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농사

[ 당진 ] 초보 농부의 지난 5월

재넘어아재 2018. 8. 3. 08:54




[ 귀촌 ] 2018년 5월이야기

< 2018. 5. 1. ~ 5. 30. >


지난 4월 편에 이은 5월의 일기,

이야기를 빨리 마치고 6월 7월 8월까지 좇아보자.


- 2018. 5. 2. 수요일 -


깨어나 먼저 찾는 곳은 비닐하우스 옆 야외싱크대,

오늘도 날씨가 선선한 아침에 윗물은 버리고 찬물을 다시 채운다.


도토리묵 분말을 추출하기 위한 공정이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처럼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용기가 크고 물의 양이 많기에...

남자인 나도 힘을 써야 고무다라를 겨우 기울일 수 있다.



비닐하우스 옆에는 벌써 돼지감자 새싹들이 돋고 있다.

돼지감자는 지난 가을 대부분 캐 낸 것 같은데....


저토록 천지삐까리?하게 많이 남았었나?

일부 삽으로 떠서 다른데로 옮겨 심어야 할 것 같다.



철쭉이며 영상홍이 제철이다.



합덕읍사무소 한글서예를 마친 뒤.

합덕수리박물관에서 시작되는 캘리그라피 배달강좌에 참여하게 되었다.


강좌를 지도하실 분은 작년 버그네연호문화제 때

처음 뵌 홍정임 선생님이셨다.


붓으로 하는 캘리그라피인 줄 알았으나

'쿠레타케 펜'이란 일종의 유성펜으로 쓰는 방식이어서 의외였다.


쿠레타케 펜은 팬 끝이 붓처럼 결을 지니고 있었는데

딱딱한 스폰지 종류인 모나미붓펜과는 질감면에서 다르게 느껴진다.


하여튼 언제 어디서나 먹물과 벼루 없이도

쉽게 글씨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였고 실용적인 것 같다.

줄 긋는 것부터 연습을 시작하였다.



앞으로 12회 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이면

이곳 합덕수리박물관을 찾게 될 것이다.



며칠전 비닐하우스에서 고사리 삶는 작업을 하던 중에

갑자기 휴대용 부탄가스 폭발하여 화재로 이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내가 비닐하우스옆 야외 싱크대에서 삶은 고사리를 냉수에 붓고

세척하는 순간 갑자기 펑하고 폭발음이 들렀으며


놀라 비닐하우스를 쳐다보니 불 길이 치솟고 있었던 것,

나는 본능적으로 비닐하우스 안을 향해 뛰어 들 수밖에 없었나 보다.


하우스 지붕에 불이 붙어 비닐이 녹아 흘러내렸고

여기저기에서 검은 연기를 품어대고 있었다.


밖으로 뛰어나가 싱크대와 물통의 물을 몇 번이나 퍼다 불에 끼얹었다.

불길이 심한 곳부터 지붕에 이르기까지 겨우 껐는데..,


나중에서야 히타와 휴대용 부탄가스가 근접함으로써

가스가 과열하여 결국 폭발로 이어짐과 동시에 화재가 발생됐었고

하마트면 불자동차까지 출동할 뻔하였다.


나중에서야 쓰라린 내 손이 보였고 화상을 알아챘다.

주변에 위험요인이 없는지 내가 더 살피고 주의해야 했는데...


나는 여러모로 그러지 못했다 .

하여 그간의 여러가지 내 불찰을 자책하였다.


- 2018. 5. 4. 금요일 -


그때 발생한 화재로 비닐하우스 일부가 불타 없어졌고

인근에 있던 종이박스까지 불탔으며


스피커도 흉하게 녹아 내린 것이 보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소화기를 비치하였다.


서울서 내려와 현장을 본 옆지기는

저토록 불이났는데도 그만한 것은 천만다행이라 한다.


만일 자기가 그자리에 있었다면 어쩔 수 없이

비닐하우스를 홀랑 다 태웠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구멍난 저 지붕은 비가 내리기 전에

보수를 해야 할 것 같다.ㅜㅜ



손이 다소 불편한 것과 관계없이 자라기만 하는 고사리들,

따라서 수확과 건조 작업은 끝까지 이어야 했다.


