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황도리를 가다
< 2012. 11. 15. >
오션캐슬에서 열린 워크숍 행사에 참석하고
룸까지 배정되었다.
많은 이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음주가 곁들여졌다.
몇 번의 건배에 두 손을 번쩍들어 항복해야만 하는 내 체질...
알콜은 내 몸과 앙숙관계이다.
하여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괴롭지만... 살려면 슬며시 이탈 할수 밖에...없다.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는
체면을 버린지 오래됐다.ㅜㅜ
동료에게 내일 아침 씻으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내비에 황도리를 입력시켰다.
잠시 후 도착한 황도교 앞
황도는 작년 말(2011. 12. 31.)에
모섬인 안면도와 다리로 연결되었단다.
초행이었지만 꼬불꼬불한 마을 길을 통해
계속 직진을 하니 바로 해안이었다.
그 선착장의 길쭉한 방파제 옆엔
자그마한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고...
뻘이 보이는 게 썰물 때였다.
해안에 넓직한 구조물,
공동작업을 위한 어촌계의 시설물로 보였다.
자동차 운행에 지장이 없고
새벽까지는 공터일 듯하여 정차시키고 텐트를 올렸다.
중앙의 긴 불빛은
서산방조제의 가로등 불빛 인듯...
잠시후 어촌계(컨테이너박스)에 들렀다 나오는
주민께 아침까지 이용을 해도 되는지 문의를 드렸더니...
아무문제 없다며 사용하라신다. ^^
검은 밤, 먼 하늘 위에는
희미한 불빛을 반짝이며 지난 비행기의 궤적이 보이는데...
노출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황도리 선착장 뒷편 마을앞
천수만 바닷가를
야영지로 정한 것도...하늘의 별빛을 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장거리 운전에 피곤 하였는지
바닷가 인데도 파도소리를 느끼지 못한채
새벽까지 잠들었다.
깨어나 바닷가의 왜가리를 보는 사이.
오션캐슬에 머물던 친구님도 마침 도착하고...
잠시 후의 일출 촬영을 위해
나침반을 보며 오른 쪽으로 이동 중이다.
먼저 자리를 잡은 친구님은
일출이 시작되었다며 빨리 자리를 잡으란다.
흐미~ 벌써 떠오르네...ㅎ
카메라 한대는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서브카메라를 손에 들고, 번갈아 가며 찍기로 한다.
카메라 메이커나
기종이 다르기 때문인지...
아니면 세팅이 틀려서 인지
사진의 색상이나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사람에 따라서... 또는 주어진 여건에 따라서
전혀 다른 실체처럼 느낀다는 것을
가끔 경험 한다.
사람이 살아 가면서..
회사의 동료들간이나 선후배사이에
사회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
그리고 가족이나. 부부사이에서도
어떤 일을 놓고 고민하거나
처리를 할 때
견해가 전혀다른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을
우린 흔히 경험할 수 있다.
어느 둘 사이에
다툼이 될만한 일이 있을 때에도
때론 끼어 들기도 하고...
어느 한편에 서기도 하며
그에 동조를 하거나
반대편에서 서서 상대편을 비난할 때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런 고민에 잠시 젖어 본다.
한 때 세간을 떠들썩 하게 했던
천경자의 작품 '미인도'위작시비 사건에서와 같이
<참고: http://blog.naver.com/madecolor/20155608488>
잘잘못을 따질 때가 있고
그 사실을 확실히 알기 어려운 사항이라면...
생각은 양쪽을 오가며
더더욱 골똘히 생각하게 한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야 하는
그 상황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통상 감각적으로 아니 즉흥적으로
그 개인의 지식이나 경험에 비추어
지배를 받고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천경자 화백의 행동이 옳은지
아니면 그 반대의 주장이 옳은지를 말이다.
분명히 진실은 하나일텐테...
사람은 정확히 알지 못한채 잘못된 판단을 하면서도
자기의 판단을 믿기에....
잘못된 판단임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한편 천경자화백의 말대로
감정된 그 그림이 실제 위작이었다 하더라도
천경자 화백이 굳이 붓을 꺽고
은신할 필요까지 있느냐 하는 주장도 있다.
것도 조국을 떠나면서까지....
또한, 위작이 아니라 진품임을 주장하는
그의 반대편과 등질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작품활동을 계속 해 주길 바라는
팬들의 간절한 염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화백 입장에서 생각할 때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고 어이가 없었으면..
