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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 ] 보리가 익을 무렵

재넘어아재 2017. 6. 5. 18:18



[ 전원 생활 ] 보리가 익을 무렵

< 2017. 5. 25. ~ 5. 29. >

 

- 5. 25. 목요일 -


새벽 5시 반, 오늘도 눈 뜨자 텃밭부터 돌아다 본다.

어제 보다 더 누렇게 익어가는 겉보리 이삭이 탐스럽기만 하다.



우리가 깨어나길 기다리신 걸까

앞집 아짐께서 우리 밭을 찾아 오셨다.


어제 우리에게 수 차례 전화를 했는데도

도통 받지 않더란다.


아짐은 참깨 모종이 남아 가져다 심으라고

우리에게 연락을 하려 했지만..


우린 알지 못하고 모르는 전화라며

무심고 지나쳐 버린 게다.


하여튼, 아침부터 서둘러 참깨를 심게 됐다.

먼저 심을 곳에 물을 뿌려준 뒤 유공비닐까지 씌웠다.


참깨를 다 심고나자

무창포에서 출발한 성호네가 도착했다.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며 죽향골을 돌아보는 성호네

하루 묵어가길 바랬지만


오늘은 어린이집에서성호 아들(손자)을 받아야 한데 뭐래나...

그래서 곧 올라 귀경해야만 한단다.



나는 그들이 떠난 뒤에야

비닐하우스 안의 작물(고추, 오이 등)을 보살필 수 있었다.


농약사 주인 말데로 살충제와 항바이러스제

그리고 미량요소를 섞어 뿌려줬다.



먼 곳의 과수에 농약을 치는 것에 비하면

비닐하우스안에 뿌리는 것은 아주 쉬운 편이다.


고사리밭 아래 과수까지의 거리는 130미터 정도,

전기에 작동하는 저 분무기를 사용하려면 전깃줄 100미터에

50미터 릴까지 풀어야 하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수동식 분무기에 비하면

전기 분무기가 작업시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장점이 있다.



우린 모든 일을 마치고서야 귀경할수 있었다.

피곤하지만 잠시 딸네 집에 들러 담준이(찬율)를 보았다.

요즘 기어가기 시작했다는....



- 5. 26. 금요일 -


오랜만에 한글서예를 배우러 문화원 가는 길,

백산초등학교 옹벽 올타리에 붉은 장미가 장관이다.




문화원쪽 울타리 역시 마찬가지...

예전엔 저 장미꽃에서 복숭아 향기가 흘렀었는데...


요즘 꽃은 이찌된 영문인지

코를 가까이 가져가 벌름거려야 겨우 냄새가 난다.


어떠하든 장미꽃 옆을 지나

문화원으로 들어갔다.



문화원 2층 서실에는 벌써 샘들이 나와 계셨다.


< 어떤 결심 > - 이해인 -,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 올리며

어떠한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 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가람샘은 다음엔 '작은 행복'을 쓸 참이라 한다.

찬찬히 음미하며 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지 싶고


이렇게 라도 좋은 글을 읽는 것 자체만 하더라도

작은 행복이라 여겨진다.



그날 죽향골 밭에 오셨던 김여사님께서

유샘께 부탁을 하셨단다.


자식이 결혼을 하는데 봉투만 하긴엔 뭐가 부족하니

글씨를 선사하고 싶었다는 것...


비록 김여사님이 직접 쓰시진 않았어도

최근 한글을 깨우치고 서예까지 배우고 있는 애미를


자식에게 기억시키고 싶으신 게다.

그 마음이 정말 아름답다.



오후 강좌는 빼먹고 아내와 약속한 대로 죽향골로 향했다

영성철물점에 들러 과수용사다리를 사서 차에 실었다.


그저께 당진 시장농약사에서 구입한 배봉지 씌우는 작업부터 시작이다.

100장 이면 충분할 줄 알았지만 모자란다.



내일은 육종연구화 교육이 상주에서 열리고,

일요일은 대구 시집에 간 서율네가 죽향골을 들러 귀경한댄다.


주영이가 잘먹는 참죽을 밭둑에서 채취해 뒀다.

덤으로 우리까지 참죽고주장떡을 부쳐먹기로 했다.



울타리의 앵두가 익어간다.



해 질 무렵 보드라운 노을 빛이

바람에 살랑대는 보리이삭을 어루만졌다.



실파 두 단을 사왔는데

한 단은 아내가 아랫집에 나눠 드리고 나머지를 우리가 심었다.

해가지고 어둑해지는 5월의 봄 날이다.



그 옆 이랑은 도라지 씨앗을 뿌린 곳이다.

오랫동안 보살폈으나 도통 새싹은 나지않고 잡초만 자라는데...

이젠 두더지까지 훼방한다.


보라색 하얀색 예쁜 도라지 꽃들을 기대했으나

자칫 보지 못할 수 있겠네...



가뭄과의 전쟁은 나의 몫, 내가 치뤄야 한다.

화분들은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급수가 돼 안전하지만...


땅에 직접 심은 것들은 돌아서면 마른다.

아무래도 저기에 드롭스파이크를 설치해 줘야겠네...



- 5. 27. 토요일 -


새벽에 일어나 화초 물 주는 것부터가 하루의 시작같다.

어찌나 가뭄이 심한지 우물의 물만으로 작물에 턱없이 부족하다.



하여 농업용수를 화단까지 끌어다 뿌려줘야만 했다.