화상입은 손에 장갑을 끼고서라도 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무리하게 고사리 작업을 마칠 무렵


지난주 심은 해바라기와 호박이 새짝이 돋아나는 게 보였고,

인디언감자, 마, 옥수수 씨앗을 포트에 더 심었다.




내일은 어린이날 연휴가 이어지므로

병원 갈 여건이 못돼 일과 끝무렵 면천보건소를 찾았는데...


보건소에는 화상치료용 의약품 준비가 미흡하다며

응급조치만 가능하니 시내 병원을 다시 찾으란다.


- 2018. 5. 5. 토요일 -


건너편 옆집이 트랙터를 불러와 밭을 가는 것이 보였고,

나는 마침 잘 되었다 싶어 우리 밭까지 갈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잠시후 도착한 트랙터는 세 군데 밭을 갈고서 떠났다.

상수리 전분이 제법 잘 가라 앉는 듯하다.



- 2018. 5. 6. 일요일 -


솔뫼 다녀오는 길,

아내는 딸기가 떨어졌다며 한 상자 구입하자 한다.


마트와 가격은 비슷한 것 같지만...

품질면에서 농장 것은 싱싱하기 이를데가 없다.



- 2018. 5. 8. 화요일 -


설치 중인 토굴의 출입문이 철제여서 녹이 슬지 않을까?

문 위에 처마같은 것이 있어야 겠네



벽 주위에 콘크리트 포설공사를 하였다.

지나고 보니 애초 집을 지을 때 해야 했던 작업이었는데...

결국 이중투자를 한 셈이다.



상수리 전분을 햇볕에 널어 건조시키는 중이다.

아내도 별의 별 일을 다 배우고 경험한다며 한마디 거든다.


저런 일은 직접하기는 처음이라 하였고

그도 지인에게 몇 번이나 물어보면서 작업을 했던 것이다.




- 2018. 5. 10. 목요일 -


어제는 당진농업기술센터를 다녀 왔다.

우강 김샘네가 신청한 고구마 종자(줄기)를 대신 수령하였는데,


김선생네가 신청한 200포기 중 절반을 두고서,

나머지는 100포기는 오늘 김샘네에 배달하였다.


우리도 신청하였으나 주문자가 많은데 비해

작업이 늦어져 나중에 연락한다면서 그때까지 기다려 달랜다.


하여튼 유인물을 나눠주며 조건을 지켜달라는 담당자.

유인물 내용을 읽고 또 읽어본다.



그것으로 부족해 교재까지 참고하였다.





지침대로 다라에 소독약인 베노람수화제를 풀고

고구마 모종(싹)을 3시간동안 담가두었다가 건져서 심을 때까지

그늘에 펼쳐 시들게 두라는 설명이다.


싱싱한 것을 심는 것 보다 시든 것을 심어야

오히려 뿌리가 잘 내려 생존율이 높다는 것이 놀랍다.


- 2018. 5. 11. 금요일 -


교본대로 이랑에 5센티 깊이의 잔골을 내고

고구마 모종을 25센티 간격으로 지면과 수평으로 심었다.


지인 몇몇이 고구마 모종을 한 달 전 같은 날 센터에 신청하였으나

한 사람당 200포기로 제한하며

접수된 순서에 따라 수령시기의 차이가 있다고 하였다.


모종을 기다리못해 지친 대치리 갑장은 옆집과 함께

모종를 개인적으로 구입해 이미 심었다하므로


그가 신청한 모종을 우리가 대신 구입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우리가 신청한 것까지 합치면 모두가 500포기다.


그중 100포기를 오늘 심은 거고 나머지는 차차 심을 거다.

둔덕 쪽의 이랑에는 옥수수를 심으려 비워뒀다.


혼자 고구마를 심고 비닐멀칭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 이다.



옆지기는 내가 전담하던 고사리를 삶았다는....




내손에 감은 붕대에 때가 타서 흉했다.

하여 점심시간 무렵 붕대를 벚겨내고 다시 감싸는 작업을 했는데...

이젠 진물이 흐르던 화상 부위가 많아 아물렀다.


죽향골 길가에 하얗게 피기 시작하는 마가렛(데이지?)

아내가 김을 맨 도라지들이 더욱 생동스럽다.


쑥콩국수를 먹으러 에이스식당을 찾았고,

거기서 대량의 열무김치 담는 광경을 보았다.



