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산책

[ 논산 ] 견훤 왕릉가 생생딸기농장

재넘어아재 2017. 2. 28. 12:01




[ 연무읍 ] 견훤왕릉가 생생딸기농장 이야기

< 2017. 2. 19. ~ 2. 20. >


- 2017. 2. 19. 일요일 -


처가 행사를 마친 가족들과 헤어진 아내와 나는,

견훤왕릉을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어제 서울서 출발하면서 계획했던 대로

혜림이네 농장을 들러 오려고 아랫지방으로 가는 중이다.


혜림이네는 전 직장 입사 동기 서른 세 명 중의 하나이자

손꼽을 정도로 유별하게 지내던 부부다.


그 부부나 우리는 아들이 없고 딸 둘만 있어서 그랬을까

하여튼 그랬는데 그가 정년퇴직하던 해인


재작년 가을, 살던 아파트를 전격적으로 처분하고선

충남 논산으로 귀농하여 딸기농사를 짓겠다고 연락해 왔던 것이다.


각설하고 그들의 딸기 수확을 도와 준 다음 귀경하기로

나와 아내는 이미 계획을 세워 뒀었고...


요즘 딸기 수확하는 시각이

새벽 6시부터 라는 것까지 파악해 두었다.


그러나 처가행사 상황이 어찌될지 몰라 농장의 친구에게

미리 약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가족들과의 공주 미성식당 행사 중에

친구에게 전화하여 우리가 내일 새벽 여섯시에 맞춰 농장으로

가겠노라며 귀뜸해 주었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친지들이

농촌 일손을 돕는다고 하지만 정작 필요한 때이기 보다는

자기들이 한가한 주말(휴일)에 집중될 것이다.


돕고자 하는 선의의 마음은 분명히 좋아 보이지만

농부들의 입장에서는 항상 도움이 되는 것 만이 아니라


때로는 그들이 손님일 수 있어 접대해야 하는

불편한 입장이 되기도 하고 오히려 일손을 빼앗는 경우의....

그런 존재가 될 수도 있으리라.


하여 우리는 그들이 딸기를 수확하기 시작하는

내일 새벽에 가겠노라고 친구에게 귀뜸을 한 것이다.


그럴려면 그들 농장 근처에서 야영을 해야 하는데

나는 아내에게 예전 친구네를 방문했을 때


한뎃잠을 자기 좋은 장소로 찜해 둔 곳을 얘기해 줬고,

그곳이 견훤왕릉 근처라며 먼저 찾았다.



후백제를 세워 초대왕을 했던 견훤,

후대왕을 잇지도 못하고 고려에 멸망했던 비운의 왕이다.



어둠이 내리는 왕릉...

거기에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스산했다.



옆지기는 차에서 내렸다가 비를 맞기 싫다며

다시 차에 올랐지만...나는 야영할 곳을 물색해야만 했다.



문화재를 비추는 조명이 닿지 않는 가운데

접근이 용이한 곳을 찾아서 비를 맞으며 다녔다.


처음에는 빗 줄기가 약해서

우산을 쓸 필요가 없었는데 점차 굵어져 머리가 젖는다.



이지역은 넓은 벌판이자 사방이 농지인 평야지대다.

그중에 야트막한 언덕이 있는 여기에 왕릉을 조성해 놓은 것 같다.


해는 지고 구름까지 하늘을 덮고 있지만...

친구네 딸기농장인 비닐하우스가 저만치 보였다.



옆지기는 내가 우산을 쓰지 않아 옷이 젖는다며 하면서

혼자 차 안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우린 저녁식사를 하고서 이곳으로 왔으니

여기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농장으로 가는 방법이 있고,


혜림이네가 저녁식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찾아가 인사한 다음 이곳으로 와도 될 듯하네....


저쪽으로 갔더니 해림이네 딸기밭이 보이더라.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 농장이 있었다.


밤이 되기 전에 얼른 갔다 올까? 했더니

아예 연속극"미풍이"까지 보고 오자고 답한다. ㅎ



형편봐서 그렇게 하자고 했으나

어쩌면 다시 안 올지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고

왕릉을 보며 작별을 고했다.


혹시 혜림이네가 그냥 집에서 자라며 만류하거나

빗줄기가 거세지면 왕릉 옆으로 이동이 힘들다며 주져 앉을 수 있다.



아니다 다를까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농장의 개가 짓고

뒤이어 친구부부가 맞아 준다.


전화도 걸지 않았고 어둑컴컴한 가운데 어찌 그리도 금세

우리가 온 줄 알았는지 궁금했다.


머지않아 알게 되었는데.. CCTV장치가 돼 있어서

차량의 모습을 보고 우리인 줄 알았단다.


저때 시각이 오후 6시 43분 비까니 내려서 깜깜한데도

내부 모니터에 사방이 훤하게 표출되는게 신통하다.


모니터 아래 붉은 숫자는 맨 윗쪽이 하우스내 온도,

둘 째가 딸기가 심겨있는 흙의 온도이고, 마지막이 외부기온이란다.


