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주와 함께한 봄맞이 캐핑
< 2015. 3. 7. ~ 3. 8. >
장인 어른의 생신행사가 주말에 예정돼 있어
옆지기는 벌써부터 다섯살 서율군과의 캠핑을 벼르고 있었다.
하여 나는 굴삭기학교 오후 실습시간을 빼먹고
별 수 없이 고향으로 출발하고 있다.
굴삭기학교 실습생 14명 중에 10명이 시험에 도전하여
여섯 명이 이미 합격하였고
남은 4명 중 3명은 10일 도전을 하며
마지막으로 남은 나는, 풍선여행을 마친 이달 말에야
면허시험을 겨우 치룰 예정이다.
다른 이들은 배우는 도중에 도전을 한데 비해
나는 수료후 한참 만에 응시하는 관계로
애써 배우고 익힌 운전 감각을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런데도 별수 없이 오후 수업을 빼먹고
고향으로 가고 있는 거다.
다른 사람들과 내가 틀린 부분이 있다면
대체로 생업을 위해 면허가 긴요한 것 같다면
나는 그닥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중요한 실습 수업을 뒤로 젖혀두고
서율군이 시원치 않은 발음으로 뱉는 '캐핑'을 위해서
처갓 동네를 찾는다는....
옆지기는 저번에 봐 둔 그 음식점에서 식구들께
매운탕을 대접하고 싶다지만
읍내에 사는 처제가
그 집 매운탕 맛이 없다며 만류하는 바람에
읍내 올뱅이해장국으로 대체하였다.
그마저 장인께서 외출을 불편해 하셔서
차라리 해장국을 포장해 가져 가려고 읍내에 들렀다.
올뱅이국밥 전문 일미식당.
옆지기가 장인어른 입원으로 며칠 병원에 있을 때
맛 보았던 그 식당 것을 사고 싶단다.
다행히 그 음식점은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밥과 반찬은 빼고 올뱅이국만 포장을 주문했다.
식당 안은 손님이 없을 시각
봄의 색깔이 식당 주방 앞에 묻어나 보여 좋았다.
선인장과 연두빛 미나리만 보아도
봄을 느끼기에 충분한듯~
사진찍는 것에 별 반응이 없으신 사장님. ㅎ
실내로 들어 가 보자.
이 집의 특색인 유명 연예인들의 방문사인판이 보였다.
아마도 이 고장의 큰 행사인 난계예술제 등에
참석 했다가 때가 돼 식사를 하였지 싶다.
사미자, 최불암, 강부자...등등
읍내엔 올뱅이 국밥으로 유명한 식당이 몇 있는데...
그 중 우리는 이 일미식당과 근처 뒷골식당을 이용하고
형편에 따라 황간과 옥천으로 가기도 한다.
각자 사용하는 재료와 솜씨가 다르기에
조금의 맛 차이로 선호도까지 엇갈리는 경향이지만...
우린 국산 다슬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식당을 의식적으로 이용한다.
효녀 현숙씨도 다녀 가셨나벼...ㅎ
이 집도 엑기스를 판매하는 듯
다슬기 엑기스는 간이 나쁜 사람들에게 좋다는 소문...
해장국에 배추를 넣는 것인지
아니면 김치나 겉저리 용도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놓여있는 명함을 찰~칵!
'일미식당 임을님'은 아마 여사장님인 듯
중학교 다닐 때 임씨 친구들이 몇이 있었는데...
성빈이와 그리고...누구였지? ㅎ
처가에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한 다음
우리가 이용하는 방이 따뜻한지 서율군과 들어가 보았으나
냄새가 난다며 밖으로 나가는 서율군
할수없이 우리는 야영을 위해 처가를 나와 아지트로 이동하였다.
캐핑 캐핑~ 노래를 부르는 서율이를 대동하고서..
서율이는 텐트를 캐핑이란 용어로 이해하는듯 하다
할매는 텐트 안이 따뜻해 질 때까지
서율군과 쥐불놀이를 하겠다며
나이터가 어디있는지 묻는다.
그러고 보니 불놀이는 서율이 보다도
그 할매가 더 하고 싶었지 싶다.