- 2018. 5. 12. 토요일 -


에보대로 제법 많은 비가 내린 것을 보며

어제 고구마를 서둘러 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사리까지 촉촉히 젹시는 단비,

보리이삭을 보며 공작단풍나무를 보러갔었다.

아무래도 가을에 옮겨 심어야 겠다.



- 2018. 5. 13. 일요일 -


솔뫼 다녀 오는 길 골정지 옆에 잠시 멈췄다.

모심으려 가득히 물 잡아놓은 모습이 평화롭기만 한 풍경이다.



고사리 수확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햇빛이 좋아서인지 건조가 잘 된다.



- 2018. 5. 14. 월요일 -


뜰 앞의 작약꽃을 보면서 복지관 1층 서실로 향했다.



수업을 시작할 무럽,

복지관 관장수녀님은 담당직원과 함께 케익상자와 꽃을 들고 오셨고,


지도선생인 박동구 당진미술협회장을 교단 중앙으로 이끌었으며

제자인 우리들은 박수와 함께 스승의 노래를 불렀다.


참 오랜만에 불러보는 노래

70대 어르신들도 가사를 잊지않고 따라부르셨다.



강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때

아내는 채취한 머위의 껍질을 제거하고 있었다.



- 2018. 5. 16. 수요일 -


수요일은 오후 일과가 끝날 무렵 캘리수업이 시작된다.

연습에 사용되는 내용은 심훈의 시집에서 발췌돼 이용하겠단다.


당진은 소설 상록수를 쓴 심훈의 무대였다.

그래서 당진시에서는 그를 기리기 위한 상록문화제행사를

매년개최 한다고 하며,


시민인 우리도 그의 작품을 읽고 단어를 추출하여

글씨로 써서 작품으로 남기기로 한다.



선생님의 글씨를 모사하느라 바쁘다.




- 2018. 5. 17. 목요일 -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하면 비가 잦은 편,

아내가 채취 중인 저 고사리에 어젯밤 비가 적절히 내린 것 같다.


그저께 심은 실파가 뿌리를 내린 듯하고

주택 외벽을 둘러싼 콘크리트에 물을 뿌려 주었으며

고추를 고정하는 끈을 매 주었다.



- 2018. 5. 18. 금요일 -


보랏빛 엉겅퀴 꽃이 물결처럼 춤을 춘다.



붓꽃도 피어나고 보리도 거의 팼다.

마가렛과 꽃양귀비도 지천이던 그날 죽순을 첫 수확하였다.




고사리의 물량도 많아지고

색깔이 더욱 검은 빛으로 짙어지는 것 같다.


수확하는 일이 초기에는 그저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삶고 세척해 건조하는 과정이 힘들게 느껴진다.


건조대 수를 더 보강하여야 하던 날

사랑스런 손주녀석들이 우리를 찾아주었다.



집 뒤 산비탈면에 제초매트를 깔아 고정시켰다.

이제부터는 잡초가 줄고 칡 넝쿨 침투가 적어지길 기대해 본다.

나중에 호박을 심어 올려야겠네




- 2018. 5. 20. 일요일 -


아내가 고추묘 방아다리 아랫 가지를 제거하고서

나물을 하려 비닐에 담은 양이 제법됐다.



- 2018. 5. 21. 월요일 -


지하 토굴에 있던 아마란스의 티끌을 제거한 뒤 패트병에 넣었다.

이제 매일 한두스픈씩 밥지을 때 넣기로 한다.


고추 이랑 끝 부문에 심은 토마토와 오이

그리고 상추가 잘 자란다.


비닐하우스 옆 노지에 인디언감자 모종을 이식하였다.

열흘 전부터 공급된 고구마 모종을 오늘까지 심었다.


며칠전엔 당진농자재센터에서 구입한 꿀고구마100포기를 심었고

오늘은 대치리 단호박네 몫으로 가져온 호박고구마 200포기까지 심었다.


우리가 신청한 모종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하므로

오늘까지 심겨진 400 포기에서 중단키로 하였다.


그 아래 빈 이랑의 윗쪽에는 콩을 심고

나머지 남은 이랑에는 들깨를 심을 예정이다.



