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내리는 대청호 길목에서
< 2013. 2. 11.>
연휴 마지막 날
가족을 귀경시키고 전민동으로 돌아 왔다.
잠시 눈을 붙혀 봤지만 왠지 잠들지 못하고 일어서
주섬주섬나들이를 나섰다.
대청댐이 보이는 구룡산을 오르려
마음먹고 출발을 한 것...
그러나 구룡사 입구에 도착해 보니
차들이 어찌나 많은지 도저히 주차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여 대청 댐 인근의 문의문화재단지로 향했다.
매번 지나치던 곳이지만
이번엔 반드시 관람을 해 보자.
입구 주차장을 보니 관람객이 많이 왔나보다.
그렇지만 어떤 할머니는
양성산 등산객들이 훨씬 많다고 귀뜸한다.
얼핏 초가집 마을이 보였고,
거기에 이끌린 나는 자연스래 문화재단지로 향했다.
산은 다음에 가지 뭐~ㅎ
그 곳 문화재단지가 옛 고향의 정취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이끌렸던 거다.
매표를 한 다음...
단지내로 들어간다.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하였기에
대청호가 시원스래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그야 말로 깨끗이 청소된 시골마을 풍경에
햇볕이 잘 들어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
초가와 기와가
마냥 어울린 옛 고향의 모습이어서
둘이 와도 좋고
나 처럼 혼자와서 걸어도 마냥 좋은 곳...ㅎ
고향에서는 볼수 없는 고인돌이 있어
신비감을 더 주었고
간간이 문화재들을 소개하는 글이 있어서
몰랐던 옛 것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대청호를 건설하면서
침수될 곳에 있었던
문화재나가치있는 사료를 모아
이곳으로 옮겨 둔듯 하다.
이번 설에는
유닌히 고드름을 많이 본다.
엊그제 송천교에 매달린 대형 고드름을 보았지만
고드름은 초가에 매달린 게 제멋이다.
고드름이 매달린지붕 아래
광주리가 걸린 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항아리처럼 텅빈 이 가슴을
그 무엇인가로 가득 채워 주는 듯 하다.
침수 될 위기에서 벗어난 집들이
이곳으로 이동해 왔을게다.
기왓장이며 서까레들도 말이다.
벼름빡 옆에 놓인 토기들은
내리는 햇살이 그저 따사롭기만한 오후시각
느릅나무 인듯한 가지들 사이에 보이는
하늘빛은 그저 파랗기만 하다.
문화재단지 안에는 토속상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지만
명절을 지내러 가서 아무도 없는 듯...
연자방아를 어디서 그리 많이 구해다 놓았는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세월을 지금으로부터
30~40년 뒤로 돌려 놓은 듯하다.
사투리인지 모르지만
봉세기와 둥구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네..ㅎㅎ
여막? 초막이란 말은 들었지만
여막이란 말은 처음 접한다.
저 처럼 먼 세상 떠난 이의 산소 옆에
여막을 짓고 그안에 머물며
떠난 이를 생각하고
슬픔 속에서 문상객을 받고 제를 올리고 했단다.
오래 전 내가 어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방에 마련된 빈소에
몇년동안 곡을 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연상된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시골에서도 그런 풍습은 사라져 갔고 나 역시
두분의 부모님의 제사와
성묘를 할뿐 시묘생활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재작년쯤 방송된 사극
"동이(영조의 어머니인 숙빈)"의 묘가 있는 파주 소령원을
갔을 때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영조가 즉위하기 전 어릴 때 숙빈이 죽자
영조는 소령원 묘소옆 초막에서 3년간 시묘생활을 했다고 하던데.
아마 그때 모습이 저럴지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상례절차에 따라
아직도 시묘생활을 하는 이가 있다고
방송에서 들은 듯 하다.
방금 전에 내 앞을 지난 어떤 가족은
여막 옆 산소자리가 좋다고 탄성을 지른다.
대청호와 함께 잘 어울린다며 말이다.
죽은 뒤 묘자리가 사후세계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ㅜㅜ
그곳을 내려와 다른데로 이동
마을 중간에는 넓은 광장도 있었다.
마을에 저런 광장이 있으면
어릴 때 더 재미있게 놀았을 거다.ㅎ
어떤 모녀가 계단을 내려가며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다. ㅎ
그곳에서 나와
내비에 청남대를 입력한뒤 잠시 진행을 한뒤 멍춘 곳
행정구역상 괴곡리 주변 같았는데
대청호오백리길이라는 표지가 있었고
걸어 다니기 좋을 것 같고 자전거도 다닐 수 있을 듯 하다.
그져 평화롭기만 한 호수
오리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잠시 갔다 뒤돌아서 나온다.
저만치 흰새가 보여 백조인가 살폈는데...
아무래도 왜가리 인듯 하다.
산책객을 만났다.
다시 살펴 보아도 왜가리...
다시 청남대 방향으로 이동
점심식사 시간이 훨씬지났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라면을 끓이면서
시골서 싸준 떡 봉지에서
떡국떡을 좀 남겨 둘걸... 하고 아쉬워 했다.ㅎ
그래도 대청호를 바라보며 라면을 먹고
남은 물을 끓여 커피까지 타 마시는 여유를 만끽하는
낭만의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청남대입구까지 진행을 한후에
입구에서 되돌아 나가고 있다.
통상 청남대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하는데
설연휴를 맞아 승용차도 출입을 허용한다며 입장권을 구입하란다.
청남대는 몇번 갔던 곳으로
아름답고 겨울철 풍경이 궁금하긴 하지만
가 봐야할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고...
다음으로 피미마을에 들어가
그곳에 야영할 만한 곳이 있음을 확인하고
역시 돌아 나왔다.
다시 구사리 입구를 거쳐
대전으로 나가는 길
은행나무가 단풍철에 멋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호수 길,
그 좁은 길로 접어 들었는데...
몇백미터 쯤 진행을 하다 멈췄다.
자칫 고립될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던게다.
간신히 차를 돌려세우고는
걸어서 들어가며 차쪽을 향해 한장 찰칵~
아무도 밟지 아니한 한적한 길이다.
그 길 오른 편의 대청호,
호수는 고요한데...내 마음은 조급하였는지
빨리 다녀 올 생각으로 분주하다.
저 길 끝까지...ㅎ
그 곳을 돌아 나 오면서
아까 본 왜가리 떼가 보였다.
그 길에서 속소로 돌아왔다.
애초 대청호를 한바퀴 돌아 볼 양으로 출발했지만...
아무래도 해가 짧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숙소를 향한 내비양은 문의IC로 들어가라 한다.
다소 거리는 멀게 느껴지지만
고속도로는 귀가 시간을 아껴 주는 듯하다.
봄이 다가온 것을 느낀..
설 연휴 마지막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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