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 ] 시흥동913번지 사람들
< 2017. 5. 10. ~ 5. 14. >
- 5. 10. 수요일 -
오랜만에 금천문화원 서예교실을 찾아가던 날,
국립전통예고 아이들의 시험일인가?
웬 학생들이 문화원 입구에 무더기로 서있는게 보인다.
졸업후 무대에 서는 것을 희망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향후 관객들의 시선을 오히려 즐길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이유로 미리 연습하는 것인지 몰라도
학생들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연습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저처럼 모여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여간 2층 서실에 도착해 샘들께 인사한 뒤
채비하고 손을 놀려보지만, 오랜만에 잡은 붓은 어색하기만 하다.
나의 모습을 선생님께서 보셨는지
'섭재 그동안 붓을 놓고 있었구먼...'하시었다.ㅜㅜ
집에서도 꾸준히 연습을 해야하는 것이
서예라는 말씀을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종종하시는 선생님...
그 말씀을 가슴에 담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할 뿐
실제는 행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며 죽향골로 떠났다.
- 5. 11. 목요일 -
이른 아침, 밭을 돌아다 본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더 많이 쓰러진 이랑의 보리들,
어젯밤 또 돌풍이 불었나 보다.
쓴냉이 종류인데 노랑꽃이 흔하지만
흰꽃은 오랜만이다.
밭 서쪽 끝으로 걸어가 동쪽을 바라 보고 있다.
이랑의 보리 이삭을 자세히 보니 알이 탱글탱글하게 자랐다.
그나저나 저 보리를 수확할 때 낫으로 베면 되겠지만...
탈곡은 어떤 방방으로 한다지?
이상하게도 키우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막상 도리깨 작업을 염두에 두려니 내키지 않는다. ㅜㅜ
고사리는 급수한 덕분인지
주변의 녹음처럼 푸르름이 점차 짙어만 간다.
아침식사를 하기도 전에 중기 업체에서
우리집 일하려 나오셨고,
작년에 도로 포장을하면서 모아두었던 흙을
덤프트럭을 이용해 마당 쪽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한편 나는, 마늘밭 옆에 두었던 화분들을 수레에 싣고
집 앞으로 옮기는 직업을 했다.
물론 혼자서 들 수 없는 큰 화분은 그냥 둔체
작은 것들만 옮겨야 했다.
- 5. 12. 금요일 -
한글서예반 샘들이 죽향골을 방문했다.
당초 1박2일로 계획했으나 민폐가 우려돼 잠시 다녀 가기로 했단다.
주변 구경과 더불어 맛집 방문을 취소하고
짧은 체류시간이지만 쑥과 참죽 싹부터 채취해야 한다는 문샘, 이샘...
어린 뽕잎과 질경이는 언니 샘들의 몫이다.
소나무 아래 뽕나무를 베려했더니 내년에 하자 하신다.
볼품없는 냉장고가 개방되었고
솜씨좋은 샘들이 척척 음식을 만들어 맛있게 드시더라는...
여건상 못오신 분들이 있어 아쉽지만...
오신 샘들이 만족하시며 돌아가신 것 같아 다행이다.
- 5. 13. 토요일 -
아내는 30 여년 전에 살던 시흥동 913번지 사람들과
지금까지 연을 맺고 있는데...그분들이 오늘 죽향골을 방문하기로 했다.
옆지기로부터 방금 그들과 안양역 앞에서 시외버스를 탔다는 연락과 함께
당초예상과 달리 두 분이 사정상 차를 타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따라서 내가 당진 기지시 정류장부터
픽업해 주면 편리하겠다는 주문에... 나는 기지시로 향했다.
예정된 시각보다 늦게 면사무소 앞 에이스식당으로 모셨으며,
번호표를 타고 꽃구경을 하며 대기 중이다.
생소한 검은콩쑥국수를 먹고 나오는 우리 손님들이
국수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쑥농장에서 베어온 쑥을 일일이 녹즙기에 넣어 흘러나오는
쑥즙은 밀가루와 섞어 반죽을 만들고,
그 반죽을 기계에 넣어 국수를 빼서 삶는 과정을 본다.
나도 직접 쑥즙내는 것은 처음 본다.
쑥즙은 페트병에 넣어 냉장보관을 하면서 필요할때 쓴단다.
작업이 완료된 죽향골 주차장,
당진시 건축신고 조건상 콘크리트 포장을 하여야 한다지만...
조경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차츰씩 해야할 처지다.
게다가 공간이 넒은 대지에...주차에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콘크리트포장을 해야 한다면
조경작업시 깨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활용면을 생각해서 저 방식으로
주차장을 만들었다가 추후 잔디와 블럭을 까는게 낫겠다.
암튼, 준공검사를 대비하여 흰색 테이프나 수성페인트로
차선을 그어 달라고 했다.
시내로 자재사러 가는 길,
작년에 양파를 심었던 밭에 무엇을 심었는지 궁금해서 그 길을 선택했다.
냉이, 달레하는 그런 달레밭 이었다.
그날 저녘 늦게 희수네 부부가 도착했다.
