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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홍천 ] 구룡령 옛길을 넘어서...

재넘어아재 2014. 10. 11. 05:55

 

 

 

 

[ 양양.홍천 ] 구룡령을 넘어서

< 2014. 9. 29. >


미천골휴양림 오토캠핑장에서 한뎃잠을 자고 났을 때

집 나선지 5일째라는 생각이 스쳤다.


오늘은 귀가하기로 예정된 날,

집을 떠난 첫날밤은 인제의 방태산휴양림에서 지냈고,


다음 이틀동안은 고성에서 묵으며 황토구들집짓기 워크숍에 참여한 후

금강산 건봉사와 송지호를 여행하였다.


그리고 나흘째 인 어젯밤 양양 미천골휴양림에서 보낸 뒤

닷세 째인 오늘 집으로 가는 것이다.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56번 도로를 1키로 정도 남겨두고


미천골 휴양림 입구의

비포장 도롯 길을 나서고 있다.



티맵은 56번 도로에서 우회전하라 한다.

그렇지만 구룡령을 넘고 싶어 좌측으로 핸들을 틀었다.


구룡령 길옆 갈천캠핑장이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네..


가정집 같은데 국기가 계양돼 있으니...

보건 진료소일까



구룡령 쪽으로 계속 차를 몰았다.



아~ 여기가 양양 땅이지...

양양과 봉화 등지엔 송이가 많이 난다.



빗방울이 계속 떨어지는 날씨



갈천오토캠핑장 부근이다.

여름에도 서늘한 송림 속, 모기가 없어 좋았던 기억...


2008년 저곳에서 캠핑을 했었다.

솔밭사이에 텐트를 치고 그 언저리에 모닥불을 피웠으며.


근처 베어놓은 소나무를 주인에 제공한 덕에

그날 밤늦도록 송진향을 맡았다.



캠핑하던 중에

갈천약수까지 다녀왔던 기억...


약수터 인근에 지어지는 펜션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그 펜션은 진작에 완성됐을 것이다.



근처엔 약수가 여럿, 삼봉약수도 갔었다.

톡쏘는 쇠냄새 가득한 약수


기대를 하고 가 봐도 언제나 실망스런게

약수가 아닌가 싶다.



구룡령 고갯길은 예전에 비해 넓혀지고

경사도 완화 돼 있었다.



너무나 한산한 56번 도로



비가내리는 속에도 단풍은 더 짙어만 가는 것 같다.

이따끔 핀 야생화가 시선을 끌고....



차를 세우고 쉼호흡을 해 본다.



쭉 뻗은 금강송,



볼수록 멋진나무다.



가까이 명개리가 있나보다.



빗속의 드라이브,

라디오를 틀어 보지만 신통치 않다.



안개속으로 보이는 희미한 단풍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그 빛깔은 더욱 고와지겠지?



설악산엔 단풍이 시작됐다고 한다.



설악산 단풍이 좋지만...

요즘은 좋은 단풍이 전국적으로 펼쳐져 있는 것 같다.



산사를 비롯한 국유휴양림,

그리고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산림 곳곳이 장관이다.



차를 세우고 잠시 내려다 보기로....



심호흡하니 더 좋네...



이따끔 도롯가에 차량이 세워져 있었는데..

어떤이는 버섯을 채취 하려는 것 같고



또 어떤이들은

잣방울을 주으러 다니는 것 같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쑥부쟁이가 보였다.


미국쑥부쟁이라는데

이젠 전국 어디를 가도 없는 곳이 없다.



잠시 진행하던 중에 또 정차



빗방울이 소강상태인 가운데

단풍은 곱다.



고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더 고와지는 듯

다음 주말쯤이 절정 아닐까



구룡령 정상,

예전엔 없던 시설인데,..동물 이동통로란다.



터널을 지나자 구룡령휴게소

등산객을 태운 버스가 정차하고 있었다.



멀리 지나치다가 이내 차를 멈추고

100여미터를 웽하며 후진하고서 차창을 내렸다.

카메라를 보더니 환호하더라는...^^



양양을 넘어서 홍천에 진입한 것 같다.



비가 그치는 듯...



여기 영서지역이

영동지역보다 단풍이 짙은 것 같다.



명개리 근처를 지난다.



막혔던 귀가 뚫린다.



정오가 가까왔는지 식당에 눈 길이 간다.



샘골 두부, 내게 딱이다.. ㅎ



그 앞에 차를 세웠으나 손님이 아무도 없다.

당귀같은 한약제 가 널려있어 살피며 안에 들어가 보지만


아무 대꾸가 없고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인가 싶어 그냥 차에 올랐다.



뚱단지(돼지감자)꽃 같다.



긴 사진도 하나 담고,



계속 앞으로...

잠시후 나타난 또하나의 작은 음식점 '말고개촌두부'

그때 시각이 오후 1시를 넘어섰다.



장독대 옆 향나무를 타고 오르는 나팔꽃

빗방울이 간지러 주었을까 꽃잎을 움추렸다.



식당입구의 탁자 위에 놓은 옥수수....

