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

[ 영동 ] 임도타기와 들살이 그리고 벌초

재넘어아재 2015. 9. 11. 04:52



[ 영동 ] 산막리 임도, 백화산 들살이 & 벌초

< 2015. 9. 5.~ 9. 6. >

 

이번 주말은 네 살 아래 큰 조카네와

산막리 임도 주변에서 버섯 산행을 한 다음

호젓하게 숲속 들살이를 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다음날(일요일) 아침, 벌초행사에 참석하는 일정으로

토요일 오전 출발하는 것이다.

 

물론 이틀간의 여정은 옆지기도 함께 하는 것이었으나

승진시험 공부 때문에 외손주들을 봐 달라는

 

딸아이로부터의 부탁을 들은 옆지기는

별 수 없이 동행하지 못할 형편...

 

불가피하게 조카부도 참여치 않고

우리 남자 둘이서만 진행키로 계획은 변경되었다.

 

그래도 예초기와 낫 한자루...

그리고 각 얼음 가득한 보냉물통은 차에 실려 있다.

 

 

경부고속도로 옥천IC를 빠져

읍내에서 올뱅이해장국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였고

2인분을 포장하였다.

 

그 뒤 산막리 약속장소에서 조카를 만났으며

우린 지체할 틈 없이 임도로 향했다.


 

먼저 용화방향으로 핸들을 틀었다.


 

이곳이 처음이라는 큰 조카...


 

점차 흐려지는 산악의 날씨여서

버섯 산행이 어려울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다.


 

수없이 나타나는 에스커브 꼬부랑 길들....

정상까지 올랐으나 비가 많이 내려 오늘 산행은 포기다.

하여 양강 용화 경계에서 뒤돌아 나오는 길...


 

결국 한참만에 임도 첫 갈림 길에 이르렀다.

우측으로 올라가면 산막리를 일주하는 임도 길이지만..

여태까지 정보 부족으로 진입하지 못한 곳이다.


위성지도를 보면 분명히 있기는 한데...

끊긴 곳이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길인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시도해 보진 못했으나

이번엔 차량 두 대로 움직이니 조카에게 한번 가 보자 했다.

 

며칠동안 고립된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식수와 연료가 있다.

삼촌이 간다면 뒤따라 갈테니 한번 가 보자는 큰 조카.

 

처음으로 타 본다는 임도 길을 지금까지 잘 따라왔으므로

앞으로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망설임 없이 출발...


 

천만산 정상 가까이까지 나 있는 임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산안개까지 더욱 자욱해 진다.


 

앞 길 상태가 어떤지를 모르기에

조심조심 천천히 우리는 진행 했다.

 

그러면서 괜찮은 장면이 보이면 서행 중에

카메라를 창밖으로 향하고 셧터를 눌렀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저 모습을 보니

'시몽 숲으로 가자'란 싯귀가 생각났었다.

 

그러나 외우지 못해

글을 쓰면서 검색을 해 봤다. ^^

 

닐케의 시 인 줄 알았는데 구르몽의 시였고

제목은 '낙엽'이란 거였다.

 

낙엽 / 구르몽


시몽, 나뭇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머지않아 저 숲은 낙엽이 지겠지...

조카야 아무래도 추석 전에 다시 한번 시도해야겠다. ㅎ




단풍으로 물들지 않고 파란 잎이 우거진 숲

낙엽이 지기 전에 다시 찾고 싶다.


비가 더욱 세차게 내리므로 창을 올려 닫고서는

앞쪽 창 밖을 찍었다.



이 임도는 길이가 10키로미터 내외나 될듯하다.

가끔씩 넓다란 곳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차를 돌려 나올 수는 있겠다.


그러나 오늘은 끝까지 가 볼 작정이다.

산막리 산 29-1번지



용화 방향으로 난 임도보다

산새가 험해서 오른쪽으로 오를 만한 틈이 보이지 않았고


좌측편은 낭떠러지가 많아 위험한 곳이었지만...

우거진 수풀은 환상적이었다.



늦가을 단풍은 아쉬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단풍나무 보다는 참나무류가 주종이어서 빛깔은 곱지 않을듯 해서다.


혹시 비라도 그치면 계획한 야영을 시도해 보려 했으나

비가 마구 쏟아져 이마저 포기해야 할 성 싶었다.



그리고 이곳은 벌초할 곳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무래도 보다 가까운 백화산 언저리로 가야할 듯 싶다.


그러면 반야사 배롱나무꽃까지 몰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

그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뒷쪽 조카 차는 잘도 따라 온다.



그러구 보니 벚나무도 있었네...

벚나무 잎이 성급하게 물들어 간다.


숲의 모든 나무는 장작 불 처럼 붉게 타들어 갈 거고...

차갑고 깊은 겨울 호수에 잠 들 거다.



임도가 잘 정비되어 있었기에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승용차로도 아무 문제가 없을 듯했다.



수도권지역은 산림청에서 차단한 임도가 많은데 비해...

이곳은 주민들의 편이상 개방해 둔것 같다.



버섯 산행을 계획했다가 비가내려 대체된 임도여행,

오히려 비가 내린 덕분에 좋은 경험을 갖게 된 것 같다.


앞쪽에 나타난 커다란 밤나무를 보니

마을 가까이 왔나 보다.



곧이어 예상데로 나타난 마을

아무 탈 없이 임도길 여행을 마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하였다.



주변은 온통 과수원들,

붉고 큰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늦가을에 다시 찾아와

사과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산막리를 떠나 황간 백화산으로 가려하지만...