잘 자라던 마늘도 물부족으로 인해

잎이 마르는 현상이 심해졌다.



밭둑에 잡초방지망을 깔고 가지와 호박을 심었으나

무슨 원인이 있는지 도통 자라지 않고 모종 그대로 유지만 한다.


거름을 너무많이 준 탓일까?

맨 흙을 밭에서 가져다 가지에다 두어 삽씩 넣어 주었고,




호박에도 깔아 주었다.

아무래도 거름이 너무 많아 짜구났나 보다. ㅜㅜ



참깨 모종은 더 자라면 밭으로 이식해야 한다.



밖의 가지나 호박에 비하면

오이 넝쿨이 잘도 자라나서 벌써 열매 맺기 시작했다.



과수와 호박 그리고 가지에 물을 흡뻑 뿌려줬다.



비닐 하우스 안의 가지 두 포기는 꽃을 피우려 한다.




아내는 우거진 고사리 밭에 새로나는 새싹을 꺾었다며

내게 가져 온 고사리를 삶아 널었다.


마을 형님에게 구해주겠노라 약속을 했기에

조금씩이라도 채취해서 한 근을 만들어 줘야 한단다.



육종연구회 교육을 받으러 상주로 출발했다.

면천IC로 진입하여 벌써 예산휴게소를 지나고 있다.



대전을 거쳐 청주-영덕선에 올랐고

속리산 옆을 지난다.



상주 실험농장을 도착해 육종회약정서에 서명 했고

이론교육을 마치니 벌써 점심 시간이다.


오늘은 새로 꾸며진 건물에서 여성 회원님들이 협력하에

점심을 마련하셨단다.



식사 후엔 경기도 광주에서 공수한 리시안셔스를

묘장에 정식 작업을 했다.



회장님께서 여분의 모종을 몇몇에게 남겨 주셨고,

여나무 포기를 죽향골로 가져와 고이 심었다.



- 5. 28. 일요일 -


대구 시집에 간 서율네 가족이

귀가하면서 죽향골을 들러가겠다고 연락이 왔다.


하여 7시 미사로 주일미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교적을 솔뫼성지로 옮길 수 있으면 좋겠네...ㅎ



솔뫼성지 내에 수녀원이 있으며

수녀님들께서 아침 7시 미사를 봉헌하신 단다.



죽향골로 되돌아 오면서 연꽃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서 들러 보았다.


어라? 수련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무래도 착각이엇나 공중으로 솟은 잎들이 생겨났다.



하여 검색해 보았다.

연꽃잎 첫 세 장은 물 위로 뜨고, 네 장 째부터는

잎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단다.


연꽃은 정상생육시 1년에 12~18마디 자라며

마디마다 한 개의 잎과 꽃이 피고


8월 중순이 지나면 연근의 끝 부분부터 서서히 비대되어

10월경이 되면 수확하게 된단다.



마당과 비닐하우스에 물 주었고




도통 보이지 않던 죽순이 하나 둘 보인다.

그나마 가느다 하게 솟아난다.



가뭄 속에서 마늘쫑을 뽐은 아내

그런 작업을 할 때 두꺼비를 잡아 양동이에 넣어 두었단다.



마늘쫑 채취를 끊낸 다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마늘밭에 농약을 살포하였고,


그 동안 아내는 녀석들이 맛있어 할 것 같은

오디와 앵두를 따서 모아 두었다.



결국 아이들이 도착했다.

귀엽고 말썽꾸러기 3형제가 죽향골에 도착했다.



녀석들과 함께 오리음식점 신토불이를 찾았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손님들이 포화상태, 빈좌석에 간신히 앉았다.



모두들 얌얌거리며 잡수시면서..

왜 나 담준이에게는 맛없는 당근만 빨으라하시남유?



- 5. 29. 월요일 -


어제 잡아 두었다는 두꺼비

양동이에 둔 것을 깜빡 잊고 하룻밤을 묵혔었나보다.

미안하다 잠시후 내보내 줄게...



아내는 사율이와 재율이를 불렀다.

귀여운 두꺼비를 대면시키고 싶다는 거다.


강에 사는 뚜구리(뿌구리)라는 민물고기가 있다.

표준어는 동사리로 불리는


이 고기는 조금 멍청한 고기며 도망이 서툴르다.

하여 아이들도 쉽게 잡는 못생긴 물고기이지만


우직하고 귀여운 데가 있는데...

그 동사리 처럼 귀여운 두꺼비를 보고 녀석들이 야단이다.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도

내가 손가락으로 눌러 보이자 서율군과 재율군도 따라 한다.


탈출하려 버둥거리며 서기를 반복하는 두꺼비

녀석이 잡힌 마늘밭에는 농약을 뿌렸으므로


보다 안전할 것 같은 비닐하우스 안 놓아 주었더니

어슬렁 어슬렁 풀섶을 찾아간다.



딸아이는 아이들을 대리고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귀경 준비를 서두를 때 한무리의 등산객이

몽산으로 향하는 모습을 본다.



다음엔 우리가족도 몽산을 거쳐

아미산까지 다녀 오리라.



면사무소 앞 국수집(에이스식당)에 들러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담준이를 모서리에 세워둔 아내,

저처럼 서서 1분가량은 버틴다.



아이들을 먼저 귀경시키고

우리도 잠시뒤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후 다시 죽향골을 찾을 예정이고

그때 5월의 마지막 날은 당진전통시장을 찾을 예정이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