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장 ] 직접 기른 콩으로 만드는 메주
< 2018. 2. 4. 일요일 >
작년 합덕시장 세은상회에서 구입한 대두
6월 20일, 포트에 다른 두 종류의 콩과 함께 모종을 부었고
가을엔 수확해 비닐하우스 안에 보관하였으며
건조가 된 후 틈이 날 때마다 조금씩 탈곡작업을 하던 중이다.
텃밭에 불과한 영세농 입장에서
몇이랑의 콩을 타작하려고 탈곡기까지 동원한다는 것은 무리다.
하여 수작업에 의존해야 했는데....
어찌나 개으른지 제때 탈곡하지 못했고,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데다 춥기까지 해서 계속 늦춰졌다.
하여튼 한가하다는 겨울에 문을 연 상태에선 추워서 작업하기 싫고...
먼지가 적게 발생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하여 조금씩 막대기로 후려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힘껏 반복해 내리쳐도 절반가량만 터지고 나머지 콩깍지는 그대로다.
결국 터지지 않는 콩깍지 하나하나를 찾아 가며
손으로 일일이 까야 했기에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ㅜㅜ
콩타작이 재미 없을 땐 아마란스 타작을 하기도 했다.
좁쌀의 몇분의 1 사이즈에 불과한 아마란스...
아마란스 알을 분리해 내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다.
알이 너무적이 분리 곤란하고 먼지가 발생하므로
가끔씩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해야 했다.
하여간 아마란스는 탈곡을 완료하였고
모아 보니 3키로 쯤은 되는 듯....
그때 저편 큰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멧비둘기들이 보인다.
저 녀석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여 놓은 콩을 호시탐탐 노리는 듯하다.
눈 내린 어느 날... 콩타작하려고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선풍기를 동원해 콩알 선별작업을 하였다.
완전한 선별은 아니나 서너 말은 되지 싶은데...
남은 것까지 탈곡을 마치려면 시일이 더 필요하겠다.
마치면 너 댓 말쯤 되지 않을까?
일부는 맛 보기로 볶아 먹기도 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건너편 아랫집에 인기척이 있었고
우리밭에서 대나무를 베어 간 흔적이 나 있어 궁금하기도 했었다.
하여튼 비닐하우스는 여러 가족이 합동 작업 중이었는데
의정부의 다정가라는 곳에서 왔단다.
그곳에서 쓰일 된장 담금용 메주를 두려고
선반형식의 거치대를 만드느라 일부 우리 대나무가 이용됐으며
거기에 메주 매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자극 받은 우리도 더 늦기전에 메주를 만들기로 했다.
여태 우리는 고향에서 보내 준 메주에 의존을 했으나
작년 설 형수(81세)께서... 이젠 늙어 메주를 만들어 보내주기 어려우니
앞으로는 각자 알아서 하라는 선언을 하셨다.
그 이후부터는 우리가 직접 콩을 재배하고
메주를 쒀 띄워서 스스로 된장을 담아 보기로 했던 것엔데..
아직 타작을 마치지 못했던 것 ,
메주 만드는 일이 처음인 우리는 두 말 쯤 삶으려 했으나
실패가 걱정된 나머지 이번 첫 해는 한 말 정도(9키로)만 해 보기로 했다.
나머지 콩은 잘 보관해 두었다가
내년에 써도 될 것이라는 아내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첫 경험인 메주를 민들고 띄우는 방법은
고향에서 어렴풋이 보아 온 방법에 주변 지인들의 도움말까지....
그리고 인터넷 검색 된 것을 적용키로 한다.
그런데 웃긴 것은 알려주는 사람마다...
그리고 소개하는 글마다 한결같이 약간씩 다르더라는 것
종합하면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메주를 만들고 띄워도 결국 된장은 만들어 진다는 것이었고
맛이 조금씩 다를 뿐이라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래서 혼란 스럽지만 다양하게 모여진 방법들을
우리 만의 한 방법으로 정제시켜 통일하고 이제 첫 시도를 하기로 한다.
첫 시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메주쑤는
시기 부터 맞지 않는 다는 것이나
이것 또한 현대에 있어서는 하나의 설에 불과한 것 같아
우리는 시기에 관계없이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콩의 선별, 잘 익은 것만 두고 흠이 있는 콩알을 하나하나 골라내고
맑은 물로 여러 번 씻어 물에 불리는 과정을 겪었다.
된장에서 콩껍질은 좋지 않은 맛을 낸다고 해서
껍질을 가능한 분리해 보려고 불은 콩을 손으로 몇 번 문질러 보았다.
그러나 벗겨지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
별 수 없이 삶고 하는 과정에서 볏겨진 일부만 겨우 골라 냈다.
그리고 삶을 때 나중에까지 남는 콩물은 영양 덩어리 이므로
버리지 말라는 어느 분의 말대로 물관리를 하였고,
뜸들일 때 최대한 증발시키되 메주는 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였으며
맛을 해친다는 거품도 뜰채로 틈틈이 걷어 냈다.
