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향골 ] 텃밭에서 김장 담던 날
< 2015. 11. 28. ~12. 1. >
- 11. 28. 토요일 -
앞서 밝혔듯이 주말엔 우리집 김장행사가 있었다.
우리집 김장은 여지껏 옆지기 혼자 다 알아서 하는 행사였다.
그러나 올해는 집을 떠나 텃밭으로 가서
처가 식구(두 처제네)들과 야외 김장을 해야겠다고 선포한 옆지기,
이미 무우와 배추를 비닐하우스 안으로 거둬 들였고
웬만한 기구들도 역시 텃밭에 옮겨 둔 상태다.
이젠 여인들이 할 일만 남았을 뿐
내가 할 일은 거의 끝난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옆지기는 호수염을 비롯한 각종 양념이며
쪽파와 갓, 새우젓과 김칫통 등을 현관 입구에 꺼내 늘어 두었으니...
나는 별수 없이 주섬주섬 차로 이동해 실었다.
딸아이 가족(서율이네)도 안면도에 다녀오는 길에
시간이 되면 텃밭을 다녀가겠다는 소식에
아이들 식재료까지 실었으니 차 안은 틈이 없을 지경이다.
이제 더 필요한 것이 더 있으면
하나로마트를 들락이는 수밖에 없고 그런 일은 댱연히
나의 몫이라 여기며...죽향골을 향해 떠났다.
그러나 이게 뭔일? 서해안고속도로는 정체다.
상,하행선 모두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진행하기에 지루했으나.
차창 밖 풍경을 볼 수 있어 심심치 않았다.
아까부터 좌측 상행선 건너편 마을 전선 위로 눈길이 갔다.
새들이 까맣게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던 것,
제비들이 전선에 모여 앉아있던 예전 광경이 생각난다.
마치 운동장서 초딩들 조회를 하는 느낌을 주었던 제비들의 모습이다.
그런 옛 기억을 회상시키는 철새 까마귀들..참 많다.
가운데 전선 늘어지 곳엔 별로 앉아 있진 않지만
전봇대 가까이 흔들리지 않은 곳엔 녀석들이 많이 앉아 있다.
그렇지만 근처 송전선에는 한마리도 앉아 있지 않아 이상한 노릇이다.
전자계 영향을 까마귀들이 느끼는 것일까? 도통 모르겠네...ㅎ
평소 한시간 정도 걸리던 곳이
두시간 반이나 걸려서 면천IC를 빠져 나왔을 때
이미 오후 두 시를 넘어 섰고...
점심을 지어 먹기엔 번거로와서 칼국수집을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정기휴일이란다.
그냥 다니던 '뜨락'에 가서 청국장이나 먹자는 옆지기.
뜨락은 철물점 주인이 소개한 면천의 맛집,
그 뒤 단골처럼 이용하게 되었는데
주인이 장이서...그리고 맛이 있어 웬만하면 뜨락을 찾게 된다.
그 뜨락에 하와이언 무궁화꽃이 피었다.
우렁 청국장 매뉴를 선택하고 기다리면서
잘 피어난 실내 화분들에게 핸펀을 들여댔다.
텃밭에 도착해 보니 며칠 전 내린 많은 눈은 거의 녹았다.
그래서 주변이 온통 질척한 상태였다.
게다가 밤엔 비까지 내린다는 흐린날씨,
학교 다닐 때 모처럼 소풍이라도 갈라치면~
비가 내려서 분위기를 깨는 전설이 학교마다 존재 하던데
모처럼의 치뤄질 야외행사가 걱정이다.
손이 시러워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끼려 했지만
장갑 사이즈가 너무 작아 하나로마트에 가서 사오겠다 했더니
옆지기는 큰 소쿠리를 하나 사오랜다.
철물점에 갔더니 여주인은 큰 고무통 안에 있으니.
골라서 꺼내 오랍신다.
모양은 움푹 들어간 것과 납작한 것 두 종류
어떤 것을 사야할지 몰라 전화를 걸었으나 도통받진 않는 옆지기...
두고두고 쓸것 같아 두 가지 가격을 물었다.
움푹들어간 소쿠리(빨간색)는 7천5백원 채반(청색)은 6천 원,
생각보자 저렴해 빨간색과 파란색 둘 다 샀다.