아니 강원도에서 말하는 강냉이 같다.



식당 안에는 몇가족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무슨 명함을 이렇게 전시했을꼬~



아짐이 다가와 주문을 받겠단다.

군두부가 약간 생소해 의문을 가지며 선택했다.



뒷곁에 앉아 식사를 하던 가족 중에 한 아짐이

사진작가냐고 묻는다.


작가는 아니지만 사진찍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자기 마을에 좋은 소재가 었으니 가서 찍으면 좋을 거란다.


그런데 아짐의 팔이 이상해서 물었다.

그는 이틀전 모기에 물려서 그렇다 얘기하기에


모기물린 자국을 찍어도 되는지 물었더니

아짐은 당연히 괜찮단다. ㅎ



뿐만아니라 팔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친정 부모를 옆에 두고서~ 배를 훌떡 걷어 부치는 게 아닌가?


재차 찍어도 되는 지 물었더니 역시 상관없단다.

에구 이 아짐 약간 취기가 있어서 일까?


참 거시기 했으면서도...

어떻게 저리도 많이 물렸을까 궁금했다.


친정 어머니 생신이기에

가족들이 멀리에서 모이기 때문에 미리 와서


음식준비도 하고 밭에 나가 일을 했더니

저 정도로 물렸더란다.


감각이 없던지 참을성이 대단하던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옷도 안입었었나?

음식점의 두부도 좋았지만 기본 찬류가 맛이 있었다.



촬영을 허락해 준 것에 감사한 나머지 남은 두부를

모델료 삼아 가족에게 드렸다.




옥수수를 보며 밖을 나선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지역특산품 임시가게가 있을 법한데


날씨가 궂은 평일이래서 인지 옥수수 파는 이가

오는 내내 없더라고 중얼 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할아버지께서

옥수수 사려면 구해 주겠다고 하시고


나는 어르신께 그런 수고를 끼치고 싶지않아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식당 출입문 천정아래 걸린 한약재료들...

음식점 주인의 시동생이 채취해 걸어 놓은 것이란다.



그렇게 식당을 나서 할아버니네 로 향했다.

그 와중에 할아버지가 또 말을 하셨다.


잘 아는 마을 주민의 농장에

출하는 기다리는 옥수수가 있다고 운을 뗀후

부담갖지 말고 필요한 양을 얘기하랍신다.


하여 두어 자루쯤 사고 싶다고 했더니

시골에서는 자루단위가 접단위로 거래한단다.


한접에 4만 원한다고....

암튼 반접 쯤을 구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잠시후 그분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노란 옥수수가 도롯가 가드레일에 무더기로 걸려 있었다.


모기물린 아짐 말대로

좋은 소재가 분명해서 덕분에 다양한 촬영을 하였다.




노란 옥수수 흰옥수수...

그런데 이렇게 두면 비를 맞지 않느냐고 했더니


할아버지는 비를 맞고 다시 마르면서 건조가 된단다.

나는 마치 황태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짐은 친정 집에도 소재가 많다고 자랑이다.



그러구 보니 새들이 쪼아먹거나

동물들이 헤치지는 않는지 궁금했는데...

미처 묻지를 못했다.ㅎ




긴 사진을 남기고



소재를 좇아 가는 중



이 많은 꽃을 할머니께서 가꾸시는 것일까



허리가 굽어 힘드실텐데...



집 뒤에 떨어진 알밤이 천지삐까리다. ㅎ



예전에 음식점을 하셨을까?

이건 예사 솥이 아닌 것 같은데...



힘들게 딸 필요가 없는 듯...




나무에서 떨어진 것을

그저 줏어 모으기만 하면 된단다.



껍질을 깐 밤도 있었다.



얼떨결에 기념사진도 한장 찍고....ㅎ




마을 입구로 향한다.





그 길옆의 화초들...백일홍과



과꽃



옥수수 건조대를 지난다.



흰 것은 찰옥수수 같은데...

노란 옥수수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분명치는 않다.



할머니와 작별을 하며 할아버지와

옥수수 밭으로 갔다.



옥수수 주인은 조금 전에 도착해 수확한단다.

그 주인이 접 단위로만 판다고 해서 나는 그러자고 했다.



그동안 주변 마트에서 기다리는 중



옥수수를 가져와 차에서 내려놓는 주인 어른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4만 원은 한참 전의 얘기이고


요즘 시세로는 6~7만 원을 호가한단다.

한접에다 다섯개를 더 넣었다며 5만 원은 받아야겠단다.


쾌히 5만 원을 지불하고

묵직한 옥수수자루를 차에 실었다.



친절한 할아버지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아쉬운 작별을 하고 귀가를 서두른다.



가을은 결실이란 풍성한 기쁨을

우리에게 안겨 주지만


그 이면에는 또다른 이별을 예고하여
애잔함이 스며 있기도 한것 같다

풍성한 과일과 예쁜 꽃들
저 아름답던 단풍도 서서히 떨구는
그런 계절이며,


고독의 차가운 겨울을 맞이 하는 것이

기쁨과 슬픈 여정을 가득 담은 우리네 인생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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