콩이 짓무르도록 익으면 색깔이 갈색빛이 난다던데...
그정도가 될 때까지 삶고 뜸을 들였다.
에전엔 삶은 콩을 절구에 넣고 찧던데...
우린 김장배추를 절일 때 사용했던 비닐 자루를 활용하기로 했다.
삶은 콩을 비닐자루에 넣은 뒤 발로 자근자근 밟아
으깨는 과정인데 삶은 콩이 어느정도 식은 다음 넣어야 하는 것을 모르고
빨리 넣었기에 너무 뜨거워 열에 약한 비닐이 견디다 못해
밞을 때 구멍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고 부터는 식힌 후 작업을 했다.
콩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리저리 살피며
차근차근 으깨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내내 구수하였기에,
이따끔 삶은 콩을 입에 넣기도 했다.
그리고 메주를 바닥에 놓을 때 쓸 발을 세척하고
난로에 놓아 건조를 시켰으며
뒷 마을에서 얻어 둔 볏짚을 챙겨 준비하였다.
볏짚은 청국장을 담을 때 사용하고자 하던 것인데
암튼 짚은 메주 띄울 때 꼭 사용되는 귀하신 몸이 되시겠다.
짚에는 갈대나 억새 같은 풀이 마른 다음
공기와 만나 자연적으로 균인 고초균(枯草菌)이 생기며
이 균이 있어야 메주를 띄울 수 있단다.
고초균은 일종의 유익균으로
메주가 유익균에 의해 몸에 좋은 흰곰팡이나 노란곰팡를 만드는데...
만일 유익균이 적으면 우리 몸에 해로는 푸른곰팡이가 피거나
썪는 불상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리 급히 메주를 만들 줄 알았더라면
메주 틀을 미리 만들어 두었겠지만 이번에는 준비하지 못했다.
메주틀 대신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하기로 했으며
마땅한 천이 없어 내 무명 티셔츠로 대신하였다.
첫시도 치곤 쓸만하였던 것 같다.
여기서 아내와 나의 주장이 엇갈렸는데...
아내는 매주를 발로 꾹꾹 밞아 주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나는 비닐에 넣어 으깨면서 이미 충분히 밟혀 공기가 빠진 상태이기에
손바닥으로 적당히 눌러만 줘도 충분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자기 고집이 확실한 우리 밤실댁
매번 틀리면서도 왜 자꾸만 그러는지.....이건 처가의 유전이다.
별수 없이 각자 자기 주장대로 만들기로 하였으며
나중에 결과를 비교하기로 했다.
나는 적당히 모서리만 다시 만져 주지만
마님은 사방 돌려가며 두드리고 주무리는 동작을 계속한다.
두 곳에서 나무어 한 번에 삶을 수 없었기에
나머지는 들통에 마루리 했으며
손각락으로 각자 만든 메주에 부호를 찍어 두었다.
아내가 만든 메주가 조금 작은 것은 하도 주무른 결과다.
밤실댁 1, 3, 5, 8번,
내가 만든 것이 2, 4, 6, 7번이라는....
하여튼 다락에 각목 두 개를 놓고
그위에 발 그리고 짚을 깔고서 메주를 펼쳐 놓았다.
나중에는 각자의 메주를 두개의 단지에 나누어
된장을 담을 지도 모르겠다는...ㅋㅋ
꾸득꾸득 겉이 마르고 굳으면
이따끔 방향을 바꾸어 주기도 하는 등 애지중지....
며칠후 아랫집(의정부 다정가 메주건조장) 고수에 도움을 청했더니
메주를 공간에 두지 말고
따뜻한 방바닥에 볏집을 깔고 그곳에 메주를 둔 다음
흰 곰팡이가 낄 때까지 기다렸다가 양파자루에 넣어
비닐하우스로 옮겨 건조하라는 귀뜸이다.
우리는 그의 귀뜸과 다르게
메주를 따뜻한 방바닥이 아닌 공중에 올려 놓은 상태이고,
수시로 뒤집어 주었다.
하여 지금이라도 궤도를 약각 수정하기로 했다.
일단 전기매트를 바닥에 켜 두고 그곳으로 메주를 옮겼으며...
상태를 봐가며 추운 밤에는 홑이불을 덮어주기도 했다.
주말에 죽향골에 온 아내 왈
메주가 어느정도 뜬 것 같다며
이제는 밖으로 가져가 건조시키면 좋겠단다.
하여 양파자루에 벗짚 몇개씩과 메주를 담았으며
비닐하우스로 가져가 매달았다.
다음날 새벽 메듭을푸는경당에서 입춘을 맞았다.
새로 꽃꽂이가 혹여나 얼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될 만큼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입춘을 맞아 우리마음에 있는 모든 매듭이 풀려서
모두가 크게 길하고 인생에 있어 빛나는 세월이기를 기원한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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