- 2018. 5. 22. 화요일 -


오늘은 석가탄신일이자 우리가족들이 모이는 날,

우린 함께 선친을 기억하였다.



- 2018. 5. 24. 목요일 -


작년엔 가뭄으로 죽순이 나지 않더니

올해는 제법 자라난다.



- 2018. 5. 25. 금요일 -


고향의 형수님과 그 며누리들이 죽향골을 찾아왔다.

며칠 전 가족행사 때 우리 집에 가고 싶다는 형수의 말씀에


대전의 막내며느리까지 합세하였고

큰 며느리까지 동조하여 방문을 한 것이다.


때마침 많이 솟던 죽순을 채취한 방문객들...

죽순이며 고사리 채취하는 손맛이 너무 좋다고 야단이다.

채취한 것 모두 빼놓지 말고 가져가세요. ^^



- 2018. 5. 26. 토요일 -


우리 담준(찬율)이가 찾아왔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항상 따라다녀야 했었는데

이젠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 2018. 5. 27. 일요일 -


솔뫼를 따라나선 재율과 찬율...

송림과 잔디밭을 보더니 신이 났는가 보다.

서율군까지 있으면 나았을 텐데...



다음엔 삼형제를 모두 데리고 가서 사진으로 남겨야 겠다.

음료수를 마시자는 녀석들과 로컬푸드점을 찾았고,


그곳에서 판매되는 고사리를 유심히 살펴본다.

우리 고사리 포장방식과 같지만 디자인이 좀 다르다.


죽순을 채취해 나눔을 하였으며

딸아이들은 마늘쫑을 뽑는 중이다.



- 2018. 5. 28. 월요일 -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 가고 있다.

갑자기 예당저수지 소식을 듣는 바람에 예전 대흥초등학교 캠핑이 생각났다.


그날아침 봉수산 산책길을 함께 걷고

초대받아 차대접까지 봤고 왔던 그 부부가 생각나 전화를 했더니

공교롭게도 안면도로 놀러가 있단다.


다음에 기회되면 만나기로 하면서

저수지 주변 맛집을 의뢰했더니 대흥식당을 추천하였다.


덕문에 아내와 점심식사하러 가는길...

오월의 예당호의 고요한 물결위로 하늘빛이 눈부시다.



이내 도착하여 근사한 점심식사를 하였다.

그후 호숫가 나무아래로 접근했을 때


우리는 신기한 나무를 보고 놀랬다.

꽃도 크고 향기로운 그나무는 그늘도 좋았다.



죽향골에 돌아와 배나무에 맺힌 열매를 솎아 주었으며

열매 하나하나에 봉지를 정성껏 씌워 주었다.



- 2018. 5. 29. 화요일 -


분홍 낮달맞이꽃,

달맞이꽃은 해가 없는 밥에만 피기에 그리부르지만


해가 있는 밝을 대낮에도 꽃이 활짝 피기에 낮달맞이라 부르는 것 같다.

노란색 낮달맞이 꽃과함께 분홍색이 있는데...


노란색 꽃은 순성 성북리에서 분양 받았고

저 분홍 달맞이는 딸부잣집에서 얻어다 심은 것이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고사리를 수확하는 아내

그간 수확하고 건조하여 포장해 둔 고사리 양이 상당하다.


국산고사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 부족하다지만

재배 농부 입장에선 아무리 계산해 봐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


차라리 남의 일당 일을 하는 것이라는 낫겠다는 푸념이 나온다.

안타깝지만 수확을 계속할지 고민인 상황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내는 외식을 하자한다.

연일 계속되는 고사리 수확 일이 힘들었던 게다.


그의 먹고 싶다는 것은 바지락 칼국수.

아내와 머리를 식힐겸 덕산 보물마트 사장댁을 방문키로 했다.


끈물일 것 같은 죽순을 한 자루 넉넉히 담고

포장된 고사리도 차에 싣고서 말이다.


물론 그 전에 점심식사를 해야징...

검색해 보니 청와삼대칼국수 집이 괜찮을 듯해서 찾았다.


청와대 조리실에 근무하면서

세 분의 대통령(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을 음식으로 모셨기에

음식점 이름을 청와삼대라 하였단다.


YS칼국수로 알려진 청와삼대칼국수,

사실 YS칼국수라는 형식의 국수집은 수도권에 유행처럼 번졌었다.


