 다행스럽고 행복하다는....
우린 거들떠 보지 않는 민들레를 형님네가 캐고 계실 때
점심 때가 됐으므로 식사하러 가자고 했다.
얼마전 아주머니가 편찮았음을 감안해
몸 보신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여름에 갔던 곳을 찾았다.
그때는 아주 괜찮았는데....육질이 실망스러웠다.
거기다 계산까지 하셔서 민망스러웠다는...
암튼 식사후 형님네가 민들레를 캐는 사이
우린 풋꼬추를 따고 열무를 솎았다.
그리고 붉은 고추를 따서 물에 씻고 건조대에 널었다.
붉은 고추는 직접 햇볕에 닿으면 희나리가 되므로
그전 실내에 며칠 두었다가 널어야 한다.
바쁜 오늘은 건조대 넌 다음 검은부직포로 씌워주었다
다음에 방문 해서 벗겨주면 된다.
고구마 줄기도 실한 것을 골라 수확하는 사이
나는 고추밭에 살충제를 쳤다.
차량 옆에 둔 수확물들...
배추에 비해 무우는 시원치 않은데
우리가 너무 늦게 심은 것 같다.
내가 농약을 치고 관수를 하는 사이
아내와 쌍둥이네는 들깨밭으로 이동해 냉이를 캐고 있다.
쌍둥이네는 냉이가 이렇게 많은 것을 처음 본 단다.
이참에 다 캐가시라고 말씀 드렸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너무많아 감당이 안된단다. ㅎ
나는 왜 깻잎은 따지 않는지 아내에게 물었더니
아내왈, 이상하게도... 자기가 담는 깻잎이 맛이 없단다.
안해서 못먹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몇해동안 깻잎 김치(장아찌?)을 만들었지만
내가 잘 먹지 않더라는 것.
고향에서 먹던 그 맛이 안나서였을까?
그래도 배워서라도 담아보라고 부추겼더니..
나보고 작접하려면 잎을 따랍신다.
아이고~얼떨결에 그러겠다고 했다는....
수확한 것 대부분을 쌍둥이네 집에 내려 놓고서
우리 집으로 가져 온 것은 들깨잎 뿐
나는 약속대로 깻잎을 챙겼다.
이불 꿰매는 바늘에 굵은 실을 껴고...
몇십장씩 정성껏 모아 묶어서
아는 지식을 동원해 삭히는 작업을 했다.
소금과 물을 10 : 1로 혼합해 끓이고 식혀
담아 두어야 했다는...이거 맛 없으면 우짜지?
하기사 예전에 보면
우물 옆 길쪽한 항아리 속에 들깻잎을 차곡차곡 쌓고
둥근 돌로 눌러 놓고는
이따끔 지나며 물이 거므스레 변할 때
두레박으르 물을 퍼부어 주면 되는 것 쯤으로
대수롭지 않아 보였는데..
직접 해 보려니깐 여럽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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