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담사 ] 아지트의 가족 캠핑 < 2015. 5. 22.~5. 25. >
작년 이맘 때 5형제 가족회의, 부모님 제사를 연1회 주간에 모시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석가탄신일을 부모님 기일로 여기기로 했으므로 날짜에 맞춰서 미리 귀향해 장조카네와 야영을 하기로 했다. 장조카는 나보다 네살 아래이고 삼촌인 나의 여행취미가 부러웠는지 같은 텐트까지 마련해 놓았는데... 미리 우리와 함께 사전연습을 하고싶단다. 하여 우리 아지트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여차하면 집으로 가서 부족한 것은 가져올 수 있고 다슬기도 잡을 수 있으며 산나물을 채취해도 그만인 곳이다. 귀향하려는 그날 오후 옆지기가 나에게 다가와 무슨 냄새가 안나느냐며 묻는다. 오후에 그간 벼르던 행운목이 꽃을 피운 것... 향기가 얼마나 짙은지 취할 지경이다. ㅎ 그런데 행운목은 꽃을 아침에 안피우고 오후에 피는 것일까? 의외였다. 암튼 죽향골에 들러 비닐하우스에 물을 흠뻑 적셔 주었다. 펌프를 설치한 덕분에 그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다음에 오면 타이머롤 이용해 자동으로 물주는 장치를 해 줘야지...ㅎ 물을 다 주고 돌아나오면서 샘가에 들렀는데 이게 웬일인가 대나무 밭에 죽순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큰 녀석들을 골라 꺾어 바구니에 담고 귀향을 서둘렀다. 도착하자마자 거실텐트를 치고 죽순부터 삶아 두었다. 대전의 조카네는 이제 겨우 대전을 출발 했단다. 캠핑을 시작한 초기에는 쉬울 것 같은 준비가 이외로 어렵기도 한 것이다. ㅎ 그러는 동안 우린 처가를 다녀오기로 했다. 장인장모님께 절은 드린 다음 옆지기를 방에 두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사위없이 프리토킹 하라고... 나는 언제나 처럼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맴돈다. 처가엔 장미와 작약이 한창이었고... 무우도 꽃을 피웠다. 넓은 마당은 텃밭으로 변해 좁아졌다. 겨울철에는 화분에 옮겨진 것도 있지만 농작물을 제외하곤 대부분은 절로 새싹이 돋아나 있다. 탱자나무, 향나무, 감나무를 비롯해 상추와 정구지, 봉숭아, 쓴냉이, 사철나무, 장미.... 장인 장모님과 인사를 마치고 나오며 괜시리 서글퍼하는 옆지기를 본다. 텐트로 돌아와 야영준비를 마치자 조카네가 도착했다. 막내 조카네와 야영을 해 보았지만 장조카와는 처음이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랬는데...
어찌 빈 손으로 올 수 있냐면서 몇가지를 준비해 왔단다. 그래서 인지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ㅎ 옆지기는 보통 웬만한 것은 대부분 미리 조리를 해 가지고 쿨러에 담아 오기에... 밥만 새로 하고 국을 데우면 끝이다. 이것도 오랫동안의 야영에서 쌓여진 경험일 게다. 암튼 식사후엔 TV보면서 담소하는 것이 야영활동 중의 한 부분이다. 우리와 조카네는 육식을 즐겨하지 않아서 삼겸살에 소주를 마시는 것 보다 훨씬 나을 듯 했다. 다음 날 새벽에 깨어난 강가... 준비해간 전기요를 조카네에 넣어준 덕분에 잠을 참 잘잤을 거다. 아직 어둑한 새벽....이슬이 제법 내렸다. 여명 위로 붉어지는 동녘 클로버 꽃이 예쁘다. 옆지기는 양푼을 들고서 다슬기를 잡아오겠다며 강을 건넜다. 나는 오후에 물이 따뜻해지면 함께 잡겠다고 했다. 사실 예전 올뱅이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종자지만...4식구가 먹기 충분한 양이다. ㅎ 토요일 아침에 두팀이 도착해 텐트를 펼친다. 그들은 함께 온 듯 하였는데... 역시 대전에서 함께 왔단다. 이곳을 어찌 알고 왔냐고 물었더니 작년에 이곳 고향인 사람을 따라 왔으며 이따끔 찾는다고 했다. 우리도 텐트를 재정비 하고 쉬는 중... 캠핑을 우습게 봤는데 알고보니 신선 놀음이라는 조카며느리... 곧 할머니가 된단다. ㅎ 몇가지 장비를 구입하라며 일러 주었는데 어찌될런지 모르겠다.