아내가 먹고싶어하던 바지락칼국수가 아니라

사골육수에 끓여진 국수였지만 아내는 만족해 하였다.



그리고 방문한 이 사장님댁

이 사장 부부의 소개로 우리부부까지 같은 한의원을 다녔고,

진료때 간혹 그들의 소식을 듣곤 했다.


사실 이사장으로부터 박물관 개소 초댓장을 받았지만...

부모 제사로 고향에 가야하는 관계로 부득히 참석치 못했었다.


그렇지만 늦게라도 방문한 우리를 정겹게 맞이해 주는 이 사장님

아니 박물관장님 부부와 마주했다.


그간 각별한 이하고만 앉았다는 차탁에 우리가 앉았다.

그간의 생활을 격의없이 대화하였음은 물론이고




그들 부부가 힘들 게 돈을 벌며 꿈꿔온

민속사료관과 겔러리를 가야산 자락 넓은 부지에 완성시켜 놓고


우리가 일일히 소개받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의 저 사진은 차차 다시 상기하며 기록하였으면 한다.



그집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뒷 켠의 비닐하우스,

거기에서 길러지던 오골계 네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너무미안해 사양을 했으나

인근의 지인이 요즘 인공부화에 심취해 있는데


놀러올 때마다 가져다 준다며 극구 애를 써가며

병아리 몇마리를 붓잡아 다리를 묶은 뒤 자루에 넣어 주시는 게 아닌가.


그렇게 다리를 묶어야 차량 안에서 요동치지 못한단다.

죽향골에 돌아와서야 그 닭들의 묶임이 해제됐다.


집이 마련될 때까지는 지하 토굴이 임시거초

추울까 싶어 전기난로를 틀어줬다.



- 2018. 5. 30. 수요일 -


수요일마다 열리는 캘리그라피 수업,

항상 창여치는 못해도 참여하는 날은 배우는게 많다.

언제 저처럼 쓸 날이 올까.



- 2018. 5. 31. 목요일 -


서산 한의원 진료후 귀갓길에 32번 국도

사관교차로애서 사관리 마을의 공작단풍나무 재배농가를 찾았다.


그렇지만 공교롭개 그날도 주인은 없고 그의 노부모가 계셨는데

사진 중의 키가 큰 나무를 지정하며 가격을 문의하자


주인인 큰아들이 없으니 나중에 다시 찾아달라 말하면서

산너머 작은아들 농장에 나무들이 더 많으니 그곳을 가 보자고 권하신다.


하지만 그 작은 아들조차 먼 곳으로 출장한 터였다.

그래도 노부부는 아들의 농장을 둘러보고 싶었는지 함께 가보자며 보채셨다.


가만히 보자하니 그의 어머니가 유난히 막내아들을 애틋해 하였고,

평소 노부모들과 떨어져 산 중턱에 살고 있는 아들네 농장은 찾아가고 싶었지만


높고 먼 경사지인 뒷마을 그곳까지는

차마 두 노인이 걸어서 갈 엄두가 나지 않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때 마침 차를가진 손님인 내가 찾아왔고

안내하겠다는 핑계로 굳이 동행하겠다데 나는 뿌리칠 수가 없었다.



농장 출입문에는 자물쇠(번호키)가 채워져 차량이 진입할 수 없기에

그들에게 막내아들의 전화번호를 묻고 통화를 하였나본데


그 아들은 자물쇠번호의 노출을 피하고 싶었는지

쪽문을 통해 걸어서 들어 가라고 말한 모양이다.


그래서 꼬부랑 두 노인이 오르막 길을 힘겹게 걸어야 했는데...

아무리 나무가 좋더라도 그런 자식에게 나무를 살 생각은 다 달아났다.


어찌 노부모님을 이처럼 힘들도록 걷게 만드는지

아들의 처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들은 오히려 자식을 두둔하셨는데...

자식과 부모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였다.


돌아가시기 전의 우리 어머니도 저처럼 허리가 굽으셨는데....

그 어머니가 보고싶습니다.




지난달 안성의 조병화 문학관을 탐방하면서

시인이 그 어머니 사후에 묘막으로 지었다는 편운재가 떠오른다.

그의 효심에 비하면 나는 참 보잘 것 없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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