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생활

[ 속초 ] 중앙시장 은희네

재넘어아재 2011. 5. 25. 11:14

 

 

속초 중앙시장내 은희네

< 2011. 1. 8. >

 

아내와 나는 몇년동안 감기를 안했는데

 수시로 도시를 벗어나 야영(캠핑)을 하는 덕분인줄 알아요.


그러나 아내는 몇주동안 캠핑을 못가서 그런지 독감에 걸렸더라구요.

그래도 나는 몇번 빠지기는 했지만 혼자라도 야영을 하곤 했거든요.


하여 나는 아내에게 "아무래도 캠핑을 함께 가야 겠어~",

"그래야 당신의 독감이 떨어질려나봐~" 했습죠.


아내는 열흘남짓 고생하다가

독감에서 겨우 해방이될까말까한 상태에서 내 얘기를 들었는지

"그렇긴 한데 도대체 기력(힘)이 없네요~"하더이다.


그날 아침, 야구해설가 하일성씨가 출연하는 프로가 TV에 방영됐지요.

동해안 고성인가 뭐 그곳의 도루묵 찌게에 대해 나오는 거 였어요.


저는 순간, 거기에 필이 콱 꼽히더라고요.

저거닷~하고, 말이죠. ㅋ


중학교 수학여행(경주~울산~부산~진주~삼천포)을 갔었는데

그 때 먹어 본 도루묵 찌게가 갑자기 여렴풋이 떠올랐겠죠.ㅎㅎㅎ


아내에게 급 제안을 했내요

"속초로 털게와 대게 먹으러 가자, 야영은 설악동에서 하고...."

그랬더니 아내는 "한번 가볼까" 하더이다.


그리하여 난로용 가스와 따뜻한 옷가지를 준비해 출발합니다.

날씨가 추워서 인지 트래픽도 적어 소통도 잘되고 굿~~ㅎ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거쳐 어느덧 인제를 지났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카메라를 찾아도 없네요

할수없이 핸펀으로 걍 찍어요.^^




바람은 제법부는지

겨울 풍차는 잘도 돌아가누나.



미시령터널을 지나

설악동야영장에 벌써 도착합니다.


이곳은 겨울철엔 야영장을 정상으로 운영을 하지않기에

같이 가난한 환자들이 즐겨찾는 곳이죠.

완전 공짜거든요. ㅋㅋ



매점앞 저 곳이 명당입니다.

께끗한 계곡수가 나오고,

개방된 현대식 화장실이 있어서리..^^


먼저 텐트를 쳐 놓은다음 속초로 가려고 했어요.

그리고 일요일 아침엔 제빨리 철수한 후 설악산공원으로 가는거죠.

기왕 왔으니 케이블카 타고 눈내린 권금성을 오르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텐트를 치려고 주차후 짐을 주섬주섬 꺼내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텐트폴대(텐트를 치는데 필요한 뼈대)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아뿔싸~, 아마 쓰지않는 다른텐트와 함께

창고에 내려놓았나 봐요...에효~~


할수 없이 다른제안을 했네요

"먼저 대포항에 들렀다 잠잘 때쯤에 다시 와서

그냥 루프텐트나 올리고 자자."고...



다시 짐을 싸서

대포항을 거쳐 속초 중앙시장으로 갔습니다.


가면서 보니 추워서 그런지 바닷가에 사람들도 적더군요.

몇년 째 단골인 집을 찾아 갑니다. ㅎ


중앙시장 지하는 노량진이나 자갈치 시장과 비슷합니다.

각자 수족관이 있어 어물을 팔거나

그 곳에서 회를 뜨거나 시켜 먹는 것이죠.


"은희네"

사춘네 큰딸인 조카 이름인데다

"꽃반지 끼고" 노래를 부른 그 가수이름과 같아서 잊지 않습니다.


친구님들 속초가시면 대포항에 가 바가지 쓰지 마시고

중앙시장 지하 "은희네"들러 보세요.

할머니는 속이지 않고 어머니처럼 따뜻합니다. ^^


근데 요즘 가수 은희씨는 통 보이지 않네요?



중앙시장도 저번(작년?)까지는 허름 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많이 깨끗해 졌더군요.


안면이 있기에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할머니

"은희"는 할머니의 큰 딸이름이랍니다.


도루묵은 은희네는 하지 않고 다른집에 시켜야 한다해서.

