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촌 ] 외손주들과 찾은 죽향골
< 2016. 12. 3. ~ 12. 10. >
어제 외손주 두 녀석이
주말이라고 외가인 우리집에 맡겨졌다.
그간 아이 둘이 주말에 오면
통상 하룻밤을 자고 일요일 오후에 자기들 집으로 간다.
요즘은 둘 째 재율이는 엄마와 자겠다며 떼를 쓰는데 비해
큰아이 서율이만은 끝까지 남으려 애쓴다.
아마도 서율이는 엄마아빠가 있는 집 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신을 훨씬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깨우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주일은 아이들과 유아방에서 미사를 드린다.
매번 유아방을 시끄럽게 하던 그 아이가..
오늘은 웬일인지 성가책을 골몰히 쳐다보고 있다.
어찌된 일이지? 하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요즘 글씨를 깨우쳐 읽을 줄 아는 것 같으며
할머니 보는 성가책을 강제로 가져 갔다며 기특해 한다.ㅎ
아이는 미사후 밖으로 나올 때마다
매번 촛불을 켜자고 주장하여 지금은 당연한 코스가 됐는데...
이제부터는 스스로 초에 자기 이름을 써서
불 붙히도록 해야 할 것 같네.
집에 돌아와도 조용히 있지 않는 녀석들...
거실의 냉장고에 농구 골대를 설치해 달라고 야단치는 바람에
마지 못해 이동해 주었더니,,
녀석은 오밤 중에도 덩크 슛을 한다면서 난리부르스다.
아랫 층에 피해를 줄까 싶어 우린 안절부절... ㅜㅜ
아내 생일, 가족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곳으로...
어른들 중심으로 식당을 정해 왔었는데...
언제부턴가 아이들 입맛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다.
저렴하고 맛도 좋지만 왠 손님이 그리도 많은지
입구에서 한시간 가량 줄 서 기다린 것 같다.ㅜㅜ
테이블이 서로 붙어 있어야 해서
좌석이 잘 나지 않지만 우리는 비교적 빠른편 이었다는....
암튼, 삼형제를 자리에 앉히고 나니 보기 좋다.
그날의 에피소드, 식사를 끝낸 아이들이 부대시설인 놀이방에 갔고,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아 할머니가 찾으러 갔는데...
공교롭게 어떤 덩치 큰 아이가 식식대며
재율이를 붙잡고 흔들더란다.
할머니가 이 광경을 보고 놀라 그 큰 아이에게
커다란 네가 왜 작은아이를 괴롭히냐면서 나무랬다는....
그러자 큰 아이는 '얘가 나에게 돼지라고 그랬어요', 하면서
화를 참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아내는 그 아이에게 얘(재율)는 아직 어려서 돼지란 말을 할 줄 몰라,
그랬는데... 그 옆에 있던 재율이가 한술 더 떠서
덩치 큰 아이에게 "야 이 바보야" 그러더란다. ㅎ
그러자 덩치 큰 애는 식식거리다 참지 못하고 울먹이더라는....
할머니는 재율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인 줄 알다가
어이가 없어 큰 아이를 달래야 했고 재율군을 얼른 안고 나왔단다.
녀석들이 그만큼 자란 것이다.
그런 녀석들과 집으로 돌아왔다.
두 형제를 불러 바보가 무슨 뜻인 줄 아는지 물어 보았다.
안 좋은 말이란 것을 두 녀석이 다 알고 있었으나
정확하게 설명하진 못한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멍청한 것,
공부도 못하고...말도 안듣는 아이... 그런게 바보여~, 알았어?, 응~
그럼 다른아이가 재율이에거 바보라고 하거나 돼지라고 하면
재율이는 기분이 좋겠어 나쁘겠어?, 나빠~ 한다.
아까 할머니가 없었으면 그형한테 너 맞았겠지?, 응~
이제 그런 나쁜말 하면 되겠어? 안되겠어?, 안돼~
할아버지 얘기 보다는 케익에 불켜는데
관심이 많은 녀석들...