작년에는 일일이 온도계가 설치된 하우스를 수시로

다니면서 온도를 점검하고 일정 온도를 유지시키기 위한


작업을 하느라 힘이 들었는데.

이를 개선시켜 작년보다 쉽게 관리할 수 있어 좋단다.



하여튼, 예상대로 이얘기 저얘기에 꽃을 피웠고

결국은 한뎃잠도 계획도 극구 만류하기에 별수없이 신세를 졌다.


작년에 이어 둘 째 수확을 하면서 농삿일이 익숙해 졌고

수단도 좋아져서 수확도 향상했단다.


생초보가 귀촌해서 터줏대감들 못지 않게

맛좋은 딸기를 생산하는 것이 신통해서


오히려 영농법을 물어오는 경우도 허다 하다는 말에

친구네 부부가 대견스러웠다.


- 2017. 2. 20. 월요일 -


그렇게 각시인끼리, 신랑끼리 겨우 잠들었고

날이 새면서 모두 딸기를 따러 비닐 하우스로 나갔다.



친구네는 비닐하우스가 길이 100미터에 폭 40미터짜리

4개 동에 딸기 2만천 포기를 심어 재배 중인데.


2년 째 재배하다 보니 비닐하우스는 남북방향으로

조성된 것이 볕이 골고루 잘 들고 농사가 잘 된다는 것을 터득했단다.


그 조건 좋은 하우스에서 딸기는 한창 꽃을 피우고,

잎사귀 끝마다엔 수정구슬을 매달고 있었다.



포기마다 열매를 맺어 붉게 익어 가고,

적절히 익은 딸기를 골라 매일 수확해서 출하시킨다.


바로 옆 농지를 장기임대하여

같은 사이즈 비닐하우스 다섯 동을 추가 건설할 계획을 가진 것을 보면

친구네는 정착에 완전히 성공한 것 같다.



우리부부는 우선 딸기 따는 방법을 배웠고

각자 바구니를 들고다니며 잘 익은 딸기를 따기 시작했다.



80% 이상 익은 것을 따라고 해서...

얼핏 쉬운 것 같지만 약간 모호하기도 했다.


하여 나는, 사 먹는 입장에서 볼 때 상품가치가

충분한 정도의 딸기를 선별해


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친구네는 그렇단다. ㅎ


딸기는 약해서 세게 잡으면 과육이 상할 수 있으므로

깨끗한 면장감에 과즙이 묻지 않을 정도로


장갑과 딸기의 접촉이 가능한 넓은 표면적을 가지도록

잡는 것이 기술이고 꼭지를 똑 하고 꺾어 따는 방식이었다.


친구는 우리에게 크고 잘 익은 녀석들은 따 먹어 가면서

수확을 하라고 귀뜸을 했으나 그럴 순 없었다.


부득이 과육과 꼭지가 분리되는 것이나,

가끔 실수로 땅에 떨어 트리는 것이 생기곤 하였는데...


그런 것은 상품성이 없으므로

바닥에서 주어 입으로 직행시켰지만... 참 달았다.ㅎ




깨끗한 환경에서 딸기를 수확하는 기쁨은

어쩌면 꽃보다 아름다운 것 같았다.


그러나 몇개월 동안을 매일 새벽에 일어나 수확해야 해서

힘들 때도 많고, 매어 있는 것 그 자체가 때때로 힘들다고 했다.


특히나 여가활동을 하기 어려운 점도 있는데다

앞으로 확장되는 농장 관리 등을 감안하여


내년에는 외국인 부부가 상주해 관리할 수 있도록

주거 공간을 확장시킬 계획이란다.



나는 친구네의 계획이 윈윈전략 같아 보였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 부부에게 안정된 생활과 돈벌이를 제공하고

친구 더 수월하게 농장을 경영할수 있을 것 같다.



여태 많은 지인들이 찾아와 딸기 수확을 도와 주었지만,

오늘 처럼 손발을 맞추며 수월하게 일하고


빠른시간에 수확을 마치긴 처음이라 말하는 친구부부,

찾아준 지인 중에서 농사 짓는이는 우리가 처음이기도 하단다.


암튼, 각각의 하우스 마다 수확한 딸기 바구니를

중앙쪽으로 모아 두면되었다.



그 중앙 쪽에는 꽃을 수정하기 위한

살림벌(꿀벌 1동, 호박벌 1통씩)이 놓여 있었는데...

벌을 벌려주는 전문업체가 관리하나 보다.



친구는 집하장(관리동?)하우스로

수확한 딸기를 모아 전용수레로 실어 왔다.



이제부터는 선별작업을 해야 한단다.

선별작업이란 크기별로 재분류하는 과정인데..

수확하는 것 보다 더 어려웠다.



무게 35그램이상은 왕대, 21그램이상 특대, 16그램이상은 상품,

12그램이상을 보통으로 분류하는데....