주변의 사과들이 아름답다.


빨강사과는 일찍 수확하는 품종같고

다른 것은 부사가 아닐까 싶었다.



길이 복잡하고 내비에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음 번에 와도 임도 끝은 찾기 어려울 것 같이

반대편 진입은 힘들 것 같다.



암튼 영동읍내를 지나 황간을 거쳐 반야사 근처로 가자.

거리 35키로미터에 50분이 소요 된단다.



반야사를 앞 두고 백화산 등산로로 방향을 틀었다.

다리에 잠시 정차하고 강물을 본다.



이제 비는 잠시 소강상태...

애초 오늘 일기예보에는 그저 구름만 낄 뿐

흐릴 것 같았지만..


변화무쌍한 산간 지역이어서 비가 내렸었다.

그렇더라도 내일은 비가 그쳐야 벌초에 지장이 없을 텐데...


해질녘 인지 제법 어두운 가운데

백화산 산림욕장으로 향한다.



비를 피해 정자에 살림을 차리고

저녁을 짓기 시작했다.


야영은 가능한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한데

한적한 곳의 정자는 아주 좋은 사례로

굳이 거실텐트를 펼칠 필요가 없게 해 준다.



정자에서 내려다 보이는 것은

나무 뿐이지만 맑은 공기 속의 정취가 그만이었다.



조카는 춥다면서 겉옷을 꺼내 입고서

난생 처음 된장찌개를 끓인다고 실토...ㅎ



발전기를 가동시키고 전등을 달았다.

올뱅이 해장국과 된장찌게 그렇게 조촐한 저녁을 먹었다.



나는 잠시 황간을 다녀왔고



백화산으로 돌아오니 조카는 피곤했던지

따뜻한 텐트 안에 누워있었다.


나도 텐트를 펼쳤고 취침준비를 하였음은 물론이다.

내일 아침에 보기로 하고 각자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산새 소리에 깨어났다.

다행히도 비는 그쳤지만 흐린상태...


그 새벽에 야영장에 오는 차량이 2대가 있었고,

백화산을 오르려는 등산객 같았다.



어제 끓여둔 올뱅이해장국을 한번 더 끓이고

밥과 된장찌게를 데우는 조카


여기가 참 좋다면서 다음에 가족과 오겠단다.

식수가 없는 것이 흠이지만 호젓히 지내기는 좋은 곳이다.




아지트 송담사는 공사 중이서

이번 추석 때도 이용이 불가능 할 것 같고...

앞으로 유료화가 뻔한 것 같다.




약속된 일곱시에 전주동 부모님 산소에서

오형제를 비롯한 조카들이 만났다.


작년엔 잔디깍는 기계와 예초기 두대가 동원됐는데..

올해는 예초기 두 대가 더 추가됐다.



덕분에 훨씬 빠른 시간내 벌초를 마칠 수 있었다.

갈퀴 두 개로는 부족하니 두 개쯤 더 마련해야 할 듯...


윗쪽 조부와 증조부 묘소는 아직 그대로다

벌초도 순서가 있는 것 아닐까 싶지만...



맡겨진 큰 집 가족들이

다음 주말을 벌초 일정으로 잡았지 싶다.


멀리서 부모님 산소를 바라보며 추석석묘 때 찾기로 했다.

고향마을로 출발하면서

고모댁 앞의 코스모스를 본다.



사당골 농로에 접어 들었다.

방천 둑 아래는 예전부터 모두 논이었는데...


누군가가 객토를 해서 밭으로 만들었다.

그 밭 옆을 지나는데 얼핏 고구마 꽃이 보여 차를 세웠다.



밭 둘레엔 노루망이 쳐 있어 들어가진 못하고

망원으로 당겨서 찍는다.



사진으로는 여러번 보았으나

실제론 처음보는 고구마 꽃이다.


메꽃과 비슷한 것 같다.

피어난 꽃 주변에 이미 진 꽃의 잔해와 새로 피어날

꽃봉우리가 뾰쪽하게 솟아나 있다.



사당골 밭 근처에 차를 세우고서

가묘로 가는 좁다란 밭둑 길에 한 무더기의 달개비꽃

은하수처럼 파란 빛의 꽃무리를 지었다.



우리 오형제의 가묘, 자기가 묻힐 묘지를 미리 만들고

매년 벌초까지 한다는 것이 거시기 하다.


암튼 예초기를 등에 짊어지고 작업하는 것이

팔도 아프고 의외로 힘들다.


그래서 땀을 시키며 잠시 쉬는 중...

그런 틈을 이용해 핸드폰에 벌초광경을 담았다.



그렇게 사당골 벌초까지 무사히 마쳤다.



그 가묘가 있는 밭,

내 어릴적 부터 자라던 밤나무와 감나무 가까이 갔다.


밤나무를 보니 아직 알밤까진 멀었다.

큰 형님이 농고를 졸업하던 해 심으셨다는 밤나무다.



내가 많이 올라 갔던 감나무,

가족과 함께 김을 메러 왔다가 수시로 올라가 놀곤 했던 나무다.


두 그루가 있었는데 한 그루는 간벌을 한 것 같다.

혹시나 먹을 만한 풋 홍시가 떨어져 있을까?


콩밭을 이리저리 살폈으나

너무 무르거나 덕 익은 것만 있었다. ㅜㅜ



차량으로 가는 길



가을 하늘빛 보다 파란 달개비 꽃들이 지천이다.





추석 때에 다시 만날 가족들

점심을 함께 먹는 것으로 벌초 여행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