값싸다고 허접한 장비를 사면 얼마 쓰지 못하고 더 좋은 것으로 바꾸게 돼 있어 결국은 손해여~ 우리가 자리를 선점했기 때문일까 일부 야영객들은 강가로 향하더니 물가에 자리를 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물가 사람들도 물소리가 자장가 되어 잘 잤겠지~ 어제 낯에 나들이 왔던 몇팀들은 떠나고 야영객들만 남아 있었나 보다. 물놀이를 했었나 보다. 일교차가 심해서 이슬과 안개가 제법 있었다. 안개는 일교차가 큰 날 새벽에 나타나는 자연 현상이라고 했다. 어제 해지고 난후 TV를 보면서 덥던 기온은 갑자기 떨어져 조카내외에 방한복을 꺼내 주었다. 야영을 할 때에는 여름이라 할지라도 방한복을 비치하여야 한다고 일러 주었었다 암튼 일교차가 튼 덕분에 오늘 아침 강가엔 안개가 제법 꼈는데... 산책을 가 봐야겠다. 바람이 없었던 덕분인지 은은한 찔레향이 코를 자극했다. 그러고 보니 향기는 저처럼 은은해야 하는데.. 우리집 행운목의 향기는 너무 진했다. 처가 과수원이 있던 모퉁이 앞으로 안개가 점차 자욱해 진다. 갈퀴나물 보랏빛 꽃은 물안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가 피어나 전망은 흐리지만.... 그런 전망은 마치 이따끔 기억되는 꿈만 같다. 우리의 아지트 송담사 솔밭은 예전에 비해 유속이 많이 느려진 것 같다. 그리고 더 깊어져서 이 지역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새벽 일찍 찾아와 누어를 몇번 던지는 가 싶더니 신통치 않았는지 낚싯대를 접는 모습이다. 아따끔 고기들이 첨벙하고 소리를 내지만... 고요한 강가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겨울엔 얼어있는 풍경, 그리고 녹아있는 일부구간에 모여있는 철새들을 구경하기 좋았다. 때이른 여름 강가의 새벽은 깊은 정적과 조용히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좋다. 아카시아 꽃 진 자욱이 숲의 무늬처럼 드리운다 강물 속의 성긴 바위 그 위에 앉은 새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여 가까이 다가서는 길.... 풀잎에 내린 이슬이 스쳐 바지와 양말을 적셨다. 한 껏 오므린 자귀나무 그 이파리가 참 단정하면서도 곱다.
강건너 찔레꽃과 그림자도 보기 좋네~. 게다가 원앙이를 여기에서 만나다니... 감격스러웠다. 혼자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왜가리도 있었다. 무겁지만 망원을 들고 올 걸 그랬다. 그렇지만 아쉬운대로 볼만 했다는.... 원앙이는 아껴서 좀 더 다가서서 보기로하고 왜가리부터 먼저 담았다. 그리고 원앙이가 달아나기 전까지 조심스래 접근해 갔다. 수시로 변화하는 물안개 사이로 잠시 동안 뷰파인더로 지켜보는 원앙이기 신비스럽다. 결국은 날아갔지만.... 그 중에 가장 잘 나온 사진, 그리고 소나무 아랫길로 산 위를 오른다. 가뭄으로 매마른 땅이지만 고사리가 싹을 티우는 모습이다. 저 건너 산저리에도 햇살과 함께 안개가 피어 오르는 모습... 잠시 동안에 한움큼을 꺾었다. 아이고 꽃이름이 생각나지 않네~ ㅜㅜ 다시 텐트로 가는 길 앞산엔 벌써 햇살이 닿았다. 오늘 아침거리는 될 듯. 물론 고사리는 빼 놓고 말이다. 대전에서 온 옆동네 아이들.. 옆을 지나다가 사진을 찍어 주겠노라고 나섰다. 혹시 모르니 다시 한장 찰칵~..ㅎ 식사를 한다음 조카네는 고향집으로 갔다. 원래 내일 아침에 가기로 했으나 장손이 그러면 안될 것 같단다. 물론 어제 잡은 다슬기(올뱅이)이도 함께 보냈다. 우리 손까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달라면서 옆지기와 산에 가는 길.... 길 옆에 산딸기나무가 무성했다. 여름에 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생긴 거다. ㅎ 4대강 사업으로 주변 강가 집들은 모두 헐렸으나 이집만 남아있는 상태다. 보존 가치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연일정씨 문중에서 반대를 할지 궁금하다. 이 일대가 정씨들의 선조가 묻힌 곳이다. 아튼 그 산으로 올라가는 길... 북숭아 나무가 있어서 이거 개복숭아 나문가? 하고 중얼거렸더니 옆지기는 아닐 것이란다. 중턱에 오르지 길가엔 취나물이 보였다. 원추리는 이제 질겨서 못먹으니... 참취만 뜯기로 하였다. 고사리도 아침때 보다 제법 실하다. 매마른 땅에 마지못해 나오는 새싹을 뜯는게 미안할 정도로 가뭄이 지속된다. 잠시후 뒤따라 오던 옆지기는 저 산소에 절을 했는지 넌즈시 물어온다. 모른체 하고... 아니 내가 절을 해야해? 했더니... 저번에 왔었는데 금세 잊었어? 빨리 두번 하셔~ 그러신다. 이그 그냥 지나가도 아무 탈이 없을 낀데...하면서 이곳 저곳을 다니며 절을 드렸다. ㅎ 절할 때 실한 잔대가 보였지만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는...ㅎ 바구니를 들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취나물과 고사리를 채취하고서 이제 그만 내려 가자고 하였다. 나는 먹을 만큼만 뜯으면 되지... 뭘 자꾸 뜯으려 하는가? 덥다~ 내려가자! ...ㅎ 그나저나 저 과수원 아깝다... 익을 무렵에 성한 것 따먹으도 되겠네... 하면서 텐트로 향했다. 아지트에 캠핑객들이 더 온 것 같다. 테이블 위에 바구니를 비웠다. 정말 많네..ㅎㅎ 이내 삶기 시작했다. 칼 도마와 보울의 용도인 유니프레임 社의 필드싱크 인데... 고사리 삶을 때 가장 잘 쓰이는 것 같다. 팔팔 삶아서 잘 익었는지 확인해 보고 건져서 햇볕에 널어서 말리면 된다. 햇볕이 잘 드는 맑은 날엔 하루면 족하다는.... 앞집 젊은이 들은 냉면을 만드는 것 같다. 그러구 보니 나는 만들어 보지 못한 매뉴이다. ㅎ 함께 먹는 가족들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해가 서선에 걸림무렵 올뱅이를 잡으러 둘이 나섰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새벽, 우린 철수해 고향집을 찾았고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 제사를 드렸다. 2015년 오월의 아지트 그 강가를 추억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