각자 전자저울을 앞에 두고

상품별 경계선상에 있을 것 같은 것은 계량하면서

초록색 상자로 재분류하였다.


사진의 카렌다에 쓰여진 숫자는 아마 출하 상자 수를 표시한 것 같은데....

적을 때는 31 상자, 많을 때는 82 상자였나 보다.



상자는 선별이 끝나는 동시에 농협으로 가져가 수납하며,

신선도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란다.



쌓인 바구니의 딸기를 크기별로 재 분류하며,




일정한 무게를 달아 담은후 거기에 "14"숫자표를 넣는데...

그 번호는 친구네의 농장 표시란다.


농협담당자들도 친구네가 빈틈없이 계량하고

수납하러 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확인하였기에


이제는 완전 신뢰하여 조건없이 수납을 받아줘

다른이들이 시샘할 정도로 수납시간도 적게 소요된단다.ㅎ



그렇게 꼼꼼히 분류하면 그만큼 인력이 더 소요되는 것,

하여 주변의 지인들은 어차피 농협에서 재분류하데


무엇하러 그렇게까지 힘들게 일을 하느냐며

적당히 하라며 충고하는 이들도 있단다.


마지막으로 제일하품(작지만 맛은 큰 것과 같다)중에

이쁘게 생겼고 무게가 15그램 내외인 것만 골라


한알한알 정성되이 상자에 넣는다.

무게당 단가가 가장높은 딸기를 선별하는 중이란다.


이 딸기는 유명제과점에 남품되며 농협에 도착하는 즉시,

냉장차에 탑제되어 귀경길에 오른단다.


그뒤 냉동창고에 보관되어 계절에 관계없이

사계절 케익 위에 올라 대접받는 귀한 몸이 되는 관계로

선별이 까다롭지만 또하나의 수입원이라고....



조금 전에 서울쪽에서 전화가 왔단다.

우리가 생산한 딸기잼을 맛 본 어느 사람이


난생 이처럼 맛있는 잼은 처음이라면서

주문할 수 있는지 묻더라는 것,


친지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면서 20개를 주문했단다.

하여, 딸기 수납하러 가는 길에 택배로 부치고 오겠단다.


우리도 선물로 받아 아껴 먹고 있지만

재넘어가 인정하는 진짜 최상의 딸기잼이다.


작년에는 상자가 없었는데...

발전하여 포장용 상자까지 제작했나 보다..

초보농부의 진심만을 담았습니다.



딸기는 비수기에도 생산 되는 것이 있고

또한 상품성이 없는 딸기가 생산되기도 하므로

그런 때는 잼을 만들어 보관한단다.


처음에는 수확한 딸기를 버리기 아까워

친지들과 나눔을 하려고 잼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맛 본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것에 힘입어

이제는 딸기의 일부는 잼을 만들어 두기에 이르렀단다.


딸기 자체의 당도가 뛰어나 설탕을 적게 넣어도

쉬 상하지 않는 점이 있으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냉장고에

보관하고 먹으라며 잼을 꺼내 우리 앞에 놓았다.


더 여러개를 꺼내 놓았지만...

하나에 만 원씩하는 것을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고맙지만 두 개만 받겠다하는 옆지기....




궁금하던 것을 친구에게 물어 보았다.

농약을 무슨 분무기로 치는지를....


그간 죽향골 비닐하우스 내에서 몇가지 작물을 키우면서

수동식 분무기를 썼는데...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래서 올해엔 엔진식 동력분무기를 구입할가 고려 중이라 했더니

친구는 이곳에서는 전기식을 쓴다면서


취급설명서를 보여 준다.

농지 여러 곳에 전기콘센트를 설치해 두고


사용시 마다 거기에 분무기의 플러그를 꼽아

선을 끌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으나


가볍고 힘이좋아 웬만한 동력분무기 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내게 권했다.


그리고 농약을 칠 때 반드시 쓰라며

쓰리엠에서 생산된 마스크까지 주는 생생딸기 농장 사장님...


여태까지 찾아준 지인 중에서

손발이 가장 잘 맞아 최초로 오전 내에 작업이 끝났으니,

얼른 수납하고 오겠다며 농협으로 출발했다.


우리도 바쁘지만 친구가 힘들고 필요할 때

우리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그렇게 일을 끝내고 귀경준비를 했다.

낮이 되니깐 CCTV가 칼러로 나온다는 것을 확인한다.


아무래도 죽향골에도 설치해야 하겠네~.

며칠동안 녹화되는 용량이며 설치비가 150만 원이라는....


하우스내 현재온도 17.4도

딸기가 심어있는 토양의 온도가 32.5도로 높았는데...


보일러의 온수가 파이프 라인을 통해

딸기가 심긴 흙의 온도를 높여 주기에 딸기는 겨울임에도 생산된단다.

당시 외부 온도는 6.4도에 불과하였다.



친구네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흐렸던 날씨가 점차 갠다.



죽향골을 들렀다 귀경할 참이다.



이렇게 2월의 추억을 정리한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