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원 ] 지리산 운봉의 가을이야기
< 2016. 11. 4. ~11. 5. >
문화원 강습을 마친 금요일 오후,
죽향골을 거쳐 남원 운봉읍 공안리로 떠난다.
주말인 내일(토) 오전엔 지리산 고사리농장으로 알려진
올참고사리영농조합을 방문해야 하고
오후엔 무주리조트에서 모임을 갖기로 약속된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
그런 주말 일정을 위해 약속된 전 날 해질녘
공안리에 들어 섰다.
초면인 외지에서... 특히 어둠 속에
야영지를 물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미리 몇군데를 염두해 두고 마을로 진입했으나,
확인하기도 전에 해가 지려한다. ㅜㅜ
된서리를 맞은 감나무는 이별을
애타게 싫어하는 잎새들마저 훌훌 다 털어 내야 했고
주홍빛 열매만 주렁주렁 매달고 있으면서
내년 봄을 기약하는 것 같다.
열매에 노을빛이 닿고 있으나
노출이 부족할 듯하여 후레시를 터트렸다.
야영지로 염탐해 두었던
공안리 보건지소를 먼저 보러가는 중이다.
그러나 공안리마을회관을 비롯해
보건지소는 마을의 주택들과 밀접해 있어 야영하기엔
여러가지 애로가 있다.
하여 아무래도 두 번 째 야영지로 점지하였던
정령치 휴게소까지 가야 할 듯하다.
금세 해가 질 듯 해서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내일 고사리농장 관계자를 만날 곳이
이 마을 448번지라고 전달 받았기에 맨 처음 그 곳을 찾았었으나
한뎃잠 잘 수 있는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던 터여서 아쉽다.
정녕 지리산 정령치까지 가야 한단 말인가 ?
이제 해가 져 어둡다.
이곳에서 지리산 정령치휴게소까지는 약12키로의 거리이고,
20분 남짓 걸린다며 티맵은 알려준다.
그러나 지리산 도로의 밤은 고요한 어둠뿐이다.
출발후 15분 쯤, 고기리저수지를 지날 때 갑자기 차를 세웠다.
해발1,100미터의 정령치는 너무 추울 것 같았고...
아침 식사하는 것도 여의치 않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다. ㅜㅜ
하여 제3의 야영지로 물색해 두었던
운봉향교부터 우선 확인해 보는게 낫겠다 싶었으며,
되돌아 향교 앞까지 찾아 왔다.
향교 앞 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 있고
향교를 밝히는 나트륨등 불빛만이 칠흑같은 암흑을 벗기고 있다.
저 먼 희미한 불빛은 공안리 쪽에서 오는 것 같다.
도로가 가까우나 다니는 차량조차 없어 숙면에는 그만일 듯한 곳이다.
화장실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이만하면 훌륭하다.
그렇게 한뎃잠 잘 장소가 정해지자
이젠 저녁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수와 라면을 준비했으나
아까 읍내를 지나올 때 본 칼국수집을 떠올린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칼국수집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
별수 없이 그 옆 식당에서 국밥으로 해결하고,
다시 향교앞 주차장을 찾아 텐트를 세팅하였으며,
침낭에 들어가 단잠에 들었고 새벽 닭 울음과 함께 깨어났다.
어젯밤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주차장 한켠에는
근래 수확한 듯한 서리태가 펼쳐 있었다.
파노라마 사진이 겨우 촬영될 만큼의 희미한 여명에
사방엔 검은 구름이 깔려 있다.
따끈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 물을 끓일까 하다가
왠일인지 귀찮은 생각이 발동하여 보온병을 열었고
다 식어 빠진 커피로 대신하였는가 하면,
아침 식사마저도 운봉읍내로 가서 매식 할 심사다.
텐트를 걷으려다 향교부터 둘러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교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늙은 버들 같은 나무들이 서 있었는데....
어떤 것은 느티나무이지 싶다.
급작스럽게 된서리를 맞았을까.
연잎은 억지로 마른 듯 잔득 쪼그리고 있다.
단풍처럼 서서히 계절을 맞이하면 더 좋을 텐데...
괜시리 측은했다는...
운봉향교, 그 앞 멀리에 서서 긴 사진을 담았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대문을 잠구어 둔 것인지
아니면 향교는 원래부터 개방을 하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태극무늬가 선명한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내부를 살펴볼 수 없음이 그저 안타깝다.
그러나 담이 그리 높지 않아 담장 밖에서 향교를
넌즈시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결국 비석 받침대를 밟고 서서 울타리 안을 훔쳐봐야 했다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큰 감나무가 장관이다.
어제 공안리에서 본 감나무 보다 크고
열매도 훨씬 많은 것 같지 않은가
날이 더 밝아오길 기다리며 아름다운 주홍빛에 취해
몇 번이나 셔터를 더 눌렀다.
