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호 ] 내 아호를 정하다
내 아호를 섭재로 정하다
< 2017. 2. 23. >
문화원 서실에 나가기 시작한 후 1년이 되었다.
오랫동안 서실에 나오고계신 주변 분들의 면면을 보면
그간 열심히 노력하고 써온 글씨 실력에 대해
남으로부터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서려 있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각종 서화전에 출품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고,
작품에는 낙관이란 도장을 꼭 찍어야 하며
낙관에는 자신의 아호와 이름이 새겨지므로
호를 지어야 한다고 해서 아호에 대하여 알아 보게 되었다.
호(號)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두 가지 이상의 이름을 갖고자 한 풍속과
본래의 이름을 피하는 풍속에 의해
허물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중국은 당나라 때부터 시작되어 송나라 때에
호를 가지는 것이 보편화 되었고, 우리나라도 삼국시대부터
호를 부르기 시작했단다.
호는 자신이 짓기도 하고 남이 지어주기도 하며,
보통 아호(雅號)와 당호(堂號)를 많이 짓는데
아호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시나 서화 작가들이
사용하는 "우아한 호"라는 뜻이고
당호는 본래 집(正堂)의 호를 말하나
그 집의 주인을 일컫게도 되어 있어 아호와 같이 통용된다고 한다.
호는 "거처한 바를 따라서 호로 한 사람도 있고,
그가 간직한 것을 근거로 하거나, 얻은 바의 실상을 기준으로 호를 짓는데
호를 짓는 4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었다.
첫째, 생활하고 있거나 인연이 있는 처소를
호로 삼는 방법이 있고
둘째, 이루어진 뜻이나 이루고자 하는 뜻을
호로 삼는 방법이 있으며
셋째,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여건을 호로 삼는다고 하는데
퇴계 이황이 '고향으로 물러나 시내를 벗하면서 공부에 전념하겠노라고' 해서
‘퇴계’라고 한 것이 그 예란다.
넷째,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호를 삼는 방법이라는 글이 있었다.
이러한 호의 글자 수는 두 자인 경우가 가장 많고
그 제한은 없는 것 같다.
호는 보통 한문으로 짓는 것이 일반적이나
한글작품에는 한글호의 사용이 보편화 돼 있는 것 같다.
주시경 선생은 "한희샘", 이병기선생의 "가람",
최현배 선생의 "외솔" 등은 널리 알려진 한글 호이며,
서예가 가운데도 "꽃들" 이미경 선생,
"갈물" 이철경 선생의 한글 호가 알려져 있는 것 같다.
한편, 옛 사람들은 자신의 호를 지으면
호를 짓게 된 연유나 기(記)를 짓기도 하고,
남에게 호를 지어 줄 때도 그 글자의 출전이나 뜻을
밝힌 글을 주기도 하였는데...
이병기 선생은 자신의 호를 짓게 된 경위에 대하여
"가람" 은 강이란 우리말이니 온갖 샘물이 모여 가람이 되고
가람물이 나아가 바닷물이 된다.
샘과 바다 사이에 있는 것이니 근원도 무궁하고 끝도 무궁하다.... 중략..
우리말로는 '가람'이라 하고 한자로는 임당(任堂)이라 하겠다.
라고 호를 지은 연유를 밝히고 있단다.
- 2017. 2. 23. 목요일 -
지인에게 소개받은 재중 선생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그가 있는 서실에서 정오에 만나자고 했다.
재중 선생은 명리학을 전공한 서예가로서
사주와 조화하여 이름을 짓는 성명철학에 능하다는 말을 듣고
내 아호(雅號)를 지어 주십사 하고 부탁하였었다.
누구나 카페에 가입하면서 각자의 닉네임을 정하는데...
나는 그때 고향집에서 처갓집 사이에 있는
'새터'란 마을 명을 닉으로 사용하기 시작 했었다.
또 다른 카페에서는 당연히
다른 닉을 사용해야 하는 줄 짐작하고
당시 많이 읽혀졌던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화성'을 닉네임으로 쓰기도 하였으나
처갓집 가는 길의 고개(재)를 떠올려
'재너머' 리는 것도 지었는데.. 표준말인 명사형 보다는
동사형인 '재넘어'로 고쳐 부르기로 하였고,
흔하게 쓰이지도 않아 다른이와의 중복도 적은 편이므로
여태까지 즐겨 사용해왔다.
그래서 나는 만일 한문 아호를 짓는다면
재넘어를 한자화 하여 월재(넘을 越, 재 재?)라 하면
될 것으로 생각 했었다.
그러나 웬걸, 재가 순수한 한글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급기야 주변의 지인들과 상의하게 됐고
결국 재중 선생을 소개 받아
아호 작명을 부탁하기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며.
그때 내 사주와 이름, 본, 본적과 원적을 알려주고
작명 완성을 기다려 왔었다.
재중 선생은 나의 사주팔자 등에 맞춰 작명을 하느라
며칠 밤을 새워가며 글자들을 펼쳐 놓고서 머리를 짜 냈단다.
내 아호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재중 선생의 성품이 한번 몰두하면 누워도 천장이나 또는 머릿속에
해결될 때까지 그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단다.
아무튼, 많은 글자를 조합하고 따져 보았더니
그 중에 내 아호는 涉材(건널 섭, 재목 재)가 가장 낫더라는 것이다.
아호는 그 사람의 본래 이름과 사주 등을 감안해
지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부르기 쉬우며 아름다워야 한단다.
암튼 내 아호의 뜻은 성품의 바탕이 厚德君子로서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라 하셨다.
한글은 '재넘어'를 사용해도 좋으나
그 때 한자 글씨로 越(넘을 월)자는 좋은 조합이 아니며
차라리 월재(月再)가 실제의 속 뜻도 비슷하다면서
달 월에 두 재자를 사용하라는 설명이다.
월(月 달)은 해와 단순 비교하면
밤에 보이는 것이어서 얼핏 어둠이 연상될 수도 있으나...
달은 조금 기다리면 곧 해가 떠오른다는 희망의 의미란다.
마치 주말 직전의 금요일 오후처럼....
재(再 두재)는 멀 경/둘, 재차, 거듭, 다시 한 번의 뜻을 품고 있어서
내 한글 아호(재넘어)로 사용해도 좋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낙관을 새기려면 한문 낙관은 涉材에 이름을 사용하고
한글 낙관엔 월재나 재넘어를 사용하면 좋겠으며
그동안 써 온 블로그 이름이나 카페의 닉네임은
기존의 "재넘어"를 사용해도 괜찮다기에 다행스럽다.
^L^