우선 털게와 대게를 주문했네요.


보통 한사람당 1키로 정도면 적당하답니다.

두마리를 합치니 2키로가 훨 넘는다며 12만원 이상 받아야 하는건데 ...

단골이 오랜만에 왔기에 싸게 준다네요.^^


함께 삶던데, 먼저 털게(일본산이랍니다.)를 내오더군요.

대게는 국산(북한산도 있는데, 살도 적고 맛도 덜하담다.)이 최고랍니다.

그래도 일인당 1키로 남짓 먹으면 더 먹기 싫죠.ㅎ


아내는 저 개딱지에 밥비벼 먹는 게 맛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저는 별루랍니다. ㅋㅋ

<저 양은 쟁반처럼, 다음엔 바꾸라고 건의해야 겠어요. ^^>



이어서 나오는 박달대게

털게도 맛있지만 대게가 언제나 더 맛있더군요.

그래서 털게를 먼저 내오는가 봅니다. ^^



파주에도 자식이 사신다는 할머니

장사 일을 하기에 가게를 비울 수가 없다고 푸념이더군요.

돈벌어 저 세상에 싸가지고 가는 것두 아닌데...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 다들 그랬을 겁니다.

노는 것도 좋지만 자식들을 생각하면 그럴수가 없다는 거죠.


맛있는 것을 봐도

돈이 아까워 쓸수가 없으신 그런 우리부모님들, 다 그렇죠?

아내도 조금 닮아갑니다.


내가 무엇을 사기만 하면 혼부터 내려구하니.....ㅋ


- - - - -


잠시 삼천포로~


전날인 금요일 오후였어요.

최유라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프로 있잖아요.


거기에서 어떤 여인과 전화대담중에 나온 얘깁니다.

동서지간(며누리간)이 있고 형님이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는데

시부모님이 몇년사이에 돌아가셨답니다.


그동안 큰 형님이 모시느라 고생한 것을

모든가족이 다 알고 존경하고 있답니다.


그렇지만 그 형님은 부모님들 살아 생전에

잘못해 드린것이 눈에 밟혀 자꾸 후회스럽단다고요.


지나고 보면 내가 남에게 또는 남이 나에게

잘한 것 보다 잘못한 것들이 더 기억에 남을 뿐아니라 눈물흘리게 한다는 거였죠


저역시, 지나고 보니 부모님께

 더 잘해 드릴 수 있었는데....하는 것이 있더라고요.


관절통이 있으셨던 어머님과 고향집에서 함께 잘 때

고통으로 끙끙아파하시던 어머님,

아들이 알아듣고 잠을 깰까봐 숨을 죽이고 앓던

그 어머니의 기억이 가끔씩 살아옵니다.


따뜻한 옥매트에서 주무셨더라면 고통이 훨 덜했을텐데....하는

그런생각이 오랬동안 남더라구요.


빚을 내서라도 사 드릴걸~하는

그런 후회가 지금까지 종종나더라고요.ㅜ.ㅜ


- - - - -


그래서 갑자기 아내에게 이런제의를 했네요.

00엄마~ 텐트도 없어 야영하기도 그런데...


게와 생선을 좀사서 처갓집으로 가자~

아마 장인 장모님 대게는 양껏 먹어보지 못했을거다.


우리도 함부로 대게먹기는 그래서 겨우 킹크랩이나 먹곤하잖아~

연로하신 두분께 잘해드려야 나중에 후회도 덜하겠지...응?

아내는 "그러면 좋지만 자기 너무 힘들잖아?" 그러는 군요.


은희어머님을 불렀습니다.

좋은 걸루 한상자 포장하시고 개살 파먹는 것두 좀 넣어 주세요.

우리 빼고 5명이 먹을 것인데 6키로면 될까요? 했더니


그러면 충분하다고 하면서

무게를 달아보니 6.8키로 나오는데 6.5키로 값만 달랍니다.


저는 그러자고 하면서

기왕에 왔으니 황태포와 다시마 젤리도,

그리고 도루묵도 좀 사주세요. 했네요.^^


. . . . .


지난 주, 캠핑은 못했지만

대신 처갓집에 다녀왔구요.


그러면서도

 늘어가는 건망증을 걱정하였네요.

카메라를 책상 위에 둔 채 떠났고,

폴대를 빼놓고 갔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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