내가 하우스 고랑에 있는 배추를 한 곳으로 모아 주면
옆지기는 겉 잎을 떼어내 땅에 깔고 그 위의 배추를 칼로 조각낸다.
조각낸 배추의 노란 속을 보니 한장 떼어내 입에 넣어보지 않을 수 없다.
맛이 달고 좋으나 너무 부드러운 것 같아 걱정이라는...
작은 것은 절반을 자르지만...
대부분 네 등분으로 나눠야할 크기 였다.
그런 와중에 며칠전 사서 차량에 두었던 김장봉투를 찾는 옆지기,
내가 컨테이너 안에 두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에....
비닐은 독에 넣을때 쓰는 것이 아니냐면서
김치를 김치통안에 담을 거면서 비닐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소금에 절인 배추를 비닐봉지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배추가 묻은 소금이 녹아 구석구석에 베어야 잘 절여지는 것이며
것두 부족해 위 아래를 뒤집어 주야 한단다.
그러나 비닐하우스 안팍과 차 안까지 다 뒤져도 역시 없다.
시장 지물포 가게에서 마늘 동해방지용비닐 15미터와 함께 샀고
큰 비닐봉지에 담으면서 김장용 비닐 큰 것(大자) 세 개를
분명이 포함시켰으며 차에 실어 두었었다.
이제 찾아 볼 곳은 널어둔 서리태 아래 같은데...
그곳까지 들추긴 그래서 그냥 하나로마트를 향했다.
서울 시장엔 대,중,소 세가지의 비닐이 있던데...
이곳 하나로마트엔 세가지에 특대와 왕대까지 있었다.
드럼통용이라는 왕대 1조를 포함해 특대 2조, 대 2조를 집어들었다.
조마다 두장씩 포장돼 있으니 골라 쓰라면서...ㅎ
옆지기가 손질한 배추에 소금 절이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하우스 안의 배추를 대형 대야에 담아
싱크대 옆으로 이동시켜 주는 작업을 담당했다.
그런데 옆지기는 아무래도 소금이 부족할 것 같다며
어찌하면 좋겠냐는 거다.
급히 면천농협 하나로마트에 전화해 보았더니
간수 빠진 소금은 이미 다 팔렸고 간수가 포함된 천일염만 남아 있단다.
그렇다고 어두운데 집까지 다녀 올 순 없는 일
여태쓰던 호수염은 간 맞춤용으로 남겨 두기로 하고
절임용은 토요특전후 합덕 시장을 거쳐 오기로 했다.
다행히 어떤 분으로부터 믿을수 있는 가게를 소개 받았다.
간수가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나
절이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국산 천일염이 있단다.
25Kg 한포에 만오천 원에 구입하였다.
그럭저럭 배추를 절이면서 아무래도 배추가 많으니
옆지기를 설득해 남겨 두자고 설득했다.
사실 비닐에 담긴 절인 배추의 부피를 보면
내 짐작으로 여러집의 냉장고용 김치통 부피를 훨씬
상회하겠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무우도 썰어 넣고 양념까지 더 넣어야 하므로
부피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 할지라도 남자가 여자 일에
너무 관여한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으며 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ㅎ
- 11. 29. 일요일 -
그날 새벽 세시, 옆지기는 깨어나
절인 배추 들의 위와 아래를 바꾸느라 분주하다.
더구나 비 내리는 소리로 나도 깨어날 수밖에 없었지만...
처제들에게 비가 내리고 땅이 질척거린다면서
출발할 때 비옷과 장화를 준비하면 좋겠다는 문자를 남기고
우리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옆지기는 동생들이 써거프겠다며 걱정이다.
어릴때 내 고향 영동에서
어른들이 자주 써먹는 '써거프다'란 말은
궂은 날씨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쓰는 단어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 들어 행동이 내키지 않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서거프다', '썩어프다' 를 포함해 다음과 네이버 이곳 저곳을
검색해 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암튼, 한 두시간 쯤 잤을까?
옆지기는 다시 깨어나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별수 없이 일어나 도와야 했다.
옆지기는 김장매트를 세척한 뒤 컨테이너로 가져오며 깔아달랜다.
은박돛자리를 먼저 바닥에 놓은뒤 김장메트를 깔았다.
손질한 무우며 깨끗하게 씻은 갓과 파가 옮겨 졌다.
저 메트에 둘러앉아 김장을 한단다.
