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성 ] 2017년 설 명절 고향 나들이
< 2017. 1. 25. ~ 1. 28. >
아내의 지독한 독감이 낫지 않아 매번 함께 찾던 고향을
올 설에는 나 혼자 귀성길에 올라야 했다.
자신도 괴롭지만 혹여 고향에까지 감기를 옮길까
전정긍긍하던 아내는
결국 내게 혼자만 고향을 다녀오면 좋겠다며 제안했고
나는 별수 없이 그러자고 하였다.
아내는 여느 때처럼 산적용 고기를 구입하고,
양념을 한 다음 밀폐 유리용기에 담아 내게 건내주었다.
예전엔 처제집에 들러 굽거나 캠핑지에서 구웠으나
이번엔 본인이 가지 못하므로 나 혼자 한뎃잠을 잔 다음
차롓상에 올릴 산적을 프라이팬에 잘 구어서
명절 전 날 고향 집에 들어 가라며 내게 당부하였다.
그리고 김치가 다 떨어졌으니
귀경 길에 죽향골을 거쳐 김치통 하나를 꺼내 오랍신다.
나는 별수 없이 창고를 뒤져 아이스박스를 꺼냈고
산적거리를 넣은 뒤 차에 실었다.
아무래도 죽향골을 먼저 들른 다음
김치통을 꺼내 아이스박스에 넣고 차에 싣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차례를 지낸 다음 곧바로 귀경 길에 오를 수 있을 테고
그만큼 정체를 피할수 있을 것 같아서다.
암튼 연휴전날 차량정체가 적은 틈을 타 죽향골로 이동했다.
죽향골은 예상에 비해 눈이 적게 쌓여 있었고
건축공사는 강추위로 날이 풀릴 때까지 중단상태지만..
나무작업은 거의 마무리 돼 있었다.
김칫통을 꺼내 아이스박스에 넣으면서
양동이의 얼음까지 깨 넣었기에 귀경 때까진 문제가 없겠다.
프라이팬까지 싣고 당진-대전간 고속도로에 올랐다.
어느덧 대전 땅, 호남고속도로와 만나는 유성분기점에 도달했다.
해는 지고 도로정체로 차량 꼬리가 길어진다.
옥천IC에서 나와 영동으로 가기 위해 국도를 탔다.
어둑해진 밤, 야영할 곳은 떠오르지 않고...
점심을 거른 것부터 생각날 때
심천 양강교 근처 붉은 신호등에 막 정차했다.
배가 고팠을까 근처 불켜진 식당의 '다구어죽'이란 간판이 보였다.
이따금 지나며 보았던 그 식당,
차를 세우고 불쑥 들어갔다.
다구의 한자어는 多口, 즉 많은 입이 찾는 어죽이란 뜻 같다.ㅎ
모자간으로 보이는 손님이 건너편에 있었다.
국밥을 시키면서 해장국에 넣는 올뱅이가 어디 것인지 물었더니
남편이 부근 강에서 직접 잡는단다.
메뉴의 쏘가리 매운탕도 하는지 물었더니
4인이 먹기 적당하고 여럿이 올때 미리 주문하면 좋단다.
빨리된다는 국밥을 시켰다.
식당 내부 벽에는 선반이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목이 긴 화병이 놓였고 줄기들이 자라는 화분이 있다.
국밥이 의외로 맛있었으나 숫가락을 잠시 놓고 핸드폰을 들여댔다.
야영후 내일 아침 먹으려고 포장국밥도 주문했다.
시각이 벌써 저녁 7시 반을 넘어섰다.
고향집을 비롯한 친척에 드릴 선물로 한과를 사야 하는데
한과 집이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무래도 한과집은 내일 아침 들러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야영지를 가까이에 있는 곳을 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았고
송호리솔밭이 머리에 스쳤다.
그래 그리로 가 보자~ 어둠 속의 솔밭에 도착해 보니
그곳은 운영을 하지 않는지 어둡기만 했다.
정문이 닫혔으나 샛길이 있어 간신히 들어 갈 수 있었고,
텐트를 펼친 다음엔 들어가 누웠다.
명절에는 군민에게 활짝 개방하였으면 좋으련만...
아래 사진은 당연히 새벽에 찍은 것,
이 좋은 넓은 솔밭을 나 혼자만 전세를 내다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밤에는 중부지방에 많은 눈이 내릴 거라며 일기예보를 하더니
텐트에 내리는 약간의 빗소리가 잠시 들렸을 뿐이다.
피곤했었을까 깊은 잠에서 깨어나자 날은 밝아 있었다.
파카를 눌러입고서 핸드폰으로 사방을 조망했다.
그간 춥지 않았던 탓인지 강가만 얼음이 얼어있다.
멀리 강선대의 불빛이 보인다.
눈비가 내린 후여서 기온이 무척 차다.
어제 포장해온 올뱅이국을 데워 아침식사를 할까 하다가
곧 청승맞은 느낌이 들었다.
아침식사는 읍내로 나가서 해결 해야겠다며 텐트를 접었다.
강변을 따라 읍내 방향으로 가는 길
좌측편으로 보이는 강가에 철새무리가 보였다.
혹시 백조가 있지 않을까?
결국 강을 따라 심천 고당리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이게 웬떡인가?
통나무풍경펜션 옆에 백조들이 놀고 있었다.
강변엔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서
전망이 나은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꺼냈다.
우아하면서 도도한 백조를 보게 돼 내심 기뻤다.
금강 나루터까지는 가 보려고 마음 먹었는데
근처에서 고니를 만나다니 행운이다.
강 건너 백조가 노는 곳은 멀고 잠수한 녀석들까지 있어
헤아릴 때마다 숫자가 다르지만 25마리 정도다.
