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꽃 '동계캠핑'
새벽 칼바람에 冬冬거려도 돌아서면
또 "다음엔 어디로 가지"
무릇 취미란 무서운 구석이 있다.
짬짬이 하던 취미가 어느 날부턴가 일상의 주인이 되곤 한다.
캠핑이란 놈도 그렇다.
한 달 혹은 일주일 스케줄이 이 놈을 중심으로 짜여진다.
겨울엔 다르지 않으냐고? 글쎄, 계절이 따로 없다.
오히려 동계캠핑은 '캠핑의 꽃'으로 불린다. 딱 이맘때가 절정이다.
동계캠핑은 1990년대만 해도
전문 산악인의 전유물쯤으로 여겨졌다.
캠핑은 여름 한 철 놀이였다.
오토캠핑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도 여전히 낯설었다.
'한겨울에 무슨 얼어죽을 캠핑'이라는
일반인의 인식이 바뀐 게 채 10년이 안됐다.
장비 덕이 크다.
휴대하기 편한 난방용품,
실내 활동 공간을 갖춘 텐트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수납 용량을 늘린 SUV 차량은 캠퍼를 유혹한다.
캠핑장 시설 또한 격세지감이다.
전기 배전판이나 온수 개수대, 샤워실은 별스럽지도 않다.
황토온열데크까지 등장했다.
동계캠핑을 떠날라치면 두 차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첫 싸움은 캠핑장에서 벌이는 날씨와의 전쟁이다.
'필드전'인 셈. 추위와 바람, 폭설은 동계캠핑의 난적이다.
땅바닥 냉기는 침낭만으론 어림없다.
뼛속까지 파고 들어 등골을 후벼팔 땐 왜 왔나 싶다.
바람은 또 어떻고. 강풍을 만나면 캠핑장은 숫제 난장판이다.
'컴백홈'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밤 사이 폭설을 만나면 눈 털기로 밤잠을 설친다.
텐트가 무너지면 이건 속수무책이다.
이런저런 연유로 장비 보강을 떠올리는 건 당연지사.
두 번째 싸움,
심리전에 돌입하는 지점이다.
날씨보다 더 버거운 '지름신'을 상대해야 한다.
기능성 장비를 찾아
전문잡지, 블로그, 카페를 정처없이 떠돌다
괜찮다 싶은 장비를 발견하면 바로 접신이다.
한편으론 장비 싣고 다니는 차량의 수납 능력을 따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어떻게 실어지겠지',
'정 안되면 안고 가지'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두 번째 싸움에서 진 캠퍼가 드물지 않다.
혹자는 동계캠핑을 간다니 의아해한다.
따뜻한 집 놔두고 왜 한뎃잠이냐고.
아침을 재촉하는 새소리,
눈뜨면 첫 인사하는 나무, 릴렉스체어에 깊숙이 앉아 즐기는 커피 한 잔,
야외에서 듣는 아이들의 웃음,
유난히 가까운 별, 타닥거리며 일렁이는 장작불.
도심에선 찾아볼 수 없는 그 짧았던 여유들이
돌아섰을 때 그립다면 4년 차 캠퍼의 답이 되려나.
임태섭 기자 ts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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