나는 카메라를 얼른 꺼냈다는....ㅎ
그러구 보니 얼마 전이 정월 대보름이었다.
예전 어릴적엔 쥐불놀이를 많이도 했던 기억이다.
녹슨 깡통을 간신히 구해서
못으로 구멍을 뚫고 낡은 스피카선에 매달아 돌리는....
요즘 그런 불놀이를 하면
요즘의 나일론 제질의 옷이 남아나질 않을 거다.
밤실댁~ 서율이 옷 조심햐~^^
잔디상태가 좋은것 같지만.. 바람이 없는데다 이슬까지 내렸는지
좀 처럼 불이 잘 타진 않는다.
그러면서 손주와 외할머니의 불장난은 계속된다는..
따뜻하지 서율아~~^^
녀석은 작년만해도 불을 무서워하더니
요즘은 그렇지 않네...ㅎ
여기 저기 좋은 잔디를 찾아 다니며
불을 붙이는 옆지기와 서율....
불 낼라~ 조심햐~~
지금 쯤 텐트가 따뜻해 졌을 껴....
자장해야지 서율아 !
하부지(할아버지) 더 놀다 자요.
하부지 하늘 좀 봐요.
별이 많이 있어요~^^
다음 날(일요일) 새벽, 서율이 깨어났다.
자면서 이불을 잘 차 내는 녀석이 걱정돼서
수시로 살펴보았으나 심하지 않았다.
파란 커튼 아랫면에 성애가 잔득 끼어 있다.
서율아 자면서 따뜻했어 추웠어? 물었더니
따뜻했다는 녀석이 귀엽다.
동계 캠핑을 벌써 두번이나 넘긴 것이다.
해가 떠 오르려 하는 저 때의 기온이 영하 6도
유리에 성애가 잔득 끼었다.
텐트를 접기 전에 시동을 미리 걸고
히타를 틀어 두었다.
외손주님 감기 걸릴까
조심스런 옆지기의 특명이니 어쩔 수 없다.ㅋ
그리고 잠시 강물을 바라 보았다.
설 명절 때는 건너 편 바위에 얼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녹고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강변에 봄이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명절 때에 없던 버들 강아지가 피어 났다.
철새는 북쪽나라로 날아 갔는지 역시 없다.
오리들이 모여있던 언 모래톱도 없어진지 오랜된 듯하다.
부지런한 여행객이 IC쪽으로 향했는데
바퀴소리는 물가 버들가지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 했다.
처가로 가는 길...
따스한 봄볕은 대나무 이파리들을 일깨우듯 내린다.
뒤안 뜨락 근처에서 파가 자란다 싶더니
가드다한 달래 새싹들이 무리지어 달려오고 있었다.
저 시금치가 작년 것인가 아니면 올해 자란 것인지
나는 분간을 할수 없다.
상사화 새싹이 무거운 흙을 힘겹게 쳐들고 있다.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우면
영하의 기온을 감수하고 저토록 성급하게 나왔을까
목단인지 작약인지 잘 모르겠으나
좌우간 새 가지가 돋는다.
겨울을 나느라 고생한 대파...
떡국에 썰어 넣으면 향기가 좋을 낀데...ㅎ
고향 냄새를 풍기면서...
봄의 빛깔은 우리 앞을 성큼지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심은 능소화가 고목이 되었다.
올림픽이 개최되던 해 경기도 의왕시(옛 지명 부곡)에서
작은 가지를 꺽꽂이 해서 옮겨 심었다.
능소화 활짝 핀 유월을 생각만 해도 그저 좋네...
상룡리를 거쳐 고향을 한바뀌 돌아 보는 길
짚 태우는 모습이 보여 차를 세웠다.
옆은 마늘 밭 같은데...
그러구 보니 우리 마늘밭의 비닐을 벚겨야 겠네...ㅎ
오랫만에 보는 광경이다.
바람이 내쪽으로 불지 않아
연기 냄새를 맡지 못해 약간 아쉬웠으나
옛 추억을 느끼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우린 서율을 기다리는 대구 사돈네를 만나러 떠났다.
경부선 상행선 칠곡휴게소에 도착해
서율군을 만나게 해 드렸는데 서율군과 함께한 시간이
한시간 반에 불과해 죄송하기만 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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