녀석들이 서로 할머니 옆에 앉겠다며 다투는 가운데
촛불을 놓고 가족과 둘러 앉았다.
아내는 녀석들 덕분에 생일 기분이 더 좋았을까
암튼, 두 아이는 우리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하고서
자기들 집으로 갔다는...ㅎ
너희 둘 중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저 집에 살면서
학교 다니는 사람이 쓸 방도 만들고 있어~
한번 가서 볼까? 했더니
두 녀석은 당연한 듯이 가서 보겠다고 한다.
밭둑이 얼어 냉이를 케기가 어렵겠다는 아내,
앞으로도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면 채취가 어렵겠지만
양지쪽은 아직 괜찮지 않을까?
몇해 동안 냉이를 제대로 채취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 해부터는 죽향골을 자주 찾는 덕분으로
제법 수확을 한 것 같다.
뭐 많이 수확하더라도 우리식구들이 먹기 보다는
지인들과 나눔하는 것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엊그제 비가 왔었는지 주변이 다 젖어있고
비닐위엔 물이 고여 있는데다 고인물은 얼음이 돼 있다.
마늘에 씌운 비닐 둘레를 웬만하면 흙으로 덮어 주려했으나
아무래도 오늘은 여의치 않은 것 같다.
농막으로 줄 자를 꺼내러 간 사이
아내는 녀석들을 따라 짓고 있는 집으로 올라 갔다.
내부에 쌓인 솜을 본 서율이가 이게 무엇인지 내게 묻는다.
서율이 추울 때 이불 덮고 자지?, 응~
겨울에 집 안이 춥지 않게 집안을 이불처럼 감싸주는 솜여
그러면 겨울에 춥겠어 안춥겠어?, 음~ 안춥겠어~ ^^
이렇게 얇은 나무로 짓는 집이 튼튼할까? 묻는아내
"나무가 약할 것 같지만 대신 촘촘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튼튼해서 서양에서도 많이 짓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내부 전선 및 통신선이 배관되는 모습이다.
HDMI 케이블은 배관없이 저 처럼 내부에 설치하면 될 듯하다.
거실에서 안방까지의 루트가 멀어서 25미터 이상 필요하다.
일반 구리선으론 불가하고 광케이블로 가야 할 것 같다.
목조주택의 단점 중 하나가 건축후 세월이 흐르면
작은 틈으로 벌레들이 실내로 유입될 수 있다.
이런 벌레는 시골집에 많지만 도시에서도 발생하므로
건축가들은 이를 막으려고 연구하였고,
결국 벌레들이 원천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지하 방수면부터
지면(기초)과 목제 접촉 부분을 금속망으로 감싼 모습이 보인다.
두녀석을 불러놓고 어느방을 갖고 싶은지 물었더니
재율이가 먼저 이층이 자기 거라 한다.
그러나 서율군은 아무 소리를 하지 않더라는...
아무래도 큰 아이 서율군은 엄마아빠와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
부담이란 것을 아는 것 같다. ㅎ
고추를 제 때 수확하지 못하였는데...
가지에 붙어서 마르면 자연적으로 태양초가 되지 않을까?
몇개 따서 빻아보셔~ 그냥 버리긴 아깝잖아...
아직 겨자채는 싱싱하고
상추도 냉해를 많이 입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주말이 지나면 다 얼지 싶다.
일기예보엔 영하5도이라로 내려 간다는데...
여긴 산 아래여서 더 낮을거다.
겨우내 버텨 주면 좋겠으나
작년 겨울에도 싱싱하던 상추와 양배추가 다 얼고 말았다.
하여 일부를 수확했다는....
아내가 채취한 냉이를 씻고 난 다음..
나는 동파 될 것 만 같은 파이프 라인을 갈무리 하였고
꿈 꿔 온 소박한 집이 지어지는 모습을 뒤로하며,
우린 아이들과 죽향골을 나섰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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