일생을 바쳐 해오던 작품활동까지 멈추고
미국으로 갔을까 하는 편에도 서 본다.
나에게 그와 유사한 경우가 지금 닥쳤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마치 천경자화백의 경우처럼...
떠날 것인가?
아니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그림을 계속그릴 것인가?
나 같아도, 절필로 인연을 끊어
자존심과 정의를 지켜야 할 것 같은데...
과연 어떻게 할지..내 안에서
갈등은 이어진다.
지금까지의 그 사건을 볼 때
어쩌면 천화백과 감정가, 그들 사이는
끊어질 인연 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천경자 화백은 그림 감정가들 보다도
그 사건을 보는 언론과 대중의 여론에 더 큰 실망을 가지고
그 충격에 젖어
고향을 떠났는지도 모르겠다.
섬은 조수가 발생하여도 사면이 물인 육지를
섬이라 하는 엄연한 기준이 있다.
그렇지만. 그런 기준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저 앞을 처음 보았을 때
저 언덕이 섬일까 섬이 아닐까
밀물 때는 분명 섬인데...
썰물인 지금은 육지처럼 보이는 저 언덕
양자간에 선택을 하여야 한다면
갈등을 할 것이다.
분명히 바라 보이는 실체 조차도 선택하기 어려운데
가려진 사람의 마음은 어찌 헤아리겠나?
자유의 여신상이 있었네...ㅎ
사랑도 의심도 질투도 모함도 결별도 모두가 자유로운
각자의 선택이지 싶다.
에고~ 사진을 정리하며
엉뚱한 생각에 젖었었나 보다. ㅎㅎ
저 광경은 절벽에 지어진
유럽의 성 같은 분위기가 난다.
이곳에 오기전에
잠시 황도리를 검색해 보았는데
지자체에서 펜션 시범단지로
조성하는 듯했다.
그래서 예쁘고 깨끗한 건물들이
하나둘 늘어 나는 것 같다.
어느덧 일출 분위기가
많이 덜해졌다.
아침 일찍
갯펄로 일 가는 듯한 모습...
일출 전에 마을 스피커에서
번호와 이름(강씨 집성촌 인듯)을 호명한 것은
모여서 작업 한다는 내용이었는 듯
경운기, 그 모양이 참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왜가리는 바닷가에도 사나?
텐트로 돌아 가는 길,
배추를 씻는 모습을 보고 세수를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
텐트를 접으려다
정박되어 있는
어선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또다른 경운기를 만났다.
방한복을 단단히 입으신 주민들...
남아 있는 어선
다른 각도에서...
아직도 푸른 팽나무가 언덕에 우뚝 서 있고.
할아버지는 해안에 놓인 의자를 찾았다.
찬 지팡이는 의자에 세우고
양지쪽에 앉은 다음 시린 손은 주머니에 넣었다
성처럼 우뚝 솟은 팬션들...
어젯밤 도착 때 많이 정박되었던 어선들은
고기잡이를 갔는지 몇대 남지 않았다.
동녘의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황도리를 바라 본다.
잠시 양지쪽에 앉아 우두커니 바다를 보는
저 어르신이 추워 보였다.
아까 텐트에서 일어나며
주머니에 넣고 온 핫팩이 생각났다.
그 것을 꺼내 어르신께 드렸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받아든 핫팩을 만지며..
신기해 하면서도
만족스런듯이 미소를 띠는 모습을 보며...
일 터의 어선을 보며
모여있는 철새들과
천수만을 바라보며
해가 떠오른 언덕을 보았다.
텐트에 다다랐을 무렵 아까는 보이지 않던
바지락이 경운기에 실려 있었다.
먼 바다와
어제의 텐트 옆 개펄과
김장하는 모슴을 보며
황도리를 떠나
오션캐슬에 도착하여
몸을 씻고 따뜻한 아침을 먹은 뒤
또다른 일상에 들었다.
꽃지 해변도 할배와 할미 바위도
여전히 마주보고 있어 정겹고
남쪽의 서해안도 시원하고 푸근하다.
황도리의 일출을 기대하며
바닷가에서 혼자 한 야영과
동료 덕분에 좋은 촬영을 했던
기억은 오래동안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황도리를 기억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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