처제 가족들이 도착하고
잠시후 서산에 산다는 처제 여고 동창 친구까지 합세했다.
절여진 배추를 깨끗한 물에 세번 옮겨 다니며 행궈진다.
다 씻어낼 것을 무엇하러 비싼 호수염을 쓰는 것이람...
암튼 김장에서 힘든 일 중 한 과정을
여인들이 기계 처럼 분업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비가 내리는데다 쌀쌀한 날씨였기에
방수복이나 방한복이 동원 되었으며 고무 장갑속엔 면장갑을 꼈다.
씻은 배추는 물이 빠지도록 채반에 쌓았고
비가 맞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야 했다.
따뜻한 아파트가 아니어서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두레박으로 우물 물을 길러 김장하던 예전 얘기를 하면서
집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자매들...
절인 배추를 씻으며 나오는 배추 잎들은
저렇게 세척과정을 거친 후 한 곳에 모여진다.
버리지 무엇하러 모아 두는 것이냐며
처제들은 옆지기에 질문 했을때,
옆지기는 처제들에게 잠시후 식사 때 알 거라고 대답..ㅎ
채반에 놓인 씻은 배추의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여인들은 컨테이너 안으로 입성했다.
막내 체제의 여고친구가 임무를 부여받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동서와 텃밭을 둘러 보고
죽향골의 자랑인 우물도 구경시켜 주었다.
잠시후 돌아와 보니 김장 준비가 완료된 상태
저 물빠진 배추들을 남자들이 부지런히 운반해야 했다.
대형 대야에 담아 컨테이너 안으로 이동시키고
매트 안에 넣어 주면 되는 것이지만...ㅎ
김장은 각자 자기네가 가지고 갈 것은
자기 마음내키는 대로 양념을 넣는 방식으로 결정했단다.
같은 메이커에 같은색 김치통은 구별을 위해
나는 메직펜으로 표시를 해줬다. ㅎ
담겨지는 대로 차에 옮겨 실었고.
새 통을 꺼내 여인들에게 분배 되었다.
물론 배추를 계속 공급해야 했고...
게다가 모아놓은 배추잎에 김장양념을 냄비에 넣어
쇠고기까지 투척한 국을
푹 끓여주는 작업까지 남정네가 맡아야 했다.
빨간 양념이 묻은 장감을 낀 여인들은
요리하기가 매우 번거로운 것은 현실이니깐...ㅎ
한편, 계피와 월계수 잎 등을 넣은 돼지 수육까지
돌봐야 하는 나였기 때문에
김장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 못해 아쉽다.
김치통이 25개 쯤이 되는데...가구 수로 따지면 일곱 가정이며,
20명쯤 되는 식구들이 내년까지 먹을 것을 해 낸거다.
김장후 함께 둘러 앉아 식사하는 맛이란...?
야외에서 일꾼들과 벼를 베다 먹던 새참 맛과 비교가 된다는.... ㅎ
와중에 딸네가 안면도를 다녀오면서 들렀다.
잠에 취해 있는 서율이와 담돌이는
낯선 얼굴들이 많아서 인지 어리둥절 하는 상태...ㅎ
데워진 수육 맛을 보인 다음
주말이라 고속도로가
귀경차량이 밀린다며 얼른 출발하려고 떠 밀어야 했다.
서율이의 두 눈에 잠이 가득하고...
담돌이는 빠이빠이 하며 손을 흔드는 할아버지를 보지도 않고
손가락을 빠느라 정신이 없다.
딸아이를 떠나 보낸 뒤
잠시후 두 처제네와 서산 친구에게 남은 배추와 무우가 배당됐고
양배추를 비롯한 풋고추며 생강을 내키는 데로
수확해서 어둡기 전에 출발하게 하였다.
그런데도 배추와 무우가 저만큼 남았다.
무우는 보관할 수 있지만 잘려진 배추는 그럴 수가 없다.
모두 떠나 보낸 뒤 텃밭엔 우리 둘만 남았다.
이것 저것 치우고 정리하는데 한참 걸렸으며 어둑해지자 피곤이 몰려왔다.
귀경 하려던 계획을 바꿔 하루를 더 잔 뒤
내일 귀경하기로 하고 주말연속극을 보는데
옆지기 역시 피곤했는지 눈을 감고 누워 있는듯 보였다.
