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 ] 올해도 김장은 합동으로 했대요
< 2017. 11. 16.~ 11. 23. >
우리 네와 비슷한 정서의 보통 가정인 경우
매년 겨울 준비를 하게 마련인데...
그 중의 첫째를 꼽으라 하면
누구나 바로, 김장 행사라고 하지 싶다.
(예전에는 연탄 들이는 걸 우선하기도 했지만....)
아내는 몇 해 전부터 자기가 언니라는 이유로
처가의 두 여동생네(처제)를 당진으로 불러 함께 김장을 해왔다.
물론 주재료인 무우 배추와 고추가루, 마늘 등에 이르기까지
나로 하여금 직접 농사 짓게 하여서 말이다.
- 11. 16. 목요일 -
그는 주말로 예정된 김장행사 준비를 위해 귀경하고
나 혼자 남아 텃밭의 콩을 거둬 들였다.
콩이 잘 익었으면 열매만 주렁주렁 매달렸을 텐데
도통 서툴기 짝이 없는 나 같은 주인을 만나는 바람에...
콩들은 생육이 부실했던 것 같고,
줄기에 잎이 그대로 붙어 있어 타작만 힘들지 싶네...
요즘 새벽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곤 한다.
저 붉어가는 고추가 추위에 얼까 싶어 열풍기를 틀어 주는데...
아내는 고추시세가 아무리 비싸다 할지라도
전깃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내게 핀잔을 주곤 했다.
그래도 나는 스위치를 내릴 수 없다.
저 여린 것들을 어찌 그리 쉽사리 얼게 둘 수 있단 말인가.
그 덕분에 쑥갓이 저처럼 예쁜 꽃을 피우 잖아~
수확된 아마란스도 안으로 들여 놓았다.
생각보다 탈곡이 까다롭고 번거로운 작물이 분명한데....
그만큼 맛이 있으려나~.
김칫통이며 젓깔 등 김장 준비를 해서 죽향골로 내려 온 아내
고추를 빻아야 한다며 남문방앗간을 가자고 한다.
우리가 재배하려 종묘상에서 구입한 모종은.
청양고추가 필요하지 않는 정도로 적당히 매운 맛이라 했다.
그런 품종을 작년의 2/3 본량 만큼 심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심은 덕분에 탄저병이나 역병을 피해왔다.
하여 수확된 것 만으로 김장할 수 있겠단다.
방앗간 여사장님은 마른 고추를 몇 대의 기계에 번갈아 넣더니
최종적으로 네번째 기계에서 마무리 시킨다.
우리의 다음 일은 밭에서 무우를 뽑을 차례,
김장은 이번 토요일 절여서 일요일 담는다고 이미 공지한 아내...
공교롭게도 그날 날씨가 가장 춥겠다해서 걱정이다.
특히 내일 금요일 새벽은 영하 4도로 내려가겠다는 예보이고,
죽향골은 산 아래여서 그보다 1~2도는 더 추울 거다.
그래서 추위에 약한 무우를 미리 수확해야 한다.
뭐하러 무우를 이리도 많이 심었는지 모르겠다며 궁시렁거리는 옆지기,ㅠ
사실 애초부터 내가 무우를 저렇게 많이 심었던 것은 아니다.
심고난 먀칠후 주변의 다른 집들을 염탐하였더니
그들은 의외로 무우를 많이 심은 것이 확인 됐고,
아무래도 우리는 무우가 모자라지 싶어서 씨를 더 부은 것인데...
지금 내가 봐도 무우가 너무 많네~ .
그렇지만 무우가 참 잘 됐다는 뿌듯함이 있다.
맛도 너무 좋아 생무우를 사과보다 더 자주 먹는다는....
하여간 모든 무우를 오늘 중으로 뽑아야 하고
더불어 얼지 아니할 장소로 옮겨야 문제가 없다는 것,
윗 쪽 배추옆에 무우 한 이랑이 더 있다는...
그래서 또 궁시렁 거리는 바람에 이 사진만 슬적 찍은 뒤,
무청 한 다발 안고 멀리로 회피했다는..ㅋ
김장에 쓸 것 일부는 집으로 들이고,
나머지는 우선 비닐하우스 안에 들여 두기로 했다.
결과 드럼통 보다도 커다란 붉은 함박통에 무우가 가득...
올 겨울 무우국만 끓여 먹어도 남을 지경이라는...
무청은 컨테이너 옆에 엮어 두기로 했는데...
남는 무청은 것은 밭 옆에 임시로 걸쳐 두었다가
다음에 갈무리 하기로 했다.
- 11. 17. 금요일 -
10시 회의 참석차 일산 회사에 가는 길,
회사주변에 고층 건물들이 급속히 올려지는 것을 본다.
49층의 높이로 1만 세대를 짓는 중이란다.
북쪽의 김정은이 허튼 판단을 하면 피해가 큰 지역이 아닐까?.