날개 색깔이 회색빛인 어린 것은 한마리 뿐이고
나머지는 하얀 성체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소란스럽더니...
십여 마리의 고니들이 어디선가 날아와 사뿐히 내려 앉았다.
으이구 좋은 기회를 놓쳤다. ㅜㅜ
방금 내려 앉은 녀석들의 무리에는
회색빛 날개를 가진 어린 녀석들이 몇마리 있었나 보다.
갑자기 식구들이 불어나 30마리를 훌쩍 넘는다.
여기저기 모여있어 나뭇가지들의 방해로
카메라에 담기조차 어렵다.
홀로 헤엄치는 독립심이 유별난 듯한 백조
갑자기 소란 스럽더니 무리 중 일부가 순간 날아 오르고,
거기에 합세하는 몇마리가 파다닥 뛰어 가면서 이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상공을 한바퀴 돌더니 하류방향으로 날아가는 무리,
아마도 금강나루터쪽으로 가지 싶다.
너희들처럼 나도 이제 아침식사를 하고
고향집을 찾아야 겠다.
한과집에 들러 한과세트 몇상자를 간신히 구입하고서,
뒷골식당을 찾아 울뱅이국을 시켰다.
그리고 장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조금전 도착했단다.
고향집에는 큰형수님과 그의 큰며누리가 차례음식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잠시후에는 그 며느리의 며느리까지...
하여, 며느리 3대가 모여 음식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가 재현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건조기 옆에 자리를 폈었는데...
너무 추워서 방으로 옮겼지 싶다.
잠시 동쪽 장독대 앞에서서 백화산을 바라본다.
눈이 제일 먼저 내리는 곳 백화산...
눈이 많이 내린 다음 밝은 햇빛이 내려쬘 때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하는 산이다.
육전도 만들고 동태전도 두부전도 준비하는 것을 본다.
형수님은 시동생인 내가 좋아한다며
고추전까지 만들어 주셨지만 나는 먹지 못했다.
요즘 한약을 먹고 있는 터라
고기류와 밀가루 및 우유와 계란을 피해야 한다.
사실 나는 작년 여름 텃밭에 닸다 오기만하면
이유도 모르는 두드러기가 몸에 돋아 나곤 했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고 이내 괜찮아졌지만...
점차 심해졌으며 결국 동네 피부과를 거치고 종합병원까지 가서
알러지란 판정을 받았다.
두드러기가 발생했을 때 병원서 주는 약을 먹으면
대부분 금세 나아지지만 어떤 경우엔 심해서
강도가 높은 약을 먹어야 진정이 됐는데
강한 약은 체내에 축적이 되어 장기복용을 하면 건강을 해친단다.
어느날 아내와 동네 염색방(이발관)에 갔는데..
그때가 텃밭에서 다녀오던 날이었을까 공교롭게 등이가려웠다.
의자에 앉아있는 내가 아내에게 등을 긁어 달랬고.
염색방의 주인부부가 왜 그러는지 우리에게 묻게 되었다.
이차저차 사정얘기를 했더니
고객 중에 나와 같은 증상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한의원에 가서 깨끗히 나았다고 하면서
그 고객과 통화를 하게 되었고 결국 그 한의원을 찾아
나도 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몇해 전까지 괜찮던 내가 왜
두드러기가 나는지 한의사는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었는데
그것을 잠시 소개하면
수입고기와 밀가루를 비롯해
방부제나 항생제 섞인 사료를 먹고자란 가축들은 좁은 우리에 갇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고기와 그의 젓(우유)은 물론이고,
오리나 닭이 낳은 알에는 많은 유해물질이 분포한단다.
젊어 면역력에 강할때는 이런 것을 먹이도 괜찮지만
나이들어 유해균이 축적되거나
면역력에 문제가 생기면 두드러기가 발생될 수 있단다.
하여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치료를 받게 됐다는...
하여튼 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느라
준비해 온 산적거리를 깜빡잊고 있었던게 생각 났다.
다행히 아이스박스에서 꺼내 졌고
산적은 며누리 2대가 대행해 줬다는....ㅎ
3대 며느리 부부는 알밤을 치고있다.
물론 처음해 보는 일이어서 서투른 손자부부가 안쓰러웠는지
나중에는 큰형님이 시범을 보이더라는..ㅎ
그날 기온이 급강하 하였다.
나도 피곤하였는지 10시도 못돼 텐트에 올라 잠들었다.
새벽 한시쯤 깨어 났는데
무슨 하늘이 그렇게 맑고 별들이 밝던지 카메라를 꺼내고 싶었지만
어찌나 추웠는지 이내 포기하고 침낭속에 퐁당했다.
설날 아침, 가족들이 모두 모였고
두 형님께 세배를 드렸으며 이제 세배를 받을 차례다.
반백을 넘은 동생들과 조카들이
내앞에 업드려 절을 해야하는 나이가 된 나를 발견한다.
몇번의 절을 받으면서 덕담이 오갔다.
이제부터는 지갑을 열어야 할 차례
녀석들이 단단히 벼르고 세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수입은 얼마나 될까?
딸만 있는 우리는 수금은 전혀 하지 못하고
매번 지출만 한다며 행복해 한다. ㅎ
세뱃돈이 흡족했는지 브이를 날려 준다는...
여러분 당신의 올 한 해 행복이 넘치길 빕니다. 브이~^^
그렇게 세 친척집을 다니며 차례를 지냈고
부모님 산소에 들렀다 기다리는 가족을 만나러 귀경을 했다.
혼자 보내놓고 마음이 편치 않았을 듯한 아내는 궁금하였는지
떡국은 얻어 먹었냐며 내게 물었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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