그리 굵은 감은 아니지만,
저토록 많은 감이 열린 나무는 난생 처음 보는 것인데...
예전 어릴 때 고향 어른들 말씀이 떠올랐다.
아주 큰 감나무 한 그루에서 백접(만개)의 열매를
수확하는 경우도 있다는....
아마도 저런 나무를 두고 한 말이지 싶다.
운봉향교, 운봉향교대성전... 설명을 읽어본다.
이곳 대성전은 공자를 모신 사당이다.
조선왕조는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아
나라에서 각 지방에 향교라는 학교를 세우고
대성전을 두어 유학을 장려하였다.
. . . . .
매년 봄 가을에 이곳 대성전에서
<석전대제>라는 큰 제사를 지낸다고 설명돼 있다.
이지역 운봉(雲峯)은 지리산으로 향한 백두대간 산줄기이자
해발고도가 평균 500m 정도에 이르는
고산분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으며,
'운봉(雲峯)'이라는 지명이
'구름덮인 봉우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는듯이,
그 구름 사이로 광명이 보이기 시작한다.
추운 날 양짓쪽에서 햇빛을 기다리는 양
쪼그려 앉은 연잎들이 조금은 따뜻해 지려나...
텐트를 정리하고 운봉읍내로 갔다.
혹시 찜질방이 있으려나? 머리도 감고 했으면 좋으련만....
읍내 중앙도로를 살피면서 운봉초등학교까지 갔으나
찜질방은 보이지 않는다. ㅜㅜ
말이 읍이라 칭할 뿐 보통 면소재지 정도로 보였다.
운동 나온 분에게 부탁하여 아침식사 할만한 식당을 여쭈었더니
사거리 부근 좌측길로 들어서면
'유미식당'이 보일거라며 친절히 안내해 주신다.
그 분이 소개한 유미식당 앞이다.
매뉴는 다양한 것 같지만
아침에는 가정식백반을 주로 하는 듯였다.
금세 주변 손님들과 같은 음식이 차려졌고,
얼큰한 콩나물국과 함께 만족스런 아침식사를 먹었다.
뜨거운 물을 얻어 보온병에 담았고 대충 세면을 끝낼 무렵
고사리농장 관계자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전화가 왔다.
운봉게이트볼장을 찾아오면 농장 간판이 보일거랜다.
주변 마트를 찾아 비타500 한상자를 준비해 일러준 농장을 찾았다.
그 곳 가까이에는 멋진 소나무가 있기에
감나무와 함께 사진 몇 장을 남겼다.
농장 관계자를 당초 예상한 것에 비해 일찍 만나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저 소나무는 어찌 저렇게 까지 비스듬이 누워 있을꼬?
사무실로 들어가 관계자를 만났다.
농장 대표자의 부탁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그분과 인사를 나눴다.
죽향골 고사리밭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하고 알고 싶은 것을 물었고 도움을 청했다.
올해 봄 경작지 천 평에 고사리 종근을 2톤가까이 식제하였으나
초보 농부인 우리 부부는
잡초와의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고심하고 있노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실 우리는 고사리를 심어준 현지 농부로부터
앞으로의 대책을 소개 받았으나 여러가지 의문이 있기에
정확히 배우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자 알았다며 그가 알고 있는 고사리에 대한 지식을 풀어 놓았다.
자연에 자라는 고사리 품종이 800 여 종에 이르며
그중에서 7~8가지가 종류의 품종이 우수함이 확인됐는데..
그런 품종의 뿌리(종근)를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사리 뿌리라면 아무 것이나 심어도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1년~2년 이하의 눈 많은 종근을 심어야 잘 살아 난다는 설명이다.
고사리는 심은 그해에 싹이 제대로 올라와 줘야
고사리 잎이 무성하게 활착하여 잡초들이 잘 자랄 수가 없는 것인데..
우리는 심을 때부터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단다.
원인으로 따져보면, 종근이 우량하지 못했거나,
심으면서 종근을 펼쳐놓아 건조하였거나,
심을 때 비료(거름, 비료)를 뿌렸거나
아니면 중복된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심기전에 트랙터로 밭을 갈면서
복합비료를 뿌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것이 화근인지 모르겠다.
암튼, 올 가을에 뿌리려던 퇴비도 삼가하고
덮어 주려던 볏짚도 권장할 것이 못된다는 관계자의 말에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지금 웬만큼 자란 곳을 빼놓고 다른 곳은 과감히 갈아 엎고
내년 봄 다시 식제하는 방안을 내게 권유했다.
그는 함께 인근의 고사리 밭을 견학하러 가자고 내게 말했다.
그래서 그의차에 올라 삼산마을로 들어섰고,
그 마을 주변들을 보며 지나 간다.
어젯 밤을 지낸 운봉향교 앞 길도 지나....