- 11. 30. 월요일 -
새벽의 텃밭 외부 온도는 영상 2도이고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6도를 가르 킨다.
3키로짜리 돼지꼬리 히타를 설치한 덕분으로 생각된다.
하여 1톤짜리 물탱크롤 하우스 안으로 이동시켰고 히타를 옮겼기에
한동안 작물들이 얼 염려는 없을 거다.
그러나 야콘과 생강을 비롯한
고추들은 한파가 몰려오기 전에 수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저기 마늘과 양파 심은 밭에도
보온 비닐을 덮어 주어야 하기에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아무래도 아랫밭에 심으려던 고사리는
겨울비 때문에 내년 봄에나 작업해야 할듯 하다.
피곤한 옆지기는 서울 집으로 떠나되
면천 기름집에 들러 들깨 한 말 쯤을 짜서 귀경 했으면 좋겠단다.
하여 양파망에 들깨를 가득 답았다.
기름집은 다행히도 영업을 하고 있었고 손님도 계셨다.
우리 앞의 어르신은 들깨 양이 두가마쯤 될 것 같다.
그러면서 그들 것을 다 짜려면 오후 두 시가 되어야 하겠다는 주인장...
그러나 어르신이 얼마되지 않는 우리가 먼저 짜라며
선뜻 양보해 주셨다.
고마운 마음에 사과를 깎아다 드리며
기다리는 분들과 함께 드시도록 했더니 오히려 감동스러워 했다.
기름짜는 기계를 직접보는 것은
중학교 때 보고 40여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초딩 때 우리 마을의 입분네가
중고 기름틀(기름짜는 기계)를 들여와 구경한 적이 있는데...
그땐 나사식으로 볶은 깨를 삼베로 싸서 두부를 만드는 것 처럼 틀에 넣고
장정이 지렛대를 회전시켜 압력을 가해 눌러 짜는 방식이었다.
읍내 중학교 진학후 기름집을 보았는데
모터로 압력(지금 생각해 보변 유압식?)을 가하면 원통에 뚫린
수많은 구멍으로 기름이 흘러 내렸던 기억이다.
그러나 지금 방식은 앞서 설명한 두가지 방식과 다르게
깻묵이 딱딱하게 뭉쳐 각진 모습이 아니라
사진과 같이 녹즙기처럼 찌꺼기를 토해 내는 모습이었고
다른 한쪽으로 기름이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하얗게 보이는 것은 거품이며 뜨거운 기름에 섞인
찌꺼기를 걸러 내는 과정이란다.
어르신 들깨를 볶을 차례인데
우리 들깨(무게 7키로)가 먼저 달궈진 볶음 기계에 투입되었다.
깨 한 말을 무게로 따질 때는 한 말에 5키로그램 이란다.
기름 짜는 요금은 한말에 7천 원이지만...
특별히 7천원에 다 짜 주겠다는 주인 어른...
고맙습니다.~^^.
2리터 패트병을 준비해 갔으나
기름이 초과해서 500미리 패트병 두개를 써비스해 주셨다.
도합 2.4리터 가량이 나온 것 같다.
옆지기는 기름 맛이 시골에서 짜 온 기름보다 봇하단다.
그래도 우리가 농사 지은 것이니 멋있게 먹어야 겠다는...
- 12. 1. 화요일 -
벌써 마지막 달인 12월에 접어 들었다.
내일 모임에서 백령도 견학을 간다는 옆지기가 외출을 하면서
다듬어 놓은 풋고추를 삭혀 달랜다.
텃밭에서 김장하고 남겨 온 배추를 이용해
백김치나 동치미를 담그려면 삭힌고추(지꼬추?)가 필요하다면서리...
몇해 전 가을, 대전에 근무할 때... 잠간 고향을 방문했었다.
그 때 형수께서 싸 주신 것 중에 풋고추 한 봉지가 들어 있었으나
숙소 내에 그냥 보관하면 시들게 뻔 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검색하여 팻트병에 고추를 넣고 소금물을 부어 삭히는 것을 시도했었고
한참 후 그 것을 가지고 귀가 했었는데...옆지기는 맛이 있었다며
툭하면 나더러 고추를 삭히라고 주문한다.
나 같은 반 백수가 뭐 할 일이 있남?
밥 얻어 먹으려면 해야지 내가 별 수 있남? 암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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