집에 들러 아내가 빠트렸다는 채칼 등 김장 용품을 찾았으며
코스트코 광명점에 잠시 들렸었다.
거기서, "내 손으로 직접설치하는 CCTV 킷트" 를 살폈다.
직접설치하면 비용은 절반이면 되겠다는...
그날 해질 무렵 죽향골로 돌아 왔을 때,
대전 조카네도 무우를 가져가겠다며 도착해 있었다. '
그들과 식사하려 조카차에 편승하여 나서다가
초행이었던 죽향골 꼬부랑 커브 길에 바퀴하나를 빠트리고 말았다.ㅜㅜ
그 바람에 보험사의 비상 출동 서비스를 받아야 했는데....
훗날 보면 추억이 될테니 사진을 남기기로 한다. ㅎ
- 11. 18. 토요일 -
죽향골의 앞 마당을 더 넓히기로 했고,
앞쪽에 쌓은 바위돌을 허물어 그만큼 내다 다시 쌓아야 한다.
하는 김에 토굴 입구도 보강하기로 했으며,
그 공사 중에 그아래 관정시설 배관까지 손 볼계획이다.
애초 설계 때 심사숙고하여 결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성급히 결정했기에 이래저래 비용이 더들게 생겼다는...
그런데. 하필이면 김장 때 공사업체에서 왔을꼬?
어쩔 수 없이 김장과 더불어 공사까지 시작되었다.
서로 떨어져 살고 있는 아내의 자매들...
그렇지만 김장행사를 핑계로 서로 모이고 만나는 기쁨이 크다.
그래서 김장은 의미 있는 행사로 정착했다.
올해는 손아래 큰동서가 먼저 도착했으나
막네동서와 처제들은 즘 늦겠단다.
나와 동서는 배추를 수확해 집으로 들였으며
아내는 현관에서 그 배추를 쪼개고 다듬어 쌓는 분업을 했다.
나는 파란 잎을 많이 넣으라고 주문하지만,
옆지기 왈, 농사가 너무 잘돼 알이 꽉찬 배추의 파란잎은
너무 두껍고 거칠어 넣을 수 없단다.
욕조는 절임통으로 활용되어야 하고....
간수빠진 묵은 소금을 절임에 사용해야 한다는...
안에서는 감장 준비로 바쁘고
밖은 포크레인과 레미콘 트럭의 괭음이 섞여 부산스럽다.
- 11. 19. 일요일 -
김장하는 날 새벽, 서리가 뽀얗게 내렸다.
갈색으로 변한 고사리 들은 아예 드러눕기 시작했다.
거름 줄 시기가 왔지 싶다.
본격적인 김장 작전에 돌입하였으며
서툰 남자들까지 두 팔을 걷고 무채를 썰기 시작한다.
에전에 우리 어머니는 무우 예찬론자였다.
무수?장사 딸은 건강하지만 배추장사 딸은 병약하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배추만으로 김치를 담으면 해롭기 때문에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무우를 써야해서 무채를 넣는 것이며
그래야 김치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하셨다.
하여튼 그때는 깍뚜기라는 것을 따로 담은 것 같았는데...
처가에서는 예전부터 깍뚜기를 담지 않았을까?
옆기기도 처제들도 깍뚜기를 담는 것을 못 보겠네...
옆지기는 김장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배추가 잘 절여졌는지 하나하나 살펴가며 점검한다.
깨끗한 암반수에 씻어 내게 건내 주면
싱크대로 이동시켜 물이 잘빠지도록 채반에 차곡차곡 쌓았다.
처제들은 수육 준비를 해왔고...
감장에 넣을 육수며 식사때 먹을 마른반찬류까지 공수해왔다.
그나저나 아일랜드식 주방이 위력을 발한다.
집 짓기 전에 목조주택학교의 강의를 몇번 들었는데...
남편이 아내의 반대 없이 전원주택을 짓고자 한다면
먼저 마님을 잘 설득해야 하는데...
그 비법 중 제일이 최신식 주방을 꾸며 주면
성공 확률이 높다며 설계에 꼭 반영하는 것을 잊지 말랬다.
최신식이 주방이란 기존의 주방형태에...
아일랜드식(섬식) 주방(별도의 싱크대와 수도꼭지 및 렌지)을 더 갖춰 줘야
불만이 없을 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마님은 섬식 주방 때문에
거실이 좁아졌다며 핀잔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찾아오는 방문객들은 하나 같이 부러워 난리인데
우리 마님만은 내게 불만이라는...애효~ ㅜㅜ
무채는 다 썰고, 이젠 세 여인들이 나섰다.
청(홍?)갓이며 파를 썰고 고추가루와 더불어 김장매트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찹쌀풀?과 간 마늘까지 투척...
이제 막 양념을 버무리려 할 때
담준이가 할머니에게 다가서다 할아버지가 부르자 렌즈를 쳐다 본다.