산 쪽으로 꼬부랑 언덕을 오르자
널리 펼쳐진 고사리 밭(밥?)들이 보인다.
올해 심은 고사리 밭이라는....
제대로 심으면 풀이 자라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단다.
수익성이 높아 국내에 고사리 재배 면적은
계속 넓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내 전체 수요의 20% 정도만 국내산으로 충당되고
나머지는 중국산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단다.
하여 아직도 고사리 재배는
전망이 매우 높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농장주의 힘으로만 넓은 밭을 가꿀 수는 없는 것이므로
고사리 채취하는 시기에는 도시에서 인부를 충당할 수밖에 없단다.
그리고 전체 매출 중에 25% 정도는 인건비로 지출되므로
가능한 면적이 넓어야 더 유리하댄다.
경사가 있는 산지를 비롯해
심지어 논도 좋고 밭둑까지도 식제하면 좋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이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맛이 저하하므로 꼭 잘 숙성된 퇴비를 3평당 한포씩(20Kg)
고사리에 뿌려주면 잘 자란다고 설명했다.
이지역 감나무는 퍽이나 많이 열리는 것 같다.
그나저나 저 감은 까치밥 치고는 너무 많고 아깝다.
하여튼 이곳은 우리 고사리 보다 몇곱절 잘 되었다.
우리 고사리도 저 정도만 자라줬으면 시름이 덜 할텐데....ㅜㅜ
요즘은 잡초가 싹을 티우지 못하게 하는
제초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러한 방법을 쓰면 2년 동안은 토양에 성분이 남게 되어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한단다.
그러나 2년후엔 토양이 자연상태로 회복되므로
그때서야 인증을 받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예전 농약과 달리 요즘은 저독성 농약인데다
고사리가 피어나기 전에 살포하므로 고사리를 식용하여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다른 농산물, 예컨데 쌀 등의 농작물들은 벌써부터
제초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선진외국의 경우는
오래 전부터 일반화 되었단다.
만일 몸에 해로우면 그들이 사용하겠냐는 거다.
수입농산물들에 대해 우려를 가지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무턱대고 염려할 필요까진 없다는 의견인 것 같다.
하여튼 현 시점에서 농약을 쓴 농산물은
무조건 인체에 해롭다는 인식은 고쳐야 할 부분이지만...
그래도 정서상 많은 이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점을 감안해 영농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근래 방송에서 고사리에 중금속에 햡유되 있다거나
발암성분이 들어 있다는 보도로 고사리를 먹지 않는 바람에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수난이 있었는데
이런 문제는 이미 오보였음이 밝혀졌고
여러차례 정정 보도가 반복돼 어느정도 시장이 정착되고 있으며
안전한 국내산 고사리를 찾는이가 늘고 있단다.
어것저것 상식을 넘는 여러가지 기법을 설명들었으니
자세한 것은 추가로 심을 때 더 설명을 해 주겠단다.
다시 심을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지식을 알으켜 달라고 하기엔 나 역시 내키지 않았다.
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그 삼산리 마을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면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다니는 중이다.
얼마 전에 심은 듯한 마늘에서
새싹이 뾰쪽하게 돋고 있는 모습이다.
우린 김장배추와 무우를 수확한 후 심기로 했는데...
너무 늦는 것이 아닐까 싶네....
잠시전 김장하는 모습이 보였던 그집 담장 밖이다.
소나무, 돌담, 붉은 감, 낙엽들...
그리고 김장하는 모습 속의 삼산리 마을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에 접어드는 느낌이다.
그렇게 겨울로 가기 위한 준비를
둥글둥글한 강돌로 담을 쌓은 옛집을 비롯하여...
마을 전체가 내게 무엇인가 보여 주려 하는 것 같았다.
그중에서 특히나 김장하는 풍경에 계속 관심이 쏠렸다.
네 명의 여인은 어떤 관계일까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김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도시에 나가 있는 며누리나 시집간 딸까지 합세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박스 속에 비닐까지 넣어 포장 준비를 하는 걸 보면
담근 김장의 일부는 차에 실려 도시로 갈듯하다.
저런 시골집을 둔 도시인은 참 행복할 성 싶네....
저 많은 감처럼 동기간의 우애가 주렁주렁 열린 가정이지 싶네..
마을 입구로 걸어 나오자
노송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줄지어 있었다.
안내 글에는 할머니 당산나무라며 설명돼 있다.
열지어 서 있는 노송들을
멀리로 이동하면서 이리저리 바라 보았다.
서울에 저런 소나무가 있다면
대단한 명물로 각광을 받았을 테지만 아깝게도...
여기선 재넘어만 보고 있구나.
오래 오래 건강하게 보존돼
늘푸른 솔의 강인함을 보여주길 바래본다.
주자된 차까지 와서 봐도
당산의 소나무들이 멋지기만 한 것 같다.
그렇게 소나무를 보면서 남원으로 향했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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