우리 아래층에 살던 그 부부는 사업상 일을 끝내고 오느라
조금 늦었지만 20년전 모습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 5. 14. 일요일 -
그토록 비를 기다리지만 원하는 비는 내리지 않고
간밤에 심한 돌풍만 볼었는지 단풍나무 화분이 넘어져 깨졌다. ㅜㅜ
보릿골은 더 엉망진창...
그러나 완적히 꺾여 쓰러진 것이 적어 다행이다.
일행들이 자고 있는 새벽...
동휘네와 우리는 슬며시 집에서 나와 솔뫼성지를 찾았다.
주일미사를 봐야 하니 어쩔수 없다.
오늘은 유난히 수녀님들이 많으시네...단체로 피정오셨나 보다.
성당 입구 현관,
오른쪽 복도끝의 교황님과 화동모습의 조형물이 보인다.
+ 제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제 잘못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 +
오늘 미사는 수녀님들께서 진행하셨다.
미사후 어디론지 걸어가는 수녀님들...
여러 곳에서 오시었는지 복장이 똑 같지 않다.
자신을 버리고 오롯이 하늘에 의탁해 사시는 수녀님들
수녀님들, 신부님들을 보면 경외하게 된다.
미사를 마치고 죽향골에 도착하니,
손님들이 주인처럼 아침상이 차려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홍이 엄니께서 주로 준비 하셨다고 한다.
913번지 우리와 한 집에 전세살던 대홍이네는
그 집에서 두 자녀를 두었는데 맞이 대홍이와 그 아래 여동생을 낳았다,
엄마를 닮은 둘째는 머리가 영특해
서울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몇해전 하바드 의대 장학생으로 뽑혀 최종심사 때
수술 심사과정에서 피흐르는 인체 장기를 다뤄야 하는 과정에서
구역질을 해대면서 포기했단다.
당차 보이던 그아이에게 여린 면이 있었다.
식사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냥 있으라 말들을 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못하리...
남편들에게 전화가 오는 것도 같았지만...
해방을 맞은 사람들 같았다는...그들의 웃음이 하하 호호 퍼져 왔다.
나는 깨진 화분을 정리하고
거기에 심겼던 단풍나무를 해체하였다.
여러 묘목을 합쳐 작은 화분에 심었는 줄 알았는데...
한뿌리에 가지 여러개가 달려 있는 것이었다.
괭이를 동원해 뿌리를 잘라 세 포기로 나눠 길가에 심었다.
한뿌리인데도 잎색깔이 왜 다르지?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갔다.
땅콩 열알, 그리고 작두콩 20여개를 포트에 부어 뒀는데...
아침까지 멀쩡하던 것이 엉망으로 흩어져 있다.
범인이 꿩일까 비둘기일까 아니면 까치일텐데...의심만 갈 뿐
도대체 증거가 없다. ㅜㅜ
참깨포트는 부직포로 덮어 피해가 없으나
아무래도 다시 모를 붓고 그물망으로 덮어야 겠다.
하우스 옆에서 보이는 건너편
그집 아들이 고추밭에 무슨 약을 살포하고 있는게 보였고,
궁금한 나머지 고사리밭을 가로질러 방문했다.
고추는 어릴 때부터 미리 바이러스 예방약을 살포하여야 하고
살충제도 뿌려야 한단다.
뿐만 아니라 연작피해를 에방하기 위해
토양에 유기농업자재인 강토를 주어야 한다고 내게 일러 주셨다.
모종을 심기전 미리 뿌리면 좋지만
지금이라도 고추포기 마다 한 움큼씩 넣어주면
고추가 건실할 거라며 소개하셨다.
급수는 우리처럼 점적호수를 포설해 주는 것 같다.
우리는 타이머를 사용해 매일 급수를 하는데 괜찮은지 물었더니
고추는 물을 자주주면 키만 잔득 크고 열매를 성실히 맺지 않는 다며
일주일에 한번씩 줘야 한다는 것으 배웠다.
여태 그런 노하우를 모르고 폼종에 문제가 있는줄 알았었다.
할머니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그집을 나왔고,
그집앞 철거된 돌절구 수반에 자라는 부레옥잠과 연을 보았다.
가지런하게 가꾸는 정성이 엿보인다.
우리는 며칠 머물면서 김을 메려한 계획을 수정해
손님들을 모시고 함께 귀경하기로 했다.
잠시 동문저수지를 들러 가기로 한다.
아직 어려서인지 연잎 보다 물이 훨신 많아 비친다.
어라, 이거 연이 아니라 수련으로 수종을 바꿨지 싶네?
모든 잎이 수면에 떠 있어 그런 생각이 든다.
수련이라 하더라도
물 속의 줄기들이 많이 휘어져 있어 신기했다.
지난 3월 보았던 매화밭 근처에 멈췄다.
야~ 꽃만 예쁠 줄 알았는데 열매도 제법 달렸고 탱실탱실 하다.
3월 하순에 피었던 매화,
너무 늦게출발해 서해안고속도로가 매우 붐볐다.
그렇지만 내년에도 또 오시겠다는 913번지 사람들
그땐 서방님들도 모시고 오시길요~.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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