할머니가 무엇을 하는 거지?
매운 고추가루 범벅에 다가서는 녀석이 위태롭다.ㅎ
각자가 준비해 온 김치통엔 각자가 넣기여~
김치 속이며 무우 토막도 입맛대로 넣어 가면 되는 거여~
옆지기는 딸네 줄 것부터 먼저 작업하는 듯....
서산에서 방금 도착한 처제 친구까지 합세하였다.
일곱 집이 먹을 김장을 하는대도 남아 도는 무우 배추...
하여튼 각자 준비한 분량을 다 담았나 보다.
나는 수육이 끓기를 기다리며 지켜보다가
충분히 끓었다 싶었을 때 들통을 밖에서 들여 왔으며.
수육이 건져지고 썰리고, 새김치도 등장했다.
형님, 작년에 담은 노봉방 어디 있어요?하며 동서가 찾는다.
아차 싶어, 저장된 컨테이너에 다녀 왔다.
노봉방을 첫 개봉 하고..
잘익은 듯한 술을 국자로 코펠에 퍼 담아 왔다.
각자에게 건내진 술잔에 술이 부어지고
모두가 합세하여 건배를 외첬다.
술맛이 기가 막히다면서 동서는
따로 2리터 패트병에 노봉방을 가득 담아 기념 삼겠단다.
나는 김치에 수육을 싸 먹는 것이 더 좋았다는...ㅎ
추운 밖에서 일하는 박사장과 함께 일하는 분에게도
수육과 김치 그리고 노봉방 잔이 전달되었다.
그렇게 2017년 우리가족 김장행사가 끝나고
각자 담은 김치를 실은 네 대의 차량이 죽향골을 떠났는데...
아내도 아이들과 함께 귀경하였다.
그들을 배웅하며 해바라기를 본다.
예전에 어머니 말씀이 아들 딸들이 우르르 몰려 왔다가
썰물처럼 빠지듯 집 떠나는 것을 보면
괜시리 서글프고 아쉽고 허전 하더라.~ 라고 하셨는데...
이제 내가 그런 심정을 이어 받았지 싶다.
이제부터 혼자 남은 내가
김장후 모든 뒷 정리를 하여야 한다는....
내년부턴 김장행사 이거 재검토 해야겠어~,
이리저리 따져보지만 아무래도 밑지는 장사 같구만.,ㅎ
- 11. 20. 월요일 -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앞마당 공사는 계속된다.
흙이 반입되어 다져지고 콘크리트 보강도 이어졌다.
내일은 흙이 더 실려와야 될 듯...
- 11. 21. 화요일 -
서실에서 문인화 강습이 시작된다고 했으며
오늘이 그 첫날이다.
내 뒷쪽 들꽃 선생이 앉는 자리에 놓인 복사물
내용이 좋아 찰칵 했다.
쇠귀 신영복 교수는
소주 "처음처럼"을 쓰신 서예가로도 유명하다는....
눈에 익은 국화가 읍사무소 현관에 놓여있다.
전시회를 마친 국향회의 국화가 읍사무소에 기증 됐단다.
맞아 저렇게 큰 화분을 놓을 곳으로 적당한 것 같다.
- 11. 23. 목요일 -
죽향골에 첫눈이 내렸다.
며칠전 박사장이 벽난로에 쓰라며 참나무를 토막내 가져다 주었는데,
그 나무들 위에 눈이 쌓였고 약간 젖은 듯하다.
그렇지만 눈을 털어내고 난로에 넣었더니
그런데로 불 타오르는 것을 보면 괜찮은 듯하다.
서산 한의원을 방문했으며, 진료후에 근처의 가까운 시장을 찾았다.
마늘밭 덮어 줄 비닐을 구입하고 싶어서리,...
씨앗으로 쓰는 마늘의 크기를 염탐했다.
우리가 심은 것에 비하면 1/2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저 정도의 크기이면 씨마늘로 충분하다는데...
그러고 보면 우리는 괜시리 너무 큰 것으로 골라 심은 것 같다.
도루묵이 보였는데 알배기가 아닌 것 같다.
서산동부 전통시장이란다.
서부에도 전통시장이 있으려나?
당진 전통시장에 비해 현대화돼 아기자기한 맛은 덜하지만,
해산물이 더 신선하고 풍성한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엔 더 자세히 구경하며 잔치국수집도 찾아보련다,
^L^
'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산 당진 ] 해미성지와 솔뫼성지 (0) | 2018.01.08 |
---|---|
[ 가족 ] 추석 연휴 나들이 (0) | 2017.12.06 |
[ 첫돌 ] 초롱초롱 우리 손주 (0) | 2017.11.24 |
[ 가족 ] 어린이날 어버이날 (0) | 2017.05.18 |
[ 고향 ] 우리가족의 제사 이야기 (0) | 2017.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